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라이딩은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고민이 깊었습니다.
생각난 후보지로는 김제 진봉면의 김제천리길새만금바람길, 군산말랭이마을과 탁류길, 부여 가림성 사랑나무 등이다.
망해사 방향의 새만금바람길은 바람 때문에 꺼려 졌고 군산말랭이마을은 라이딩 시간이 짧을 것 같았다.
부여 가림성은 추울 때만 다녀온 경험이 있는지라 신록이 짙은 이 계절에 다녀오고 싶었다.
공지에는 65km라고 했는데 GPS앱이 잘못 기록되어서이다. 실제 다녀온 거리는 83.47km나 되었다.
부여 가림성 사랑나무가 있는 임천면까지는 자전거 전용도로인 금강자전거길을 따라가는 매우 평이한 코스다.
공지를 늦게 올려서 참석자가 없으면 혼자서 쌩하니 다녀와야지 하는 마음도 가졌었죠.
혼자가 아닌 셋이서 떠나는 이번 자전거 여행은 동백대교를 건너 신성리 갈대밭에서 휴식해야지 하는 예상은 오디나무를 발견하며 무너졌다.
금강자전거길은 커다란 오디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잘 계획된 일정대로 라이딩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지만 무계획으로 또는 예기치 않은 일에 부딪히며 갈팡질팡 헤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뭄 탓인지 오디는 메말랐고 단맛이 적고 비릿했으며 벌레가 모여들었다.
신성리 갈대밭이 보이는 지점의 굽어지는 금강자전거길에서 찰칵!
아직은 무릅 높이 정도의 푸른 갈대숲을 이루고 있는 풍경의 신성리 갈대밭.
더위도 식힐 겸 쉼터 공간에서 아이스커피와 간식을 챙겨 먹고 다시 힘차게 달려봅니다.
웅포대교 밑의 나루터 강변길에 장미꽃이 식재 되어 있다.
아쉽게도 꽃은 절정을 지나 시들어 가는 중이다.
웅포대교를 지나자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모터보트가 금강물을 가르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땡볕에 아직도 갈 길이 먼 라이더와 시원하게 물살을 헤치며 웨이크보드를 타는 수상스포츠맨이 멋있고 부러웠는지 우린 손을 좌우로 크게 흔들며 열렬히 환호성을 보냈다. 우리의 격렬한 응원을 알아차린 수상스포츠맨은 두 손을 들어 화답을 보냈다. 그 순간 쥐고 있던 줄을 떨어뜨리며 강물 속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말이죠.
“해이 맨! 재밌었어! 근데 좀 더 기술을 갈고 닦아야겠어!”
시들어가는 장미꽃에 아쉬었는데 수상스포트맨의 화끈한 인사성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이전의 라이딩 때에는 부여 가림성 솔바람길을 따라 사랑나무에 올랐었다. 이번엔 비단강(금강)을 따라 왔으니 잘 포장된 도로를 타고 올라보고 싶었다.
먼저 대조사부터 들렀다.
전설에 따르면 한 스님이 큰 바위 아래서 수도중에 관음조(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와 그 바위 위에 앉자 놀라 잠을 깨니, 바위가 미륵보살상으로 변해 있어서 절 이름을 대조사라 하였다고 한다.
그 바위가 석조미륵보살입상이다.
고려시대에 유행한 거대한 석조미륵보살의 하나로 논산에 있는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은진미륵)과 쌍벽을 이루는 작품이다. 압도적 크기, 머리와 몸의 비율이 불균형하고 정교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육중함에서 오는 듬직한 모습에 왠지 정이 가고, 아직 덜 완성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냥 보이는 대로 말한다면 그렇다는 것이죠.
어디에 이렇게 평가를 해 놓았다. 꽃미남 주연배우는 아니고, 토속적인 용모를 갖춘 성격배우, 원초적인 힘을 갖춘 카리스마 넘치는 부캐(부캐릭터)인 상남자.
백제시대에 대조사를 짓고 그 뒤에 고려시대에 석조미륵보살입상을 조각한 것이랍니다. 오른손으로는 철로 된 연꽃을 들고 있는데 끝은 잘려 나가고 없다. 저 철이 1500년을 버티었느냐는 의문이 일었는데 중간에 교체했다는 설도 있다.
2015년부터 대조사 산사음악회가 매년 열리는데 인기가 짱이다.
사랑나무는 다들 아시죠.
22m의 키에 나무 둘레가 5m가 넘고 수령 400년가량의 느티나무는 2021년(8월)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SBS드라마 서동요(2005년) 방영 이후 서동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상징하는 나무로 널리 알려진 까닭이다.
그런데 요즘 MZ세대의 연인 사이에서 낭만 사진 명소로 통하는 곳이 가림성 느티나무랍니다.
일단 사랑나무를 두 장 찍어서 한 장을 가로 뒤집기로 편집하고 다시 합치면 하트 모양의 사진이 완성된다.
우리가 사랑나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탐방객이 차례를 기다리며 사진 찍기 바빴다.
천년을 버틴 산성의 벽처럼 장시간 라이딩을 이어가려면 튼튼하고 빵빵한 엉덩이 근육도 한몫하죠.
요청에 따라서 한 컷!
자동차로도 내려갈 수 있는 포장도로를 포기하고 부여 가림성 솔바람길로 접어들었다. 경사가 완만하다가도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며 잡념은 사라지고 도도한 자태의 소나무는 산만한 내 마음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변화시킨다. 짧은 거리라고 기억했는데 제법 긴 싱글길이었다. 솔바람길로 달려 오길 정말 잘했다 싶다.
잘 짜인 계획대로의 라이딩도 좋지만 예기치 않은 변수에 기쁨을 받는 일정 또한 너무 좋다.
점심을 먹은 용궁반점도 그렇다. 사전에 물색한 식당은 우렁쌈밥전문점으로 집으로 귀가하는 반대 방향으로 약 3km에 있어서 그 식당을 포기하고 면 소재지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인도 보도블록에서 간판을 따라 좁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야 중식당이 있다. 큰 기대하지 않고 음식을 주문했는데 그 동네 맛집이지 않은가 식당 안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왕이 머물다 간 산이라는 의미의 유왕산 위의 정자에서 바라본 금강.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패망하자 그해 8월 의자왕 등의 왕족과 대신, 유민 1만2,800여명이 당나라로 잡혀가게 되었다. 이때 백성들이 잡혀가는 의자왕을 잠시라도 머무르게 하기 위해 이 산에서 기다렸다 하여 유왕산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또 다른 설로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의자왕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했는데 의자왕은 끝내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만산님이 오전 일정을 마치고 웅포대교에서부터 합류했습니다.
신성리 갈대밭 매점에서 사이다+막걸리 시원달짝텁텁한 맛 좋았습니다.
군산에 도착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로 무사히 라이딩을 마쳤습니다.
비단강
/나태주
비단강이 비단강임은
많은 강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그대가 내개 소중한 사람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백 년을 가는
사람 목숨이 어디 있으며
오십 년을 가는
사람 사랑이 어디 있으랴.....
오늘도 나는
강가를 지나며
되니어 봅니다.
첫댓글 사랑나무 하트 사진이 멋지네요~
금 중에 제일 비싼 금이 지금이라는데
지금 이시간에 만족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죠 ㅎ
막사이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잘 리드해 좋은 라이딩 하셨네요~ 즐감했습니다
솔바람길을 지나갈때 예전에 함께 라이딩하며 점심 먹었던 장소도 생각났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