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기신론은 불교공부 위한 표준 교과서”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 <대승기신론 신강> 펴내
대승불교 최고 논서로 불리는 <대승기신론>이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사진>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현대적인 문장으로 새롭게 번역한 <대승기신론 신강>이 바로 그것이다. 누가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썼다는 뜻에서 ‘신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안스님은 통도사 강원 강주, 조계종 역경위원장 등을 지내며 여일하게 교학연구와 후학양성에 전념해온 조계종을 대표하는 학승(學僧). 스님은 오늘(12월3일) 기자간담회에서 “‘나를 알고자 하는 공부가 불교공부’라는 점에서 <대승기신론>은 공부의 지침을 제시해 주는 표준교과서라 할 수 있다”며 “대승불교 전반을 올바로 이해하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꼭 일독을 권한다”고 밝혔다.
<기신론>의 저자는 마명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산스크리트어 원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현재 한역본이 유통되고 있다. 진제스님의 역본과 실차난타 스님의 역본 가운데 진제스님의 한역본이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한중일 삼국에서 간행된 주석서만 200여종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텍스트이다. 일본에서 간행된 <기신론> 연구서도 최근까지 200여종이 넘는다.
<대승기신론>에서 말하는 대승은 무엇을 뜻하는가. 대승의 승(乘)은 ‘탈 것’을 이르는 말로 ‘많은 이를 태우다’는 뜻이다. 개인의 해탈에만 힘쓰던 기존 불교에서 벗어나 인간 전체의 해탈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마명스님은 대승불교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대승기신론>에서의 대승은 더욱 깊은 뜻으로 설명된다.
“대승은 그 의미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이라 간단히 정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승기신론>에서 가장 주목할 내용은 대승을 중생의 마음이라 선언해 놓은데 있다. 입의분(立義分)에서 마하연(대승)은 두 가지 뜻이 있으니 하나는 법이요, 둘은 뜻이다. 법은 바로 중생의 마음을 말한다.”
마명스님은 <기신론>을 지으면서 인연분, 입의분, 해석분, 수행신심분, 권수이익분의 5분으로 논을 구성하고 있다. 이상 5분으로 설해지는 기신론의 내용은 대승의 근본 대의를 밝히는 동시에 대승불교사상의 양대 조류라 할 수 있는 중관사상과 유식사상을 포함해 여래장사상까지 종합해 논하고 있다. 특정 경전에 대한 한정된 논술을 아닌 대승의 사상을 종합해 논했다는 점은 <기신론>의 특징이다. 즉 <기신론>처럼 대승의 대의를 포괄해 논한 논서는 드물다.
이런 점에서 <대승기신론>은 불교공부를 위한 ‘표준교과서’라 할 수 있다. 지안스님은 “간결하고 논리 정연한 설명을 통해 대승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한국불교 전통인 대승의 종지와 교의를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삶을 바로 음미해 새롭게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자구책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0년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벽안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지안스님은 통도사 강주와 은해사 승가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조계종 고시위원장으로 승가 교육에 매진하고 있으며, 반야불교문화연구원장으로 불교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저서와 역사로는 <기신론 강의>, <신심명 강의>, <기초경전해설>, <보현행원품 강의>, <산사는 깊다>,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 등이 있다.
