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토산 5월 산행후기
오늘 코스는 서울둘레길 17코스(구파발역~북한산 생태공원) ‘하늘과 맞닿은 길’이다.
성당에서 6명 출발했고 구파발역에서 4명을 만날 예정으로 도합 10명이니 든든한게 밥 안먹어도 될듯하다.
성모상 앞에서 ‘주모경’을 올리고 출발이다.
둔촌동역에서 구파발역까지는 대략1시간 걸린다. 구파발역 2번 출구에서 10시 10분에 만나 새로 산행에 참가하신 멤버위주로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오늘 처음 오신 한상진 시몬형제님 48년생, 77세로 레지나 자매님 49년생 76세보다 한 살 많은 왕형님 이시다. 다들 70세 넘으면 산을 기피하시는데 둘토산은 예외다.
건강유지 비책을 들어보니 고교동창 4명이서 매주 청계산을 다니시며 산행후에는 맛난 것들을 드신단다. 건강과 함께 즐거움까지 챙기시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오늘은 M.E에서 토마스 형님부부와 벨라댓다 자매님까지 5명이다.
구파발역 2번출구 100m지점 구파발천(창룡천)이 흐르는 곳에서 상류 선림사(2.1km) 방면으로 천변길을 걷는다. ‘기억가꿈길’이라 씌어 있다.
‘구파발교’밑을 지나 은평뉴타운 1단지와 3단지 사이 ‘하늬버들잎 다리’밑을 지난다. 잠시후 잉어와 비단붕어들이 무리지어 노는 ‘만남의 다리’밑을 지나 ‘반딧불 다리’와 ‘메뚜기 다리’를 지나니 연꽃이 피어있는 폭포동 수변공원이 나타난다.
계속 상류방면으로 ‘폭포동교’를 향하여 걷다 길이 막혀 천변위로 올라와 걷는다. ‘밥할머니교’를 건너 좌회전하니 빨간 우체통같이 생긴 17코스 스탬프를 만난다,
이 길은 북한산 기슭 구파발천을 따라 만든 길로, 산책길도 좋지만 그 보다 예쁜 다리이름이 서정적이며 인상적이다. 삭막한 삶 속에 가슴이 잠시 말랑해지며 위안이 되는 순간이다. 아마 주민들이 함께 지었으리라.
사람 마음은 대동소이한 모양이다. 다들 좋다며 감탄한다. 길이 마음에 드니 주변 아파트까지 마음에 드시는지 이구동성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 한다.
산을 좋아하는 은퇴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곳에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이다.
이제 산길로 접어들려는 순간 빨간 우체통모양 스탬프가 서울둘레길 17코스 시작을 알려준다. 선림사를 포위하듯 유턴하듯 돌아 걷는다. 듣자 하니 선림사는 문재인 전대통령이 고시공부했던 절이라는데 이제는 불경소리 안나는 임자 없는 절이기도 하단다.
길가 못생긴 문인석 한구가 조선시대 이 일대에 많았다던 내시들의 무덤을 지켰던 것 같다.
처음부터 계단 길이지만 그다지 길지 않다. 조금 오르니 향로봉 1.8km 이정표가 보인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없어서 시야가 좋다. 파란하늘과 산능선이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고보니 ‘하늘과 맞닿은 길’이 오늘 둘레길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무숲 그늘로 이어지는 길이 좋다. 오르락 내리락 걷는데도 별로 힘들다는 말씀을 안하신다.
그러던 중 시몬 왕형님이 레지나 왕언니 배낭이 무거워 보이셨는지 선뜻 ‘흑기사’를 자청 하신다. 그리곤 배낭을 바꿔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그냥 레지나 자매님 배낭을 앞으로 매고는 “이래야 무게균형이 맞는다”며 ‘허허 웃으시는 모습이 완전 상남자시다.’
대단하시다. 레지나 자매님이 무거우셨는지 얼굴표정이 바로 환해지셨다.
옆에 있던 젊은 내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배낭 하나는 제가 매겠다.”고 했더니 “다음번 쉴 때 교대하자”고 하신다. 서로 배려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잠시 앞서서 잘 가시던 분들이 나를 찾는다. 가보니 두 갈래길이 나와 있다. 혼자 가면 감으로 간다지만 그럴 순 없다. 이럴 때 필요한 스마트 지능 ‘카카오맵’을 켰다. 둘레길을 연결하다보니 불가피하게 산길에서 마을로 잠시 나갔다 연결되는 구간이다. 스마트폰 도움을 받아 위기를 지혜롭게 넘겼다.
아직 12시 안되었으나 수리공원 정자에서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다. 이유는 지난 산행에서 정자를 지나쳤다 비오는 날 길가에 앉아 식사를 했던 교훈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 코스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낭을 내려놓고 각자 먹을 것을 꺼내려는 순간 전혀 예기치 못한 ‘입틀막 대박 사건’이 발생했다.
레지나 형님 배낭에서 거대 스텐 양푼과 함께 대략 10인분 정도에 이르는 삶은 냉면, 양념과 얼린 육수가 나온 것이다. 세상에 산에서 유천냉면을 먹게 될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먹어본 냉면중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난 냉면’이었다. 맛도 맛이거니와 그것은 그 어디서도 맛볼수 없는 사랑이 버무려진 맛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그 많은 것들을 준비해서 혼자 매고 오시다니..
그제서야 중간에 시몬 형님이 레지나 형님 배낭을 매주셨던 것이 이해가 된다. 길을 걸으면서 유심히 보셨던 것이다. 주님께서 함께 하신 둘토산 산행이다.
“레지나 형님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만 앞으로는 힘드시니까 개인 먹을 것만 가져오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식사후 불광사 화장실을 이용하고 깔끔하게 길을 나섰다.
북한산 둘레길 스카이 지점표시가 있고 탐방객 계수대가 설치 되어 있다.
족두봉이 보이고 북한산 둘레길 17구간 포토존 전망대다.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기는 하지만 아파트만 디글디글하다. 가운데 중간쯤에 또 아파트 공사현장이 보인다. 부족해서 또 짓는다?지만 이제 곧 공급이 넘쳐나는 시대가 도래한다.
또 오르막이다. 그리고는 데크 계단,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구름 정원길’ 구간이라는 입구와 함께 17코스 출구 스템프가 보인다.
‘구름 정원길’ 이름을 제안한 이가 이 길을 따라 걸으며 구름들을 관찰했었나보다. 아니면 개인적인 상상력이 동원 되었을까. 오늘은 예쁜 이름 천지다.
이제 불광역 방면으로 내려 가고 있다.
둘토산 형제 자매님들! 예쁜 마음들 덕분에 오늘도 행복했네요.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건강하소서!
첫댓글 둘토산멤버들 멋집니다. 건강이 최고니까 열심히 걷고 멋진 경치들 즐감하세요.^^
글게요. 다들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