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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플랫폼의 현황과 전망
1. ‘브런치 하세요?’
‘브런치’라는 단어에 음식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문학 플랫폼의 변화에 둔감한 편일 확률이 높다. 문학의 플랫폼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일반인이 등단하고 자신의 글을 유통하며 출판하는 길이 다양해진 것이다.
근대 이후의 독자는 작품을 읽는 수동적 행위를 넘어 작품의 의미를 재창출함으로써 사회적 주체로 기능했다.1) 정보통신 산업이 발달하고 전통 출판시장이 위축되면서 전통적인 플랫폼도 온라인/오프라인이 병행하는 추세다. 문학강연은 토크쇼 형태로 다원화되고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유포된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브런치’는 대형 포털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문학 플랫폼의 이름이다. 다른 경쟁업체는 ‘21세기에 걸맞는 신인 등단 제도와 작품 발표의 장을 마련한다(스토리 코스모스)’는 것을 내세운다. 일반인도 운영진에 글을 보내어 작가로 인정받으면 자신의 글을 게시할 수 있는 전용 채널을 부여 받는다. 독자의 관심에 따라 포털의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상업출판의 기회도 열린다.
온라인 플랫폼은 전자책, 오디오북에 이어 최근에는 ‘AI VOD’도 발간으로 진화했다. 이제 작가가 글을 쓰면 AI 보이스와 편집된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독자를 작가로 수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지형은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전통적인 플랫폼이 경직된 것은 출판시장이 얼어붙은 사정도 있다. 기존의 편집위원 체제와 폐쇄적인 등단 제도로는 취향이 다양해지는 독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작가들도 대안적인 플랫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어렵게 등단 절차를 마쳐도 종이책 잡지에 발표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온라인 플랫폼은 백 명의 독자의 취향에 맞는 백 명 이상의 작가의 글을 게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심지어 온라인 문학 플랫폼이 전통 문학시장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문학의 사회적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문학 향유자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온라인 문학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전통적인 문학시장이 침체되는 이때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화 비용이 감소하면서 온라인 문학 플랫폼의 우세는 확연해 보인다.
2. 문학 권력의 이동
전통적 플랫폼의 영역을 온라인 플랫폼이 잠식하게 되는 원인은 지금의 문학 플랫폼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유사하다. 근대 이후 문학 플랫폼은 각종 현상문예부터 동인지 시기를 거쳐 신문의 신춘문예로 이어지며 제도와 함께 변화되었다. 근대 계몽기 ‘사회등 가사’ 등의 신문 지면을 할애하여 시작한 독자투고란의 운영은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신문의 논조를 퍼트렸다. 그러나 한정된 지면으로는 문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1920년대 동인지의 창간은 개인의 의식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근대적 문학 플랫폼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했다. 문학인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개성을 표현할 동인지를 기반으로 사회와 소통했으며 이후 동인지 형태의 플랫폼은 문예지로 발전한다.
한편 신문은 1920년대 중반 신춘문예를 통해 독자층 확대와 신진 작가의 확보라는 이중의 과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신문은 신춘문예를 통해 독자들의 문학에 대한 열망을 지피는 동시에 문인의 사회적 신분을 공고히 했다. “동인지 방식이 자족적 폐쇄성을 유지했다면, 신춘문예 방식은 ‘문화적 페스티벌의 장’으로서 대중성을 지향하며 성장한다.”2) 그러나 동인지가 자신들의 문학적 경향을 잣대로 하고, 신문 역시 자신들의 경향을 모범으로 상정하면서 문학 플랫폼은 작가 중심에서 매체 중심으로 권력이 이동되었다.
전통적인 플랫폼과는 달리 온라인 플랫폼은 독자와의 소통을 강조한다. 독자는 언제 어디서나 텍스트에 접속하여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감상을 공유한다. 작가 입장에서는 시장의 반응을 가늠할 수 있고, 독자와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으니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온라인 문학 플랫폼은 글을 게시할 수 있는 작가를 선정하는 권한이 운영진에게 부여된다는 점에서 문학 권력의 이동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기존 문학 권력이 이동하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2016년 매거진 《문화+서울》에 실린 《악스트Axt》의 ‘듀나 인터뷰’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보여줬다. 운영진의 사과를 이끌어 낸 데에는 문학 향유자들의 적극적인 의사 개진이 있었다. 이것은 근대 이후 ‘출판 자본’이 주도한 편집위원 체제의 권위가 전환되는 ‘대안적 문학 생태계’의 구축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한편 문학 생산자와 향유자가 직접 거래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도 등장했다. 예컨대 ‘일간 이슬아’는 개인이 운영하는 문학 플랫폼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구독자를 모집하고 일정 비용을 지불한 독자에게 자신의 글을 보낸다. 개인이 웹진과 구독 시스템을 통해 독자와 만나게 된 것이다. 이제 독자와 작가의 경계를 나누던 전통적 플랫폼의 매대는 먼지가 쌓이게 되었다.