[출처: 불교신문 | 2014.12.03]
대승기신론 신강: 일반인을 위한 특별한 불교 교과서
지안 저 | 조계종출판사
■ 목 차
머리말
| 대승기신론 개요
대승이란 무엇인가
경전에서 밝히는 대승정신
『기신론』에서의 대승의 설명
『기신론』의 저자 마명
저자와 역자
『기신론』의 줄거리
『기신론』의 구조
『기신론』을 주석한 여러 소가들
| 서분
1. 삼보에 귀의하며 논을 짓는 뜻을 밝히다 귀경술의 歸敬述意
2. 법이 있다 하고 다섯으로 나누어 설하다 표본개장 標本開章
| 정종분 - 인연분
3. 논을 짓는 8가지 인연을 말하다 인연분 因緣分
4. 이의를 제기하는 질문에 답하다 문답조론의 問答造論意
| 정종분 - 입의분
5. 논의 주제를 내세우다 입의분 立義分
| 정종분 - 해석분
6. 법을 자세히 논술해 나가다 해석분 解釋分
7. 진여가 무엇인가 진여 眞如
8. 진여는 본래 말을 떠났다 이언진여 離言眞如
9. 말을 의지하는 진여도 있다 의언진여 依言眞如
10. 사실 그대로 공한 것 여실공 如實空
11. 사실 그대로 비워지지 않은 것 여실불공 如實不空
12. 마음이 움직여 아뢰야식이 된다 심생멸과 아뢰야식 心生滅과 阿藜耶識
13. 깨달음과 깨닫지 못함 각과 불각 覺과 不覺
14. 본래의 깨달음과 수행하여 얻는 깨달음 본각과 시각 本覺과 始覺
15. 범부의 깨달음 범부각 凡夫覺
16. 비슷한 깨달음 상사각 相似覺
17. 분을 따라 본각에 가까워지는 깨달음 수분각 隨分覺
18. 최후의 완전한 깨달음 구경각 究竟覺
19. 망념이 없는 것과 부처님의 지혜 무념과 불지 無念과 佛智
20. 시각과 본각이 둘이 아니다 시본불이 始本不二
21. 오염된 환경 속의 본각이 나타내는 두 가지 모습
수염본각의 지정상과 부사의업상 隨染本覺의 智淨相과 不思議業相
22. 불가사의한 능력으로 일어나는 활동의 모습 부사의업상 不思議業相
23. 성품이 깨끗한 본래의 깨달음과 네 가지 거울 성정본각과 사경 性淨本覺과 四鏡
24. 사실 그대로 빈 거울 여실공경 如實空鏡
25. 원인에서 훈습되는 거울 인훈습경 因熏習鏡
26. 법에서 벗어난 거울 법출리경 法出離鏡
27. 조건에서 훈습되는 거울 연훈습경 緣熏習鏡
28. 무엇이 깨닫지 못함인가 불각은 근본불각 不覺은 根本不覺
29. 깨닫지 못함이 근본에서 파생되어 세 가지 미세한 상태를 유발한다
지말불각과 삼세 枝末不覺과 三細
30. 여섯 가지 거친 단계 육추 六麤
31. 깨달음과 깨닫지 못함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각과 불각의 동이 覺과 不覺의 同異
32. 생겼다 소멸되는 인연은 의식이 구르기 때문이다 생멸인연과 의전 生滅因緣과 意轉
33. 다섯 가지 뜻 오의 五意
34. 모든 분별은 자기 마음을 분별하는 것이다 일체분별은 분별자심 一切分別은 分別自心
35. 의식이 구르다 의식전 意識轉
36. 무명의 훈습 무명훈습 無明熏習
37. 여섯 가지 물든 마음 육염심 六染心
38. 상응하고 상응하지 않는 뜻 상응불상응의 相應不相應義
39. 번뇌의 장애와 지혜의 장애 번뇌애와 지애 煩惱碍와 智碍
40. 생멸의 모습이 거친 것과 미세한 것 생멸상의 추세 生滅相의 麤細
41. 마음에 생각이 일어나는 상태는 없어지지만 마음 그 본체는 없어지지 않는다
심상멸 심체비멸 心相滅 心體非滅
42. 네 가지 훈습 사종훈습 四種熏習
43. 물들어진 오염된 법의 훈습 염법훈습 染法熏習
44. 세 가지 물들어진 오염된 훈습 삼종의 염훈습 三種의 染熏習
45. 깨끗한 법의 훈습 정법훈습 淨法熏習
46. 망념이 일어난 마음의 훈습 망심훈습 妄心熏習
47. 진여훈습 두 가지 진여훈습의 이종 眞如熏習의 二種
48. 왜 진여를 믿지 못하는가 문답 問答
49. 부처님 법에도 인연이 갖춰져야 한다 불법인연 佛法因緣
50. 작용에 의한 훈습과 여러 가지 차별된 조건 용훈습과 차별연 用熏習과 差別緣
51. 평등한 조건 평등연 平等緣
52. 자체와 작용을 합하여 설명하다 체용합명 體用合明
53. 깨끗하지 못한 오염된 법은 다할 때가 있으나 깨끗한 법은 다하지 않는다
명염정진부진의 明染淨盡不盡義
54. 진여 자체의 모습은 어떠한가 석체상이대 釋體相二大
55. 진여는 차별되지 않으며 모든 상대적인 것을 떠났다 문답중변 차별이불이 問答重辨 差別而不二
56. 둘이 아니면서도 차별이 있는 것은 생멸의 모습에서다 수무이이차별 雖無二而差別
57. 부처님의 중생교화가 진여의 작용이다 별해용대 別解用大
58. 응신과 보신 정현용상 正顯用相
59. 육도에 따라 다르게 수용하는 응신 중변보응이신 重辨報應二身
