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8권
[악마 마나바가]
이 말씀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저 못된 악마 마나바가(摩拏嚩迦)는 문득 멀리서, 오늘 교답마 사문이 여러 제자들과 녹야원에서 함께 의논하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은 천상과 인간에서 얽매임을 떠났으니, 마땅히 저마다 인연을 따라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고 하였음을 알고서,
‘내가 이제 만약 그리 헷갈리며 어지럽히지 않으면 반드시 세간 중생들을 다 교화하리라’하였다.
이때에 저 못된 악마 마나바가는 스스로 그의 몸을 변화하여 세간 사람과 같이 되어서 팔을 펼 만큼의 동안에 바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부처님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의 해탈 모양은 해탈이 아니며
이 해탈을 얻으면 사문이 아니니라.
그대가 이제 절로 크게 얽매어 있으면서
해탈을 어떤 이에게 시키려 하는가.
그때 세존께서는 이 못된 악마 마나바가가 와서 헷갈리며 어지럽힘을 아시고,
‘한갓 스스로의 업만 지을 뿐, 어찌 나를 무너뜨리겠느냐’ 하며,
이어 게송으로 못된 악마에게 대답하셨다.
나야말로 천상과 그리고 인간에게
이미 능히 속박 해탈했으며
아라한까지 되어 얽매임을 떠났거니
너 못된 악마로선 깨뜨릴 수 없으리라.
이때에 악마 마나바가는 이 말을 듣자 생각하기를
‘이 교답마 사문은 남의 마음과 일을 알므로, 반드시 헷갈리게 할 수 없겠구나’ 하고,
오직 스스로만 괴로워할 뿐 숨으면서 물러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너희들에게 말하였거니와, 너희들은 이미 천상과 인간에서 모든 얽매임을 여의었으니, 중생들은 가엾이 여기며 교화하고 인도하여야 하리라. 너희들은 빨리 떠나가라.”
이때에 아라한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사례하고 떠나갔다.
[60의 어진 이들]
그때 세존과 여러 아라한들은 모두 녹야원의 알맞고 기쁜 곳을 떠나갔다.
부처님께서는 곧 혼자서 서나야니(西曩野你)라는 마을의 오로미라못 가라바사림(迦囉波娑林) 아래로 나아가서 거니시다가 편안히 앉아 계신데,
마을 안에서는 60인의 어진 이들이 있어서 서나야니 안에 있는 음악을 하는 여러 기녀들을 데리고 날마다 풍악을 울리며 파하는 일이 없던 차에 갑자기 어느 한 여인이 이 쾌락에서 싫증을 버리고 도피하여 간 데를 몰랐다.
이때에 60의 어진 이들은 선근이 성숙되어 있었는데, 그로 인하여 이 여인을 찾다가 가라바사림에 들어갔다.
갑자기 나무 아래서 부처님ㆍ세존을 뵙고서 놀라고 의아하며 보통이 아닌지라 서로가 말하였다.
“이제 이 사문의 몸은 마치 금산과 같아서 광명이 환히 빛나며 얼굴과 눈이 단정하고 모든 상호가 완전히 갖추었으며 상서롭고 높고 귀하여 짝할 이가 없구나.”
찬탄하기를 마지 아니하다가 곧 앞으로 나아가서 물었다.
“사문이여, 여기에 계셨으니 한 여인이 온 것을 보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진 이들이여, 이곳은 고요하여 여인들의 노는 곳이 아니니라.
그대들은 이제 여기에 와서 여인을 찾고 있는데 어찌 스스로 그의 몸을 찾지 아니하는가?”
이때에 어진 이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고 곧 반성과 깨달음이 있어서 비로소 전의 잘못을 알고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저희들이 먼저 여인을 찾은 것은 진실로 아는 허물이었나이다.
이제 스스로 몸을 찾겠사오니, 지시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진 이들이여, 그대들이 이미 그것은 그렇고 잠시 편히 앉아라. 나는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널리 말하리라.”
이 어진 이들은 곧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진 이들이여, 보시와 계율을 지님은 하늘을 나는 원인이니라. 비록 다시 쾌락이 손치더라도 마지막은 아니니라. 만약 뛰어나려 하면 번뇌를 끊어야 하며, 또 다시 나고 없어지는 법을 분별할지니라.”
