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시리즈 라인업에 새로 추가된 3시리즈 그란 투리스모(F34, 이하 3GT)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시장에 소개되었다. BMW는 3시리즈가 갖고 있는 다이내믹 드라이빙과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내·외부 디자인과 상품성에서도 차별화되는 특징을 갖춘 상품을 기획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개념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새로운 콘셉트로 내놓은 모델이 3GT다.
3시리즈 뒤에 ‘GT’라는 독자적인 서브 네임을 붙였지만, ‘F34’라는 BMW의 코드 네임 규칙으로도 알 수 있듯이 3GT는 형태와 가족관계를 보면 3시리즈의 5도어 해치백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보통 GT(Gran Turismo = Grand Tourer)는 주로 장거리 운행에도 좋은 고성능 크루저의 의미가 강하다. 이 같은 원론적인 GT와는 조금 달리 BMW 3GT는 BMW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콘셉트를 만들었다고 하겠다.
BMW에서는 현대인들의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더 넉넉한 공간이 요구되었고, 이에 따라 3GT를 통해 3시리즈 투어링보다 더 큰 공간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아마 자동차의 거주성에는 영원한 정답이 없듯이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달라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3GT는 외형과 아이텐티티는 BMW 3시리즈 세단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실질적으로는 3시리즈 특유의 스포티함보다는 드라이빙 컴포트와 공간적의 여유에 초점을 두는 쪽을 채택했다.
소문에 의하면, BMW 내부에서는 GT시리즈, 즉 5GT에 이어 등장한 3GT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컸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이 차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오히려 경영진에서는 적극 찬성하는 쪽이었다는데, 이 차는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정치적인 입김이 많이 작용한 케이스라고 하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라졌다. 의외로 5GT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었고, 거기에 힘입어 3GT의 개발과 출시에도 탄력을 받았던 셈이다.
5GT의 크기나 실내공간이 7시리즈만 한 여유를 준 것처럼 3GT 역시 크기에서 위급인 5시리즈를 위협한다. 실제로 3GT의 크기를 보면 3시리즈 세단과 투어링 대비 길이가 200mm, 휠베이스는 110mm가 증가되었다. 특히 휠베이스는 실내공간의 확보는 물론 승차감을 좌우하는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GT의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또한 차의 높이는 세단보다 81mm가 커졌다. 지붕은 전반적으로 높고, B필러와 C필러를 거쳐 트렁크로 내려오는 루프라인은 둥근 호를 그리는 식으로 기울기가 완만하게 내려오며 마치 쿠페처럼 길게 빼냈다. 이 같은 설정은 실내 크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실내 크기에서 앞좌석 좌우 너비는 1,465mm로 세단보다 14mm가 늘어났지만, 뒷좌석의 폭은 3mm가 좁아졌다.
대신 GT의 뒷좌석 레그룸(투어링 대비 +72mm)과 헤드룸(+17mm)은 더 넓어졌다. 뒷좌석 레그룸과 헤드룸은 현재의 5시리즈 세단보다 넓고, 뒷좌석에 체구가 큰 성인이 앉아도 무릎과 머리 윗부분이 넉넉하다. 전반적으로 실내공간이 크게 확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인승 이상의 모든 BMW 모델이 그렇듯 리어시트는 접어서 화물칸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분할 비율 역시 일반적인 60:40이 아닌 40:20:40이며, 트렁크에 마련된 레버로 쉽게 접을 수 있으며, 버튼 하나로 리어 해치도어를 자동으로 닫는 기능도 기본으로 적용했다. 트렁크 용량은 520L가 기본이고, 시트를 접으면 1,600L까지 늘릴 수 있다. 3GT의 운전석 높이는 기존 세단보다 59mm 올라갔다. 3GT의 앞부분이 길어지고 차고가 올라간 만큼 시트 포지션도 조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앞좌석 헤드룸은 세단이나 투어링보다 25mm나 더 여유가 있다. 물론 시트 포지션의 상승에는 장단점이 있다.