60. 법신이 어떻게 색상을 나타내는가 문답제의 (석법신능현) 問答除疑 (釋法身能現)
61. 진여의 작용은 위대하다 진여대용 (석소현지색) 眞如大用 (釋所現之色)
62. 생멸문에서 진여문에 들어가는 법 회상입실 會相入實
63. 그릇된 집착인 아견의 두 가지 대치사집과 개장 對治邪執과 開章
64. 범부의 인아견은 다섯 가지가 있다 오인아견 五人我見
65. 법이 공하다고 집착하는 경우 집법위공 執法爲空
66. 여래장에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가 들어 있다 집착하는 경우 집성위색 執性爲色
67. 여래장 자체에 생사 등 법이 있다고 집착하는 경우 집성유염 執性有染
68. 중생이 시작이 있으며 여래도 끝이 있다 집착하는 경우 집시종유염정 執始終有染淨
69. 사물에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아견 法我見
70. 끝내 망집은 여읜다 구경이망집 究竟離妄執
71. 도에 나아가는 행상의 분별과 세 가지 발심 분별발취도상 分別發趣道相
72. 근기가 하열한 이들의 발심 열근발심 劣根發心
73. 발심의 양상 발심상 發心相
74. 일체 선법을 닦으면 진여에 돌아간다 귀순진여법 歸順眞如法
75. 머물지 않는 방편 부주방편 不住方便
76.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두 가지 방편 이종자리방편 二種自利方便
77. 남을 이롭게 하는 방편 이타방편 利他方便
78. 발심으로 얻는 이익 발심이익 發心利益
79. 인도하여 실법에 들어오기를 권하다 인권입실 引勸入實
80. 알고 실천하는 발심 해행발심 解行發心
81. 체험해 얻는 발심 증발심 證發心
82. 법신보살의 덕 법신보살 권실덕 法身菩薩 權實德
83. 발심의 세 가지 양상과 덕의 작용 발심삼상 급덕용 發心三相 及德用
84. 일체를 아는 지혜는 망념을 여읜다 논량이념종지 論量離念種智
85. 작용도 오직 마음이 나타내는 것이다 논량용유심현 論量用唯心現
| 정종분 - 수행신심분
86. 수행신심분과 네 가지 믿음과 다섯 가지 행
수행신심분 사신, 오행 修行信心分 四信, 五行
87. 보시와 지계를 실천하는 문 시계문 施戒門
88. 인욕과 정진을 수행하는 문 인진문 忍進門
89. 지관을 수행하는 문 지관문 止觀門
90. 고요한 곳에서 지를 닦는 방법 정경수지방법 靜境修止方法
91. 달리 지를 닦는 방편 여연수지방편 餘緣修止方便
92. 삼매 중에 일어나는 마군의 일 삼매와 마사 三昧와 魔事
93. 마군의 일을 널리 예시하다 광거마사 廣擧魔事
94. 바른 선정을 닦기를 권하다 권수정정 勸修正定
95. 지를 닦는 공덕 수지공덕 修止功德
96. 무상관을 닦기를 권하다 수관방편 권수무상관 修觀方便 勸修無常觀
97. 다른 삼관을 닦기를 권하다 권수여삼관 勸修餘三觀
98. 지와 관을 닦았을 때 얻는 이익 원수지관지득 圓修止觀之得
99. 달리 방편을 보이다 별시방편 別示方便
| 정종분 - 권수이익분
100. 닦으면 이익이 있다 권하는 부분 권수이익분 勸修利益分
101. 헐뜯고 비방하는 죄 훼방지죄 毁謗之罪
| 유통분
102. 회향하는 게송 회향게 廻向偈
■ 책 속으로
대승은 그 의미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이라 간단히 정의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대승기신론』에서 가장 주목할 내용은 대승을 중생의 마음이라 선언해 놓은 데 있다. 입의분立義分에서 “마하연[大乘(대승)]은 두 가지 뜻이 있으니 하나는 법이요, 둘은 뜻이다. 법은 바로 중생의 마음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마음이 만법의 근본이라는 불교의 전반적인 대의를 『기신론』에서는 ‘마음은 본래 대승이다’라고 바꾸어 말해 놓았다. 다시 말하면 일체 중생의 마음이 모두 대승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마치 『열반경』에서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라고 한 것처럼 중생의 마음이 대승이라는 말은 대승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 p.23~24
