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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원사화 - 만설漫說 2
天人之際覆育之化 大矣未遑長說 地人之際 載安之德厚矣
천인지제복육지화 대의미황장설 지인지제 재안지덕후의
其陶冶感薰之功甚巨 是以國相都民擇里 未嘗敢忽夫相都擇里者
기도치감훈지공심거 시이국상도민택리 미상감홀부상도택리자
하늘은 사람에게 있어 감싸 기르는 조화가 위대함에 장황하게 말하지는 못할 바이며, 땅은 사람에게 있어 실어 편안케하는 공덕이 두터우니 인재를 기르고 교화에 물들게 하는 공적은 실로 크다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나라에서 도읍을 선택하고 백성들이 동리를 고르는데 있어서 감히 소흘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릇 도읍을 택하고 동리를 고른다는 것은
欲其選地理風氣之適善也 盖定都占居 固不可忽也
욕기선지리풍기지적선야 개정도점거 고불가홀야
至如闔國全族之於地理風氣 其休戚之係甚重 此不敢少忽也
지여합국전족지어지리풍기 기휴척지손심중 차불감소홀야
땅의 이치와 바람의 기운이 적합하고 좋은 곳을 고르고자 하는 것이니, 도읍을 정하고 살 곳을 결정하는 것은 진실로 소흘히 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온 나라와 온 가족이 땅의 이치와 바람의 기운에 따라 기쁨과 근심의 연루됨이 매우 심하니, 이를 감히 가벼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夫天之於物 不能無厚薄 卽其地而觀之 則兆物莫不同浴仁天之恩
부천지어물 불능무후박 즉기지이관지 즉조물막부동욕인천지은
分其地而言之 則兆物之得地之 肥瘠寒煖高下陋 莫不有若差
분기지이언지 즉도물지득지지 비척한난고하루 막불유약차
是以物異南北 人殊東西其盛衰榮枯 茂殘繁沒之勢 不可以人力而左右之也
시이물이남북 인수동서기성쇠영고 무잔번몰지세 불가이인력이좌우지야
무릇 하늘이 사물에 대해서는 두텁고 엷음이 없을 수 없으나, 땅을 살펴보면 곧 억조 만물 가운데 어진 하늘의 은혜를 입지 않은 것이 없다. 그 땅을 나누어 말하자면 곧 만물이 얻어 가지는 땅에는 비옥하고 메마르고 춥고 따뜻하며 높고 낮고 광활하고 좁음의 차이가 있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사물은 남북으로 다르고 사람은 동서로 틀리니, 그 영고성쇠(榮古盛衰)와 무잔번몰(茂殘繁沒)의 형세는 인력으로 좌지우지할 수가 없는 것이다.
何以知其然耶? 夫耽羅之橘 北渡則爲枳于山之桃 越海則實矮 湖南之竹
하이지기연야? 부탐라지귤 북도즉위지우산지도 월해즉실왜 호남지죽
嶺南之 植之北關 于而不成 咸興之梨 咸從之栗 移之于漢山而味
영남지 식지북관 우이불성 함흥지리 함종지율 이지우한산이미
且夫城上之蕨葉掩屋 架上之鼠高於牛背 蓬生麻中而不扶自直 葛出松田而
차부성상지궐엽엄옥 가상지서고어우배 봉생마중이불부자직 갈출송전이
어찌 그리됨을 아는가? 대저 탐라 땅의 귤이 북으로 건너가면 탱자가 되고, 우산(于山)의 복숭아가 바다를 건너오면 열매가 작아지며, 호남의 대나무와 영남의 감나무는 관북 지방에 심으면 휘어지거나 열매를 맺지 못하고, 함흥의 배와 함종의 밤을 한산(漢山)으로 옮겨 심으면 맛이 변한다. 또한 성벽 위의 고사리는 그 잎이 집의 처마를 덮고, 시렁 위의 쥐는 그 몸이 소 등 보다 높게 있으며, 쑥이 삼밭 속에서 자라면 북돋우지 않아도 스스로 곧게 올라가고, 칡이 소나무 밭에서 나면
直聳千尋 至如渡淮之橘 周原之菫茶 莫不如是 此皆物之因於得
직용천심 지여도해지귤 주원지근다 막불여시 차개물지인어득
地之肥瘠寒煖 高下之適與不適 幸與不幸 而其稟得也各殊也
지지비척한난 고하지적여불적 신여불행 이기품득야각수야
천길을 솟아오른다. 도회(渡淮)의 귤과 주원(周原)의 바곳이나 씀바귀도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은 사물이 얻어 가지는 땅의 비옥하고 메마르며 춥고 따뜻하며 높고 낮고 광활하고 좁은 것 등이 그 사물에 적합한지 아니한지 혹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등에 연유하는 것이기에 그 얻어지는 바탕이 각기 틀리게 되는 것이다.
昔者之地勁寒而不宜五穀 民皆帶劒佩弓 幷事遊獵 其民之生也 艱險儉嗇
석자지지경한이불의오곡 민개대검패궁 병사유렵 기민지생야 간험검색
健勁悍長於武風而不閑文事 藍侯之地 廣活平蕪 幷施耕牧 兼習戎事其民
건경한장어무풍이불한문사 람후지지 광활평무 병시경목 겹습융사기민
兼剛柔幷文武 恒爲東國進攻之前驅 靑丘之地 風氣溫美 五穀豊登民皆
겸강유병문무 항위동국진공지전구 청구지지 풍기온미 오곡풍등민개
옛날 속진의 땅은 매우 추워 오곡을 심기에 적당치 않아서 백성들이 모두 칼을 차고 활을 메고 어울려 일하며 사냥을 하니, 그 백성의 생활은 힘들고 어려운 속에서도 검소하며, 거칠고도 매우 굳세어 무사의 기풍이 빼어났으나 학문을 닦는 일은 소흘히 하였다. 남후(藍侯)의 땅은 광활하고 너른 벌판으로 경작과 목축을 아울러 베풀고 무술도 함께 익히니, 그 백성들은 굳셈과 부드러움을 겸비하고 문무를 아울러 갖추게 되어, 우리나라가 공격하여 나아갈 때는 항상 선구가 되었다. 청구(靑丘)의 땅은 바람의 기운이 온화하여 오곡이 풍성하니, 그 백성들은 모두
衣輕暖而食肥美 頗有冠帶衣履 天下之槪 而卒溺於華靡之弊
의경난이식비미 파유관대의리 천하지개 이졸닉어화마지폐
且夫雍州之地 土厚水深山岳莊 襟抱固密風氣勁 則秦人居之其俗悍然
차부옹주지지 토후수심산악장 금포고밀풍기경 즉진인거지기속한연
有招八州而朝同列之氣 迫近戎狄修習戰備 競事射獵高尙上氣力
유초팔주이조동열지기 박근융적수습전비 경사사렵고상상기력
가볍고도 따뜻한 옷을 입고,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갓을 쓰고 띠를 두르고, 옷을 갖춰 입고 신을 갖춰 신는 등 자못 천하의 풍치가 있었으나, 마침내 화려하고 사치스러움의 폐단에 빠졌다. 또한 옹주(雍州)의 땅은 흙이 두텁고 물이 깊으며 산악은 거칠고 장엄함에 속속들이 울창하고 바람 기운 또한 매우 사나우니, 진나라 사람들이 그 곳에 거처하면서 풍속이 굳세어지고, 여덟 주(州)의 제후들을 불러들여 같은 반열에서 조문을 받는 기상이 있었다. 융적(戎狄)과 근접해 있으면서 전쟁에 대비하여 닦고 익히며 활 쏘고 사냥하는 것으로 기력을 높이니,
於是猛將悍卒 輩出乎其間 乃延敵列國 追亡逐北 因利乘使便宰割天下
어시맹장한졸 배출호기간 내정적열국 추망축북 인리승사편재할천하
終至始皇之世 振長策而馭宇內 呑二周而亡諸侯 制六合而鞭
종지시황지세 진장책이어우내 탄이주이망제후 제육합이편
笞天下 南郡百越北逐匈奴 胡人不敢南下而牧馬士不敢彎弓而報怨
태천하 남군백월북축흉노 호인불감남하이목마사불감만궁이보원
용맹한 장군과 굳센 군졸이 그 곳에서 배출되게 되었다. 이에 오랜 적들과 여러 나라가 연이어 망하고 북쪽으로 쫓겨가자 그 유리한 틈을 타고 천하를 나누어 다스렸으며, 결국에는 진시황의 치세에 이르러 오랜 책략을 떨치며 천하로 말을 몰아 종주(宗周)와 성주(成周)를 삼키고 제후들을 멸망시키고는 육종(六縱)의 연합을 제압하여 천하를 채찍질하게 되었다. 남으로 백월(百越)의 땅에 군(郡)을 설치하고 북으로는 흉노를 쫓아내니, 오랑캐들은 감히 남쪽으로 내려와 목축하려 하지 않았고 병사는 감히 활을 당겨 보복하려 하지 못하였다.
