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죠"
저의 마지막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책 한 권을 소개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진솔한 이야기가 터져 나온 시간이었습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할머니로서 무엇보다도 한 여자의 삶을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될까요. 저의 아내도 여자, 아내, 엄마로 (, 할머니는 언제나 될지 요원하지만) 반세기가 넘게 살았지만 두 시간 가까이 감히 어디 명함 한 장을 내밀 수 없는 밀도 있는 대화에 그저 추임새를 넣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던, 저도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반듯한 자세로 임하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화성인으로서 금성인의 삶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남자가 늘 주인공으로 버티고 있는 세상에서 여인 한 분 한 분이 어떻게 삶을 고뇌하며, 지혜롭고 슬기롭게 자신이 처한 환경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지 비밀을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방송이나 글을 통해 전해 듣거나 주변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사실의 범주에 속하는 것일지라도, 어떤 것은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쩌면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 허깨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저도 어머니의 역할 중에 극히 일부의 사실만을 알고, 그것이 나의 어머니는 물론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말해 주는 진실을 아닐 것이며, 아내도, 할머니도 그 외 모든 관계에서 한 사람을 설명할 진실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겠다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쏟아져 나온 이야기가 모두 개인의 사생활이어서 몇 문단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재주가 있다손 치더라도 불가한 것이기에, 한 회원께서 남편들에게 소개하신 조항조의 [고맙소]의 가사를 옮겨보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도 가족과 나에 대한 사랑이 깊이 있게 각인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두 최고로 아름다우십니다.
6명의 회원이 마감 시간에 쫓겨, 5월 모임을 기다리며 도서관을 빠져나왔습니다.
고맙소 - 조항조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
진심을 다 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
이 나이 먹도록 사람을 잘 모르나 보다
사람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술 취한 그날 밤 손등에 눈물을 떨굴 때
내 손을 감싸며, "괜찮아" 울어준 사람
세상이 등져도 나라서 함께 할 거라고
등 뒤에 번지던 눈물이 참 뜨거웠소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못난 나를 만나서 긴 세월 고생만 시킨 사람
이런 사람이라서 미안하고 아픈 사람
나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소
남겨진 세월도 함께 갑시다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첫댓글 첫 문장에 대한 해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보다 훨씬 좋으니 앞으로 독후감상보다 진솔한 삶을 나누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의 표현이었습니다. 그 순간의 분위기와 제가 밷어내고 주어 담고를 거듭하면서 했던 말들도 기억이 가물해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죄송...
남의 동네 이야기이지만 잘못하면 넋두리, 인생푸념 쪽으로 빠질 우려도 있는 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