『기신론』의 내용을 요약하면 일심一心·이문二門·삼대三大·사신四信·오행五行이다. 물론 오행 다음에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권하는 내용을 추가하여 육자六字를 덧붙이기도 한다. 이 논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일심을 진여문眞如門과 생멸문生滅門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또한 일심이 가진 특성을 체體·상相·용用 삼대의 이론으로 전개하여 궁극적으로 대승大乘에의 믿음을 일으키게 하며, 나아가 실천적 행을 닦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 p.31
사신에 이어 설해지는 오행은 보살도 실천의 육바라밀을 선정과 지혜를 묶어 지관止觀으로 말해 오문五門으로 수행문을 예시하였다. 시문施門·계문戒門·인문忍門·진문進門의 네 문은 보살도 실천의 상례가 되는 수행법이다. 보시를 하여 남에게 은혜를 베풀고, 계율을 잘 지켜 도덕적 모범을 보이고, 인욕의 정신으로 스스로를 조복하며, 부지런한 근면정신으로 꾸준히 정진해 나가는 수행자의 태도에 허물이 나타나지 않게 한다. 이러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수행의 원칙 위에 『기신론』에서는 특별히 지관문止觀門을 강조하였다. --- p.33~34
5분으로 설해지는 『기신론』의 내용은 대승의 근본 대의를 밝히면서 대승불교사상의 양대 조류라 할 수 있는 중관사상中觀思想과 유식사상唯識思想을 포함하여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까지 종합하여 논하고 있다. 『대승기신론』이 다른 논서와 다른 점은 특정 경전에 대한 한정된 논술이 아니라 대승의 사상들을 종합하여 논했다는 측면이다. 물론 『능가경楞伽經』의 내용을 많이 인용하여 『능가경』의 별신서別伸書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지만, 『기신론』처럼 대승의 대의를 포괄적으로 논한 논서는 드물다. --- p.37
고래古來로 『기신론』에 대한 주석서도 많이 나왔다. 현대에 와서 번역되거나 연구된 것을 제외하고 1930년대까지 한·중·일 동양 삼국에서 간행된 것만 하여도 200여 종에 이른다. 특히 불교학이 발달된 일본에서 간행된 『기신론』 연구서만 하여도 최근까지 2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바로 『대승기신론』이 대승불교의 중요한 텍스트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 p.39
이 삼대의 의미를 지닌 마음의 법이 바로 대승, 곧 모든 중생을 실어 열반으로 운반해 주는 큰 수레이며, 부처님과 보살이 본래 이 수레를 탄다고 하였다. 마음의 이치, 그것은 실로 불가사의하고 신비롭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인간의 의식 위에 일어나는 모든 관념적인 것이 마음에 의하여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을 있게 하는 존재의 이유를 마음이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 p.67
영원하고 무한하고 전체적이고 보편적인 마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말하자면 모든 것을 내포한 총상이요, 만법의 근원인 법이요, 모든 것이 현상으로 전개되어 나올 때의 문이며, 또한 바탕인 것이다. 다만 생기지도 아니하고 없어지지도 않는 심성 자체는 아무런 차별이 없는 절대의 경지인데 망념에 의하여 차별이 생겨나게 되었다. 망념이란 미혹迷惑의 생각으로 여실한 참 이치를 모르는 착각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 p.75
일체 법이 마음으로부터 일어나고 망령된 생각에 의하여 차별이 생기므로 결국 모든 분별은 자기 마음을 분별하는 것이라는 결론이다. 모든 존재의 중심이 마음이기 때문에 마음이 빚어낸 경계가 마음 밖에 따로 있는 것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이 마음의 본체는 능견과 소견의 상대가 벌어지는 게 아니어서 마음이 마음을 보지 못한다. 다시 말해 보이는 대상인 객체가 없기에 자심을 분별하는 분별이 헛된 것이므로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 경우 실제로 보는 바가 아니므로 보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 p.137