班固歎常爲天下之劇 晦庵推富强之業 易興以江南之地 原野底平
반고탄상위천하지극 회암추당강지업 역흥이강남지지 원야저평
漢分瀉風氣散漫 天産豊饒 於是民資川澤山林之饒 食魚稻果蛤之味
한분사풍기산만 천산풍요 어시민자천택산림지요 식어도과합지미
食物常足不憂凍餓 民生無艱優遊自足 則民皆生而亡積聚 信巫鬼而
식물상족불우동아 민생무간우유자족 즉민개생이망적취 신무귀이
반고(班固)는 천하가 항상 매몰차 짐을 한탄하더니, 회암(晦庵)이 부강의 기초가 되는 위업을 추진하여 장강 이남의 땅을 변화시키고 부흥시킴에, 낮고도 너른 들판에 장강과 한수가 나누어 넘쳐흐르고 바람의 기운도 매섭지 않아 천연 산물이 풍부하였다. 그러한 까닭에 백성들은 강택과 산림의 풍요를 바탕으로 물고기와 벼며 나무와 풀의 열매와 함께 고둥과 조개 등의 맛깔스러운 것을 먹었다. 음식과 물자가 항상 풍족하여 춥고 굶주림을 걱정하지 않았기에 백성들의 삶은 어려움 없이 한가로이 만족해하였으나, 곧 백성들이 모두 나태하게 인생을 즐기니 쌓아 두고 모아 둔 것은 모두 없어지고 무당과 도깨비만 믿으며
重淫祠 是以人皆輕放散 勇而不勁 歷觀漢籍 曾無一人民起於 南方而制
중음사 시이인개경방산 용이불경 역관한적 증무일인민기어 남방이제
天下者 是皆地理風氣之 所以能陶冶感薰 而人之所不能如何者也
천하자 시개지리풍기지 소이능도치감훈 이인지소불능여하자야
夫南方之濕熱 北方燥寒之之燥寒太白 崑崙之廣江河湖澤之渟流
부남방지습열 북방조한지지조한태백 곤륜지광강하호택지정류
부정한 사당만을 중하게 여겼다. 이로서 사람들은 모두 약빠르고 방자하며 용감하나 굳세지는 못하였다. 한나라 사적에 남방에서 일어나 천하를 제패한 자가 일찍이 한 명도 없음을 분명히 볼 수 있는데, 이는 모두 땅의 이치와 바람 기운으로 인해 능히 인재가 길러지고 교화에 물드는 까닭이니,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무릇 남방의 습기와 무더위, 북방의 건조와 추위, 태백과 곤륜의 거대함, 장강과 황하 및 호수와 못 등 물줄기의 머무르고 흐름을
誰安得以 易而遷徙之哉! 余於天人之際 固不敢長說 余於地人之際
수안득이 역이천사지재! 여어천인지제 고불감장설 여어지인지제
恨其執定而不能左右之 夫天下不幸之 莫大於失地利也
한기집정이불능좌우지 부천하불행지 막대어실지이야
그 누가 어찌 바꾸고 옮기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하늘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감히 길게 말하지 못하고 또한 땅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단정지어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음은 한스러우나, 무릇 천하의 불행 가운데 지리적인 이득을 잃어버리는 것 보다 더 큰 것은 없을 것이다
天下之物莫不具表裏 本末之異天下之事 莫不兼利害得失之雜故觀物者
천하지물막불구표리 본말지이천하지사 막불겸리해득실지잡고관물자
不可絞於表末 而棄其裡裏本創事者 不可拘於利得而忘其害失也
불가교어표말 이기기리리본창사자 불가구어이득이망기해실야
是以聖人明於天之道 而察於民之 故隨時觀從便行宜 而天下之事
시이성인명어천지도 이찰어민지 고수시관종편행의 이천하지사
천하의 사물 가운데 표리(表裏)나 본말(本末)의 두 모습을 모두 갖추지 않은 것이 없으며, 천하의 일 가운데 이해나 득실의 번거러움을 두루 겸비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한 까닭에 사물을 관찰하는 자는 겉과 끝에 얽매여 그 속과 밑을 버리지 말아야 하며, 일을 시작하는 자는 이득에 얽매여 그 해악과 손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함에 성인은 하늘의 도리에 밝음으로 해서 백성의 일을 살피게 된다. 그러기에 시기에 따라 변화를 관찰하고 편안함을 쫓아 마땅함을 행하니, 비로소 천하의 일은
始全利得而絶害失 愚者膠守古法而不知 通以致其牽滯 而家國以喪
시전이득이절해실 우자교수고법이부지 통이치기견대 이가국이상
拙者弊然捨長取短 自以爲察而反致其殃 此天下萬世之弊也 夫應時順
졸자폐연사장취단 자이위찰이반치기앙 차천하만세지폐야 부응시순
明天道而藉物性者 惟聖者能之 天下豈有聖賢 萬世而無索者耶?
명천도이적물성자 유성자능지 천하개유성현 만세이무색자야?
그 이득이 온전히 되고 해악과 손실은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옛 법에 집착하여 지킬 뿐 그 변화와 융통을 모르니, 이에 구애되고 막히게 되기에 이르므로 집안과 나라는 이로서 쇠망하게 된다. 옹졸한 자는 몸과 마음을 기울여 힘쓰지만 장점은 버리고 단점만 취하므로, 스스로 살핀다고 하면서 도리어 그 재앙에 이르게 되니, 이는 천하의 만대에 걸친 폐단이다. 무릇 때의 변화에 순응하며 하늘의 도리에 밝고 사물의 본바탕에 의지하는 것은 오직 성인만이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는데, 천하에 어찌 성인의 어짐을 도거리하고서 그렇게 만세에 걸쳐 무궁무진할 수가 있겠는가?
