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아비달마론 하권
6. 허공
공간적 점유성의 물질[有碍物]을 수용하는 것이 바로 허공(虛空: ākāśa)의 작용[相]이다.
이 같은 증상력이 그것의 획득을 생기시키기 때문에 능히 수용함이 있으니, 이것은 바로 허공의 본질[性]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공간적 점유성을 지니는 물질은 그것을 수용하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마땅히 그 생기를 획득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세존께서도 말씀하시기를,
“범지들은 마땅히 알라. 바람[風]은 허공을 의지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바라문이 물었다.
“그렇다면 허공은 무엇을 의지하는 것입니까?”
이에 부처님께서는,
“너의 물음은 이치에 맞지 않다. 허공은 색이 아니며, 볼 수 없으며, 공간적 점유성을 지니지 않으니 어찌 무슨 의지처가 있겠느냐? 그러나 광명이 있음으로 해서 허공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따라서 허공 무위가 실재함을 아는 것이다.
만약 이 같은 허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바람은 무엇에 의해 머물 것이며, 나아가 그 같은 바람은 색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하여 그같이 말할 것인가?
허공에 근거하지 않는 광명이 있다면 과연 그것에 의해 무엇을 요별할 것인가?
허공을 근거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북의 털 등을 요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