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세품경 제4권
[가고 걷는 열 가지]
보살이 가고 걷는[行步]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법회(法會)에 나가기를 좋아하여 경의 뜻을 듣고 받아들이며 소리 없는 경지에 나아가되 또한 가려지거나 덮이지 않고,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과 두려움을 품지 않으면서 마음을 언제나 한곳에 모으며, 법을 강설함은 모두 중생을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욕계(欲界)에 이르러서도 중생을 깨우쳐 교화하고,
만일 색계(色界)나 무색계(無色界)에 이르면 형상의 정의[像定意]로 찾아 곧 되돌아오며,
널리 다섯 가지 도(道)에 나타나서 중생을 가르치고 타이르고,
신통의 지혜로써 모든 부처님 국토에 두루하여 모든 여래를 뵙고 머리 조아려 문안드리며,
노닐고 거니는 데서는 모두 법시(法施)를 행하고 이로 말미암아 큰 지혜를 얻고,
열반[泥洹]에 들었음을 나타내면서도 생사를 끊지 않으며, 법을 갖추고서 돌아다니면서 제도하고, 모든 부처님 모든 보살의 행을 일찍이 쉬거나 그만두는 일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노닐며 다니는[遊行] 열 가지의 일입니다.
보살이 여기에 머무르면 놀거나 놀지 않는 것도 없고 이로 인하여 널리 모든 여래의 행에 이르러 홀로 시방을 벗어납니다.
[보살이 머무르는 열 가지]
보살이 머무르는 곳[處]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보살의 마음에 머물러 있으면서 일찍이 잊어버리는 일이 없고,
도무극에 머물러 수행할 바의 업에 만족해하지 않으며,
법의 많은 수[法衆]를 모으면서 지혜를 통달하며 한적한 곳에 머무르면서 큰 선정에 이르러 일체지(一切智)를 수순하고,
덕으로 그치고 만족할 줄 알고 성현의 고요한 데 머무르면서 생각이 없으며,
또한 희망함도 없고,
법을 받들어 행하는 곳에서 바른 뜻을 멀리하지 않으며,
여래께 예배하고 귀의하면서 모든 부처님ㆍ정각의 위의와 예절을 완전히 갖추고,
신통의 처소에서 벗어나 빠짐없이 큰 지혜를 갖추며, 법인(法忍)을 체득한 이는 줄 바의 지혜가 원만하면서 도량(道場)의 처소에 앉고, 힘[力]과 두려움 없음[無畏]에 이르러 모든 부처님의 법이 충만한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머무르는 열 가지 곳입니다.
[앉는 열 가지]
보살이 앉는[坐]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복이 전륜왕(轉輪王)에 이를 수 있는 자리이며, 열 가지의 덕[十德]을 닦으면서 천상(天上)을 잃지 않고,
세간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사천왕이 되며,
부처님의 높은 법을 모든 천하에 줌으로써 하늘의 제석[天帝]이 되어 뭇 사람들을 뛰어넘고,
범천(梵天)은 자재하게 다른 이의 마음을 섭취하고 또한 자기로 말미암아 얻으려 하며,
사자좌(師子座)에 이르러 법의 많은 수[法衆]를 일으켜 밝히고,
바른 법 자리[正法座]를 얻어 총지(總持)의 힘을 체득하며,
널리 모든 것을 비추면서 뜻이 굳고 강하고 바른 원[正願]을 세워서 시방에 두루 통달하지 않음이 없고,
크게 인자한 자리[大慈座]로 성을 내어 번뇌를 품은 이에게 기쁜 얼굴이 되게 하며,
크게 가엾이 여기는 자리[大哀座]로 모든 고뇌를 참으면서 근심거리로 여기지 않고,
금강의 자리[金剛座]에 앉아 뭇 악마와 모든 외적(外敵)을 항복받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열 가지의 자리입니다.
