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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봄 날
김소해
사월의 꽃바람이 화사하게 나들이를 하는 향기로운 계절에 엄마는 태어나셨다.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아버지께서 가신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천십년에 삶을 놓으시고 우리 사남매는 무언지 모를 시간에 쫓기어 자주 만나지를 못 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룻저녁을 함께 보내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우리 사남매는 실치를 드시고 싶어 하시는 어머니의 의견에 따라 *장고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하필이면 실치 축제를 하고 있어서 차량을 움직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가려던 식당에는 들어가지도 못 하고 점심을 먹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여 언제인가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을 때 가서 놀았던 2층 정자를 생각했고, 그 곳에서 실피 회를 가져다가 먹기로 하고 둘째 동생이 수산 코너에서 실치회를 사오기로 했다. 혹시나 몰라서 과일이며 대충 준비를 했던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가지고 간 돗자리를 펴고 세팅을 했다.
그곳 정자는 산언덕에 위치하여 바다풍경을 멋지게 볼 수 있는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적하기도 하여 잠시 놀기에 참으로 좋은 곳이다.
막내 동생은 이른 아침부터 딸 *서희를 데리고 어머니와 방앗간에 다녀왔는데 어머니 생각에는 쑥 버무리를 아침 일찍 하려고 하셨다는데 방앗간 주인은 쑥 버무리가 아닌 쑥 떡으로 해서 1인분 포장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추억을 떠 올리기에는 쑥 버무리가 더 좋았겠지만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그 곳에서 둘째 동생이 회를 사러 가고 남은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큰 동생내외가 제일먼저 오고 다음으로 아들 며느리가 우리들의 3대인 손녀 *다온이를 데리고 왔다. 처음으로 4대가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재잘거리는 아기의 사랑스런 모습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바다는 물을 비우고 사람들을 끌어 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그 곳에서 실치회와 간제미 회를 먹으면서 전에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화사하게 만개한 꽃은 앞 다투어 유혹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다의 비릿한 내음을 꿀꺽꾹꺽 퍼 먹고 피어난 꽃잎은 단단하게 여물어 피었다. 태풍을 온 몸에 휘감고 지내왔을 한겨울 추위는 잊은 지 오래고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버지를 모시고 왔을 때는 돌아가신 이모와 이모부가 운전을 하고 큰 외삼촌을 모시고 왔었다. 오리 두 마리를 4등분 하여 양파를 가져와서 압력솥에다 넣고 푹 고아서 맛나게 먹고 외삼촌은 쉬시고, 엄마는 조개를 캐러 바다에 들어가셔서 하루 종일 바다를 건져 올리신 기억이 있는 곳이다. 제법 많이 캐신 조개를 가지고 즐거운 마음 가득안고 집으로 갔던 생각이 났다
그렇게 놀던 정자에서 회를 먹으면서 회를 너무나 좋아하셨던 아버지 생각이 더 났다. 오늘 같은 날 아버지께서 계셨으면 얼마나 흐뭇하게 생각을 하셨을까 싶었다.
늘 강조 하셨던 아버지의 유언을 처음으로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뭉클 했다. 아버지 는 늘 그러셨다.
“사남매 오순도순 사이좋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한 번도 그러지를 못 했다. 그러기에는 누구인가는 시간을 희생 하며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준비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에는 그저 조금씩 마음을 모으고 그 모은 마음을 실천에 옮겨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여 왕 할머니가 되신 어머니는 증손녀인 네 살배기 다온이의 율동과 노래에 흠뻑 빠지는 시간을 보내시다가 우리 모두 행사장를 돌아보기로 했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품바 공연을 보기도 하고 부스별 준비 된 곳을 돌아보았다. 어머니는 품바 공연은 하루 종일 보라고 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다른 볼거리들도 있고 해서 부스별 장터로 이동하여 구경을 하는데 재롱둥이 다온이는 보는 것 마다 사고 싶어 했고, 다온이 엄마는 그러면 안 되다고 했지만 다온이는 왕 할머니의 도움을 청하느라 왕 할머니 품에 폭 안겨서는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그 사랑스러운 행동에 어머니는 마냥 즐거워하시며 증손녀가 원하는 하트 장난감을 사 주셨다.
“오늘 하루 이렇게 효도를 하구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구경을 하다가 수덕회관에서 미리 쭈구미 샤부샤부를 2시까지 예약을 했기 때문에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식당에서 이미 온 몸을 비틀고 있는 쭈꾸미를 펄펄 끓는 국물에 집어넣어서 익히고 있었다. 시원한 국물과 쭈꾸의 원동력을 입으로 한 가득씩 넣으면서 오늘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다.
우리네 삶이 때로는 비틀거리고 아프고 힘겨운 일들이 많지만 푹 끓여낸 쭈꾸미 국물처럼 시원하고 맛나 는 삶이란 그저 그렇게 가족이 모여 웃으면서 밥을 먹는 것이다.
하찮은 이야기를 신기한 듯이 주고받고 아이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에 함께 웃고 시간을 보내는 일 그것이 다인데 그 작은 시간을 만드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시간 속에 살고 있다. 대 가족 시대의 온기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삶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꽃이 피고 지는 계절처럼 우리네 삶도 흐르는 시간 속에 꽃도 피고 열매도 맺고 하는 것 같다. 어머니는 보행차를 밀고 하루 종일이라도 놀 수 있다고 하시지만 먼 길을 가야 하는 동생들 때문에 아쉬운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사람들이 붐비는 장고항은 바다향기로 가득하고 사람들의 흥에 넘치는 열고 화사한 봄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엄마는 둘째 동생이 모셔다 드리고 진주로 간다 했고 큰 동생내외는 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막내는 딸내미와 서둘러서 떠나고 우리는 잠시 멈추었다. 무언지 모를 아쉬움 때문 이였는데 서둘러 아들 내외를 보내야 했다 조잘거리던 다온이는 왕 할머니와 둘째 삼촌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다음에 또 만나“
하는 유치원 언어로 인사를 마무리 하는 바람에 웃음 꽃 한 아름 차안에 실려 보냈다.
봄은 그렇게 가족이이라고 하는 멋진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 봄의 아름다운 전경처럼 어머니의 건강하고 싱그러운 삶이 지켜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텅빈 가슴에 가득히 차오르는 우리 가족 4대의 봄노래를 담아 본다
*장고항 : 충남 당진시 장고항로(실치축제)
*서희 : 어머니의 손녀
*다온 : 어머니의 증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