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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담소식
비구보디 스님의 숫타 그리고 수행 이야기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엄사 보디 스님 수업에 와서 명쾌하고 재미있는 수업이 항상 인상적입니다. 또 동영상으로 스님의 강의를 들을 때마다 궁금했는데요, 스님의 불교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클레어몬트에서 공부하던 둘째 학기에 베트남에서 스님 한 분이 오셨어요. 그리고 그 스님과 같은 기숙사 건물에 살게 되었습니다. 스님과 친분이 생기고 함께 많은 대화하면서 처음으로 그분 방에서 명상지도를 받게 되었지요. 그 후에 둘이 룸메이트가 되어 한 집에서 함께 수행하면서 그 스님의 지도로 사미승(Novice monk)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 스리랑카에서 오신 또 한 분의 스님을 만나서 테라바다 수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972년에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정식 수행을 위해 스리랑카로 가서 1973년에 비구계를 받았습니다.”
_스리랑카로 가서 테라바다 수행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불교 수행을 시작한 스님의 첫인상이 궁금한데요, 미국에서 생각한 것과 같은 생활이었나요?
“처음 베트남 스님과는 학교에서 인연이 닿은 뒤로는 대승 불교 수행을 했지요. 그런데 스리랑카에서의 수행은 미국에서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가기 전에는 나이도 어느 정도 들고 성숙하면서 수행에 대해 진지한 결심을 하고 온 수행자로 가득 찬 절을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센터에는, 그 지역의 풍습에 따라 부모에 의해 보내진 12~13세의 어린 사미승 뿐이었습니다. 나와 함께 수행을 하게 된 스님들은 가장 어린 스님이 8세였고 가장 나이가 많은 스님도16세 정도였으니까요. 미국의 교육기관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어요. 나의 스승이신 아난다 마이트리아 스님은 당시는 물론 돌아가신 지금도 스리랑카에서 가장 존경 받는 스승이셨고, 그 분으로 부터 전반적인 수행법을 지도 받았습니다. 서양에서 생각했던 불교 과정이 잘 구비된 불교학교 체제가 아니었기에, 나는 많은 시간을 혼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스리랑카의 불교 출판 협회(Buddhist Publication Society)에서 팔리어 경전의 영어 번역을 도맡아 하게 되면서 2002년 미국으로 돌아오실 때까지는 스리랑카의 테라바다 전통을 영어권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 유엔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부처님 오신 날 국제 봉축 법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스님께서는 부처님의 탄생과 가르침, 열반에 대해 강의 하신 후, 오늘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욕심을 버리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대승 불교(마하야나)와 상좌부(테라와다: 소승)불교의 차이에 대해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마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하야나와 테라와다의 분리가 사실상 있었는가에 대해 논할 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초기불교 당시 인도에는 여러가지 부파가 공존하면서 기존의 부처님의 가르침이 활발히 기록되고 고증되고 논서가 편찬되는 과정이 있었지요. 그러나 꽤 한참 동안 독립적인 대승 불교만의 승가 공동체가 초기의 인도에서는 없었지요. 소승 불교 역시 인도 남부에서 시작해 스리랑카로 전해졌는데, 스리랑카로 전해지기 전까지는 뚜렷한 승가 공동체의 성립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스리랑카에서도 여러 곳에서 이미 대승불교가 전파되어 마하야나와 테라바다 사이에는 활발한 교류하면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개의 수행 전통에 진정한 결별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리적인 격리 떄문에 나라별로 수행의 전통이 다르게 발달한 것이지요. 예를 들어 팔리어 경전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고타마 붓다의 일대기와 고타마 붓다의 탄생을 예시한 스물네 분의 부처님을 이야기한 붓다방사(Buhddavamsa)와 자타카와 같은 본생담(Jataka)은 초기불교에서 대승 불교로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테라바다의 논서에는 부처가 되기까지의 보살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전통이 대승불교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한국, 중국, 일본은 각각의 불교 전통을 확립하면서, 초기 불교의 가르침에서 다소 멀어진 감은 있습니다. 내가 스리랑카에서 수행하던 1980년대와 그 이후에, 중국, 대만, 한국, 일본의 스님이 스리랑카로 테라바다 수행과 팔리어 공부를 위해 유학 오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 나라 마다 문화와 역사가 투영된 불교는 전통과 형식이 다른 것 입니다. 그래서 대승불교가 발달한 한국 불자들에게 초기불교에 대한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때론 문화적인 컨텍스트(맥락context)에 가려 부처님의 법이 어렵게 보일수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팔리어 경전을 번역하게 되었나요? 그리고 저술하신 책과 강의 중에서 초보자를 위해 추천해 주세요.