모든 사물은 본래 마음에 의하여 의식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본래 마음에는 그것들을 보고 망령된 생각을 일으킬 이유가 없지만 어리석게도 홀연히 망령된 생각을 일으켜 나에게 대치된 대상세계를 보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무명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어리석음, 무명이 진여 자체에는 없는 까닭에 진여의 본체는 큰 지혜요 광명이라는 등등의 설명을 서술하고 있다. --- p.187
일반적으로 중생을 여래장이라 할 때는 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므로 중생 속에 부처가 내재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중생 모두가 여래의 씨앗이라는 말이다. --- p.221
그릇된 고집을 일으키게 되는 주된 원인은 모든 상대적 차별경계가 실체가 없는 것인데도, 한쪽으로 치우친 소견을 가져 어느 한쪽에 절대적으로 있는 것인 양 집착하는 데 있다. ---p.225
■ 출판사 리뷰
대승大乘이란 무엇인가
인도 승려 마명 스님이 지었다고 알려진 『대승기신론』은 산스크리트어 원전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가운데 한역본이 유통되고 있다. 진제 스님의 역본과 실차난타 스님의 역본 중 진제 스님의 한역본이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대승기신론』은 대승불교의 모든 사상을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대승불교 최고의 논서로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승기신론』에서 말하는 대승이란 무엇인가?
대승의 ‘승(乘)’은 ‘탈 것’을 이르는 말로서 대승이란 ‘많은 이를 태우다’라는 뜻으로, 개인의 해탈에만 힘쓰던 소승불교에서 벗어나 인간 전체의 해탈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저자 마명 스님은 대승불교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대승기신론』에서의 대승은 더욱 깊은 뜻으로 설명된다.
대승은 그 의미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이라 간단히 정의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대승기신론』에서 가장 주목할 내용은 대승을 중생의 마음이라 선언해 놓은 데 있다. _ 23쪽
『기신론』의 ‘입의분(立義分)’에서 “마하연[大乘]은 두 가지 뜻이 있으니 하나는 법이요, 둘은 뜻이다. 법은 바로 중생의 마음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마음이 만법의 근본이라는 불교의 전반적인 대의를 여기서는 ‘마음은 본래 대승이다’라고 바꾸어 말해 놓았다. 결국 일체 중생의 마음이 모두 대승의 마음이라는 것으로, 『열반경』에서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는 말처럼 대승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일심一心, 이문二門, 삼대三大, 사신四信, 오행五行을 논하여
대승에의 믿음을 일으키다
『대승기신론』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일심, 이문, 삼대, 사신, 오행이라 할 수 있다. 이 오행 다음에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권하는 내용을 추가하여 육자(六字)를 덧붙이기도 한다. 이 논의 주요 내용인 ‘일심’을 ‘진여문(眞如門)’과 ‘생멸문(生滅門)’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일심이 가진 특성을 체(體), 상(相), 용(用) 삼대의 이론으로 전개해 대승에 대한 믿음을 일으키게 하며 실천을 닦도록 한 것이 주가 된다.
