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 제6권[3]
[점원 화상] 漸源
도오道吾의 법을 이었으며, 휘諱는 중흥仲興이다. 그의 전기를 보지 못해서 생애를 짐작할 수 없다.
선사가 도오를 따라 단월檀越 집에 갔다가 손으로 관을 두드리면서 물었다.
“살았습니까, 죽었습니까?”
도오가 대답했다.
“살았다고 할 수도 없고, 죽었다고 할 수도 없느니라.”
“어째서 말할 수 없습니까?”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없어.”
선사가 긍정하지 않고, 양계陽溪로 가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한밤중에 문득 깨닫고는 소리 내어 곡을 하였다. 절에 돌아오니, 화상이 반가워하며 나와 영접을 하였다.
선사가 석상石霜에게 가서 가래를 들고 법당 앞을 오락가락하니,
석상이 물었다.
“무엇을 하는가?”
“선사의 영골靈骨을 찾습니다.”
“홍수가 도도히 흐를 때 떠내려갔느니라.”
“그렇다면 힘을 바짝 써야 되겠군요.”
“여기에는 바늘 하나 꽂을 데도 없는데, 그대는 어디다 힘을 쓸 것인가?”
나중에 태원부太原孚 상좌가 대신 말했다.
“선사의 영골이 아직 있군요.”
[석상 화상] 石霜
도오道吾의 법을 이었다. 선사의 휘諱는 경저慶諸요, 속성은 진陳씨이며, 길주吉州 신감新淦 사람이다. 13세에 홍주洪州의 서산西山에서 출가하여 20세에 숭산嵩山에서 계를 받고, 다시 도오에게 돌아와서 뵈니,
도오가 물었다.
“어떤 사람은 들고 나는 호흡이 없다. 빨리 말하라.”
선사가 대답했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째서 말하지 않는가?”
“입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선사가 35세에 석상石霜에 머물면서 더는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 동산을 이어 법을 제창하라는 청이 있었는데, 피하여 받아들이지 않자 정법旌法 등 천하의 학자가 몰려와 밤낮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선사가 깊은 산으로 피해 달아났으나 끝내 피하지 못하고 이내 대중에게 들켜 근 반년 동안 둘러싸여 있었으나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달리 미룰 핑계도 없어서 마지못하고 있는데, 어떤 스님이 주장자 하나를 가지고 와서 말했다.
“스님께 한 개의 주장자를 바치오니, 그 모양이 아홉 군데나 굽었습니다. 굽은 것은 지금의 사람을 위하거니와 위아래의 길이는 얼마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나는 말하지 못하겠노라.”
“어째서 말하지 못합니까?”
“얼마가 되는지 그대가 말해 보아라.”
대중이 함께 말했다.
“얻었습니다, 얻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들이 만일 그렇다면 나에게 한마디가 있으니, 천하 사람들의 혀끝을 멈추게 하느니라.”
어떤 스님이 이 말을 들어 물었다.
“어떤 것이 천하 사람들의 혀를 멈추게 하는 구절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노승으로 하여금 한마디 말로 대답하게 하지 말라.”
“진신眞身도 세상에 나타납니까?”
“진신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느니라.”
“그렇지만 진신임에야 어찌합니까?”
“유리병의 주둥이니라.”
“불성佛性이 허공과 같을 때는 어떠합니까?”
“누울 때에는 있고 앉을 때에는 없느니라.”
선사가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전에 어떤 노숙老宿이 있는 곳에서 어떤 스님과 함께 여름을 지냈다.
여름이 끝나자 그 스님이 묻기를,
‘화상께서 바른 원인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니,
그 노숙이 대답하기를,
‘그대는 얽매이지 마라. 정인正因 속에는 한 글자도 없느니라.’ 하였다.
이렇게 말하고서 곧 소리 내어 이를 세 차례 갈더니, 이내 그렇게 말한 것을 뉘우쳤다.
이때 어떤 노숙이 창 밖에서 이 말을 듣고 말하기를,
‘한 가마솥의 맛있는 국에 무엇 하러 더러운 오물을 집어넣는가?’ 하였다.”
복선福先이 이 말을 들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지금 그 정인에 부합되면서 더럽히지도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되겠는가?”
스님이 대답이 없으니, 복선이 스스로 대신 말했다.
“그대는 이 뒤로부터 나를 탓하지 말라.”
스님이 다시 물었다.
“갑자기 도반을 만나면 어떻게 말하리까?”
복선이 대답했다.
“그저 다른 사람에게 묻기만 하여라.”
병든 스님이 물었다.
“겁의 불이 활활 탈 때에는 어떠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올 때에도 있는 것을 알지 못했고, 갈 때에도 그대 마음 따라 가느니라.”
“그러나 지금 쇠약하니 어찌합니까?”
“병들지 않는 이가 있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병듦과 병들지 않음의 차이가 얼마입니까?”
“깨달으면 한 치의 차이도 없고, 미혹하면 첩첩한 산으로 막히느니라.”
“앞날이 어떠합니까?”
“비록 검기가 칠흑 같으나 이루어지기는 지금 당장이니라.”이 스님이 초연히 떠났다 한다.
선사가 장졸張拙 수재秀才에게 물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장졸입니다.”
“세상에 문자는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 졸拙이라 했는가?”
“공교한 것을 찾았으나 없었습니다.”
“역시 졸하구나.”
장 수재가 게송을 읊었다.
광명이 고요히 비쳐 항하의 모래 같은 세계에 두루 하니
범부와 성인이 모두 한 가족일세.
