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24기 곽상훈
어둠이 깊어 가는 밤. 전남대 후문.
화려한 네온사인을 비집고 들어가면 2000년대에 1960년대 집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중에는 나의 보금자리도 있다. 꼬불꼬불한 골목길 사이에 희미한 가로등이 켜져 있고, 다정한 연인이 수줍은 연애를 하고, 주인 모를 자전거가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다. 자취방으로 가는 길은 이러하다.
방에 들어가 스탠드를 켠다. 어두운 방안이 환해지면서 꾀죄죄한 모습이 드러난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공간이지만 세상에서 내가 가장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다.
어느 때는 친구 녀석이 소주와 새우깡을 사서 기다리고 있다. 아무도 없는 빈방에 혼자 들어서는 쓸쓸함을 아는지 이 녀석은 아무 말 없이 제 집처럼 나보고 얼른 들어오라는 손짓을 한다. 친구는 말이 별로 없다. 단지 나의 빈 잔을 채워주면 미소지을 뿐이다. 이런 날이면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곤 한다.
"이 녀석아. 언제든지 와라. 널 위한 자리는 항상 남겨두고 있으니까"
상! 쾌한 아침이 되면 본격적인 나의 살림 실력(?)이 나온다. 먼저 할 일은 따뜻한 밥을 먹기 위해 쌀을 씻는 것이다. 한 뭉탱이 퍼다가 바가지에 넣고 그 우락부락한 손으로 쌀을 씻기 시작한다. 다 씻은 후에 손을 집어넣어 손등까지 물이 남도록 하고 밥솥에 넣으면 끝이 난다.
그 다음 할 일은 빨래이다. 밀린 빨랫더미를 물에 푹 담근 후 비누칠 몇 번하고 헹구고 탈탈 털어서 말려 버리면 이 일도 간단히 끝이 난다. 이런 일들을 마친 후 밖을 바라보면 이제서야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아침 바람이 선선히 나에게로 부는게 느껴진다.
자취생에게 빠질 수 없는게 있다면 그건 바로 라면일 것이다.
'라보때"라고 했던가!
"라면으로 보통 때운다"라는 뜻이라는 이 단어는 어느새 나에게 아주 친근하게 되어 버렸다. 끼니로 한 봉, 밤에 간식으로 한 봉, 술 마실 때 안주로 한 봉. 이런 식으로 며칠이 지나면 나의 주된 양식이 떨어진다. 그래도 주머니 사정에 그리 부담을 주지 않는 라면이기에 어김없이 "라보때"를 한다.
난 어느새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고등학교 기숙사 시절, 군복무 시절,! 제대후 일했던 때, 그리고 지금의 생활까지.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만큼 그리움이 더한다. 그리고 함께 있다면 더 편히 지낼 수 있을 텐데 라는 미련도 남는다. 그래도 나는 이 자취생활이 맘에 든다. 꼭 홀로 서기 하는 과정 같아서.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방법도 배울 수 있어서.
오늘밤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나의 보금자리에서 가만히 누워 시간이 정지되는 듯한 기분을 느껴봐야겠다. 더불어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도 떠올리면서....
(연지 데이트)
드디어 여섯 번째 신입생 교사가 연지에 들어오게 되었답니다.
같이 데이트 하실래요?
1. 자기 소개 해 주실 래요?
저는 전남대학교 과학교육학부에 재학중인 산소(O₂) 학번 '배세진'입니다.
별로 내세울 것 없는 극히 평범한 "남자" 입니다.
( 이름 때문에 오해받은 일이 많아서...^^*ㅋㅋ)
2. 학당을 들어오게 된 동기와 처음 느낌은 어떤가요?
매일 백수처럼 방바닥에서 뒹굴다가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물론 24기 교사 김창용씨(?)(교장선생님입니다.! ☜편집부) 의
권유도 있었구요.
처음 왔을 때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매우 좋았고 인상 깊었습니다.
