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간은 여행에 최적화된 축복받은 날씨가 이어졌었는데 어제부터 날씨가 하 수상하더니 결국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입구에서 10위안, 우리 돈으로 2,000원짜리 비닐 우비를 사 입었다.
하얀 우비가 신선도포처럼 비바람에 나부낀다.
비가 오니 입장권을 사는 과정이 더 혼란스럽고 입장하는 과정도 불편함의 연속이다.
경내 순환버스를 타고 장가계 일정을 시작한다.
천자산은 중국 장가계 국가삼림공원의 대표적인 명소로, 독특한 암석봉과 기묘한 지형이 어우러진 장관을 자랑하며
“황제가 하늘로부터 다스리는 산”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웅장하고 신성한 분위기로 방문객들을 매료시킨다는데...
아!! 안보인다.
천자산이라는 이름은 고대 투자족 추장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전설에 따르면, 투자족의 한 용맹한 추장이 적군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마지막까지 싸우다 결국 이 산에서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가 죽기 직전, 하늘의 신들이 그를 구하러 내려와 산을 감싸며 보호했다고 한다.
투자족 사람들은 그를 하늘의 왕, 즉 “천자“로 추앙하며 이 산을 천자산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천자산의 정상에는 그의 혼을 기리는 의미에서 세워진 봉우리들이 있어 신성한 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행 중 비는 예상치 못한 손님처럼 당혹스럽고 불편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그 덕분에 새로운 경험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비를 단순히 불편한 요소로 여기기보다는, 그 자체를 여행의 또 다른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
그래야 맘도 편하지.
그래도 구름속이라 안 보인는 건 속상하다.
난 지금 구름속에 신선이네.
아주 조금씩 감질나게 보여주는 속살에 감탄이 절로 난다.
아! 좋다.
이만큼이라도 어디야.
가룡공원은 영화 아바타의 배경으로 알려진 장가계의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로
장가계의 독특한 석회암 봉우리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있어 마치 신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는데…
안.보.인.다!
할렐루야
아! 이곳에서 아바타 모티브가 된 할렐루야봉이 보인다 했는데.
그러면 나무 아무 타불이다.
뭐 어쩌겠냐 하늘이 안 보여 주신다는데.
호떡 하나 먹고 내려오니 그나마 좀 보인다.
뭐 이만하면 됐지 스스로 위로하면 “아! 좋다”를 반복한다.
“아! 좋다. 뭘 더 바래.”
약 3억 8천만 년 전 고생대에 이 지역은 바다로 석회암과 사암이 퇴적되었고
약 2억 년 전 중생대에 지각 변동으로 바다가 융기하며 육지가 되고
수백만 년 동안 빗물, 바람, 온도 변화가 암석을 깎아 내며 독특한 바위 기둥이 형성되었고
지금도 지형은 여전히 침식되고 변화하여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그럼 때때마다 다른 모습이라는 거네.
규암, 사암 카르스트 지형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장가계의 풍경은 초현실적인 매력을 자랑하고
지질학적 역사와 지형의 형성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미워하지 마라
안개처럼
사라질 인생이다.
집착하지 마라
바람처럼
날아갈 인생이다.
욕심부리지 마라
구름처럼 흩어질 인생이다.
연연해 하지 마라
한줌의 흙이 될
인생이다.
가볍게 살아라.
언제가 어디선가 글귀가 좋아 메모해 논 글인데
어쩌면 지금 장가계에서 상황에 딱 떨어지는 듯.
눈앞에 안개를 미워한들
보이지 않는 절경에 집착한들
보자고 욕심을 부려본들
아쉽다고 연연한다고 보일 것도 아니다.
그냥 보이는 만큼, 아니면 느끼는 만큼. 만족하면 될일이다.
구름속에 산책을 마치고 출발했던 입구로 돌아오니 비가 좀 개인다.
이쁜이도 집에 간다.
나두 가야지. 객잔으로.
장가계 첫 날 일정을 조금 일찍 마무리한다.
내일은 천문동쪽을 보게 되는데 조금만 날씨가 좋아지면 하는 바램.
마실정회동
첫댓글 숲속의 나무들이 하늘로 솟아 오르는 것처럼 보이고 공기 중에는 촉촉한 냉기가 감도는 동시에 자연의 고요함이 귀를 맴 돌았었죠~~
오호~~~. 궂은 날씨 장가계가 카페지기를 시인으로 만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