참되고 한결같은 진여의 법을 즐겨 생각하고, 부처에 한량없는 공덕이 있다는 것을 믿어서 항상 친하게 하고 가까이 하여 공양을 올리고 공경을 하고, 법에 큰 이익이 있음을 믿고 항상 온갖 바라밀을 수행할 것을 생각하고, 승보가 능히 바르게 수행하여 스스로 이롭게 하며, 남을 이롭게 한다는 사실을 믿어서 보살들을 친하게 하고 가까이 하여 실다운 행을 배우는 것, 이것이 네 가지 믿음이다. _ 33쪽
위의 내용은 수행신심분(修行信心分)에 설해져 있는 ‘사신(四信)’의 내용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기신론』에서 믿음은 수행자가 어떤 의지로 수행에 임해야 하는가 하는 정신과 몸가짐을 밝혀 준다.
마명 스님은 『기신론』을 지으면서 인연분(因緣分), 입의분(立義分), 해석분(解釋分), 수행신심분(修行信心分), 권수이익분(勸修利益分)의 5분으로 논을 구성하고 있다. 이상의 5분으로 설해지는 『기신론』의 내용은 대승의 근본 대의를 밝히는 동시에 대승불교사상의 양대 조류라 할 수 있는 중관사상(中觀思想)과 유식사상(唯識思想)을 포함하여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까지 종합하여 논하고 있다. 특히 특정 경전에 대한 한정된 논술이 아닌 대승의 사상을 종합하여 논했다는 점은 『기신론』이 갖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능가경(楞伽經)』의 내용을 많이 이용한 측면에 있어 『능가경』의 별신서(別伸書)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지만, 『기신론』처럼 대승의 대의를 포괄해 논한 논서는 드물다.
지안 스님의 해설로 읽는 『대승기신론』
일반인을 위한 특별한 불교 교과서
불교를 공부하는 것은 삶의 지혜와 복덕을 성취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부처님 말씀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나를 알려 하는 공부’가 ‘불교공부’이다. 『대승기신론』은 이러한 공부의 지침을 제시해 준 표준 교과서이다.
(…)
근래에 서구에서는 불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것은 신을 찾아가는 타 종교와는 달리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게 하는 불교의 특징이 탈종교화 시대인 오늘날의 정서에 설득력을 지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문명의 위기 속에 인간의 심성이 피폐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의 참된 성품에 대한 불교의 설명을 듣고 나면, 자기의 삶을 바로 음미하여 새로이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어떤 자구책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역자는 지니고 있다. _ 머리말 중에서
『대승기신론』을 번역, 해설한 지안 스님은 『대승기신론』을 불교공부를 위한 ‘표준 교과서’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간결하고 논리 정연한 설명을 통해 대승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승기신론』은 모든 중생을 실어 열반으로 운반해 주는 큰 수레, 즉 ‘대승’의 참된 이치를 깨닫고, 대승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참다운 ‘보살’의 삶을 제시함으로써 나와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이는 지안 스님이 수많은 불교서적 가운데 『대승기신론』의 일독을 권하는 이유가 된다.
특히 이 책은 위 같은 특징을 지닌 『기신론』을 임의로 문단을 나누고 번호를 매겨 강해해 한문 원전의 난해함을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불교에 관심 있는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이는 불교를 체계적으로 알고자 하는 사람, 불교에 입문하였으나 그 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불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