昔者太公始封 周公問 何以治齊 太公曰 擧賢而尙功
석자태공시봉 주공문 하이치제 태공왈 거현이상공
周公曰 後世必有簒殺之臣其後二十九世 齊爲强臣田和所滅
주공왈 후세필유찬역지신기후이십구세 제위강신전화소멸
周公始封太公問 何以治魯 周公曰 尊尊親親而
주공시봉태공문 하이치로 주공왈 존존친친이
옛날에 태공이 처음 피봉될 때 주공이 [제나라를 어찌 다스릴 것인가]하고 물으니 태공이 말하길 [어진 사람을 등용하고 공덕을 소중히 여기겠다] 하는지라, 주공이 이르기를 [후세에 반드시 임금을 죽이는 신하가 있을 것이다] 하였는데, 그 29세(世) 후에 제나라는 그 땅의 신하인 전화(田和)에게 멸망을 당하였다. 주공이 처음 피봉될 때 태공이 [노나라를 어찌 다스릴 것인가]하고 물으니 주공이 말하길 [존경해야 할 사람은 존경하고 가까이할 사람은 가까이하겠다] 하는지라,
太公曰 後世寢弱矣後魯 自文公以後 祿去公室政在大夫 陵夷微弱
태공왈 후세침약희후로 자문공이후 녹거공실정재대부 능이미약
遂爲楚所滅 夫太公周公者 世之所稱聖者也 立業垂憲未嘗有差
수위초소멸 부태공주공자 세지소칭성자야 립업수헌미상유차
末流而之弊猶然如此 地殊其方人各厥族 而互相對峙亘萬古
말류이지폐유연여차 지수기방인각궐족 이호상대치긍만고
태공이 이르기를 [후세에는 침체되어 약해 질 것이다] 하였는데, 그 후에 노나라는 문공(文公) 이후로 녹봉은 공후(公侯)의 집에서 떠나고 정치는 대부(大夫)의 손에 들어가니, 점차 미약해져서 마침내 초나라에 멸망하게 되었다. 무릇 태공과 주공은 세간에서 성자(聖者)라 말하는데, 위업을 세우고 법률을 드리움에 한치의 오차도 없었으나 끝에 이르러 그 폐단은 오히려 그와 같았다. 하물며 땅은 그 자리해 있는 곳이 틀리고, 사람은 각기 그 족속이 다르며, 서로 대치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爭雌雄而不知其極者 株守陳古之法 拘而不知者
쟁자웅이부지기극자 주수진고지법 구이부지자
安能向世間而求其勝也哉! 是故保其長而兼人之長者 覇棄其長而
안능향세간이구기승야재! 시고보기장이겸인지장자 패기기장이
用人之長者 弱棄其長而用人之弊者亡 何以知其然耶?
용인지장자 약기기장이용인지폐자망 하이지기연야?
자웅을 다툼에 그 끝을 모르는데, 펼쳐 놓은 옛 법을 어리석게 움켜쥐고 그것에 얽매여 변화를 알지 못한다면 어찌 능히 세상에 나아가 이기기를 바라겠는가! 그러한 까닭에 자기의 장점을 보호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배워 겸비하는 자는 우두머리가 되고, 자기의 장점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장점만을 사용하는 사람은 나약해 지며, 자기의 장점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폐단만을 사용하는 사람은 망하게 된다. 어찌 그리됨을 아는가?
昔者秦穆公問 由余曰 中國以詩書法度爲政 然尙時亂 今戎夷無此
석자진목공문 유여왈 중국이시서법도위정 연상시난 금융이무차
何以爲治由余笑曰 此中國之所以亂也 戎夷則不然 上含淳德以遇其下
하이위치유여소왈 차중국지소이난야 융이즉불연 상함순덕이우기하
下懷忠信以事其上 一國之政猶一身之治 不知所以治 此眞聖人之治也
하회충신이사기상 일국지정유일신지치 부지소이치 차진성인지치야
옛날에 진(秦)나라의 목공(穆公)이 유여(由余)에게 묻기를 [중국은 시서(詩書)와 법도(法度)로서 나라를 다스리지만 오히려 때때로 어지러운데, 지금의 융이(戎夷)는 이러한 것도 없이 어떻게 나라가 다스려 지는가?] 하니, 유여가 웃으며 이르기를 [이는 중국에 있어서 어지러운 이유가 융이에게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까닭입니다 . 윗사람은 순박한 덕으로 아랫사람을 대하고, 아랫사람은 충성된 믿음을 품고 윗사람을 섬기니, 한 나라의 정치가 마치 한 몸을 다스리는 것과 같은 까닭이므로, 다스리는 이유를 모르는 이것이 진실된 성인의 다스림입니다] 하였다.
夫上淳德而崇簡樸者 戎夷之所以爲强也 用是而乘中國之繁縟 則勝用是
부상순덕이숭간박자 융이지소이위강야 용시이승중국지번욕 즉승용시
而復學中國之繁縟 則勞若舍是而專學中國之繁縟 則亡此固然之勢也
이부학중국지번욕 즉로약사시이전학중국지번욕 즉망차고연지세야
무릇 순박하고 후덕함을 높이고, 간단하고 소박함을 숭상하는 것은 융이가 강자가 되는 이유이다. 이를 이용하고 중국의 복잡하고 번거로움을 극복한다면 곧 승리할 것이요, 이를 이용하면서 다시 중국의 복잡하고 번거로움을 배운다면 곧 수고스러울 것이며, 만약 이를 버리고 오로지 중국의 복잡하고 번거로움만 배운다면 곧 망할 것이다. 이는 진실로 그러한 형세일 것이다.
何以知其然耶? 昔者匈奴人衆不能當漢之 一郡而能不失其强者 用其所長
하이지기연야? 석자흉노인중불능당한지 일군이능부실기강자 용기소장
以撓其短也 夫匈奴之地 鉅野平沙 風氣凄冷 五穀不熟 草菜平蕪
이요기단야 부흉노지지 거야평사 풍기처냉 오곡불숙 초채평무
民皆家氈帳跨鞍馬 畜牧逐水草而遷徙之 乘中國之有 則一時蜂聚蟻合
민개가전장과안마 축목축수초이천사지 승중국지유 즉일시봉취의합
어찌 그리됨을 아는가? 옛날에 흉노가 사람의 숫자로는 한(漢)나라 한 개의 군(郡)에도 미치지 못하였지만 능히 그 강함을 잃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장점을 이용하고 그 단점을 꺾은 때문이다. 무릇 흉노의 땅은 거대한 들판과 평탄한 사막으로서, 바람의 기운은 싸늘하여 오곡은 익지 않고 풀과 잡초만이 너른 들에 무성하다. 백성들은 모두 털 담요로 장막을 쳐서 집을 삼고, 말안장에 걸터앉아 말을 몰아 목축을 하며 물과 풀을 쫓아 옮겨 다녔다. 그러다가 중국 땅에 틈이 생기면 곧 일시에 벌떼와 개미떼 같이 모여서
彎弓橫背寒向溫 剽掠邊塞 如勢頭不好 則撤帳拔鍋 携妻率子縱馬任適
만궁횡배한향온 표략변새 여세두불호 즉철장발과 휴처솔자종마임적
曾不顧戀此 其亘百世而爲中國之大也 及單于慕華靡 美而妻漢妃
증불고연차 기긍백세이위중국지대야 급단우모화마 미이처한기
胡俗而嗜漢物 舍之堅善而得漢繒絮以馳草棘中 舍重酪之便美而
호속이기한물 사지견선이득한증서이치초극중 사중락지편미이
활과 창을 비껴 들고는 추운 곳을 등지고 따뜻한 곳을 향하여 변방의 요새들을 사납게 공략하였으며, 형세가 여의치 않으면 곧 장막과 솥을 걷어 뽑고 처자를 거느리고 말을 몰아 마음대로 돌아가 버린 뒤 다시 돌아보는 미련은 두지 않았으니, 이것이 오랜 세월에 걸쳐 중국의 커다란 해독이 되었다. 선우(單于)에 이르러 중국의 아름다움만을 그리워하여 한나라의 비(妃)를 아내로 맞고 고유한 풍속을 변질시켜 한나라의 물건만을 즐기게 되니, 털옷의 견고하고 좋은 것은 버리고 한나라의 비단솜을 얻어 입고 초원의 가시나무 사이로 질주하였으며, 진한 젓의 편리하고 맛있는 것은 버리고
得漢食物 棄其簡樸而襲漢之繁縟夫! 學于人者難得出藍之譽 汲于流者
득한식물 기기간박이습한지번욕부! 학우인자난득출람지예 급우류자
只酌其餘波 天下之舍己學人者 不爲邯鄲學步者鮮矣 匈奴其無敗亡乎?