“처음에 스리랑카에 갈 때 만 해도 경전을 번역하는 것에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 스승이었던 베트남 스님께서 팔리어 불경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하시고, 학문이 깊은 스승을 찾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나의 선택이 당시의 대부분의 서구 출신 수행자가 학문적인 불교 공부보다 참선이나 명상이 더 중요한 수행 방법으로 인식해서 숲 속의 수행처로 향했던 것과는 다르게 보일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팔리어로 된 부처님의 가르침은 너무도 명확하고 간결하게 내게 다가왔습니다. 1974년에 독일 스님이신 나냐포니카 마하테라를 만나서 그분의 번역 노트를 보면서 팔리어가 더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1975년에는 나냐포니카 스님의 절에 옮겨 살게 되면서 팔리어 경전의 논서와 그에 대한 주석을 공부하면서 각 경전에 담긴 고대 인도의 문화적인 군더더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심스레 가려낼 수 있었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은 가장 간결하고 핵심적인 부처님의 말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심자에게는 1979년에서 1980년에 워싱턴 스리랑카 절(Washington Buddhist Vihara)에 있을때 강연했던 10번의 수업내용을 녹음해서 모은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The Buddha's Teaching As It Is, 1981)’ 오디오 강의를 들으면 좋겠지요. 또 맛지마 니까야도 시간을 내서 부담 없이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부디스트 글로벌 릴리프 활동으로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우리의 가장 큰 미션은 불자로서 조용히 앉아서 참선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죽어가는 사람이 너무도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소외되어 심각한 가난으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지 못해 매년 계속되는 굶주림에 고통 받는 사람과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를 전혀 받지 못하는 어린이와 여성이 많이 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해서 7~8년 정도의 활동을 통해 약 70여 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와 미국내의 여러 자선 단체와 협력해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지구의 환경문제가 너무도 심각합니다. 환경을 보존하고 도시빈민층에 신선한 채소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디스트 릴리프 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이사 중에는 1970년대에 송광사 구산스님의 제자인 마이클 룸 등 다양한 불자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Walk for the Hungers(배고픈 사람들을 위한 걷기수행)’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모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봄에는 재즈 콘서트를 통해 펀드 레이징(모금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한국에 오신 적이 있으세요? 한국 불교에 대해서 말씀 해 주세요.
“1972년에 스리랑카로 향할 때 인천공항에 잠시 머물렀다 간 적이 있어요. 아마도 대한항공을 탔던 것 같아요. 그 후에는 한국에 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주위에 한국 불교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많이 있어서 교류하고는 있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 갈 기회가 한번도 없었지만, 한국의 전통 사찰은 사진을 통해 많이 봤습니다. 송광사와 통도사 해인사 같은 절이 큰 절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 산사는 아름답더군요.”
-일상을 살아가는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이상적인 불교인으로서의 삶에 조언을 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불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중심을 잡으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도덕을 지키는 오계를 일상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결코, 살생하지 않고, 내 것이 아닌 것을 취하지 않으며, 이성과의 잘못된 관계를 맺지 말 것이며,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말을 할 것이며, 몸에 해로운 물질의 사용(흡연, 음주 및 마약 등)을 하지 않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이끌기 위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진실로 값지고 소중한지 알아야 합니다. 물질적인 풍요와 성공만으로는 자신 내면의 만족감이 지속하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내면의 만족은 다른 사람을 향한 친절한 태도, 즉 사랑하고 연민하는 마음을 가질 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연민하는 마음으로 나의 여가 시간을 내어서 타인을 도와주어 함께 사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일에 몰두하는 방법이 좋겠지요. 기본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면서, 단지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의 질을 자동적으로 향상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 경쟁해야 하는 압박과 일에 매달려 사는 삶의 패턴에서부터 자유로워져야, 자신 내면이 무너지기 전에 스스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평화로운 마음으로 명상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한 사회가 구성원을 필요 이상으로 일하도록 밀어 넣는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에 짧은 근로시간과 긴 여가를 통해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자원의 낭비도 예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대로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현재의 천연자원은 불과 몇 세대 안에 완전히 고갈될 것입니다. 지금의 소비 지향적인 사회를 불교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근본적인 원칙만 지키며 산다면, ‘삶의 고는 커져가는 욕망으로부터 나온다( Craving is the source of the suffering)’라는 간단한 이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만족감에서 옵니다. 많은 경우, 만족감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무엇이 진정으로 값지고 소중한지 결정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부와 성공이 사람에게 깊은 의미를 주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할 때 자신의 여가시간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헌신할 때 삶의 의미와 만족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불교와 아시아의 전통 불교(New Buddhism in America and Traditional Buddhism in Asia)의 차이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우리는 동양 불교가 수 세기를 걸치면서 다양한 전통으로 발전되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주된 의무는 각각의 전통에서 부처님의 경전과 철학을 치열히 공부하고 연구함으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이었을 것 입니다.
