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시험장 안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경북 포항의 지진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상 초유로 연기된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 곳곳에서 이로 인한 대책 마련을 하고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학원 개방 입시학원
수능 연기가 발표된 직후 가장 발빠르게 대책 논의에 나선 곳은 입시학원이다.
광주지역 입시학원들은 16일 수험생들이 연기된 수능을 차질없이 준비하게끔 학원 개방 등의 조치에 나섰다.
학원을 개방한다는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일주일 후의 수능을 대비하고 있다.
강사들과 급식사들도 이날 정상적으로 출근해 학생들의 수능 준비를 돕고 있다.
하지만 수능 시험을 앞두고 교재를 이미 처분했던 수험생들은 인근 서점에서 교재를 다시 사거나 주변 친구들에게 빌리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광주의 한 수능 입시학원 관계자는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들을 위해 학원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며 "학생들 대부분이 나와 공부하고 있어 점심·저녁 식사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여행업체 취소 잇따라 환불 논의 고심
광주지역 여행업체들도 지진과 수능 연기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능이 끝난 이번주 가족, 친구들과 여행을 가려고 했던 이들의 스케줄 변경 및 취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들은 천재지변으로 수능이 연기된 만큼 어떤 환불 정책을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재수생들의 경우 수능 시험이 끝나고 바로 여행 일정을 잡아놓는 경우가 많아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일반적인 취소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만큼 환불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 "앗 내 문제집! 후배야! 책 돌려줘"
수능을 하루 앞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문제집 등 수험교재를 후배들에게 전달했던 광주전남 수험생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 15일 수능 연기를 발표 직후부터 이날까지 후배들에게 다시 연락해 수험교재를 되찾기 위해 분주하다.
수험생 김민지(19) 양은 "전국의 수험생 모두가 멘탈이 깨졌을 것이다"며 "그나마 수험서를 버리지 않고 후배에게 물려줘 다행이다"고 밝혔다.
◇ 쌍커풀 수술도 잠시 연기
광주전남지역 성형외과도 수능 연기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능시험 이후가 일년 중 가장 큰 성수기라고 불린다.
광주전남지역 성형외과에도 수술 인정 변경 등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광주의 한 성형외과는 병원 문을 연지 채 1시간도 안돼 수술 일정을 변경 또는 취소하겠다는 상담문의를 10건을 받기도 했다.
광주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수능시험 이후에는 수험생 관련 수술 일정이 대부분이다"며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눈·코 등의 성형수술 일정을 연기하겠다는 문의전화가 계속오고 있다"고 말했다.
◇ 청소년 유해환경 캠페인도 다음주에
광주·전남 일선 지자체들이 벌이려고 한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 캠페인도 일주일 연기됐다.
광주전남 지자체들과 경찰은 이날 수능직후 관내 유흥가 등지에서 고3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었다.
지자체들은 정부의 수능 연기 발표 이후 캠페인 일정을 최종 수정했다.
캠페인은 지자체들이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유흥업소 주변에서 매해 수능시험 당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캠페인이야 일주일 후에 하면 되지만 수험생들에게 수능 연기가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마지막까지 준비를 잘해 좋은 성과를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 음식점 상점 수능 마케팅 일주일 연기
수험표를 지참하면 할인을 해주겠다고 광고를 한 광주지역 음식점들과 상점들도 이날 오전부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게 앞에 내건 플랑카드의 날짜를 16일에서 실제 수능시험이 있을 23일로 변경하는 등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 충장로의 한 옷가게 업주는 "16일부터 수능생들을 위한 특별세일 기간을 운영하려고 했는데 일주일 늦춰지게 됐다"면서 "일주일 연기된 수능 때문에 학생들 마음이 심란할 것 같은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경찰 교통관리 '취소' 수능시험지 관리 '집중'
수능일을 위해 특별 교통관리를 계획했던 광주전남경찰도 지난 16일 밤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대신 수능시험지 관리 보안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지역 내 시험장 주변에 대한 특별 교통관리를 할 예정이었다.
정부의 수능 연기 발표 이후 본청에서 각 경찰청에 ‘수능시험지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특별 교통관리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교통특별관리는 취소된 반면 혹시나 모를 수능시험지 유출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수능시험지 관리 보안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방송국도 프로그램 변경 분주
광주전남지역 방송국도 수능 시험 이후 그동안 고생했던 수험생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을 변경하기 위해 분주하다.
방송국들은 수능이 끝난 이날부터 이번주말까지 수험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편성해놓은 상태였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편성 계획을 수정하느라 아침부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