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미루다 보니 금년의 끝자락에 다가와 이제야 참관을 하게 되었다. 지난봄에 연락을 하였더니 총무가 바뀌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업이 작년에 신청을 한 것이고 연말에 총회를 열어 임원진들이 바뀌어 있기 마련이다.
북한강가에 있는 서종면사무소가 자리한 이곳 문호리에서는 매달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11월의 7시는 벌써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도 없어서 익숙하지 않은 길은 어둡기만 하다. 이쯤이면 다 왔을 것 같은데 주변이 어두워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주유를 하면서 물으니 조금만 더 가면 왼편으로 면사무소가 있다고 한다.
면사무소 앞은 여러 사람들이 웅성이고 있었다. 음악회가 준비 되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몇몇은 리허설을 보았는데 정말 잘하고 좋다고 한다. 면사무소 왼편 작은 공간에서는 20명의 그림전이 열리고 있었다. ‘북한강가의 작가들 전’이었다. 서종면에 살면서 작가 활동을 하는 분들의 그림을 일 년에 한 번씩 전시를 한다고 한다. 지난 11월 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전시가 된다. 주최는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서종문화의집에서 하고 있다.
전시장의 입구에는 주민인 듯한 40대 여성이 안내도하고 설명도 해 주고 있다. 초등학생들과 몇몇 어른들은 자주 보았는지 친숙한 눈빛들을 교환하고 있었다. 우리도 예쁜 엽서와 팜플릿도 받고 안미애님의 따님은 방명록에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작은 갤러리를 보니 이곳에 사는 면민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사무소 2층 공연장 입구에는 4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안내를 하면서 설문지도 나누어 주고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하는 오늘 공연에 관한 일반적인 설문이었다. 나누어 주는 황토색 팜플릿은 표지에 “김일규 오페라 상설무대”라는 서두와 커다란 박스 안에는 “신나는 예술여행-하나 되는 음악회” “아주 특별한 가을의 만남” 2006. 11. 11(토) 오후 7:00 서종면사무소 강당 주최; 오페라 상설무대 후원; 복권기금 예술사업 국무총리 복권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로 표기 되어 있었다.
두 번째 쪽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 가곡, 클래식가요, 오페라들로 적당히 순서를 정하여 20곡이 준비 되어 있었고, 다음 쪽에는 쟁쟁한 이력을 가진 예술 감독 김일규를 포함한 여섯 명의 출연진 소개가 있다. 마지막 면에는 함께 부를 “선구자, 하늘나라동화, 사랑으로”의 가사가 적혀 있어서 좋았다.
또 다른 안내문이 한 장 더 있었는데 서종 사람들이 만든 안내문이다. “제 74회 우리 동네 음악회- 신나는 예술여행 하나 되는 음악회”로 행사 안내를 하고 있는데 주최는 “문화모임[서종 사람들], 오페라상설무대, 서종면주민자치위원회”였고, 후원은 “양평군, 경기문화재단, (사)한국문화의집, 복권기금예술사업 국무총리 복권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였다.
약속한 7시에 마련한 300석의 자석이 많이 비어 있어서 인지 시작을 하지 못하였다. 7시 20분이 되어 시작되었는데 계속 주민들의 들어 왔다. 무대는 시골 학예회가 연상되었다. “제74회 우리 동네 음악회”라고 쓴 마름모꼴 종이를 짙은 보라색 커튼에 붙였다. 커튼은 3중으로 쳐져 있었으며 중간에 그랜드 피아노를 놓고 출연자들이 순서대로 나왔다. 천장에는 많은 양의 조명기구들이 달려 있었고 마루바닥은 새로이 했는지 꺼칠한 모습으로 맞이했다.
공연자들의 세련된 매너와 까칠한 바닥은 궁합이 맞지 않아 자주 눈길이 갔다. 작은 공간이어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량은 충분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관람자의 뒤에서 출연하는 바람에 모두 뒤돌아보게 되었는데 앞부분에 앉은 초등학생들의 웃음을 머금은 얼굴은 행복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마지막 함께 노래를 부를 때에는 출연진들이 익숙하게 초등학생 모두를 무대로 끌어내어 공연자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관람하던 26명의 초등학생들에게는 공연자의 손길이 미래의 꿈으로 다가 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스치기도 하였다.
서종에 사는 이들은 행복하겠다는 부러움이 다시 일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 나올 때 가득 찬 공연장에서 이들에게 음악이 가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서로들 나누는 인사 속에서 친근함이 배어 나오고 있으며 음악회가 끝나고 공연자와 함께 식사를 하는 뒤풀이를 하니 음식점으로 많이 참석해 달라는 안내도 곁들이고 있었다.
74회를 운영해 오면서 관람객이 적을 때도 있었고 너무 많아서 벽에 기대어 서서 봐야 할 때도 있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아주머니는 아이가 한살 때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처음 일 년은 몰라서 오지 못하였다. 그 후 매번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고 하신다. 아이는 5년째 음악을 접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 음악회는 무료로 찾아 주는 음악회를 모셔 온 것 같다. 중간에 이지역의 유명 도자작가가 만든 커다란 접시를 김 일규 단장에게 전하는 전달식을 거행 한 것으로 보아 짐작할 수 있었다. 입구에서 나누어진 설문지와 많이 작성하여 달라는 진행자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었다. 공연자들의 공연은 매우 훌륭했다. 전문 공연단들로서 경력이 묻어나는 나이와 프로필들이 화려 했다.
또다시 서종 사람들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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