3. 본인이 가장 아끼는 것은 어떤 걸까요?
울과 동기들이 생일 때 선물해준 지갑.
내 생명줄과 다름없는 우체국 예금통장과 현금카드^^*
4.'겨울' 하면 떠오르는 것은 뭘까요?
너무 춥다... 안 그래도 옆구리가 시려운데 차디찬 겨울 바람 마저
뼈 속 깊이 몸을 시리게 하네요.
근데 겨울에 목도리를 두르고 다니는 게 참 좋아요.
5.요즘의 관심 있는 것은 어떤 걸까요?
물론 동아리 활동이죠.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
기대 반, 두려움 반이네요
6.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그냥 평범한 사람... 내 전공에 따라 교사가 되고 싶고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성실한 가장이 되고 싶네요..
너무 추상적인가요?
데이트 즐거우셨나요?
신입교사와 지금의 연지실무들에게 많은 관심 바랄게요.
(주제글)
그리움 - 그 짧은 혼잣말
24기 이진화
원고 구상 중이던 정선언니의 모습..주제글.."그리움"하면서 나를 계속 쳐다본다.
시선을 피해 봤지만, 제가 맡게 되더군요. ㅋㅋ
그리움이 어떤 건지.. 순간의 느낌. 그 말로 퍼지는 그 순간일 뿐이라 생각이 들지만, 저는 그리움이란 감정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쓰기로 했어요.
나는 지금 너무도 빨리 잊어 가는 내 모습이 실망스럽다. 만남이란 끈 속의 추억들은 다른 만남들 사이로 숨겨 들어간다. 다시는 나에게 나와 보이지 않는다.
10.6 흐리고 비가 주저리주저리 내리는 날이면 "그리움"이란 단어가 더 가슴 시리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잊혀진지 오래된 기억들조차도 비의 두드림에 땅 속 깊은 곳에서 다시 올라왔나봐. 잊혀지지 않은 기억들조차도...
가끔씩 사람 속에 있어도 사람이 그리워지는 거.. ㅜ.ㅡ 이는 외로움일지라.. 그냥 오늘 뿐이거니, 나를 누르고, 더 이상 그대를 그리움이라 명하지 않는다.
친구와 산책을 한다. 목적지가 없는데, 왜 그리 바삐 걷냐고 나에게 묻는다. "어어..글쿠나" 그냥 발길 가는 대로 가자!!!!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은 기숙사지만,…
돌아갈 곳이 있어서 행복하단다. 어?!!
돌아가고픈 나의 추억들!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 파묻혀 기뻐했던 일, 무단 외출이어도 그들과 함께 한 시간들, 돌아갈 수 없는 단지 추억하는 순간이기에 행복하다. 그리워하는 그 느낌이 행복하다.
10.7 그리움..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는 그 날,(그냥 얼토 당토않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 누군가가 그냥 그립기만 하고, 그 그리움이 그리움에만 그쳐.. 더 이상 그 무엇도 아닌 순간, 나는 진정한 사랑을 알리라∼∼ 그래서 아직 잘 모른다. 후후
10.13 누군가 그랬던가? 그리움을 참으면(?) 별이 된다고... 하늘을 올려보니 별들이 그렇게 많은게 그 때문이었지도 모르지. 또 생각한 건, 별동별이 있는 것! 아마도 나처럼 지나간 감정이 그리움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이의 그리움일 것이다.
10.16 바쁘긴 하지만 시계바늘처럼 일정하지도 않고, 빨리 돌아가는 나의 시계는 나의 감정들조차도 삼켜 버렸다. 열거되는 내가 해야 할 일들. 그들의 능력에 무릎을 꿇었다. ㅎㅎㅎ 다시 그리움이 온다면 감정이 닿는 날.. 난 자신있게 말해야지.. 그립다고(?)