지작기여파 천하지사기학인자 불위감단학보자선의 흉노기무패망호?
雖然 豈但匈奴而已哉! 昔者拓拔氏 以胡之種 入據幽燕 承秦之後
수연 개단흉노이이재? 석자탁발씨 이호지종 입거유연 승진지후
한나라의 음식물을 얻어먹었으며, 그들의 간략하고 소박한 것은 버리고 한나라의 복잡하고 번거러움만을 물려받게 되었다. 무릇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자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명예를 얻기 어렵고, 흐르는 물을 긷는 자는 그 자투리 물결만을 퍼내게 되듯이, 자기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배우면서 한단(邯鄲)의 걸음걸이가 되지 않는 것은 드물다 하였으니, 흉노의 패망이 어찌 없을 것인가? 비록 그렇지만 어찌 단지 흉노뿐이겠는가! 옛날 탁발씨(拓拔氏)는 호갈(胡 )의 종족으로 유연(幽燕)에 들어와 자리하며 부건(符健)이 세웠던 전진(前秦)의 뒤를
而稱覇於中原 太武帝 始制叛逆 殺人姦盜之法 號令明白政事簡淸
이칭패어중원 태무제 시제반역 살인간도지법 호령명백정사간청
於是南擊宋北逐柔然 西定口厭月氏 波斯諸國 威名振乎當世
어시남격송북축유연 서정구염월씨 파사제국 위명진호당세
晋氏五胡之亂 立國于中原者十六 南北朝列國之興替不少 而曾無若後魏之
보씨오호지난 립국우중원자십육 남북조열국지흥체불소 이증무약후위지
이어 중원의 패자로 일컬어 졌다. 태무제 때 비로소 반역·살인·간음·도적에 관한 법을 제정하니, 호령이 명백하고 정사가 맑고 간략하였다. 이에 남쪽으로 송(宋)을 치고 북쪽으로 유연(柔然)을 쫓아내고 서쪽으로 압돌과 월씨 및 파사 등 뭇 나라들을 정벌하여 위세와 명성을 당대에 떨쳤으니, 진(晋)나라 오호(五胡)의 난리 때 중원에 나라를 세운 자가 열 여섯이었으며, 남북조 때 열국(列國)의 흥망성쇠도 적지 않았으나 후위(後魏)와 같은
富强矣 及于孝文帝之出而 乃發平城都洛陽 改姓易服 禁北俗之語
부강의 급우효문제지출이 내발평성도낙양 개성역복 금북속지어
立明堂設雍定樂章而 華靡立堯舜禹周公 孔子之祠 而其國卒至敗滅
립명당설옹정낙장이 화마립요순우주공 공자지사 이기국졸지패멸
夫此數事者 豈本亡國之事 而終不可學者耶! 余未嘗以爲然
부차수사자 개본망국지사 이종불가학자야! 여미상이위연
부강함은 없었다. 그러나 효문제가 즉위함에 이르러 이내 평성(平城)을 떠나 낙양(洛陽)에 도읍을 정하였으며, 성씨를 고치고 복식을 바꾸며, 북쪽 풍속의 언어를 금지시키면서 명당(明堂)을 세우고 벽옹( 雍)을 건설하였으며, 악장(樂章)을 정하여 화려하게 꾸미고는 요·순·우·주공·공자의 사당을 세우니, 그 나라는 마침내 패망하게 되었다. 무릇 이런 몇 가지 일들이 어찌 나라를 패망시키는 근본이 되겠는가 마는, 아무래도 배울 만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내가 일찍이 그렇다고 여긴 적은 없지만,
此特已舍其長而無存 求學于人而未就 只得其末流之病弊故矣
차특이사기장이무존 구학우인이미취 지득기말류지병폐고의
於是舊俗已泯而害毒方新 夫奚暇救其敗沒渙散哉!
어시구속이민이해독방신 부해가구기패몰환산재?
이것은 특별히 자신들의 장점은 이미 버렸기에 남아 있는 것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배움을 구하고자 하였으나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단지 그 말단의 병폐만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옛 풍속은 이미 다 없어지고 그 해독만이 바야흐로 새로워지니, 무릇 어느 겨를에 패몰하여 흩어진 것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女眞者肅愼之後也 其古風泯滅 雖不知書 然猶有祭天地 敬親戚尊耆老
여진자숙신지후야 기고풍민멸 수부지서 연유유제천지 경친척존기노
接賓客信朋友 禮意款曲 皆出於古聖帝之垂訓 賢侯之立敎也 方其奮興於
접빈객신붕우 예의관곡 개출어고성제지수훈 현후지립교야 방기분흥어
黑水之地也 以一枝之師 席卷遼滿 越長城而屠京 禽徽欽而北去 叱孤主而
흑수지지야 이일지지사 석권요만 월장성이도경 금휘흠이북거 질고주이
여진(女眞)은 숙신(肅愼)의 후예이다. 그 옛 기풍은 다하여 없어지고 비록 글도 알지 못하지만, 여전히 천지에 제사를 지내고 친척을 공경하며 노인을 존경하고 손님을 맞고 벗을 믿는 등 예의바른 마음에 다정하고 성의가 있음은 모두 옛 성제(聖帝)께서 펼친 교훈과 어진 제후들이 세운 교화에서 나온 것이다. 바야흐로 흑수의 땅에서 떨치고 일어나서 한 갈래의 군사만으로 요동과 만주를 석권하였으며, 장성을 넘어 변경( 京)을 도륙한 뒤 휘흠(徽欽)을 사로잡아 북쪽으로 보내고 고주(孤主)를 꾸짖어
南竄 跨幽燕而鞭笞中原之士 於是趙家君臣 莫不輸誠納款 稱臣呼侄
남찬 과유연이편태중원지사 어시조가군신 막불수성납관 칭신호질
苟乞殘喘秦檜韓胤之徒 咸匍匐而獻媚此誠 千古之快事而東方諸族之誇也
구걸잔천진회한윤지도 함포복이헌미차성 천고지쾌사이동방제족지과야
雖然 其弊在於急一時之利 踵久壞之法 及其中葉 鄙遼儉樸
수연 기폐재어급일시지이 종구괴지법 급기중엽 비요검박
남쪽으로 귀양을 보냈으며, 유연(幽燕)을 넘어 중원의 선비들을 매질하였다. 그러자 조가(趙家)의 군신들 가운데 정성과 성의를 보내며 신하를 자칭하고 조카라고 스스로를 일컬어 남아 있는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자가 없었으며, 진회(秦檜)와 한윤(韓胤)의 무리는 모두 엉금엉금 기면서 아첨을 떨었으니, 이는 진실로 천고의 쾌사이며 동방 제후의 자랑이다. 비록 그렇지만 그 폐단은 한 때의 이익에 급급하여 오랜 폐악을 답습한데 있었으니, 그 중엽에 이르러 요(遼)의 검소하고 소박함을 깔보고
襲宋繁縟之文 懲宋寬柔 加遼操切之政 是棄二國之所長 而倂用其所短也
습송번욕지문 징송관유 가요조절지정 시기이국지소장 이병용기소단야
於是繁縟勝而財用竭 操切勝而民人害 夫國用民心離 而金安得不亡乎
어시번욕승이재용갈 조절승이민인해 부국용민심이 이금안득불망호
송(宋)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글을 따랐으며,송(宋)의 너그럽고 부드러움은 제재하고 요(遼)의 엄격한 정치만을 더하게 되었는데, 이는 두나라의 장점을 버리고 그 단점들을 아울러 쓴 격이다. 그러한 까닭에 복잡하고 번거로움이 기승을 부리니 재정은 바닥이 나고, 엄격한 정치가 기승을 부리니 백성들은 피해를 입었다. 무릇 나라의 살림이 고갈되고 백성의 마음이 떠났는데 금나라가 어찌 망하지 않겠는가!