한 생각도 나지 않을 때 전체가 드러나지만
여섯 감관이 움직이자마자 구름이 가린다.
번뇌를 없앤다는 것 도리어 병만 더하고
진여眞如로 향해 나아감도 역시 삿됨이로다.
마음대로 경계 따라 걸림 없나니
진여다 범성凡聖이다 함이 모두 허공에 핀 꽃이로다.
어떤 이가 물었다.
“도오 화상의 기일忌日에 어째서 재를 차리지 않으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나는 그에게 조금도 얻은 바가 없으므로 그러한 공양을 마련하지 않느니라.”
어떤 이가 화산禾山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그에게 조금도 얻은 바 없으므로 그러한 공양을 차리지 않는다’ 했는데, 무엇으로 공양을 차려야 합니까?”
“조금도 없는 것으로 공양해야 되느니라.”
“옛사람은 어째서 말하기를,
‘그런 것으로 공양하지 않는다’ 했습니까?”
“그대는 무엇을 그런 것이라 이르는가?”
원圓 다두茶頭가 물었다.
“지원志圓은 어째서 어쩔 수 없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한 사람뿐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도 다 어쩔 수 없느니라.”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나도 어쩔 수 없느니라.”
“스님은 인간과 하늘의 스승이신데 어째서 어쩔 수 없습니까?”
“내가 그의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선사가 어떤 좌주座主에게 물었다.
“이르기를,
‘의식으로도 알 수 없고 지혜로도 알 수 없다’ 했는데, 어떤 사람의 경지인가?”
좌주가 대답했다.
“이는 법신法身을 찬탄하는 말씀입니다.”
“법신이라는 말 그대로가 찬탄이거늘 어찌 다시 찬탄할 필요가 있겠는가?”
좌주가 대답이 없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누군가가 갑자기 묻되 ‘죽은 뒤에 어디로 가시렵니까?’ 하면, 그에게 무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20년 동안만 세상에 있는 1,500사람이라고만 하리라.”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우선 방으로 돌아가라.”
선사가 대광大光에게 물었다.
“지금[今]을 제하고 나면 따로 다른 때가 또 있겠는가?”
대광이 대답했다.
“그도 지금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지금이 아니라고 말하려던 참이니라.”
설봉이 물었다.
“젊은 스님께서는 어디로 가려는가?”
“강서江西로 가렵니다.”
“강서 어디로 가려느냐?”
“석상石霜으로 가렵니다.”
그러자 설봉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 말했다.
“석상의 병이 위중할 때에 새로 온 2백 사람이 화상을 뵙지 못함을 슬퍼하여 소리를 내어 우니, 석상이 감원監院에게 물었다.
‘누가 우는 소리냐?’
감원이 대답했다.
‘새로 온 2백 사람이 화상을 뵙지 못해 슬퍼서 우는 소리입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불러오라. 창 너머로 만나 보리라.’
시자侍者가 그들을 부르니,
새로 온 2백 사람이 함께 올라와서 창 밖에서 절을 하고 물었다.
‘지척 사이에 계시는데, 어째서 존안尊顔을 뵙지 못합니까?’
‘뭇 세상에서 감춘 적이 없거늘 이 무슨 세상이라고?’”
설봉雪峰이 이 이야기를 들어 선사를 찬하니,
나중에 어떤 이가 물었다.
“뭇 세상에서 감춘 적이 없다 하시니, 무슨 세상입니까?”
설봉이 대답했다.
“그게 무엇이던가?”
“제가 화상께 물었습니다.”
설봉이 말했다.
“묻는 것에도 가로와 세로가 있는 법인데, 그대는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가?”
학인學人이 깨닫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진정으로 대답하면 안 됩니까?”
이에 설봉이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가엾어라. 공연히 애쓰는 무리들아,
사람들은 그대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정신이 맑아서 거울 속의 그림자 같아지면
훤출하게 뛰어나 사물을 분간하리.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설봉에서 옵니다.”
“무슨 불법의 인연이 있던가? 말해 보라.”
그 스님이 말했다.
“화상께서 대중에게 설법하시기를,
‘3세의 부처님들도 말하지 못했고, 12분교分敎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으며, 3승乘의 교외별전敎外別傳에도 실려 있지 않고, 시방의 노승들도 말하지 못한 이치가 여기에서 다 설파되었다’ 하셨습니다.”
이에 선사가 소리 내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가지고서야 무엇에 쓰랴?
벌써 너에게 멱살이 잡혔도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그렇기는 하나 나도 한결같지는 않느니라.”
그 스님이 얼른 물었다.
“설봉의 뜻이 무엇입니까?”
“내가 꿈꾸는 사람은 먼 곳의 일을 생각한다 말하면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다시 물었다.
“시방에서 와서는 한자리에 모여 무슨 일을 얘기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세 치의 혀 위에 무슨 일이 있겠는가?”
“어찌 들추어내는 자가 없겠습니까?”
“요새 사람들의 눈이 한결같지 못하니라.”
또 다른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겨자씨 속에 수미산을 넣는 것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쌍쌍雙雙이 쌍쌍雙雙의 소리를 듣느니라.”
또 다른 이가 물었다.
“신하에게 공功이 있을 때, 왕이 무엇을 하사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눈을 돌리지 않는다.”
선사에게 희종僖宗 황제가 자색 가사를 특별히 하사하였는데, 굳이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광계光啓 4년 무신戊申 2월 10일에 천화遷化하니, 춘추는 80세요, 승랍은 59세였다. 평장사平章事 손악孫握이 비문을 찬술하였고, 시호를 보회普會 대사라 내렸으며, 탑호를 견상見相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