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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잿더미가 된 독일 남서부의 슈바르츠발트의 어느 마을에서 무너진 성당의 파편들을 모으던 중 두 팔이 잘려나가 몸통만 남은 예수님상을 발견하자,자신들의 범죄로 예수님을 두 번 죽인 꼴이 되었음 알고는, 회의 후 팔 없는 예수님상을 그대로 세우자고 결론을 내리고 그 밑에,
“주님께서는 팔이 없으십니다. 우리들의 팔이 필요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팔을 통해 모든 인류가 사랑을 베풀기를 원합니다, 당신의 팔을 빌려 주십시오.” |
양 팔이 없는 십자가상!
바라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어찌 저런 모습 으로 계실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시려온다. 안내해 주시는 수녀님 말씀을 듣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예수님상을 국내에 최초로 모셔온 것이라고 한다.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이 생각났다.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부처님만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부처님상 하나쯤은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제대 좌우에 최경환 성인과 최양업 신부 부자의 사진이 눈에 금방 들어온다. 성체조배를 마치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대성당 제대 중앙 밑에는 김대건 사제와 모방 신부 등의 유해 일부, 성체 조배실 제대 중앙에는 최경환 성인의 손뼈가 안치되어 있다.
옷깃을 여미고 성당 밖으로 한 걸음 옮기자 이번엔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흙으로 빚은 최경환 성인 일가의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나란히 놓여 있다.
이성례 마리아와 최영업 신부 등등
이 그림은 최양업 신부님이 신학교에 가기 위해 길을 떠나는 인사를 드리는 모습이다. 인사를 받는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들의 환한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이젠 미사를 위해 소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0명 남짓한 인원이어서 그런지 소성당이 딱 제격이었다. 신발을 벗는 순간 편안함과 경건함이 함께 깃든다. 사실 요즘 신발을 벗고 미사 드리는 곳이 드물다.
제대는 소박한 돌로 만들어졌고 바로 곁에는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님'의 상이 있다. 그리고 창 너머에 청동으로 만든 십자가상이 가녀린 팔을 들고 계신다. 마침 대림시기라 대림환이 시골 분위기에 어울리듯 솔가지를 가지고 정성스럽게도 만들었다. 수녀님들의 안목이 새삼 돋보인다.
미사는 성지 사목을 담당하시는 신부님답게 성지의 역사와 성인의 얼을 멋드러진 목소리로 참 구수하게도 말씀하신다. 때로 웃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에 젖기도 하면서 말씀에 젖어있다가 정신을 차리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역시 사람은 배가 든든해야 마음의 여유도 생기는가 보다. 주변에서 난 것들로만 음식을 만든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음미할 틈도 없이 허겁지겁 먹어본다. 역시 향이 다르다. 고향집 그 음식맛이다. 이젠 영혼도 몸도 든든해졌으니 무명 순교자들이 넋을 기리기 위해 십자가의 길을 나서야할 차례다.
산길이 만만치 않다.
비탈길에 놓인 십자가의 길은 항아리 모양으로 특색이 있다. 빗방울이 흩날리지 만 예수님의 수난을 따르고자 하는 우리의 열정은 그것을 녹이고도 남는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마치니 몇 방울씩 내리던 비도 멈추고 바람마저 잔잔해진다.
그 옛날!
박해가 있기 전에는 아마 이곳은 어느 순박한 시골 어르신들의 삶의 터전이었을텐데, 편평한 터에 한 채의 집이 있으며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꿈을 키우던 소년도 있었으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두드리다 앞을 보니 산자락 아래도 줄무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말 그대로 ‘줄무덤’이다. 시신을 한 봉분 속에 줄줄이 묻었다고 해서 ‘줄무덤’이라고 한단다. 40기의 무덤에 한 가족끼리 모아 매장하였다고 하니 어림잡아도 200명 남짓의 순교자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이름도 없이 묻혀 있는 순교자...
허물어져서 이젠 무덤의 형체조차 흐릿해졌지만,
당신들이 남기고 가신 그 거룩하신 뜻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가슴 가득 남아 있다.
이렇듯
누군가는 흔적을 남기고
누군가는 기도를 하고
그렇게
당신들의 그 붉은 마음을 잊지 않고
지켜가고 있음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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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지에 다닐 때마다
한 없이 부끄럽고 작아짐을 느낍니다.
당신의 사랑 안에서
머물게 하소서. ^^
덕분에 성지 한 곳을 알고 배웁니다.
양팔이 없으신 예수님상, 줄 무덤에 계신 순교자님들.
가슴 벅찬 내용에 잠시 숙연해집니다.
지난 토요일 순례여정이 다시 느껴지네요. 순례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접 다녀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자세한 설명과 감동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새로운 곳 성지순례를 하였네요~~제대로 되어 있는 십자가상도..가슴이 아픈데...양팔이 없는 십자가상 차마 할 말을 잃었습니다...
묵상하고 갑니다...
다녀온 것만큼 돌아보는 시간도 중요함을 배웁니다.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글이어서 더 고맙습니다.
예습을 했으니 이제 나서기만 하면 되는.....^^
갈 곳 많은 이 은혜로운 땅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
가슴에 담았던
십자가상의 아픔이 남아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