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원재(追遠齋)
거동파 제각(장흥군 부산면 구룡리 거동)
▲ 2005년 12월 용두마을 회관 준공식 테이프를 커팅하는 장흥군수와 부산면장 군의회 의장과 의원 그리고 마을 이장과 회관 추진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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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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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에게 알리것습니다. 오늘 6.25 전장이 끝나고 지섰던 동네 회관이 낡어 갔고, 올 여름부터 군에서 멋진 회관을 잘 만들어 우리 마을에 선물을 했습니다. 오늘 드디어 멋진 회관이 준공식을 하게 댔쓴께, 한분도 빠짐없이 회관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지난 12월 12일 부산면 용두마을 회관이 준공되어 마을 잔치를 한다고 하여 마을에 갔다. 유월종(66) 부산면 용두마을 이장이 아침 일찍부터 마을 회관 준공식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앗따 막상 행사날이 닥쳐 분께 정신이 없당께, 여름부터 회관을 짓는다고 참말로 정신이 없었제,"
마을 주민들에게 방송을 하고 막 나오는 이장님은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마을 자랑을 했다.
"우리 동네 주민 모두가 하나같이 협조를 잘했고, 특히나 경향객지에 나가있는 향우들이 동네 회관 짓는다고 협조를 잘 했으며, 군에서 7천만 원이라는 큰 돈을 내려주워 이라고 멋진 회관을 지었지라, 참말로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해야지라,"
용두마을은 부산면 면소재지에 연결된 마을로 현재 80호 130명이 살고 있으며 다른 농촌 마을처럼 마을 주민 대부분인 70%가 65세가 넘은 노인이다.
▲ 2005년 12월 장흥 읍통합조합장, 부산면 번영회장, 군의회의원, 부산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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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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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마을은 약 400여 년 전부터 이곳에 형성되었다. 강릉 유씨와 흥덕 장씨가 용두마을에 처음 정착한 것이 약 200년 전이라고 한다. 지금은 청풍김씨, 영광김씨 등 여러 성씨가 촌락을 이루고 있으며, 30년 전만 해도 150호라는 큰 마을이었지만 이제 마을을 지켜줄 젊은 사람은 없고 60이 넘은 할아버지들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 사회를 맡은 할아버지는 올해 65세인 문삼진 추진위원이다. 할아버지는 모처럼 마을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혹여나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부터 회관 준공식 행사를 시작하것습니다. 먼저 행사에 앞서 유월종 이장님께서 회관 준공식에 참석하신 손님들을 소개하것습니다."
유월종 이장께서 장흥군 의회 의장과 도의회 의원, 부산면 면장과 내 외빈을 차례로 소개하며 행사가 시작되었다.
"앗따, 좀 기다려야제, 아즉 다 안 왔구마. 저그 광주에서 아즉 도착 안 했고, 지서장이 아즉 안왔딴께, 하필이면 오늘 이라고 추워 불고 눈도 와분께, 먼데서 온 사람들이 도착 못 했당께."
모든 행사에는 젊은 사람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어른들은 어른으로 대접을 받아야 하지만 행사에 참석하는 내외빈은 대부분 젊고 손님을 맞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다.
▲ 2005년 12월 용두마을 회관 앞 400년된 느티나무와 200년 된 은행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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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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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 출신인 전남대학교 김희수 교수께서 써주신 이민헌장을 낭독하것습니다. 우리 마을은 노령 산맥의 정기가 맺혔다가 다시 시작되는 수인산 정기를 받아 … 우리 조상들이 조선 초기부터 마을을 이루고 … 하늘과 땅 어느 어느 곳에 조상의 숨결이 서리지 않은 곳이 없고 산과 들 곳곳에 우리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데가 없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정년퇴임하여 광주에 살고 있는 김 교수의 이민 헌장이 낭독되었다.
사회를 맡은 문삼진(65) 할아버지는 혹여나 참석한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서운할까봐 전전긍긍하며 손님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라고 눈도 많이 온디, 찾아준 손님들이 정말로 고맙지라. 인자 밖으로 나가 테이프를 절단 하것습니다. 군수님도 늦게 왔능께, 면장님이랑 의장님도 함께 서주시오."
노인들이 진행하는 마을 잔치는 나름의 따뜻함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 모두 이번 마을회관 준공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며 무척 기뻐했다. 부엌에서는 할머니들이 음식을 잘 차려 내놓으며 넉넉한 마을 인심을 선 보였다.
"인자 회관은 잘 지었는디라, 한가지 걱정이란 말이오. 군과 면사무소에서 회관지슨데, 고생하고 고마운 디라, 우리 마을 출신 향우들과 리민들이 거금 4천만 원을 만들었어도 돈이 쬐끔 부족하여, 회관은 딱 지셨는디 화장실이 없어라. 그라고 회관만 지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겨울 내내 노인들이 회관에 모여서 밥도 지어먹고 불도 떼야 하는디 겨울철 연료비로 1년에 단 한번 지원해준 80여만 원으로는 회관을 운영하는데 가망택도 없어라. 그래서 마을 사람들과 향우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갔고 돈을 모은디라 으짜갔소. 앗따, 군수님도 오셨고, 의원님도 오셨쓴께 이왕 도와줬능께 더 도와주면 안되것소?"
회관 추진위원장을 맡은 유동종 할아버지가 뒤늦게 참석한 군수님을 향해 고맙다며 더 많은 지원이 있기를 부탁했다.
▲ 2005년 12월 넓지 않은 회관안에서 행사는 진행되었고, 이장님의 마을 자랑과 추운 날씨에 찾아준 손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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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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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인구는 기하급수로 줄어가고 노인인구가 마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마을마다 새 회관이 만들어지면서 회관 건물은 농촌 마을의 실버타운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인들은 대부분 시간을 밥도 지어먹고 화투도 치면서 마을 회관에서 보낸다. 또 추운 겨울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회관 건물만 지워주고 회관을 운영할 수 있는 운영비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관을 지어 놓고도 겨울이면 연료비가 부족하여 작은 방 하나만 불을 지피며 어렵게 운영하고 있는 회관이 많다. 건물을 지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관을 실버타운처럼 운영하고 싶다는 노인들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더 많은 관심을 기대해 본다.
▲ 2005년 12월 부엌에서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접대하기 위해 부지런히 상을 차리는 할머니들 대부분
60대를 훌쩍넘긴 할머니들이다.
▲ 2005년 12월 유동종 추진 위원장께서 직접 군수와 면장 조합장, 군의회의원등 손님을 접대하며
더 많은 지원을 부탁하며 음식을 권했다.
▲ 2005년 12월 젊은 사람이 어른들이 차려준 음식을 접대받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2-3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우리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