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정문골 개구락지
인묵/김형식
골짜구니가 울고 있다
장꼬방에 개구락지* 한마리 울기 시작 하더니 뒤란이 받아 울고 앞산이 받아 울더니 이제는 정금산 골짜구니가 울기 시작 한다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고 또 백이 천이 되는 개구락지 울음소리 어둠이 내리자 두눈에 불을 켜고 다시 떼로 울음 울어 하나가 되고 봇물 터지는 소리를 낸다
그소리 횡성 섬강으로 흘러 들어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다시 만나 한강이 되고 한강은 이땅에 굶주린 이들의 밥 짓는 소리로 빈 솥뚜껑을 여닫으며 수틀리면 때로는 하늘을 찢어 천둥소리 냈다는 것을 산속에 들어와서 십년하고도 또 수년을 지나고 서야 겨우 이제 알아 냈다
天地가 개구락지 우는 소리다
경첩이 지나고 또 이레가 되는 어제 밤 정금산 개구락지 두눈에 불을 켜고 울움 울어 떼로 울다 스러져 열아홉번째 광화문 촛불로 타오르는 것을 보았다
태극기 눈물도 그곳에 있었다
이땅에 봄은
이렇게 해서 오는 것을 보았다
오늘은 청와대 뒷문이 열리는 날이 였다
*개구락지:개구리의 강원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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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풍악산(楓嶽山)음학회
인묵/김형식
등산길에
노랑나비 떼를 지어 날고 있다
촛불 들고 고래고래 함성이다
은행잎이다 색갈 노랗다
호랑나비 우수수수 날고 있다
태극기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단풍잎이다 색갈이 빨갛다
나무들 좌파 우파 나눠
등산길을 쓸고 다닌다
그길을 우리는 울굿불굿 기어 오른다
저마다 색갈이 다른
나무들 모여 하나가 된 산
풍악산하(楓嶽山河) 보기 좋다 이것이 자연이다 경외롭다
서로 다른 나무들
하나 되어 부르는 노래소리
우리네 가을산 하모니
楓嶽山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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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친구가 곁에 있어
인묵/김형식
있잖아,
나는
가지끝에
매달린 단풍잎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을 꼬옥 움켜 쥔다
바람이 와 건드리면
속이 상해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
바람이 또 와서 집적 거린다
마지막 잎새
흔들흔들
그래도
아직은 친구가
곁에 있어 외롭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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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반야선(般若船)
인묵/김형식
깊은밤
*포행(布行)중에
보리수에 눈이 간다
그믐달
바랑메고
산을 넘어 바쁘다
하안거
스님들께
시주 하려 가시겠지
저희들
세속 인연
업장이 지중하여
이렇게
대중공양
보리수로 대신 하니
스님들
이 시주물 받으시고
하루속히 확철대오 하시여
모든이
제도 하여 주십시오
발원합니다
이생에
공부 끝내고
반야선 타고 가겠습니다
그믐달
바랑메고
산을 넘어 바쁘다
*포행(布行):스님들 참선 하다 잠시 방선중 한가로이 뜰을 걷는일.