噫!天異候地殊勢 國異俗民人各枝 安有舍其能而不危者 安有學乎人
희!천이후지수세 국이속민인각지 안유사기능이불위자 안유학호인
而易其性者耶? 余於是乎 歎造翁之於物也 不能無厚薄 而君師之於政也
이역기성자야? 여어시호 탄조옹지어물야 불능무후박 이군사지어정야
不可不三思之也 今夫愛親氏者 赫圖阿羅之人也 其先遠出於之後
불가불삼사지야 금부애친씨자 혁도아라지인야 기선원출어지후
오호라! 하늘은 모습이 다르고 땅은 형세가 틀리며, 나라마다 풍속이 다르고 사람마다 기술이 제각각 인데, 자기의 능함을 버리고 어찌 위태롭지 않은 자가 있겠으며, 다른 사람에게 배운다고 그 본 바탕이 바뀌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그러한 까닭에 조물주가 사물에 대해 두텁고 얇음이 없을 수 없고, 임금이 정치를 행함에 세번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됨을 찬탄하는 것이다. 지금에 무릇 애친씨(愛親氏)는 혁도아라(赫圖阿羅) 사람이다. 그 선조는 멀리 속진의 후예에서 나왔고
其民多承 句麗渤海之衆 是爲舊檀氏之遺裔 庶可斷焉而今夫!
기민다승 구려발해지중 시위구단씨지유예 서가단언이금부!
人然以小華自耀 肯認滿洲而爲親乎? 彼等之於女眞 已以蠻胡斥之
인연이소호자요 긍인만주이위친호? 피등지어여진 이이만호척지
그 백성들은 고구려와 발해의 무리 중에서 많이 이어받았으니, 이들이 남아 있는 단군의 후예가 됨을 거의 단정지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사람들은 떠들썩하게 스스로를 ‘소중화(小中華)’라고 뽐내고 있으니, 만주가 우리와 친척됨을 긍정하고 인정하려 하겠는가? 저들 등이 여진을 대함에 있어서도 이미 오랑캐로 여기고 그들을 배척하고 있으니,
其於滿洲 寧怪其罵斥耶? 且彼等之與朝鮮 角立者已尙矣
기어만주 녕괴기매척야? 차피등지여조선 각립자이상의
而與諸胡相混者久矣 其勢安能復合而悔其久分耶? 此不必長說也
이여제호상습자구의 기세안능부합이회기구분야? 차불필장설야
우리가 만주를 대하며 욕하고 배척하는 것을 어찌 괴이하다고만 하겠는가! 또한 저들 등이 조선과 더불어 대립한 지가 이미 오래이며, 뭇 오랑캐와 더불어 서로 섞인지가 오래이니, 그 형세가 어찌 능히 다시 합치고서 오랫 동안 갈라져 있었음을 후회할 수 있겠는가! 이는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至如太祖努爾哈赤 蹶然奮興於建州之地 率八旗之師而席卷滿洲 創金汗國
지여태조노이합적 궐연분흥어건주지지 솔팔기지사이석권만주 창금한국
而虎視東西 乘明朝之衰而奪遼東 因流賊之亂而奄據幽燕 於是下髮之令
이호시동서 승명조지쇠이탈요동 인유적지난이엄거유연 어시하발지령
立國史之 禽永明而掃淸海內 服諸汗而倂呑漠北 其政令之所出
임국사지 금영명이소청해내 복제한이병탄막북 기정령지소출
태조 누루하치에 이르러 궐연히 건주(建州) 땅에서 떨치고 일어나서 팔기병(八旗兵)을 거느리고 만주를 석권하였고, 금한국(金汗國)을 세우고는 동서를 호시탐탐 살피다가 명 왕조가 쇠퇴해진 틈을 타고 요동을 탈취하였으며, 도처의 도적들로 어지러운 틈을 타고 유연(幽燕)을 점거하여 버렸다. 이에 변발령을 내리고 국사관(國史 )을 세웠으며, 영명(永明)을 사로잡아 나라안을 깨끗이 한 뒤에 뭇 우두머리들을 굴복시켜 막북(漠北)을 아우르니, 그 명령이 나아가고
八旗之所向 更無堅城强壁矣 處處蜂起 復明之志士 曾不幾何而敗
팔기지소향 갱무견성강비의 처처봉기 부명지지사 증불기하이패
盖自有史以來 塞外諸族 入帝漢土者 未有若此之强且盛者 我國之士
개자유사이래 새외제족 입제한토자 미유약차지강차성자 아국지사
雖曰 日夜以南漢之切齒 以區區東援壬辰之誼 欲向明而圖報
수왈 일야이남한지절치 이구구동원임진지의 욕향명이도보
팔기병이 향하는 곳에는 견고하고 강한 성벽이 없었기에 곳곳에서 벌때 같이 명(明)의 부활에 뜻이 있는 선비가 일어났으나 다시 어찌할 수 없이 꺾이고 패하였다. 아마도 유사이래 변방 밖의 뭇 종족 가운데 황제가 다스리는 한나라 땅에 들어온 것 중에서 이처럼 강하고도 번성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선비들이 비록 밤낮으로 남한산성의 치욕에 대해 이빨을 갈면서 임진년에 신통치 않게 도움을 받은 의리로 명나라에 대해 보답하고자 하지만, 내가 보장하건대
然百年之內 余保其必無是事矣 夫區區鴨水以南 數千里之地
연백년지내 여보기필무시사의 부구구압수이남 수천리지지
衆寡之數已自懸絶 而又自却女眞以爲胡 斥滿洲以爲虜 東控于倭西戀于明
중과지수이자현절 이우자각여진이위호 척만주이위로 동공우위서련우명
民復奚暇能養其力哉! 然則淸之勢威 可謂猛矣 然而其後孫 若至於慕漢俗
민부해가능양기력재! 연즉청지세위 가위맹의 연이기후손 약지어모한속
1백년 안에는 기필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무릇 변변치 못하게 압록강 이남의 수천 리 땅에서 적은 숫자의 무리로 이미 스스로가 절박함에 매달려 있으며, 또한 스스로 여진을 오랑캐로 여겨 물리치고 만주를 호로(胡虜)로 여겨 배척하며, 동쪽으로는 왜놈들에게 손발이 묶인 채 서쪽으로 명나라를 그리워하고자 하니, 백성들이 다시 어느 겨를에 능히 힘을 기를 것인가! 청(淸)의 위세는 가히 맹렬하다 할 것이지만, 만약 그 후손들이 한나라 풍속을 사모하여
而棄其本 操漢語而賦其詞 后吳姬而嬪越女 八旗之兵而事田獵
이기기본 조한어이부기사 후오희이빈월여 팔기지병이사전렵
紹堯舜之道而演其說 膏粱而飽華靡 則漢土好說之士 皆然以師傅自傲
소요순지도이연기설 고량이포화미 즉한토호설지사 개연이사전자오
夷狄鄙之起而戮滿胡 復孰能禦之哉! 不出數百年 淸必亡於善之士也
이적비지기이륙만호 부숙능어지재! 불출수백년 청심망어선지사야
자신들의 근본을 버리고 한나라 말로서 글을 짓고 오나라 계집과 월나라 계집을 황후와 비빈으로 앉히며, 팔기병을 몰아 밭에서 사냥하고 요순의 도를 이어 그 말을 치장하며, 고량진미를 배불리 먹으며 화려하고 사치스러움에 만족해한다면, 곧 앵앵거리던 한나라 땅의 말하기 좋아하는 선비들이 모두 시끌벅적하게 스스로를 거만히 스승이라 여기고 이적(夷狄)을 천하게 여기며 무리 지어 일어나 만주의 오랑캐들을 도륙할 것이니, 누가 다시 그들을 능히 제압할 수 있겠는가! 수백 년이 지나지 않아 청나라는 반드시 떠들기 잘하는 선비에게 망할 것이다.
