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면 시량2리, 벚나무 길
길, 나를 발견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길을 만나게 된다. 삶의 길이든 자연의 길이든 아름다운 길을 걷고 싶은 것이 바람일 것이다. 2021년 봄, 꽃길을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날의 단내가 나를 이끈다. 덕산면 시량 2리 마을회관에서 인갤러리 가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가든 좌측에 큰 느티나무가 있다. 그 길을 올라가면 입기도 하면서 봄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이 소녀들 같다.
바람이 불어와 꽃잎이 흩날린다. 꽃잎이 얼굴에 닿는 순간, 사랑을 나누기라도 한 걸까! 길을 걷는다는 느낌이 설렘으로 다가온 적은 드문 일인데 가슴구부터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봄이 되면 입맛을 잃는다는 할머니 말씀처럼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는 날이었다. 약간 가파른 길이어서 걱정됐지만 봄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나보다 앞서서 아주머니 서너 명이 올라가면서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나무에 기대어 쉬이 뛰고 있다.
길, 나를 깨우다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서 나를 반기는 풍경은 드라마틱하다. 벚꽃과 홍매화가 어우러져 작은 궁궐 같은 느낌이 들어 나의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만든다. 새소리는 마치 악기소리 같아서 어느새 눈을 감고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자연에 사랑 받는 기분이 드는 건 또 어떤 감정인지 궁금해졌다. 사진을 담고 올라가는데 푸른 나무들이 우거져 눈이 맑아진다. 옆으로 개울물이 흘러 시원함까지 더해주었다.
개울물이 흐르는길 옆에 제법 큰 물웅덩이가 있는데 꽃잎이 내년 봄을 기약하며 목욕을 즐기고 있다. 아주머니들 몇 명이 봄나물을 뜯는 모습도 보인다. 봄은 모든 것이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마음이 바구니에 담아있다. 봄에는 쓴 나물이 입맛을 돋군다는 말이 있다. 제철 나물을 잘 챙겨먹으면 병이 없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틀린 말이 없다. 봄 안에 느끼는 어머니들의 정성을 느끼며 나또한 건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시량2리의 여름은 푸르다. 꽃들이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서인지 길 또한 외롭게 보이지 않는다. 여름이라 그런지 풀이 무성했지만 도라지 꽃이 있어 밉지가 않다.
길, 그리고 삶
시량2리는 사랑스러운 마을이다. 마을을 다니면서 늘 하는 생각이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치유 길을 열어준다. 자연의 기운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뉴스에 아파트 소음으로 인한 싸움으로 생명을 잃게 되는 일이 종종 보도되고 있다. 이는 현대인들이 도시 속에 갇혀서 자연과 멀어져 살면서 예민해져 있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살고 있는 환경도 매우 중요하지만 소음도 우리에게 큰 역할을 한다. 백색소음은 건강에 좋고 집중력 향상에도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가 얼마나 자연과 가까워져 살고 있냐에 따라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재작년 봉사활동으로 방글라데시에 한 달 넘게 머무른 적이 있다. 공기와 물 환경이 열악했다. 함께 간 아이들이 양치를 준비해 간 생수 대신 현지 물로 한 이유로 심하게 장염에 걸려 고생했다. 마스크를 했는데도 저녁에 세수를 하고 코를 풀면 먼지가 까맣게 섞여 나왔다. 귀국 후 몇 명이 기관지염 때문에 몇 달을 고생했다. 그만큼 환경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목적지에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그 길을 잘 찾아가는 것 또한 우리 몫이다. 삶의 길이든, 목적지에 도착하는 길이든, 가끔은 숨 돌릴 필요가 있다. 바쁘게 사는 가운데 자신에게 쉼은 보약이기 때문이다. 내년 시량2리 벚꽃 길을 걸어보자. 자연의 수많은 보물들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
인연
선택도 길이고
우연도 길이더라
그 길 위를
너와 내가 걷고 있다
둥지
몇 년 전 보육원에 간 적이 있다. 나를 보는 눈빛들이 참 맑았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뛰어와 나의 품에 안겼다. 나의 가슴과 손길이 바빠졌다. 가제트였다면 모두 안아 줬을 텐데….
나와 눈이 마주 치는 순간 한 아이의 눈동자에 가득 고인 눈물을 보았다. 그 아이를 포대기에 둘러업고 한 아이는 유모차에 태워 초겨울 따스한 오후 볕에서 우리만의 나들이를 했다. 운동장을 돌며 동요를 부르는데 금세 등에서 쌔근쌔근 소리가 박자를 맞췄다. 얼마나 포근히 잠들었는지 나의 노래는 계속 테이프를 감았다.
꿀잠 Zzz
엄마의 품이 그리웠던 걸까! 숨소리에도 그리움이 묻어났다. 유모차를 탄 아이가 물었다. 하늘이 왜 파란지, 구름이 왜 솜사탕 같은지, 왜 유모차를 태워주는지…. 계속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아이의 눈과 입은 보물단지다. 예쁜 말과 상상력이 가득 차 있다.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등 뒤에서 기지개를 폈다. 꿀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의 목소리가 달았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아주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기저귀도 갈아주었다. 다시 아이를 키우듯 설렘였다.
목마른 눈동자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눈동자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누군가의 평범한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우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 옷을 보니 아기의 콧물이 포근함을 그려 놓았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가정이란 둥지를 찾아 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봄
눈이 내려
흰 꽃으로 덮여 있으니
그대 마음을
어찌 알 수 있으랴
눈이 녹을 때 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엄마의 길
알아 가고 싶었다. 내가 눈을 뜨면 함께 눈을 뜨고 아파하면 같이 눈물을 흘리고 24시간을 함께 하는 내 안에 또 다른 나. 감정의 쓰나미가 밀려와도 일어 설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
나의 눈이 너의 눈이 되고 내 호흡이 너의 심장을 만들어 내지. 내 생각과 마음이 너의 감성을 영글게 하고 나의 언행이 너라는 완전체를 만들지.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너를 달래 줄 수 없어서 미안해.
처음…
나도 연습이 필요했나봐. 사랑을 얼 만큼 줘야 할지도 몰랐어. 너와 나는 모든 게 처음인 거야. 눈을 마주 하는 것도 서툰 사랑도 서로를 알아 가는 것도…
너는 화초와 같아서 빛을 얼마나 마주해야 하는지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바람은 얼마나 스쳐야 하는지 몰랐어. 덜해도 아플 것 같고 과해도 아플 것 같아서 많이도 조심스러웠어. 어깨가 부서져도 허리가 휘어져도 너를 위해 서라면 다 내어줄 수 있어. 너를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도 때론 병이 들어가도 그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씨앗이었어.
익어가는 중
나는 어른이란 이름이 있지만 어른이 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익어 가고 있다는 걸 너를 보며 알았어. 너와 나 사이엔 용서란 말도 미움이란 말도 존재 하지 않아. 혹시라도 틈이 생기면 그건 쉼이란 신호일거야. 그때는 24시간 함께 했던 때로 돌아가 내 안에 흐르는 마음을 느끼면 돼. 그러면 평온이 찾아 올 거야. 네가 또 다른 세상을 마주 할 때 마다 심장이 두근거리지만 그건 너의 몫이 라는 걸 잊지말아줬으면 해. 네가 힘들어 할 때면 숨이 가빠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고맙고 사랑스런 사람. 너로 인해 난 그렇게 엄마의 길을 배웠어.
기억, 한켠에
네 생각이 난다
거친 빗소리처럼
바람이 잠 잘 때 까지
나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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