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다녀 온 미국 여행(5)
캐나다 뮤즈 한국청소년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수필가 박 혜정
샌디에이고(San Diego)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번째로 큰 도시이고, 미국 내에서는 8번째로 큰 도시이다. 미국과 국경을 가까이 하는 밴쿠버처럼 샌디에이고는 멕시코와 국경을 가까이 한다. 날씨는 사시사철 쾌적한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섭씨 13-20도 정도가 된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선선한 지중해성 기후를 가지고 있다. 안정된 치안과 비싼 물가로 인해 부유한 백인들이 선망하는 1위의 은퇴 도시이며, 해군의 함정모함이 기항 할 수 있는 큰 군항도시이다. 또한 150Km에 걸쳐 뻗어있는 멋진 모래 해변도 유명하다.
관광을 어떻게, 어디에서부터 해 볼 지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동물원과 씨 월드(Sea World)를 보는 것이었다. 거기에 많은 박물관들까지. 전부 많이 걸어야 하는 관계로 “좀 더 쉬운 것이 뭐 없을까?” 하며 찾아보았다. 좀 더 일정의 여유가 있었으면 며칠 묵으며 다녔겠지만 이제 밴쿠버로 돌아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아서 많이 걸으며 다니기에는 여행 일정이 빡빡했다. 그래서 정보를 찾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다. 유람선을 타고 보는 고래 구경(Whale Watching)! 힘들지 않게 배를 타고 갔다가 고래만 보고 오면 될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표를 미리 예매하고 갔다.
생각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관광 안내소에 가 보았다. 그곳에는 각종 할인 쿠폰과 지도, 버스 시간표, 친절한 안내 요원 등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밴쿠버는 눈이 너무 와서 꼼짝 못 한다는데 그곳은 얼마나 더운 지 기온이 섭씨 25도였다. 사람들이 반팔 차림이었다. 고래 구경은 유람선을 1시간 30분 정도를 타고 나가서 1시간 정도 고래를 보고 다시 오는 일정이었다. 갑판은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잠시 배안 구경을 하고 오니 어떤 새가 배와 같은 속도로 날고 있었다. 처음에는 리모콘 같은 것으로 조절하는 가짜 새인지 알았다. 참 신기하게도. 주위에서는 비행기가 낮게 날고 있었다. 그 비행기를 보니 얼마 전 미군 비행기가 한국인 집 위로 떨어졌던 끔찍한 사고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 사고가 난 곳도 샌디에이고 근방인 것 같았다.
정말 1시간 30분 정도를 가니 고래가 나타났다. 고래는 12월 중순에서 3월 중순까지 13000 여 마리가 배링 해협에서 따뜻한 캘리포니아로 새끼를 낳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바로 이곳을 지나 멕시코를 향해 남쪽으로 이동을 한다고 들었다. 내가 본 것은 4-5마리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물 속으로, 물 밖으로 고래 특유의 표시인 머리위로 물을 뿜으며 다녔다. 1시간 가까이 배가 고래를 쫓아 다녔다. 그런 후 다시 육지로 뱃머리를 돌렸다. 조금 가다 보니 새끼 돌고래가 배웅을 하듯이 배 옆을 따라왔다. 귀여웠다. 고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언제나 고래 구경을 할 수 있을까? 또 고래가 없는 날도 있을까?” 한국에서 제주도 바다 속을 잠수함을 타고 구경을 할 때 산호초 외에는 별 것이 없어서 잠수부가 멍게 등 이것저것을 들고 잠수함 창 앞을 왔다 갔다 했던 추억이 있어서.
배를 탈 때는 샌디에이고에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관광 안내소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낸 탓에 주위에 무엇이 있는 지도 모르고 막 뛰어서 배를 탔다. 그런데 배에서 내려 보니 바로 옆에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 서 있었다. 이름은 ‘미드웨이’ 호인데 그 안에는 방이 2천여 개나 있고, 1992년 임무를 완수해 정박 해 있다가 12년의 개보수를 거쳐서 2006년부터 박물관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한번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다음으로 기약하고, 아까 배에서 보았던 예쁘고도 멋진 호텔인 델 코로나도 호텔(Del Coronado Hotel)로 향했다.
바다위에는 샌디에이고와 코로나도 섬을 잇는 미국에서 가장 긴 다리인 코로나도 베이 다리(Coronado Bay Bridge)가 서 있다. 그 다리를 건너면 다운타운의 남서쪽으로 델 코로나도 호텔이 있다. 1888년에 전부 나무로 지어졌고 빨간 색의 뾰족한 지붕과 흰색 페인트로 칠한 호텔 외부와 넘실되는 푸른 바다와의 절묘한 색상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이 호텔은 미국 상류 사회의 사교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캘리포니아를 방문하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단골로 묵고 가는 격조 높은 호텔이며, 특히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자주 애용했다고 한다. 또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세트장으로도 유명하다.
샌디에이고를 떠나 LA로 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 정말 살고 싶은 도시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밴쿠버처럼 평온한 느낌과 미국의 도시적인 느낌 또 유럽풍의 느낌까지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항구 도시이지만 정말 깨끗하고, 자연적도 볼 것이 많고, 씨 월드처럼 인위적인 것도 볼 것이 많고. 시간을 가지고 자세히 보려면 일주일 동안 있어도 다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밴쿠버에 와서 어떤 지인에게 “샌디에이고는 정말 마음에 드는 도시야. 기후까지도 완벽하고.” 라고 했더니 그 지인이 말하기를 “그러니까 글이 잘 안 써진다잖아.”라고 한다. “하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