若天假余以再生 使置數百年之後 則余可服東服而操淸語
약천가여이재생 사치수백년지후 즉여가복동복이조청어
跨駟馬而說淸帝 談同祖陳利害 與朝鮮倂據遼滿 幽營之地
과사마이설청제 담동조진이해 여조선병거요만 유영지지
北誘野人而爲前驅 東聯倭而使撓其南鄙夫! 然後朝鮮之强可復
북유야인이위전구 동련왜이사요기남비부! 연후조선지강가부
만약 하늘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여 수백 년 뒤로 놓아두기만 한다면, 곧 나는 우리나라 옷을 입고 청나라 언어를 구사하며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에 올라앉아 청나라 황제를 설복하여 우리가 같은 조상임을 얘기하고 그 이해 득실을 나열할 것이니, 조선과 더불어 요만(遼滿)과 유영(幽營)의 땅에 나란히 웅거하여, 북으로는 야인(野人)을 꾀어 선봉으로 삼고 동으로는 왜(倭)와 연합하여 그들로 하여금 남쪽의 천한 종족들을 휘어잡게 하자고 할 것이다. 무릇 그러한 후에야 조선의 강성함은 다시 살아날 것이요
而漢之慢可挫矣 不然者今朝鮮之勢 滔滔日下 只管虛弱而不思奮勵
이한지만가좌의 불연자금조선지세 도도일하 지관허약이불사분려
不出數百年 朝鮮必復敗於强矣 頹然孰能支之乎
불출수백년 조선필부패어강의 퇴연숙능지지호
한나라의 거만함은 좌절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조선의 형세가 저무는 해를 따라가듯 하기에 단지 허약함만을 돌보아서는 떨치고 나와서 힘을 쓰는 것은 생각도 못해 볼 것이며, 수백 년이 지나지 않아 조선은 반드시 강한 이웃에게 다시 패망할 것이니,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누가 능히 지탱하겠는가!
余嘗論之强國之要有三 一曰地廣而物博 二曰人衆而合 三曰恒守其性
여상론지강국지요유삼 일왈지광이물박 이왈인중이합 삼왈항수기성
而不失其長 此所謂地利人和及 保性也而朝鮮則 得地利而不全
이부실기장 차소위지이인화급 보성야이조선즉 득지이이불전
失人和而亡其性 此萬世之患也 何謂得地利而不全 夫朝鮮地之北連大荒
실인화이망기성 차만세지환야 하위득지이이불전 부조선지지북련대황
내가 일찍이 말하기를 강한 나라의 요건에는 세가지가 있다 하였다. 그 첫번째가 땅이 넓고 산물이 풍부한 것이고, 그 두번째가 사람이 많으면서 화합하는 것이며, 세번째는 항상 그 본바탕을 지키며 자기의 장점을 잊지 않는 것인데, 이는 지리적 이익과 사람의 화합 및 본바탕의 보전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은 지리적인 이익을 얻었으나 온전한 것이 못 되며, 사람들은 화합을 잃은 데다 본 바탕을 망각하고 있으니, 이것은 만세에 걸친 근심이라 할 것이다. 지리적인 이익을 얻었으나 온전한 것이 못된다 함은 무엇을 말함인가? 무릇 조선의 땅은 북으로 대황(大荒)과 연결되어 있으니
則凍天氷地斷我後退之路西接蒙古 而萬里流沙斷我左展之臂 西南隣漢土
즉동천빙지단아후퇴지로서접몽고 이만리유사단아좌전지비 서남린한토
而無泰岳峻峙長江大河之限 則其勢易於進攻 難於防守 東南阻大海
이무태악준치장강대하지한 즉기세역어진공 난어방수 동남조대해
而無前進一步之土 且漢人者 盤據萬里金탕之地容百族以爲衆
이무전진일보지토 차한인자 반거만리금탕지지용백족이위중
곧 얼어붙은 하늘과 빙판 같은 땅이 우리의 퇴로를 끊고 있고, 서쪽으로는 몽고와 접하니 만리에 뻗친 사막이 우리의 왼쪽으로 뻗은 팔뚝을 끊고 있으며, 서남으로는 한나라 땅과 인접하여 있으나 태산의 험준함이나 장강의 큰 물줄기 같은 경계가 없기에 곧 그 형세가 나아가 공격하기는 쉬우나 지켜 방어하기는 어렵고, 동남으로는 큰 바다에 가로막혀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땅이다. 한나라 사람들은 만리에 뻗친 철옹성 같은 땅에 자리잡고 살면서 수많은 종족을 포용하여 이들로 그 무리를 삼고,
蓄布粟以爲富 鍊百萬之師而以爲强 則恒涉野跨海 以侵西鄙時有强桀者
축포속이위부 련백만지사이이위강 즉항섭야과해 이침서비시유강걸자
蹶起於北方 則爲後顧之慮 必來攻倭海洋萬里 各據島嶼 有事則以易自保
궐기어북방 즉위후고지려 필래공왜해양만리 각거조서 유사즉이역자보
無事則順風駕帆 任志來寇譬如床下 之恒致其苦 若我常强而無衰
무사즉순풍가범 임지래구비여상하 지항치기고 약아상강이무쇠
베와 곡식을 축적하고 1백만의 군대를 훈련시켜 이로서 부강함을 삼으며, 항상 들을 건너고 바다를 뛰어 넘어 그로서 서쪽의 천한 종족들을 침략하였다. 때때로 뛰어나게 강인하고도 굳세어 굴하지 않는 자가 나타나 북방에서 떨치고 일어나면 곧 뒷날의 우환을 염려하여 반드시 와서 으르고 공격하였다. 왜(倭)는 바다 1만리의 크고 작은 섬에 제각기 살면서 유사시에는 쉽사리 스스로를 보호하다가 무사하면 곧 순풍에 배를 몰아 마음대로 와서 노략질을 하니, 마치 마루 아래의 등에가 항상 골치인 것과 같다. 만약 우리가 항상 강하여 쇠퇴함이 없으면
則可抑漢士而郡其地 斥倭寇而鎖其海 可號令天下囊括宇內也 若我勢一弱
즉가억한사이군기지 척왜구이쇄기해 가호령천하낭괄우내야 약아세일약
則敵騎長驅 蹂闔國虜掠吏民 焚燒閭里此 所謂得地利而不全者也
즉적기장구 유합국노략사민 분소여리차 소위득지이이불전자야
곧 한나라 선비들을 눌러 그 땅에 군림하고 왜구를 배척하여 그 바다를 봉쇄할 것이니, 가히 천하를 호령하며 세상을 주머니 속에 넣고 주무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의 기세가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곧 바로 적의 병사가 멀리로부터 말을 몰고 와서 온 나라를 유린하고 백성들을 노략질하며 고을을 불사를 것이니, 이것이 소위 지리적인 이익은 얻었으나 온전한 것이 못되는 바이다.