3. 문학 플랫폼의 차별화 전략
근대 이후 이데올로기의 재생산 구조로서 편집 방식은 사회적 효용 성과 시장성을 견인하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문학의 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3) 매체의 중심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 다. 한때 품귀를 빚던 종이책 잡지의 인쇄 부수는 줄이고 오랜 역사를 가진 잡지는 폐간됐다. 민음사에서 2016년 창간한 격월간 잡지 《Littor》는 편집자가 제작의 전 과정을 주도한다. 평론과 담론이 중심이었던 기존의 문예지(《세계의 문학》)와 차별화를 한 것이다. 영상 매체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고, 휴대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젊은 문학 향유자들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전통적인 플랫폼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웹진은 독자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젊은 세대의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은 모바일 생태계의 확장과도 일치한다. 젊은 문학 향유자일수록 문예지보다 단행본을, 종이책보다 디지털 콘텐츠를 선호한다. 스마트폰이 미디어 플랫폼이 되어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게 되면서 순문학보다 웹툰, 웹소설 시장이 커진 것도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4) 마니아 취향의 개성을 가진 문학 웹진과 더불어 독자와 소통을 강조하는 웹진도 다양하게 창간되었다. 환상문학 전문 웹진을 지향하는 《거울》과 저자가 기획하고 집필한 글의 자율적인 게재와 독자 중심으로 소통하는 《문화 다》의 경우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 오스토리 등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범람하는 문학 웹진 중에는 새로운 문학 권력을 지향한다는 의혹을 받는 곳도 있다.
문학의 장이 온라인으로 확장하게 된 계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사이버문학광장’(이하 문장)의 성공이 한몫했다. 2005년 정부는 문화 창작과 향유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문장’을 설립한다. 문장의 설립 초기에는 반대도 많았다. 그래서 ‘문학의 침체와 위기를 몰고 온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인터넷을 오히려 문학 창작과 향수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것을 설립 취지로 밝혔다.5)
우려와는 달리 ‘문장’은 이용자의 만족도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6) 정보전달 기능과 더불어 웹진 운영, 커뮤니티 기능이 기존 작가의 창작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작가를 양성하며 문학의 대중화 기능을 수행한 결과다. 문학 향유자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문장’의 소통을 통해 문학 플랫폼 가능성을 확인하고 열광했다. 그런데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된 데에는 기존의 플랫폼이 변화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컸다.
4.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의 서사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독자는 작가와 보다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다. 독자와의 직접적이고 능동적 소통이 작가의 창작력을 고취시키고 협력 관계로 변화되는 것이다. 독자는 작품의 단순한 소비에서 머무르지 않고 생산과 가공, 유통에까지 다양하게 관여한다. 대표적인 것이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지분 투자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배분하는 수익형과,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이와 관련된 보상(발간 도서 등)을 받거나, 기부 자체로 완료되는 후원형으로 나뉜다. 독자는 수익이 없어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실현시킨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다. 반면 작가들은 프로젝트 과정을 통해 본인의 작업을 미리 선보이며 기획 단계부터 독자의 반응을 살필 수도 있다.
박주형은 2012년부터 2021년 사이에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으로 발간된 시집을 조사한 결과 독자들의 능동적 반응과 프로젝트 성공의 유의미한 관계를 발견하였다.7)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창작자는 인터넷상으로 창작 의도를 밝히고 일부의 작품을 선공개 하여 작품을 알릴 수 있다. 이때 독자의 의견은 공개 게시판을 통해 수용 양상을 확인할 수도 있고 ‘비공개 쪽지’ 형태로 독자와 대화할 수도 있다. 전통 플랫폼이 경직된 반면 온라인 플랫폼은 미래의 소비자와 대화하며 진화하는 것이다.