[누워 자는 열 가지]
보살이 누워 자는[臥寐]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이를테면 머무름이 고요하여 몸과 마음이 담박(澹泊)하고,
홀로 거처한 데 묵으면서 뜻[義]을 수순하여 사유하며,
그 시기를 잃지 않으면서 바른 선정[正定]에 머무르고,
몸과 마음이 고요하고 잠잠하면서 범천(梵天)에 거처하며,
자기 자신과 다른 이를 기쁘게 하면서 그 업을 잘 닦으면서 후세(後世)에 대하여 뜨거운 번뇌를 품지 않고,
평등한 행에 뜻을 두어 성[瞋恚]을 내지 않으며,
도의 행[道行]에 머무르면서 착한 벗에 대해 잘 알고,
미묘한 거처에 잘 머물면서 덕의 근본을 권하고 도우며,
모두 이치의 근원을 얻고서 구경에 이르도록 하고 도의 가르침[道敎]을 성취하고,
재업(財業)이 이롭지 못한 것은 바로 전생에 닦은 덕행인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누워 자는 열 가지의 일입니다.
[일의 방입 열 가지]
보살의 방[室]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끝없는 인자한 방[慈室]에서 마음에 중생을 평등하게 여기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大哀] 행으로 아직 배우지 못한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으며,
아주 기쁘게[大喜] 하는 행으로 모든 기쁘지 않은 일을 제거하고,
온화하고 기뻐하는 얼굴빛으로 크게 보호하는[大護] 곳에서 행하며,
유위(有爲)와 무소유(無所有)에 평등하면서 모든 도무극(度無極)의 도심(道心)을 우두머리로 삼고,
공한 행[空行]을 두루 갖추면서 때에 따름을 환히 깨달아 알며,
무상(無相)의 행을 위하여 적멸(寂滅)에 머무르지 않고,
무원(無願)의 행을 위하여 내는 바가 지성스러우며,
뜻이 안온하고 자상한 행으로 빠짐없이 인욕을 갖추고,
모든 법의 행에 평등하면서 수결(受決:授記)을 체득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의 열 가지 일의 방입니다.
[머무르는 열 가지]
보살이 머무르는[遊居]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그 뜻을 머무르게 하여 네 가지 의지(意止)를 갖추고,
행을 머무르게 하여 법이 나아갈 바를 환히 알며,
그 뜻을 오직 모든 부처님만을 좋아하는 데에 두고,
모든 도무극으로 온갖 지혜를 갖추며,
네 가지 은혜[恩]의 행을 닦으면서 중생을 교화하고,
생사(生死)에 머물러 덕의 근본을 일으키며,
뭇 사람이 모인 데서 모든 시끄러움을 익히지 않고 그들의 좋아하는 바에 따라 제도하고 해탈시키고,
신통의 행을 나타내어 중생을 깨우치고 뛰어난 근성[根]으로 선권방편을 알며,
지(智)도무극으로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고 도량에 머물면서 모든 통혜(通慧)를 통달하고,
보살행을 갖추어 행하면서 끊어지게 않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머무르는 열 가지 일입니다.”
이 말을 연설할 때에 삼천대천세계가 크게 진동하였고,
시방의 보살들이 모두 와서 찬탄하고 노래하였고,
머리에 이고 온 수미산(須彌山) 만큼의 하늘 꽃들을 모두 부처님 위에 뿌리고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모든 하늘[天]ㆍ용(龍)ㆍ신(神)도 모두 와서 받들어 공경하였고,
공후(箜篌)와 악기는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으며, 여인들의 귀고리ㆍ반지도 저절로 소리를 내었고, 날짐승ㆍ길짐승도 모두 함께 울었으며,
눈먼 이는 보게 되었고, 귀머거리는 듣게 되었으며, 절름발이는 뛰어다녔고, 곱사등이는 반듯하게 펴졌다.
미치광이는 정신이 들었으며, 병약한 이는 건강하게 되었고, 병든 이들은 낫게 되었으므로 모인 대중들은 다 함께 뛰며 매우 기뻐하고 축하하였다.
전생에 지은 녹(祿)이 두터웠으므로 이런 광명에 이르게 되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무생(無生)의 법인을 얻고 큰 도의 뜻을 일으켜 공덕이 모두 성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