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골서 사람·동물 어울려 큰 잔치"
해운대 장산 노래한 우화가사 '상살미가' 발굴
이현정 기자
2009-07-07 [10:29:00] | 수정시간: 2009-07-07 [14:33:41] | 2면
"절골서 사람·동물 어울려 큰 잔치"
까치야 까치야 산까치야/너는 왜 머리 꼭지가 희었느냐/칠월 칠석 날 다리를 놓다가 지쳐서 그렇게 되었구나/(중략)/올해 잔치는 호랑이집 차례란다./벌써 선물 보따리 메고 줄지어 오는구나/복돌이 잔치 초대받고 등소에서 묵은 때 씻고 콧노래 부르고/(중략)가사문학 희귀 부산에 장산 얽힌 첫 작품 의미 자장가로 전승·현장 고증 등 통해 채록 완성 부산 해운대 장산 절골(계곡)에 얽힌 동물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가사문학 한 편이 발굴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람과 동물이 장산 절골에서 어울려 살며 잔치를 벌인다는 내용의 '상살미가'가 바로 그것. '상살미'는 꼭대기 산, 상서로운 높은 산의 의미로 장산을 이르는 말이다. 절골은 현재의 장산 입구 대천공원 인공호수~체육공원까지의 계곡을 이르는 말로 신라시대때부터 절이 많아 절골이라 불렸다고 한다.노래는 조선 시대 가사 문학으로 유명했던 의령 남씨 집안에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의령 남씨인 할머니로부터 어렸을 적 자장가로 이 노래를 즐겨들었던 김민조(70·부산 해운대구)씨는 지난 5월 마무리된 장산계곡(대천저수지~체육공원) 정비공사를 지켜보며 기억을 더듬었고 60여년 전 들었던 가사 내용을 복원해 냈다.김씨는 "계곡 정비사업을 계기로 가족들끼리 모여서도 옛날 얘기를 많이 하게 됐고 그러면서 예전에 할머니가 불러주신 자장가를 떠올리게 됐다"면서 "할머니는 무서운 분이셨지만 나를 아주 예뻐하셨는데 장산 계곡은 할머니 손을 잡고도 자주 올라갔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김씨는 당시 폭포사 신도회장이었던 할머니가 손자들과 함께 계곡을 오르내리며 이 가사를 지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김씨의 기록에 주영택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이 장산 절골 일대 지명, 전설 등의 조사 연구와 현장 고증을 더하면서 상살미가의 채록이 완성되게 됐다. 실제로 가사에는 양운폭포, 등소, 월영소, 구시소 등 계곡 내 지명들이 많이 등장한다.주 원장은 "장산은 임금의 사냥터였을 정도로 숲이 우거지고 짐승들이 많이 모여살았던 만큼 동물들에게는 지상낙원이었던 곳이었을 것"이라며 "동물 의인화를 통해 우화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이 가사는 장산에 얽힌 첫 가사문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또 기억을 더듬어 쓴 기록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학계는 "민요 또한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에 의해 채록된 것"이라면서 "가창가사였던 이번 가사도 노래를 기록으로 옮긴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부산민요집성'의 저자인 부산대 김승찬(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조선 말기 가사의 마지막 단계로서 가창가사라는 것이 나타났는데 아가를 잠재우는 데 쓰였던 이 우화적 노래는 변격가사인 가창가사의 성격을 띤다"면서 "특히 의령 남씨 집안은 예로부터 의유당 남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집안에서 대대로 가사 작품을 많이 지어 문학적으로 유명한 집안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부산지방의 가사 문학이 별로 없어 이번 가사의 발견은 더욱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부산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가사로는 차성가, 봉래별곡, 부산우위양가 등이 있다.
첫댓글 용호동 사람들은 상살미산이라고 예전부터 불렀고요.
사냥을가서 호랑이인지 쌁인지 나와서 개가 꼼짝없이 꼬리내리고
주인엽에 붙어앉자서 담배불로 낙엽주어서 불붙여서 던지니 한참을 토시고 앉았다가
가는데 보니 허리가 길죽하니 어슬렁 어슬렁 지나 가서 그날은 사냥을 못하고 집으로 왔다고
산돼지 사냥도 밤에 크다란 됀찌들고 가서 불을 비추면 산돼지가 꼼짝 눈이 부셔 꼼짝 못하고 잡았다고
왕채권씨 할배 한테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으며 자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