10.18 비오는 하늘, 먼지냄새인지 익숙지 않는 흙내음인지.. 글쎄...애리여 오는 마음을 담고 마지막으로 그린다. 언제나처럼 끝이 시작을 약속하기보다는 그리움만 내 마음의 방들에 쌓여 든다. 또, 한 번의 손님이었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단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 집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편지글)
이삭에게
24기 김창용
어제는 넘넘 미안했어....
가끔씩 너를 비롯한 뽕알 애들 생각하면서도....
생각만큼 연락이 잘 안 되는구나...
너에게 다시 편지를 써볼까 했는데....
중간고사.. 야학행사.. 등등...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이리 저리 미루고... 지금까지 와버렸네...
우리 졸업하구... 너 제복 입은 모습 처음 봤을 때....
정말... 감동이였는데....
그때 그 느낌들이 지금도 생생한데....
또 다른 현실에 적응을 해 나아가면서 기억속에세 조금씩 멀어져만 가는...
우리 친구들....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당장은 많이 못 만나고.. 많이 부데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린 즐거웠던 추억을 순천고등학교에서 만들었고... 그 좋은 기억이... 언젠가는 우릴 다시 뭉치게 하는 큰 힘이 ! 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짦은 헤어짐에 아쉬워만 하기 보단....
좀 더 멋있는 모습으로 친구들 앞에 당당하게 나타날 내일을 기약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성실히... 나와.. 내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생활을 하자....
특히.. 이삭인.... "명예"가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곳에서 생활하구 있는 만큼... 내가 하는 말.. 더 잘 이해할거라 믿는다...
어디서.. 어떻게 살든....
모두들 정말... 당당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
그럼....
난 이만 줄인다....
안녕...♡ 언제나 행복해라.....
(광주에서) 창용이가
(자유시)
23기 서정선
커피가 더이상 쓰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을 즈음
어른이 되어 있었다.
아침을 거른 채 팔장을 끼고 창밖을 보며
약하지 않은척,
불안하지 않은 척
나를 속이며 어른 흉내를 내야 했다.
뛰지 못한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그윽하게 바라보게 되었을 즈음
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조용히 표정을 감춘채
사색하듯이 서로를 묶어둔채...
혼자임을 연습해야 했다
눈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입으로 다하지 못하는 말들이 있다.
내가 배웠던 지난 시간은
나를 묶어두는 것이었다.
조금 위로 받고 싶은 날
이제 쓴 커피 대신
따뜻한 코코아를 마셔야 겠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고 나서..
24기 유송이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하나만의 종교를 믿으라는 강요가 없다.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맞게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모든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좀 더 한국사회가 종교 선택에 대한 폭을 넓혀 주고 민주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넘어야할 장애물들이 있다. 우선 한국 사회에 넓게 퍼져있는 교회의 선민의식과 배타주의의 문제점들을 들 수 있다. 단순히 선민 의식이라 하면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바로 숫자를 더 채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인 것이다. 가난뱅이의 마음은 물자와 특별한 관심으로 끌어 사람을 매수하고 그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는 교회의 모습 속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교회의 관심 속에 너무나도 쉽게 넘어가는 소외된 계층들을 보면서 왜 아직 사회는 그들에게 조그마한 관심조차 보이지 못했나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 두 번째로 타종교에 대한 배타주의적 사고이다.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종교를 믿은 사람들끼리만 결속력을 더욱더 강화하여 그들끼리만 똘똘 뭉쳐 패거리주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 지방 사립! 대학 공고문 '응모자격' 란에 순수한 ○○○ 신앙을 가진 사람만 모신다는 문구가 나왔다. 바로 특정 신앙을 가져야만 교직원으로 채용되어진다는 말이다. 