昔者蚩尤氏卽帝位於鹿 屹達陳兵於岐 藍侯建四侯於殷地 奄薄姑王
석자치우씨즉제위어록 흘달진병어기 람후건사후어은지 엄박고왕
誘三監而唆武庚 幾撓周室徐偃王抑宗周而王潢池之 東朝三十六國
유삼감이사무경 기요주실서언왕억종주이왕황지지 동조삼십육국
後世遼金淸者 皆起於舊朝鮮地而有中原 高句麗之方盛也
후세요금청자 개기어구조선지이유중원 고구려지방성야
옛날에 치우씨는 탁록에서 제위에 올랐고, 흘달 임금은 빈·기에 병사를 주둔시켰으며, 남후는 은나라 땅에 네 제후를 세웠고, 엄박고왕(奄薄姑王)은 삼감(三監)을 꾀고 무경(武庚)을 부추켜 주나라 왕실을 거의 휘어잡았으며, 서언왕(徐偃王)은 종주(宗周)를 누르고 황지(潢池)의 동쪽을 다스려 서른 여섯 나라로부터 조회를 받았다. 그 뒤에 요(遼)와 금(金) 및 청(淸) 등이 모두 옛 조선의 땅에서 일어나 중원 땅을 차지하였으며, 고구려가 막 번성하려고 할 때에는
强兵百萬南擊吳越 北挑幽燕齊魯 恒虎威於漢方 百濟則跨渤海而
강병백만남격오월 북도유연제로 항호위어한방 백제즉과발해이
略遼西晉平 越草海而占越州 新羅則鯨濤萬里 陳雄兵於明石
략료서진평 월초해이점월주 신라즉경도만리 진웅병어명석
刑白馬而盟赤關此皆 我强而易於攻彼 是得地利也
형백마이맹적관차개 아강이역어공피 시득지이야
강병이 1백만으로서 남방의 오와 월을 치고 북방의 유연(幽燕) 및 제.노(齊.魯)등과 싸움을 일으키는 등 항상 한나라 땅에 위엄을 세웠다. 백제는 발해를 뛰어넘어 요서와 진평을 공략하였고 초해를 건너 월주를 점령하였다. 신라는 1만리 길의 거대한 파도를 넘어 명석(明石)에 뛰어난 병사들을 주둔시키고 백마를 잡아 적관(赤關)의 맹세를 받았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우리가 강하면 저들을 공략하기 쉬운 것이니 이것이 지리적인 이익이다.
규원사화 - 만설漫說 3
若夫檀氏之世 有兪之寇列國之時 箕氏蒙東胡之侵 丸都焚蕩后妃被虜
약부단씨지세 유유지구열국지시 기씨몽동호지침 환도분탕후비피로
平壤敗沒 而公侯世族及士民之被掠者二十八萬 黃山將殞 泗城陷白馬江頭
평양패몰 이공후세족급사민지피략자이십팔만 황산장운 사성함백마강두
胡馬爭嘶 落花岩畔 芳魂亂飄忽汗之滅 而渤海之民放散四處 雖謀復圖興
호마쟁시 락화암반 방혼란표홀한지멸 이발해지민방산사처 수모부도흥
무릇 단군의 치세 때는 설유의 노략질이 있었고, 열국시대에는 기씨(箕氏)가 동호의 침략을 입어 환도성이 깡그리 불타고 후비들이 포로로 잡혀갔으며, 평양이 패망하여 몰락하니 공후(公候)와 세족(世族) 및 선비와 백성 등을 노략질해 간 숫자만 28만이었다. 황산벌에서 장군이 운명하고 사비성이 함락되자 백마강 머리에서 오랑캐 말들이 다투어 울고 낙화암의 물가에는 꽃다운 넋들이 어지러이 떨어졌으며, 홀한(忽汗)의 멸망으로 발해의 백성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비록 부흥을 도모하기를
數百餘年而終致其殘滅 夫勝朝以後累百年間事 誰肯顔而過問哉!
수백여년이종치기잔멸 부승조이후루백년간사 수긍언이과문재!
降至壬辰之役而八域魚肉 丙子之禍而州里蕭然! 今世之人溺於虛文
강지임진지역이팔성어육 병자지화이주리소연! 금세지인익어허문
閒於衰弱 棄其道而咀宋儒之餘唾 貶其君而比外邦之臣僕 盖歷觀
한어쇠약 기기도이저송유지여타 폄기군이비외방지신박 개력관
수백여 년이었으나 결국에는 죽임을 당하여 멸망하기에 이르렀다. 무릇 고려조 이후 수백년 간의 일을 그 누가 기꺼이 나서서 얼굴을 붉히며 물어 오겠는가? 아래로 임진왜란의 어려움에 이르러서는 팔도가 진창이 되었으며, 병자호란의 재앙을 만나서는 고을들이 쓸쓸하였다. 더욱이 지금 세대의 사람들은 헛된 글에 빠져 하릴없이 쇠약해지고, 자신의 도는 버리고 송나라 유생이 뱉은 침을 곱씹으며, 자신들의 임금을 깎아 말하여 외국 신하의 몸종에 비기고 있다. 대저 근세의 지난 일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近世之往事 傍察今代之趨勢 舍大猷而謀小欲 擲公戰而圖私益
근세지왕사 방찰금대지추세 사대유이모소욕 척공전이도사익
公宣而室以循其家 漁細民以肥其腹 而以區區零之事 然醉中談夢
공선이실이순기가 어세민이비기복 이이구구령지사 연취중담몽
蝸角爭勝滔滔之勢 日下而不振 已無我力而謀賴於人 此勢已孤弱而
와각쟁승도도지세 일하이불진 이무아력이모뢰어인 차세이고약이
지금 세대의 추세를 그 곁에서 관찰해 보면, 큰 계책은 버리고 작은 욕심만을 꾀하며, 공동을 위한 싸움은 내팽개치고 사사로운 이익만을 도모하며, 조정을 좀먹어 이로 가문을 다독거리며, 가난한 백성들을 약탈하여 자신들의 배를 살찌우며, 자질구레한 일들을 가져다 희믈그레한 눈매로 취중에 꿈 얘기하듯 하면서 쓸데없는 승부나 다투고 있다. 이처럼 세상의 흘러가는 형세가 마치 저무는 해와 같아서 떨치고 일어서지 못하고 이미 스스로의 힘은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자 하고 있으니, 그 형세는 이미 나어린 고아가
倂亡其本性也 後世若有强者 代淸而興則 必脅其主而誘其臣 郡其地而隸
병망기본성야 후세약유강자 대청이흥즉 필협기주이유기신 군기지이예
其民矣 今日之所以 溺於安逸而茫然無爲者 豈非後日 呼飢寒之因耶?
기민의 금일지소이 익어안일이망연무위자 개비후일 호기한지인야?
余之所謂 不出數百年而必爲强所敗者 豈矯激之語耶? 噫!
여지소위 불출수백년이필위강소패자 기교격지어야? 희!
아울러 그 본 바탕 마저 잃은 꼴이라 할 것이다.후세에 만약 강한 이웃이 있어 청나라를 이어서 일어난다면, 곧 반드시 우리의 임금을 협박하고 그 신하를 꼬여 이 땅에 군림하며 이 백성들을 노예로 부릴 것이다. 오늘날 안일함에 빠져서 우두커니 아무일 없이 있는 것이 어찌 뒷날에 주리고 춥다고 울부짖는 원인이 되지 않겠는가? 수백 년이 지나지 않아 반드시 강한 이웃에게 패하고 말 것이라고 내가 일컬은 것이 어찌 지나치게 과격한 말이라고만 하겠는가. 오호라 슬프도다!
