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두려워 말고 생각하지도 말라”
<11> 증시랑에게 보내는 대혜선사의 답장 ①-2
[본문] 그러나 공께서 소위 큰 죄라고 여기는 것은 성현들도 또한 능히 면할 수 없는 것입니�. 다만 허망한 환영이며 구경법(究竟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십시오.
그리고 능히 마음을 이 문중에다 돌려서 반야지혜의 물로써 때 묻고 물든 더러움을 씻어버리십시오. 이제는 청정하게 살면서 지금부터라도 일도양단(一刀兩段)하여 더 이상 그런 마음이 지속하지 않도록 하면 충분합니다. 굳이 지난 일을 생각하고 뒷일을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강설] 불교란 세상 사람들이 마음에 가지고 있는 문제, 즉 번뇌를 해결해 주는 가르침이다. 8만4천 법문은 8만4천 번뇌를 제거하는 약방문이라 하지 않던가. 먼저 증시랑이 죄업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문제부터 깨우쳐 주었다.
그 죄업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허망한 환영을 착각하여 실재한 것으로 오인한 것이다. 공연히 그와 같은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그 마음을 불법문중으로 돌이켜 지혜의 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번뇌의 때를 깨끗이 씻으라는 가르침이다.
특히 지금부터 일도양단해서 더 이상 세속에서 살아 온 일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다고 하였다. 그렇다. 그동안 살아 온 그 어떤 영광도 오욕도 지금 무엇이 있단 말인가? 모두가 허망한 환영일 뿐이다.
생각하거나 두려워하면
곧 도에 장애가 될 것이다
[본문] 이미 헛된 환영이라면 업을 지을 때도 또한 환영이며, 과보를 받을 때도 환영이며, 지각할 때도 환영이며, 미혹할 때도 환영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모두 환영입니다.
오늘 잘못된 것을 알았다면 환영인 약으로 다시 환영인 병을 치료해야 합니다. 병도 낫고 약도 버리게 되면 다만 병이 나기 이전의 옛 사람일 뿐입니다.
만약 달리 사람이 있고 법이 있다면 이것은 삿된 마군이나 외도들의 견해입니다.
[강설] 그가 살아 온 모든 것들이 환영이라면 업을 지을 때나 과보를 받을 때나 세상의 이치를 알 때나 모를 때나 모두가 환영이다.
마치 꿈속에서 평생을 살면서 고생도 하고 출세도 하고, 임금도 되고 신하도 되며, 온갖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였더라도 그 모두는 꿈인 것과 같이 인생사 그 무엇도 허망한 환영이 아닌 것이 없다.
그 사실을 알면 모든 고통 모든 문제가 다 해결이다. 본래의 그 사람 그대로다. 길고 긴 세월 동안 걸어가고 걸어 간 그 삶이 본래 한 걸음도 옮기지 않은 그 자리다[行行本處]. 특별한 인생이 있거나 특별한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불법을 통해서 본래의 삶이 아닌 특별한 인생이 전개된다면 그것은 삿된 삶이며 마군의 삶이다.
[본문] 공은 깊이 생각해서 다만 이와 같이만 밀어붙이고 나아가십시오. 그렇게 하여 때때로 고요할 때 수미산(須彌山)과 방하착(放下着)의 두 가지 옛 법칙의 말씀을 간절히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말고 다만 지금부터 착실하게 공부를 지어가십시오. 이미 지난 일들은 반드시 두려워하지 말고 또한 반드시 생각하지도 마십시오. 생각하거나 두려워하면 곧 도에 장애가 될 것입니다.
[강설] 그동안 살아 온 일들에 대해서는 일생을 어떻게 살았든지 일체 생각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다만 수미산과 방하착이라는 두 법칙을 잊지 말라고 가르쳤다. 즉 화두를 들라(看話)는 말씀이다.
여기서 한 가지 요즘 간화선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와 다른 점이 있다. 두 개의 화두를 함께 잊지 말라고 한 점이다. 후대의 선지식들은 “화두는 오직 하나만 들어라.”고 가르친다. 아마도 간화방법이 체계화가 이루어지기 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화두도 집중이 되지 않는데 두 개의 화두를 같이 생각한다는 것은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불가능한 일이다. 어떤 의미인지를 대혜 선사가 계신다면 한번 따져보아 해결해야할 일이다.
[출처 : 불교신문 201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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