합리적인 현대사회인으로서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예로 보여진다. 개인 자유 선택의 사적인 영역인 종교와 공적인 영역인 사회 교육이 맞물려 있다면 바로 사회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를 위한 교육과 개인의 영혼을 위한 종교신앙을 엄격히 구별 분리해야 한다. 종교 영역의 본질을 따져 보면 진정한 신앙은 누군가에 보여지는 게 아닌 개인의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며 그 신앙이 나와 다를지라도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로 믿음의 대상보단 믿음의 재미와 내면성, 진지성, 성실성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무슨 종교인가 등을 떠나서 내면적인 노력으로 절대자를 접해야만 바로 구원의 손길을 받을 수 있고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대표적인 종교로 불교를 들 수 있다. 비폭력성과 생명 존중의 사상이 대표적인 성격인 불교는 자유를 갈망하는 서구인들에게 매력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불교는 그 의미를 제대로 정착시켰는지 의문이다. 한국 사회 전체의 폭력과 그 속에서 한국을 강조하며 폭력을 서슴지 않고 생명을 짓밟았던 승려들, 바로 권력에 빌붙는 것을 일삼아온 종교계의 비참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정권의 흐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분위기 속에 종교는 본질을 잊어버린 채 중심을 잡기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전근대적 색깔이 짙은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과 지역주의를 절대화해 통치기반으로 삼는 정권의 모습 속에 더더욱 설자리를 잃고 있다. 왜 지역주의를 파기하기는커녕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했을까? 유신 본당이나 5공 잔당을 핵심으로 그들은 과거의 전근대적 본성을 탈피할 수 없으며 정보화 전문화되어 가는 세상에 생존을 위해선 지역적 연고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다. 또 정치를 운용하는 과정에도 돈이 휘발유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금 종교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종교란 내면의 본질적인 나를 찾고 그 속에서 절대자로부터 평안과 행복을 얻는 것이다. 바로 개인의 침해할 수 없는 교유의 영역이다. 제 3자의 개입이 들어설 자리가 없으며 종교에 대해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이 선택한 종교에 대해 존중해주면서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이 현대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아직 한국사회에는 그런 점에서 미흡한 점이 많이 있다. 서투르지만 종교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우리가 바꿔나가야 한다. 누군가가 날 이해해주길 바라는 생각보단 내가 먼저 남을 인정해 주는 생각이 필요하고 내 종교가 전부라는 생각보단 우리 모두의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뿌리 잡혀야 할 것이다.
긴 하품을 끝내고 오늘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나 살펴보았다.
쓸데없는 상상과 조금은 벗어나고픈 순진한 어린 시절,
그에 따르는 비참함...
그리고 오늘 해야할 일들... 내일 치루어 질 일들.. 이런 생각들을 했던 거 같다.
책을 읽고 시원한 방바닥에서 뒹굴면서
짐승처럼 굴어보고 고상한 척 무릎을 안고 생각에 잠기기도 해봤다.
조금 긴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렇게 사용하겠지 하면서도
생각으로 시간을 좀 먹는다. 난...
공부해야지 하면서 책을 뒤적이다 지루함에 못이겨 이내 잠들면 꿈속에서 시달리게 되구..
잔뜩 찌푸린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던가.
지독한 외로움 속에 갇혔다는 생각으로 비참해 했다.
그리고 이것저것 주워 먹으면서 또 잊어버린다.
삶은 기억과 망각의 연속이다.
나는 잊어버리고 기억하기를 반복하며 웃고 비웃고 시무룩해진다.
수많은 책 속에서 내가 찾아야 하는 길은 없다.
찾지 못하고 이내 떠밀려 와버린 시간....
( 서정선 )
연지 소식
10월 19일로 예정되었던 실무와 형제분들의 가을 야유회가 날씨 관계로
취소되었답니다..
11월 9일에 연지야학 이름으로 일일호프를 열 예정입니다.
모두 이미 엽서를 발송했는데 받아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장소는 전대 정문 국제서림 골목의 '코끼리 핫바지'입니다.
시간은 오후 5시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많이 들 오셔서 그 동안 만나지 못하셨던 연지가족들의 만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