昔者檀儉之肇基立業也 以無爲爲道 以寧靜爲行 扶善滅惡 入孝出忠
석자단검지조기립업야 이무위위도 이녕정위행 부선멸악 입효출충
此誠萬世聖之萬世之聖訓也 雖然後屬疎遠而益相分 風土互殊而別其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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且膠守陳法而不知應變 遠事進攻以求攘拓 而其功不得永固 歷檀氏千數百年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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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단군 임금이 나라의 기초를 열어 위업을 세우고 무위의 도로서 고요히 행함에, 선을 북돋우고 악을 멸하며, 들어서면 부모에게 효도하게 하고 나서면 나라에 충성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진실로 만세에 걸친 성인의 교훈이다. 비록 그러하나 후손들이 점차 소원해 지고 게다가 서로 나누어지게 되니, 풍토가 서로 틀림에 생업을 서로 달리하게 되었다. 또한 진부한 법에 얽매여 변화에 순응할 줄 모르니, 멀리 원정을 나아가 공략하여 오랑캐를 내쫓고 땅을 넓히고도 그 공덕을 영원히 굳히지 못하고 단조(檀朝) 1천 수백 년의
隆運而已 作列國分治之勢 於是人和已失而地利亦去 雖三國與渤海者
륭운이이 작렬국분치지세 어시인화이실이지이역거 수삼국여발해자
得振古威以光我國 而其後無足可聞者! 金庾信與太宗王 恨麗濟之交攻
득진고위이광아국 이기후무족가문자! 김유신여태종왕 한려제지교공
憤國威之不揚 乃誘唐兵而滅其同族 奉封策而辱其祖宗 實爲萬世之開醜
분국위지불양 내유당병이멸기동족 봉봉책이욕기조종 실위만세지개추
융성함에 지날 뿐이었다. 열국 분할통치의 형세를 이루고 나자 인화(人和)는 이미 잃어버렸으며, 지리적 이득 역시 없어지고 말았다. 비록 삼국이 발해와 더불어 옛 위세를 얻어 떨치고 우리나라를 빛내었으나, 그 후에는 그다지 귀 기울일 만한 것이 없었다. 항차 김유신과 태종왕이 고구려와 백제가 번갈아 침공해 옴을 한탄하고 나라의 위세가 드날리지못함을 분하게 여기다가, 이에 당나라 병사를 끌어들여 동족을 멸망시키고 당의 봉책을 받들어 조종(祖宗)을 욕되게 하였으니, 실로 만세에 걸친 추악함의 시작이라 할 것이다.
夫羽翼折 則鵬失扶搖之勢 唇已亡則齒不免凍寒矣 新羅旣引敵國而
부우익절 즉붕실부요지세 진이망즉치불면동한의 신라기인적국이
同族棄祖宗之土而不能復 夫內其親外親敵 而能無孤弱 則天下之人
동족기조종지토이불능부 부내기친외친적 이능무고약 즉천하지인
亦可倒行逆施而無所也 割股充而無所也 造翁豈有 如斯非理耶!
역가도행역시이무소야 할고충이무소야 조옹기유 여사비리야!
무릇 날개 깃이 꺾이면 곧 붕새는 힘차게 나는 기세를 잃어버리게 되고, 입술이 없으면 곧 이빨이 시려움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신라는 이미 적국을 끌어들여 동족을 죽였으며, 조종(祖宗)의 땅을 버리고는 다시 회복하지 못하였다. 대저 안으로 친척을 원수로 여기고, 밖으로 원수나 적들과 친하게 지내고도 능히 외롭고 약해지지 않는다면, 곧 천하의 사람들 역시 거꾸로 행하고 거슬러 시행하여도 어리석지 않다 할 것이며, 다리를 베어 배를 채우고도 굶주리지 않았다 할 것이다. 조물주에게 어찌 이와 같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있는가!
宇宙之內蒼茫之外 果有一大精靈 貫流周包而推運之者耶?
우주지내창망지외 과유일대정영 관류주포이추운지자야?
造翁之生人也 欲其養善滅惡 以率萬物者耶? 質之外果有精靈
조옹지생인야 욕기양헌멸악 이솔만물자야? 질지외과유정영
能扶善滅惡 通性完功 則身固有死 而靈可以朝天入神鄕耶?人之於生也
능부선멸악 통성완공 즉신고유사 이영가이조천입신양야?인지어생야
우주의 안으로 아득히 넓은 그 언저리에 과연 한 큰 정령(精靈)이 있어 일체를 꿰뚫어 흐르고 두루 감싸안으며 이 세상을 밀어 운행하게 하고 있는가? 조물주가 사람을 낳게 한 것은 선을 기르고 악을 멸하여 이로서 만물을 통솔하게 하고자 했던 것인가? 신체의 바탕 외에 과연 정령이 있어 능히 선을 북돋우고 악을 멸하며, 본바탕에 통하여 맡은 일을 온전히 함으로서 곧 신체는 물론 죽음이 있더라도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서 신의 고향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只可安分樂道 忍辛耐苦 而無怨則足耶? 存性養志 行善而不怠
지가안분락도 인신내고 이무원즉족야? 존성양지 행선이불태
使得俯仰無愧 則雖死而無餘亦足耶? 噫! 此數者者此數事者
사득부앙무괴 즉수사이무여역족야? 희! 차수자자차수사자
豈可以易爲言哉! 余誇爲東夷之人 可對天下而無愧乎! 余歎上古之武勇
개가이역위언재! 여과위동이지인 가대천하이무괴호! 여탄상고지무용
단지 본분을 지키고 도리를 즐기며 괴로움을 참고 견디어 원망함이 없으면 곧 족한 것인가? 본바탕을 지니고 뜻을 기르며 선을 행함에 태만하지 않고,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아 부끄러움이 없으면 비록 죽어서 남는 것이 없다 할 지라도 역시 만족한 것인가? 오호라! 이 몇 가지 일들 또한 어찌 쉽게 말처럼 되겠는가! 내가 동이의 사람됨을 자랑으로 여기기에 천하를 대함에도 무슨 부끄러움이 있겠는가! 내가 상고 시대의 용맹스러운 무예에 탄복하고 있지만,
而今世之人 皆可不勞戈戟 東斥西攘 使國復置於富强之域耶? 噫!
이금세지인 개가불로과극 동척서양 사국부치어부강지역야? 희!
此數事者 今雖弊其舌而說之 乃算死兒之齡而已也 亦復何大益之有夫!
차수사자 금수폐기설이설지 내산사아지령이이야 역부하대익지유부!
幸不偏技無專 民物不可無危難 而家國之興亡 飜覆無常 今朝鮮之不幸
신불편기무전 민물불가무위난 이가국지흥만 번복무상 금조선지불행
지금 세대의 사람들은 어이하여 모두가 군사의 일에 힘을 써서 동쪽과 서쪽으로 적들을 몰아내고 이 나라를 다시 부강의 강역으로 올려놓으려 하지 않는가? 오호라! 이 몇 가지 일들 또한 지금 비록 혀가 닳도록 말하지만 그저 죽은 아이 나이 헤아리기일 따름이니 다시 무슨 큰 이득이 있겠는가! 무릇 행운은 편중되지 않고 재주는 독점됨이 없기에 백성과 사물에게는 위난이 없을 수 없고 가문과 국가의 흥망은 반복됨이 무상하다 할 것이니, 지금 조선의 불행 또한
是亦將幸之端歟! 余觀夫! 人心之分裂 民氣之銷沈而不能不投筆長歎也
시역장신지단여! 여관부! 인심지분렬 민기지소침이불능불투필장탄야
嗟桓因乎! 嗟桓因乎! 今片區震域一脈遺民 其將奚爲! 其將奚爲!
차환인호! 차환인호! 금편구진역일맥유민 기장해위! 기장해위!
장래 행운의 실마리가 될 것인가? 내가 살펴보건대 인심은 분열되고 백성의 사기는 소침하니, 이에 붓을 던지고 길게 탄식을 하지 않을 수가 없도다. 오호라 환인(桓因)이여! 오호라 환인(桓因)이여! 지금의 한 조각 진역(震域)과 한 줄기 유민(遺民)은 장차 어찌될 것인가! 장차 어찌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