현재 서구의 불교는 수행이라는 말을 명상과 밀접하게 관련지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명상이 곧 수행의 전부인 듯 불교를 종교라는 본질에서 떼어놓고 철학이나 심리학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의 불자로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정견을 갖는 것입니다. 삶이라는 정신적인 여정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이 정견을 통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진정한 지혜는 부처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초기 경전을 연구하는 동안 생기게 됩니다. 어렵더라도 전체적으로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차분하게 되풀이하여 읽으면서 일상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는 자연스러운 기회가 생길 것 입니다. 실제로 경전을 읽다 보면, 놀라운 자연과 만물의 이치를 부처님께서는 일상의 언어와 비유로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수행함에 있어 경전을 통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이드로 삼고 명상 수행을 해야 합니다.”
-경전 공부 할 때 주의할 점은 없을까요?
“맛지마 니까야에도 있듯이(Majjhima Nikaya 22) 경전을 수행의 도구로 삼아야지 남과 언쟁하는 도구로 삼으면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물뱀의 꼬리를 잡는 것으로 비유하셨습니다. 뱀은 머리를 돌려 꼬리를 잡은 팔을 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르침을 쓰는 사람은 선한 의도로 잡아야지, 자신의 지식을 증명하거나 그것으로 남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아야 합니다. 많은 서구인이 이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때론 지나친 해석에 사로잡혀 언쟁하느라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안 됩니다.”
-미국의 이민 2세대 3세대등 차세대 불자를 위해 지금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장엄사가 미국 불교에서 성공한 이유는 여러 전통을 수용하고 여러 문화권에 개방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불자가 다양한 영역에서 매우 활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절이 운영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한국 사찰에서도, 특히 2세와 3세를 위해서는 영어로 된 프로그램의 준비를 해야겠지요. 여러 가지 출판 된 자료의 구비와 영어를 하는 선생님의 육성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불교 전통을 다음세대에 전달할 방법을 연구하고 가능한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합니다. 또한 여러 가지 다양한 지역 사회단체와 다른 불교 전통과의 활발한 교류와 소통을 통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하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스님께서 번역하신 팔리어 경전들
팔정도 (The Noble Eightfold Path: Way to the End of Suffering, 1984)
마지마 니까야 :중아함경(The Middle Length Discourses of the Buddha: A Translation of the Majjhima Nikaya (with Ñāṇamoli Bhikkhu, 1995)
앙굿따라 니까야:중지부 (Numerical Discourses of the Buddha: An Anthology of Suttas from the Anguttara Nikaya (with Nyanaponika Thera, 2000)
쌍웃다 니까야:상응부(The Connected Discourses of the Buddha: A New Translation of the Samyutta Nikaya, 2000)
앙굿따라 니까야:증일 아함경(The Numerical Discourses of the Buddha: A Translation of the Anguttara Nikaya, 2012)
아비담마(A Comprehensive Manual of Abhidhamma: The Abhidhammattha Sangaha of Ācariya Anuruddha , 2000)
부처님 말씀(In the Buddha's Words: An Anthology of Discourses from the Pali Canon 2005)
이 외에도 온라인상에 무료로 제공되는 오디오와 비디오 강의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The Buddha's Teaching As It Is, 1981)’
‘팔리어 과정 (A course in Pali Language, 2003)’
‘맛지마 니까야 (Majjhima Nikaya lectures, 2003–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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