단적으로 시트 위치가 높으면 차에 타고 내리기가 편하며, 눈높이가 상승하는 만큼 시야가 편해지기도 한다. 반면 인간의 균형감각을 감지하는 기관인 귀의 전정기관에 있어 그 위치가 높아지는 만큼 차체의 롤이 커지면 쉽게 불안감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그래서 키가 큰 차들은 좌우 롤 제어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크기를 비롯한 전반적의 실루엣의 변화, 확대된 실내공간, 뒷좌석과 트렁크의 활용성 등을 제외하면 엔진과 변속기, 앞좌석의 대시보드 레이아웃, iDrive를 비롯해 주행 환경이나 운전성향에 따라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까지 네 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 등 대부분의 기술적인 내용은 기존 3시리즈 세단이나 투어링과 동일하다.
기술적으로 몇 가지 새롭게 시도된 것으로는 에어 커튼(범퍼 좌우 바깥쪽에 공기가 흐르는 채널을 이용해 일종의 에어 커튼 효과를 만들어 휠 하우스와 휠 주변의 공기흐름을 부드럽게 제어하는 역할)의 기능성에 추가적으로 프론트 펜더 뒤쪽으로 패셔너블하게 장식까지 한 에어 브리더(Air Breather : 역시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역할)를 적용했고, 트렁크 리드에는 BMW 최초로 속도에 따라 가변 제어되는 액티브 스포일러(Active Spoiler)가 더해졌다.
이 액티브 스포일러는 속도가 110km 이상이면 자동으로 올라오고, 속도가 70km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자동으로 내려가며, 실내에서 버튼을 이용해 수동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5GT에서는 프론트 라디에이터 그릴에 일종의 셔터를 달아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액티브 에어 벤트(Avtive Air Vents)’가 있었던데 비하면 3GT는 공기를 다스리는 분야에서 또 다른 성과를 이뤄낸 셈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차의 대세는 연비 좋은 디젤로 귀결되고 있는 시점이다. BMW 3GT의 파워트레인은 이미 검증된 직렬 4기통 2.0L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조합되어 있다. 여기에 스타트-스톱 기능과 에코 프로 세팅을 이용한 보너스 마일리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일 것이다. 주행 느낌은 3시리즈 세단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라이드 & 핸들링 측면에서는 세부적인 조정들이 많이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휠베이스가 길어진 것만큼 승차감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차고가 상승하고, 댐핑 스트로크도 약간 길어진 듯하며, 결정적으로 스트로크 스피드가 빠르게 촐랑거리지 않고 완만한 움직임을 갖고 있어 3시리즈 세단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훨씬 더 부드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핸들링 역시 스포티함보다는 컴포트 타입으로 선회했다. 예를 들어 핸들링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센터 포인트 필링이 3시리즈 세단과는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편안한 차들이 그렇듯 상대적으로 롤은 더 커지고 주행 중 스티어링 휠이 센터로 돌아오는 시간이나 감도 느려졌다. 대신 갑작스런 장애물 회피나 급차선 변경 등 예리하면서 기민함을 요구하는 동작에서는 DSC가 아주 일찌감치 개입해 차의 자세를 제어한다. 국내 판매 가격은 기본형이 5천430만원. 18인치 휠과 열선 스티어링 휠, 라이트 패키지, 다코타 가죽,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 등의 옵션이 더해진 럭셔리 모델은 6천50만원이다.
글: 김태천
BMW NEW 320d GRAN TURISMO
가격: 5천430만원
크기: 4824×1828×1489mm
휠베이스: 2920mm
0→100km 가속 7.9초
최고시속: 226km
엔진: 직렬 4기통, 1995cc, 트윈파워 터보 디젤
최고출력: 184마력/4000rpm
최대토크: 38.8kg·m/1750~2750rpm
복합연비: 16.2km/L
CO₂ 배출량: 120g/km
변속기: 8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 뒤 모두)V 디스크
타이어: (앞, 뒤 모두)225/55R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