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부모님집에 다녀왔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어머님과 나누던 중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십니다.
부모님의 생활비 일부는 아버지께서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로 강의를 나가셔서 받는 돈으로 충당 됩니다. 일 주일에 두 번 나가시고 한달에 30만원을 받으십니다.
그런데 구청의 예산 삭감으로 강의비가 내년 부터 안나오게 된다고 합니다.
부모님을 위해서 제가 생활비을 보태 드려야 하지만 제 처지 역시 좋지 못한 관계로 듣고 있는 내내 괴로운 마음 뿐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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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교양 프로그램(노래, 댄스, 요가, 단전, 택견, 농악, 서예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원도 많고 인기있는 강좌는 적게나마 회비를 받지만 그렇지 못한 강좌는 구청에서 지급되는 돈이 전부입니다.
주민들을 위한 교양, 문화 프로그램의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때마침 서울 구의원의 연봉이 평균 65% 인상을 추진 중이라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인상률을 보니 황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정도의 임금인상률은 어느 업종에서도 찾기 힘든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구의회의 의정비 인상에 있어 구민대표와 지역의 시민단체, 전문가의 참여없이 구의원 그들 자신이 보수인상을 결정하고 조례를 제정하여 적용하는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추진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객관적인 평가 없이 자기 밥그릇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형국인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는 한나라당에서 독식하고 있습니다.
같은 당이라서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이왕이면 지역 현안과 주민의 복리를 위해서 이렇게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시면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정치 과정에서 정당공천은 필연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민이나, 정치인이나 정치에 대한 의식수준이 덜 성숙한 상태에서 너무 급하게 시작했다고 봅니다. 또 우리나라보다 땅덩어리가 몇 십배나 되는 외국만 보더라도 서울 정도 규모의 시의원 숫자는 많아봐야 60명 미만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100명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같이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에서는 시의원과 구의원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봅니다.
시의원을 별도로 뽑지 말든지 구의원 숫자를 한 구청에 15명 미만으로 줄여야 합니다.
굳이 시의원이 필요하다면 구의원 중 득표순으로 시의원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해당구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이 시의원 숫자를 안 줄여줍니다. 중랑구에 국회의원이 2명인데 시의원도 2명 뽑으면 선거구가 자기랑 일치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 커야 하므로 시의원 숫자가 절대 줄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구의원들은 시민들의 머슴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구청 국장급 연봉을 요구하시니 상전아닌 상전이 되셨습니다
지금 구의원들이 연봉인상 65%를 향해 안하무인(眼下無人)격으로 덤벼드는 것은 한나라당에 의해 독식되어 일당 독재 체재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구의원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연봉인상건은 지방의원들의 정당 공천이 배제된 상태에서 특정정당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쟁과 견제가 가능한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 다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