이때에 그 어진 이들은 이 말씀을 듣자마자, 번뇌가 바로 없어지는지라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기쁨이 한량없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아시고 곧 그들을 위하여 자세히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를 말씀하시니,
그 어진 이들은 마치 깨끗한 흰 옷이 쉽게 뭇 색이 물들어지며 그 물들이는 바를 따라서 모두가 산뜻하고 좋아지는 것처럼 어진 이들도 바로 그 자리 위에서 4성제의 미묘한 이치를 증득하였으며,
이미 모든 법에 지견을 얻고 탐심과 애욕이 쉬어 스러지며 의혹이 영원히 끊어지고 비로소 부처님의 법에 4무소외(無所畏)를 증득하였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말하였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살펴 아시옵소서. 저희들은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겠사오며, 지금으로부터 이후에는 영원히 산 것을 죽이지 아니하고 몸이 마치도록 우바새의 계율을 받들어 지니겠나이다.”
이때에 60의 어진 이들은 세존에게서 법을 얻어 듣고 나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물러났다.
불설중허마하제경 제9권
[서나야니의 난나와 그의 맏딸과 권속들]
그때 세존께서는 저 60의 어진 이들을 제도하고 나서 다시 생각하기를
‘어떠한 사람이 먼저 교화를 받을 만할까’ 하시다가,
이에 서나야니(西曇野儞)의 마을 안에 난나(難那)와 그의 맏딸과 권속들이 먼저 교화를 받아낼 만함을 기억하시고,
‘기억하건대 내가 옛날 고행을 하고 떠나갈 때에 그의 집을 지나가는데, 난나와 그의 맏딸과 권속들이 함께 젖죽과 소(酥)와 꿀 등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바쳤었다.
이제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근기와 인연이 이미 성숙되었으므로 교화하고 제도할 만하구나.’
이렇게 생각하신 뒤에 세존의 다음 날 끼니 때를 엿보아 발우를 가지고 서나야니 마을 안에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하다가 난나의 집에까지 이르렀다.
이때에 그 난나와 맏딸 등은 부처님께서 문에 이르셨음을 보고 날뛰며 기뻐하면서 곧 부처님께 말하였다.
“잘 오셨나이다. 세존이시여, 거룩한 몸은 편안하셨나이까? 세존께서는 크게 사랑하시어 잠시 동안이나마 저의 집을 지나가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곧 문에 들으시자, 난나와 딸은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폈으므로 세존께서는 자리에 오르시니, 그 난나와 딸과 권속들은 즉시 땅에 엎드려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저마다 예배하기를 마치고서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다.
“난나야, 그대들은 자세히 들어라. 보시와 계율을 지님은 하늘에 나는 원인이니라. 비록 욕심과 즐거움을 느낀다 하더라도 마침내 물러나 잃게 되므로, 너희들은 온갖 번뇌를 끊고 뛰어남을 구하여야 하리라.”
또 다시 널리 그들을 위하여 나고 없어지는 법을 분별하여 분명히 알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이를 말씀하실 때에 그 난나 등은 근기와 인연이 성숙되었는지라 번뇌가 바로 없어지므로 깊은 마음으로 생각하며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즉시 또 그들을 위하여 널리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 법을 말씀하셨으므로 이때에 난나와 딸과 권속들은 바로 자리 위에서 법의 지견(知見)을 얻고 4제(諦)의 이치를 증득하여 모든 의혹이 끊어지며 탐심과 애욕이 영원히 없어지는지라
한결같이 부처님을 믿으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엎드려 예배하고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세존에게서 말씀하신 모든 법에 진실로 지견을 얻었사옵니다.
저희들은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하겠사오니, 원컨대 가까이 하여 섬기는 이[近事]들이 되어 영원히 살생하지 아니하겠나이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잡수셔야 할 때가 이미 이르렀으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큰 사랑으로 저희들의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시니, 이때에 그 난나와 권속들은 부처님께서 잠잠함을 보고 이미 청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서 갖가지 향과 꽃이며 음식을 가져다 손수 받들어 올렸다.
세존께서는 잡수시기를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이 다 끝나자, 난나의 권속들은 다시 낮은 자리에서 즐거이 법을 들으려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방편과 여러 가지로 법을 말씀하시니, 난나의 권속들은 다시 법을 듣게 되어 기뻐서 날뛰며 부처님께 예배하고서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