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경 제4권
11. 심품(心品)
그때 자리에 있던 여러 욕계의 천인(天人)과 여러 색계의 천인,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전다라ㆍ마후라가는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이 매우 깊은 법을 설하신 걸 듣자 모두 목마르게 우러러 뵙는 마음이 있어서 여래의 정심정의(正心定意)를 얻어 보고자 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모인 대중으로 하여금 마음을 삼매에 정(定)하고자 하셨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즉시 평상 위에서 면현정의(面現定意)에 드셨다.
이에 모든 보살마하살이 모두 다 이것을 보았다.
여기서 열다섯 강하(江河)의 모래알과 같이 많은 국토를 지나면 부처님의 국토가 있으니, 그 이름을 여환(如幻)이라 부르고 부처님의 명호는 등심(等心)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이고 불세존이라 칭하신다.
그 나라는 청정하여 상념의 집착에 의지하지 않으며,
아귀ㆍ축생ㆍ지옥의 갈래가 없으며,
행하는 것이 순수하고 두터워서 ‘나’를 스스로 계교하지 않으며,
마음이 소승에 나아가지 않고 또한 성문이나 벽지불의 소리도 없는데, 온갖 모인 대중으로 하여금 다 보게 하였다.
[모습 없는 행[無相行]]
그때 부처님께서 저 정(定)에서 일어나 다시 월성정의(月盛定意:삼매)에 드시어서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금색(金色)을 뵙게 하시고,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모습 없는 행[無相行]을 설하심을 모조리 듣게 하시었다.
[무상(無相)]
“무엇을 무상(無相)이라 하는가?
온갖 법은 본래 고요하여 담박하고 형상이 없으며,
온갖 법은 일어남이 없어서 모든 분노와 성냄을 참으며,
온갖 법은 마음을 거두어서 바깥 상념을 일으키지 않으며,
온갖 법은 정의(定意)로 나라의 청정함을 나타내며,
온갖 법을 잘 관하면 겁수로써 한정하지 않으며,
온갖 법은 행을 즐겨서 영원히 은애(恩愛)를 여의며,
온갖 법은 밝음을 나타내서 어리석은 상념을 낳지 않으며,
온갖 법은 탐심(貪心)을 버려서 보시(布施)바라밀을 갖추며,
온갖 법은 범하는 것이 없어서 계(戒)바라밀을 갖추며,
온갖 법은 화내는 상념을 일으키지 않아서 인(忍)바라밀을 갖추며,
온갖 법은 정진하여 게으름이 없어서 정진(精進)바라밀을 갖추며,
온갖 법은 어지러운 뜻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을 거두어 일으키지 않아 항상 선(禪)을 즐겨함으로써 선(禪)바라밀을 갖추고,
온갖 법은 어리석은 미혹을 다 없애어 다른 생각이 없어서 지혜(智慧)바라밀을 갖추었느니라.
[37도품]
다시 이름하여 4의지(意止)가 있다.
보살마하살의 닦아 행하는 법이니,
어떤 것을 네 가지 뜻의 그침이라 하는가?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있어 내신(內身)의 의지(意止)를 분별하는데, 머리부터 발에 이르기까지 낱낱이 분별하여 부정관(不淨觀)을 일으킨다.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하고 남의 몸을 관하며, 스스로 자기의 마음을 관하고 남의 마음을 관하는데, 안팎의 모든 법이 다 이와 같다.
보살마하살은 다시 온갖 법의 4의단(意斷)과 4신족(神足), 5근(根)과 5력(力)과 7각의(覺意)과 8현성행(賢聖行)을 스스로 관하여야 한다.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무상행이라고 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하고 다른 사람의 몸을 관하는데, 낱낱이 분별하여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청정하지 못하다는 상념을 일으켜야 한다.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안팎 몸이 다 있는 바가 없음을 관하는 것이라고 말하느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곧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심(心)ㆍ의(意)ㆍ식(識)에 의지하지 않고
온갖 행의 근본을 분별해서
도(道)는 보존하되 상념은 없다면
비로소 현성의 진리[賢聖諦]에 응하리라.
부처님 지혜는 끝이 없어서
합하고 여읨을 보지 못하나니
성불(成佛)은 상 없음[無相]을 말미암아야
비로소 불과(佛果)의 행에 응하리라.
부처님 도[佛道]는 본래 둘이 없고
또한 한 모습[一相]도 없네.
참 사람[眞人]은 인자한 마음으로
약간의 법을 널리 나타내 보이도다.
본래 내가 나를 짓지 않았건만
‘있음[有]’에 물들어 5음(陰)을 이루었네.
성제(聖諦)의 지혜가 한량없어
나아가 스스로 뜻을 멸하네.
‘있음’도 아니고 또한 ‘없음’도 아니지만
나고 죽으면서 염착(染着)을 일으키나니
상(相)을 멸하면 부처를 저절로 이루므로
‘하늘 중의 하늘’이라고 호칭하도다.
사람 세상[人道]에 태어나기 어렵고
6근(根) 완전히 갖추기 어려우며
12인연 끊기 어렵고
하늘에 태어나 복 받기 어려워라.
성현을 만나 뵙기 어렵고
정(定)에 들어 상념 끊기 어렵고
안팎의 몸을 관하기가 어렵고
성현의 가르침 직접 받기 어려워라.
이때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시자, 자리에 있던 여러 하늘의 백성들과 하늘ㆍ용ㆍ귀신 등 8부의 대중이 위없는 바르고 참다운 도의 뜻을 모두 발하였고, 다시 수없는 중생들이 불기법인(不起法忍)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