심지어 문학 향유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작품의 집필과 출간 및 유통까지 참여할 수 있다. 독자는 완성된 서적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 도서에 기재하며, 북 토크 등을 통해 자신이 탄생시킨 창작자와의 만남을 실현할 수 있다. 이제 독자는 저술을 돕는 창작의 협업자가 된다.8)
문학 플랫폼에 크라우드 펀딩이 포함된 것은 문학의 장이 확장된 다는 측면에서 일견 긍정적이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이 독자의 선택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공이 정해지다 보니 창작자가 기획 단계부터 독자 취향을 고려할 개연성이 커진다. 상업성이 또 다른 검열로 작용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펀딩에 참여하는 독자가 작가의 창작 의도를 미리 읽어본다는 점에서 작가는 기존의 텍스트와 변별점을 생성하기 위해서 차별화 자체를 어필해야 하는 부담을 갖는다.
2022년 10월 현재 텀블벅에서 진행하는 출판 프로젝트는 7,737개 이며 그중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14%(1,059개)였다. 문학 프로젝트 성공률은 74%(785개)로 비중에 비해 성공률을 높다고 생각할 수 있 다. 그러나 문학 프로젝트 중 순문학의 비중은 더욱 낮으며 목표 금액도 처음부터 낮게 책정되어서 단순 비교가 어렵다. 이제는 콘텐츠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차별화 전략도 중요해졌다. 문제는 새로운 문학 플랫폼이 작가와 독자가 함께 어떤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가게 될지를 고민하는 시점인 것이다.
5. 젊은 시조인을 만나는 길
필자가 과문한 관계로 시조 전문 웹진의 활동상을 거론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시조는 여전히 전통적인 플랫폼의 비중이 높은 것일까. 시조가 ‘사이버 문학광장’ 같은 정부의 공식 웹진에서 간간이 유통되는 실정이라면 젊은 문학 향유자의 유입 통로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의 문학 향유자는 작가의 작품을 일방향적으로 수용하지 않 는다. 이제 독자는 의견을 내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의 생산과 유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독자’의 범주가 해체되고 있으나 전통적인 플랫폼에서는 독자의 위기 담론만 확산되고 있다. 문신은 “작가의 가부장적인 소통방식 앞에 반발하는 독자가 문학의 재생산 방식(감상)도 변화시켰다.”고 지적하며 시조도 온라인 플랫폼의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9) 독자 개념의 탈범주화는 문학 텍스트의 생산이 이상적인 독자(‘내포 독자’)를 상정할 때부터 조짐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독자가 공동 창작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미래의 작가로 수용된다 는 점에서 작가와 독자를 다각적으로 연계하는 온라인 문학 플랫폼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1920년대 시조 부흥론이 언급되었을 때, 육당은 재현을 피력했으나, 가람은 혁신을 강조했다. 문학의 위기 담론이 온라인 문학 플랫폼으로 재구성되는 이때 시조 플랫폼은 재현할 것인가 혁신할 것인가. 시조의 운명을 개척하는 이를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처럼 기다려 본다.
1) 천정환, 『근대의 책 읽기』, 푸른역사, 2003. 48쪽
2) 박헌호, 「동인지에서 신춘문예로-등단제도의 권력적 변환」, 《대동문화연구》 제53집, 성균관 대 대동문화연구원, 2006. 15~28쪽.
3) 이재복, 「근대문학의 플랫폼과 문학장의 탄생」, 《천년의 시작》(통권 68호), 2019. 22쪽.
4) 이민우, 「문학장과 플랫폼의 변화」, 《서정시학》(통권 84호), 2019. 6쪽.
5) 사이버 문장 홈페이지 https://munjang.or.kr/user-wheremunjang
6) 조강주 외, 「온라인 문화예술 플랫폼의 성과 연구-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이버문학광장’ 사례」, 《문화정책논총》 제33집 2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9. 56쪽.
7) 박주형 외, 「능동적 협력자로서의 문학 독자 역할에 대한 고찰-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의 문학 소통 양상을 중심으로」, 《우리말글》 93집, 우리말글학회, 2022. 307쪽
8) 이민우, 「문학장과 플랫폼의 변화」, 《서정시학》(통권 84호), 2019. 8쪽.
9) 문신, 「새로운 문학의 ‘서언’을 쓰기 위하여」, 《시조미학》 33호, 한국시조시인협회, 2022. 213쪽.
박태건
시인. 문학박사. 시집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등. 원광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