*보리수(菩提樹): 보리수나무 열매
(석가모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성불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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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북소리 들으며
인묵/김형식
時도 때도 없이
북을 치고 있는 나무
철따라 흙의 영혼이
빛으로 다가와서
꽃으로, 검푸른 심장으로,
풍성한 열매로, 텅빈 가슴을 울리고 있다
나무가
하얗게 북을 치고 있다
어제 저녁에는
설한풍 알몸으로 막아서서
둥둥둥 감동을 주더니
오늘 아침에는
서리꽃 드레스 걸쳐 입고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고 서 있다
영혼의 북소리 들으며
봄으로 걸어 나가자 한다
둥둥둥
서리꽃에 숨어서
나무가 북을 치고 있다
둥 둥 둥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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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별을 줍는 밤에
인묵/김형식
연꽃 한송이 집에까지 따라 왔다
길상사 다녀 오던날 밤 나는 잠자리에 누워 날개를 단다 밤 하늘을 날고 있다 쑥꾹새 우는 정문 산골로 가서 사랑하는 님과 별을 주우며 오두막에 살련다
김영한,진향,자야,길상화는 잘 계시겠지 백석과 법정스님도 여전 하시고 열여섯 청상과부와 남정네들
백석의 연인, 자야는
1천억 전재산을 보시 하면서 ''이돈은 내가 사랑하는 시인의 시 한줄만 못 합니다''하여 世人을 깜짝 놀라게 했던 여인
27세 백석은 함흥 영생고보 영어교사 시절 자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청진동에 숨어 든 자야를 찾은 후 함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런 미농지봉투에 적어 건넨 그 시 한편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냐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뱁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오두막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숨이 멈는 하얀 달빛
별은 쏟아지고
자야는 어느 詩語에 반해
연꽃 한송이 성북동에 피웠을까
법정은 그 향기 길상사로 담아 *단월(檀越) 한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오늘밤 나는 잠자리에 누워 날개를 달고 밤하늘을 날고 있다 쑥꾹새 우는 정문 산골로 가서 사랑하는 님과 별을 주으며 오두막에 살련다 별은 쏟아지고
사랑하는 님은 나를 사랑하고 쑥꾹새도 좋아서 쑥꾹 쑥꾹 울것이다
*단월(檀越): 시주(施主), 자비심으로 조건없이 절이나 승려에게 물건을 베풀어 주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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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숲에 이는 바람
인묵/김형식
누가 부는가
이 봄밤
저 대금(大芩)소리
세상을
멈추게 한 저 신의 소리
어디에서 와서
어느 곳으로 가고 있는지
왔다 가는
생명은 모두 다
대숲에 모여 들어
열 세 구 멍,
그 구 멍 마 다
쌍골죽 밤은 깊어 가는데
열 백년
피고 지는 댓꽃
그 향기 취하고 싶다
대숲에 이는 바람
*대금: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목관 악기 가운데 하나. 삼금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묵은 황죽(黃竹)이나 쌍골죽으로 만든다. 구멍은 열세 개이며, 음역(音域)이 넓어서 다른 악기의 음정을 잡아 주는 구실을 한다.
한자 ‘笒’의 본래 뜻과 음이 ‘속 찬 대나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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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산 머스마야
인묵/김형식
장마 걷힌 산자락
하얀 구름 뚫고 쏟아지는
저 햇발 좀 보거라
가을 맞이
얼마나 좋으면
황금색으로 몸단장 하고
산 엉덩이 어루만져 내려 깊은 골짜기 푸른잎들까지 누렇게 뒤집어 굽고 있는
저 머스마를
푸른산 익어 가는구나
오으라,폭서 깊은 늪 헤쳐
영혼까지 불타고 싶은
산 머스마야, 산 머스마야
산 머스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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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여름밤의 선정
인묵/김형식
먹물속에
폭염을 깔고 앉아 있다
시원한 숲속으로 내 달리는 마음 고삐를 맨다
만법귀일 일귀하처
(萬法歸一 一歸下處)
ㅡ만가지 진리의 법은 하나로 돌아 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 가는가ㅡ
얼마나 멀리 떠 내려 갔을까
나의 작은 배는 바람 닿는 대로
파도에 밀려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다
만법귀일 일귀하처
닻을 내린다 화두 또렸하다
하나는 어디로 돌아 가는가
어디로, 어디로....
어둠은 서서히 물러서고
보라색 고요, 고요가
흰연꽃 한송이 밀어 울린다
환희 환희
화두 또렸 하고
연꽃잎 벙글어 지고
환희 환희 환희
얼마나 지났을까
여명을 깔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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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깊은밤,저 쑥국새 울음소리
인묵
봄이 오고 있다
수즙은 매화꽃 터질듯 터져 나올듯
나물 캐는 저 봄아가씨 온통 연분홍이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봄을 노래 하고있다
깊은밤,저 쑥국새 숲속에서 춘향가 불러 싼다
춘향가(春香歌)는 말 그대로
향기나는 봄 노래인데
꽃다운 청춘 시절 오얏꽃 李도령
복사꽃 봄처녀 만나 사랑을 나누는 노래
그중에 사랑가는 이렇게 시작 한다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덮쑥 빠져
먹든 못하고 으르르르르르 어헝 넘노난듯....."
