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동국대학교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11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동국대학교 경주 캠퍼스 불교미술학과 교수인 청원스님.
고려불화에서 막 빠져나온 듯 섬세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가사를 수한 법체, 손이 닿으면 온기가 그대로 전해질 마냥 보드랍고 생생하게 표현된 상호와 수인, 회화 · 조각 · 채색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나툴 수 있다는, 나무 부처님을 조성하는 장인 청원 스님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미술학과 교수 청원 스님의 열한 번 째 개인전이다.
조각 수행을 43년 째 이어 온 청원 스님은 금니 돋움 채색 기법으로 부처님 가사를 표현하는 탁월한 불상 조성 기법을 인정받아 지난 5월 부산광역시로부터 무형문화재 조각장 제20호로 지정됐다. 이번 행사가 문화재 지정 이후 첫 전시라는 점도 의미가 깊지만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발전을 위한 장학기금을 모금한다는 취지가 전시장을 향하는 이들의 환희심을 더해주고 있다.
전시에서는 높이 1m 전후의 불상 20여 점을 비롯해 총 20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스님의 작품으로 대표되는 불상은 전시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장엄한 약사여래부처님의 단아한 모습은 화려함 속 기품을 내포한다. 또 스님은 국내 사찰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 대만, 중국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불상도 선보이며 나라별 불상의 특징을 비교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불교공예의 대중화를 발원하면서 창작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화병을 비롯해 다기, 스탠드, 필통, 향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품에 청원 스님만의 채색 기법이 꽃과 나무 등 자연을 소재로 표현돼 있어 친근감을 더한다. 누리마루 같은 부산광역시 상징 건물과 풍경을 그려 넣거나 울산시 반구대 암각화의 도상을 응용한 분합 세트는 정갈함과 독특함 그리고 실용의 삼박자를 갖췄다.
청원 스님은 "처님의 가르침이 정신이라면 불교 미술은 그 몸이고 옷"이라고 단언한다. 부처님을 표현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나타내려는 노력들은 세대를 이어가야 할 불사이며 이 길을 걷는 후학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될 때 불교미술의 발전도 가능하다는 것이 스님의 지론이다. 그럼에도 당장 이번 가을 학기부터 취업률 등을 이유로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불교미술 전공교과가 학부로 재편된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이에 대해 "복원되어야 한다"는 스님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리고 복원 시점에서 재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은 필수다. 척박한 불교공예 분야에 뛰어들어 열정을 꽃피우겠다는 후학들의 학비 부담이라도 덜어줘야 한다는 지극한 뜻이 담겼다.
청원 스님은 부산과 서울 안국선원, 비구니회관, 제주도 국청사까지 전국 각지 500여 사찰의 불사를 담당하고 불상을 조성했다. 대만 재원사의 경우 문짝 하나부터 도량 전체를 새롭게 조성하는 10년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님은 "내가 하는 작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 같지만 전통적인 채색 방법에서 인용한 것이다. 다만 학교 수업을 통해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지속해 온 덕분에 이번 전시 준비도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물론 타지에서 큰 규모의 전시를 여는 부담 또한 크다. 하지만 "바쁘고 힘들수록 다시 작업장을 향하며 부처님의 상호를 떠올릴 것"이라는 청원 스님. "더 많은 불교미술학도들이 두려움 없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는 스님의 미소에 뜨거운 신심이 명징하게 물들었다.
2000년부터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재직 중인 스님은 "국내 불교 조각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머물렀다. 이런 상태로는 후학 양성이 힘들다. 불교미술의 전통적 계승만큼이나 불교예술인들의 삶의 질을 담보해 줄 대중성과 실용성을 갖춘 문화예술 상품 개발과 해외 진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전시회에 처음 선보일 금니채색도자기들은 오랜 고민과 연구의 성과"라며 "관공서, 기업 등에서 기념홍보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20호 목조각장으로 등재되기도 한 청원 스님은 그 동안 불교전통예술에 대한 남다른 집념과 후학양성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청원 스님은 지난 1981년 지리산 칠불사 삼존불과 영산전 후불탱화 등을 모두 조각으로 표현한 바 있으며, 2001년부터 부산 강서구에 강서예술촌을 만들어 문화재 수리 기능 인력양성에 힘쓰고 있다. 향후 문화재 전수를 위한 전수관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미술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조형디자인 연구소 소장, 울산시 문화재위원, 강서예술촌 이사장, 경상북도 문화재위원 등을 맡고 있다.
- 청원(이희옥) 스님 : 부산과역시 강서구 대저2동 5979-5번지 강서예술촌 - T 051-972-3912 M 010-2530-4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