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의 구시가지 올드 트빌리시를 거닐다
남태식(예술마당 솔 경북지회장)
올여름에는 코카서스를 다녀왔다. 코카서스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지역을 이르는데, 코카서스산맥을 사이에 두고 북코카서스와 남코카서스로 나뉜다. 우리가 간 곳은 남코카서스로 이곳에는 조지아(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이 있다. 이 중 이번에 들른 곳은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2국이었다. 직항로가 열려 있지 않아서 카즈베키스탄의 알마티공항을 경유해서 조지아로 갔고, 아르메니아는 조지아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었다. 인천공항에서 조지아까지는 알마티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16시간 정도 소요되는 먼 길이었는데, 여행의 설렘 때문인지 크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코카서스 여행 후기를 몇 회에 나누어 싣는다.
조지아는 북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튀르키에(터키)와 아르메니아, 남동쪽으로는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로 1991년 소련에서 독립했다. 인구는 370여만 명이고 면적은 77,000㎢다. 트빌리시는 조지아의 수도로 신시가지인 트빌리시와 구시가지인 올드 트빌리시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관광의 편의를 위해 올드 트빌리시에 숙소를 잡았고, 다음날 올드 트빌리시를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뉴 트빌리시를 포함한 트빌리시 관광은 다른 일정 사이에 몇 회 더 가졌는데 답사를 목적으로 한 지하철 탑승 외에는 거의 도보로 다녔다. 올드 트빌리시는 고풍스런 옛 건물이 많아 고대 도시로서의 가치가 높고, 기독교 건축양식의 사조를 알 수 있는 유적들이 많아 트빌리시 역사지구로 지정된 곳으로 5세기부터 20세기까지에 이르는 건축 구조물들을 간직하고 있다.
첫 방문지는 언덕에 있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메테히 성당이다. 성모 마리아 승천 교회라고도 하는 메테히 성당은 므츠바리 강(쿠라 강)을 끼고 있는 언덕, 트빌리시에서 가장 먼저 사람이 거주한 장소에 세워진 성당으로 맞은편에는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초반까지 조지아의 왕으로 트빌리시를 수도로 정하고 트빌리시를 조지아의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바흐탕 고르가살리 왕의 동상이 서 있다. 조지아에는 조지아 성당과 아르메니아 성당이 섞여 있는데 조지아 성당의 내부는 성화 등 많은 성물로 장식되어 있는 반면에 아르메니아 성당은 성물이 거의 없어서 매우 소박하단다. 인솔자의 설명을 듣고 보니 메테히 성당은 확실하게 조지아 성당이다.
메테히 성당을 둘러본 뒤 므츠바리강을 가로지르는 자유광장 다리를 건너 나리칼라 요새로 향했다. 나리칼라는 트빌리시와 므츠바리강이 내려다보이는 트빌리시식물원과 사막이나 초원 등지에서 낙타나 말에 상품을 싣고 떼를 지어 먼 곳으로 다니면서 장사하는 대상隊商들의 휴식처였으며 지금도 성업盛業 중인 하맘유황온천 사이 가파른 언덕 위에 양 벽을 쌓아 세운 요새다. 7세기에 건축되었다는 이 요새는 중수, 확장되었다가 1827년에 지진으로 훼손되었는데 지금은 그 일부분만 복구되었으며, 요새 꼭대기에는 적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사각형의 망루가 있다. 요새의 오른편 솔로라키 언덕에 세워놓은 조지아의 어머니상은 오르는 길을 찾지 못해서 점심 식사 후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봤다. 높이 20미터의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포도주 잔을 들고 트빌리시를 내려다보고 선 어머니상은 조지아의 수호신이다. 어머니상만 보려고 케이블카를 타기는 망설여졌으나 시원스레 뚫린 트빌리시 시가지의 전경을 볼 수 있어서 케이블카를 타고서라도 올라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맘유황온천 입구에서 상가를 돌면 메이단 바자르라는 한때는 와인 저장고였으나 지금은 다양한 기념품과 와인 등을 팔고 있는 지하 동굴시장, 인형극에 평생을 바친 레조 가브리아제라는 사람이 사재를 털어 만든 인형극 전문 극장으로 매일 정시에 몇 번씩 시계탑에서 인형극을 공연하는 마리오네트 극장, 뉴 트빌리시와 올드 트빌리시를 잇는 평화의 다리 등도 기억의 장소로 남은 곳이다. 성당은 여러 곳을 더 들렀는데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추천한다. 떠나기 전날 오후에는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을 타고 보는 시가지도 꽤 볼만했는데, 특이한 것은 와인의 나라이어서인가 선객들에게 와인을 한 잔씩 제공했다. 언젠가 일본을 여행하면서 아메리카노를 찾았더니 한국에만 있는 브랜드라고 했는데 조지아에서도 아르메니아에서도 아메리카노가 있었다. 거기에 아이스 커피까지. 한국에서 코카서스 지역으로 가는 여행객이 많이 늘었다는 걸 실감한 건 이런 사소한 풍경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