대경실색케한 사설로 시작하여
느린 진양조장단의 선율로 이어 진다
"단산 (丹山) 봉황이 죽실(竹實)을 물고 오동속을 넘노난듯,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에 넘노난듯 구곡(九曲) 청학 (靑鶴)이 난초를 물고 세류간에 넘노난듯..."노래하다가
먼훗날, 사후세계의 사랑 노래로 고수(鼓手)가 다름박질을 친다
"너는 죽어 꽃이 되되, 벽도홍 (碧桃紅) 삼춘화(三春花) 되고 나는 죽어 범나비 되되, 춘삼월 호시절에 네 꽃송이를 내가 덤쑥 안고 너울 너울 춤추거든 네가 나인줄 알려므나, 너는 죽어 보신각 종이 되고 나도 죽어 당목(撞木)이 되어 그저 뎅 치거드면 내가 나인줄 알려므나
" 숙연하게 감정을 깔고 이어가다가
다시 중중모리장단으로 톤을 높여 흥을 돋는다
이도령 춘향을 업고서 네가 무엇을 먹으려 하느냐고 계속 묻는다
"둥실둥실 수박 웃봉지 떼뜨리고 강릉백청 (白淸)을 따르르르 부어 씨일랑 발라 버리고 붉은 점 움푹 떠 반감진수 (眞水)로 먹으려느냐? 앵도를 주랴? 포도를 주랴?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도령 서는데 먹으려느냐?" 그런디 춘향은 새침하게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하며 고개 저어 거절하면
빠른 자진모리장단으로 합궁 (合宮)하는 순간을 극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구경꾼들로 하여금 숨을 죽여가며 마른 침을 꿀꺽 삼키게 한다
"이궁 저궁 다 버리고 너와 나와 합궁 하면 이 아니 좋더란 말이냐 어허 이리 와,어서 벗어라 잠자자, 아이고 부끄러워 나는 못벗겠소,아서라 이계집 안될 말이로다. 어서벗어라 잠자자.와락 뛰어 달려들어 저고리 치마 속적삼 벗겨 병풍위에 걸어 놓고 둥뚱땅 법칙 여(呂)로다 사나운 숫말, 암컷 덮치듯 두다리를 취하더니 배개는 위로 솟구치고 이불이 볏겨지며 촛불은 제대로 꺼졌구나"절정에 이른다
벌 나비 짝을 지어
춘무(春舞)를 즐기는것과 무엇이 다르랴
봄동산에 핀 섹시한 복숭아 꽃을 보고 우리는 도색(桃色)이라 하지 않았던가
춘화도(春畵圖) 한폭을 보는듯 하다
외설적인 풍경 조차도 옛 어른들은 봄의 시정이 어린 그림으로 그려 냈다
자연의 봄은
이렇게 와서 사랑가를 부르다 간디
어허, 친구들아 지금 어디서 뭣하는가
잠자는가
깊은밤, 저 쑥국새 울어 싼다
봄은 봄인갑다
이산 저산 널을 뛰며 춘향가를 불러 싼다
이도령과 춘향이가 쑥국새로 다시 환생 못다한 춘정 나누며 사랑노래 불러 싼다 봄은 봄인갑다
~~~~~~~
시인 프로필>
고흥 출생.
필명: 인묵(印默). <불교문학>시부문등단,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제도개선위원, 매헌윤봉길 기념사업회 지도위원, 한국문협 고흥지부고흥문학회 초대회장, 한하운 문학회 보리피리 편집주간.한국 청소년 문학대상.
(사)한국 창작문학 본상
시집《그림자, 하늘을 품다》 《오계의 대화》《광화문 솟대》외 계월간 동인지 다수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D423F5BA89CD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