제17일(5월 24일. 원촌리-장백리) 터널을 지나 무주에
맑음. 30℃
청국장 백반으로 아침 식사를 하였다. 06:20. 여행 중에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어느 마을에 가던지 아침식사를 주는 식당이 없는게 제일 큰 문제다. 아침 식사 된다고 써 붙여 놓아도 10시가 넘었으면 몰라도 우리처럼 이렇게 이른 시간에는 모두 고개를 흔든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씨 좋은 주인을 만나야 아침을 얻어먹는다. 그러니 아침만 얻어먹을 수 있어도 우리는 감격해 하고 고마워한다.
배낭을 메고 걷기를 시작하는데, 어럽쇼! K화백 모양새 좀 보소. 배낭 뒤에 양말이 매달려 있다. 등산양말은 두터워서 밤새 덜 말라 이동 중에 이렇게라도 말리기로 한 모양이다. 아이디어는 정말 기발하지만 3인방 체면을 봐서는 글쎄……. 좀 거시기 하다.
그러나 K의 생각은 다르다. '체면이 뭐 밥먹여 주냐,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이다.
우리도 처음엔 말렸지만 나중엔 우리도 따라하였다.
첫차를 타고 원촌리로 이동, 어제 끝낸 지점에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07:40. 이때가 걷기에는 가장 능률이 오른다. 안성까지 7km를 단숨에 온다. 09:00. 오르막길을 한동안 올라 안성재(해발 510m)를 넘었다. 안성재는 덕유산으로 오르는 길목이기도 하다.
감기가 걸린 C는 마스크를 하고 걷는다. 마스크까지 한 걸 보면 몹시 괴로울 텐데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덕유산 갈림길을 지나 계속 걷는데 날씨는 덥고 쉴 그늘은 없어서 마침 국토유지건설사무소 무주출장소가 보이기에 잠시 들어가서 그늘에 앉아 쉬었다. 지나던 직원 한 분이 다가와 우리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얼마 전에도 대학생 한 명을 국토종주길에 날이 저물어 재워준 적이 있다고 했다. 이 길이 종주 코스인 모양이다.
적상삼거리에서 한우진곰탕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과연 국물이 진짜 진하고 맛있었다. 근처에 수해복구 공사 현장이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식당에 많았는데 우리의 도보여행에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갓길에 고라니 한 마리가 죽어있다. 밤중에 차로를 건너다 치어 죽은 모양이다. 도로를 만들때 동물들의 이동통로도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
19번 국도를 계속 걷다보니 갑자기 길이 넓어지며 중앙분리대가 생겨나고 또 터널이 나타난다. 싸리재 터널이라는데 길이가 385m로 귀청을 찟는 소음과 매연으로 통과하는데 고생 좀 했다. 우리나라에는 싸리재란 이름이 여러군데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함백산 싸리재이다.
싸리재 터널을 지나면 무주 읍내가 눈앞에 나타난다. 내리막길이라 힘 안 들이고 무주에 도착하고 보니 오후 3시 35분.
무주에 도착은 했지만 아직 오늘 걷기를 끝내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일단 숙소부터 정해서 짐을 풀고, 배낭에서 무거운 것들을 빼내고 물과 간식만 넣어서 가볍게 만든 다음 숙소를 나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힘이 남았을 때 조금이라도 더 걸어두자. 왕정마을을 지나 장백리까지 5km를 더 걸었다. 내일 걸을 길은 이만큼 번 셈이다. 무주로 되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침 지나가는 승용차가 우리를 태워줘서 편하게 숙소로 돌아왔다. 무주 읍내에 산다는 그 분은 낮에 우리가 걷는 모습을 지나다가 봤다고 한다.
▶오늘 걸은 거리 : 33km(8시간)
▶코스 : 원촌리-(19)-안성-무주-(30)-장백리(무주군 무주읍)
<식사>
아침 : 청국장백반(안성)
점심 : 곰탕(적상)
저녁 : 꽁치정식(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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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ju42)오늘은 아침 제때에 잘 드셨군요. 캡의 젖은 양말 배낭에 달랑거리는 거 머리에 그려집니다. 그 터널은 길구 난리
야. 가시는 길 사진에서 보니 넘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런길로 가야되나보죠? 06.05.24 22:10
(김형두)갓길은 정말 시러~~목숨 걸고 다니는 기분입니다. 레미콘, 덤프트럭, 탱크로리, 버스까지. 무서버라~~~ 06.05.24
22:59
(조설모딸)갓길, 터널 정말 무서버요. 조심조심조심 하세요 06.05.24 23:25
(명지)조심하십시오. 진짜 무서버예. 덤프 트럭이나 대형 트럭 운전사들은 지 맘대로 빵빵인다카이. ^*^ 함부레 조심하이
소. 그라고 건강 단디 챙기시고예. 더우모 물 많이 묵어야 합니더. 그라고예. 아침은 차라리 동네 들어가서 쬐매 잘 사는 집
찾아들어 염치 불구 밥 좀 주이소. 우리 이런 사람인데 밥 묵을 데가 없습니더. 이라모 줍니더. 아직 시골 인심은 후하거든
예. 06.05.25 00:00
(캡화백맏딸)가방에 양말~ 체면은 좀 떨어지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십니다~ ^^ (그나저나 고라니가 너무 불쌍하네요.. ㅠ.
ㅠ) 06.05.25 09:24
(늘푸른)맨 위의 사진- 체면은 떨어지지만, 사진으로는 정말 캡입니다. 재미나다구요.(죄송...힘드실텐데요...) 정말 정말 몸
조심, 차 조심 하세요. 향 06.05.25 17:37
(장화백)양말이 배낭에 매달려도 수염이 자랐어도 3인방은 늘 멋져요. 갓길 조심 하시구요. 06.05.25 17:39
(짬송)어두울 때 갓길은 정말 위험하다고 하대요. 허니 해저물면 욕심내지 말고 쉴 자리 찾아들어 푹 쉬세요. 내일을 위하
여, 그리고 영광스런 종착점을 위하여!! 아자아자 홧팅^(^ 06.05.26 09:08
(조설모)그져 조심 조심하지요. 눈이 사방에 있으면 좋겠어요. 염려해주시는 여러분께 그져 감사합니다. 06.05.26 21:21
(김용우)국도는 차에게도 사람에게도 항상 위험한거 같아요. 차 조심 하소소소소~ 06.05.27 15:34
첫댓글 등산용 배낭 만드는 회사에
양말 말리는 아이디어 팔아 보심이?
장기 도보하는 분들 중에 철사 옷걸이에 양말이랑 빨래 등을 널고 배낭에 매달고 다니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다음에 또 걷는다면 옷걸이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