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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 진실 밝히는 데 종교가 나서 목소리 내 달라 호소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8일 10.29참사 이태원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이태원 분향소에는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한 성공회 의장 이경호 주교(서울교구장), 김영철, 김종생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10.29참사 회복지원위원회)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차례로 분향소를 찾았다.
오후 1시쯤 참사 현장을 먼저 찾아 기도한 정순택 대주교는 동행한 사제들과 분향소에서 연도를 바친 뒤, 가톨릭 신자 유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매일 아이가 꿈에서 도와 달라고 합니다. 아빠로서 잠을 자도 자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얼마나 억울하면 그렇게 꿈에서도 찾아와 말을 할까요.”
“아이를 잃고 아들 예수를 잃은 하느님의 마음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우리는 용서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아이들의 억울함이 풀리면 언제든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정 대주교와 사제들을 향해 유가족들은 “정부는 가족들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고, 심지어 적대세력 취급을 하는 것 같다”며,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종교계가 가족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 달라고 호소했다.
정순택 대주교가 18일 교구 사제들과 이태원 분향소를 찾아 연도를 바쳤다. ⓒ정현진 기자
분향을 마친 뒤 가톨릭 신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를 건네는 정순택 대주교. ⓒ정현진 기자
이종철 대표(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정부는 가족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영향력 있는 분들이 나서 주시길 부탁드린다. 교황님께라도 이 정부에 한마디 해 주시기를 청하고 싶다”며, 정순택 대주교에게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정 대주교는 “참사 현장에 들러 기도하고 왔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겠는가”라며, “교황님에게 직접 청을 넣기는 어렵겠지만 로마에 있는 유흥식 추기경을 향해 가족들의 마음이 전달되도록 해 보겠다”고 답했다.
정순택 대주교에게 편지를 써 전달한 또 다른 유가족은 “우리 아이가 어느 시점에 어느 곳에서 죽었는지 모른다. 장례를 치른 뒤에도 정부는 가족들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하거나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아주 기본적인 것도 하지 않았다”며, “가족들은 엄청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사실을 알고 싶은 것이고, 책임자를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한 것뿐인데, 정부는 계속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추모와 진상규명 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고민하겠다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8일과 29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전주교구장)도 이태원 시민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조문 뒤 마련된 유가족들과의 간담회. 이 자리에서 정 대주교는 유가족들의 호소를 듣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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