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위클로웨이 트레킹 18일차
3일차 (2구간)
일 자 : 2026년 8월 13 일
구 간 : 에니스케리 ~킬몰린~글래스캐니~더수스~그랜다록~라라그 숙박
거 리 : 33 .8 km
시 간 : 9시간 48분
에니스케리 ~ 글랜다록
에니스케리 ~ 글랜다록
오늘은 Wicklow 두 번째 날로 34km를 걷는다. 아름다운 Summerhill을 뒤로하고 차도로 진입했다. 거의 한 시간을 걸은 끝에야 임도로 들어설 수 있었다. 건조한 아침 도로를 지나 들어선 산길은 바짝 말라 있어, 등산화 바닥에 밀리는 모래알이 사각거린다. 한 뼘도 안 되는 좁은 산길의 수풀과 관목을 헤치며 올라간다. 사유지 목장을 지날 때면 나무 사다리를 넘어 진입한다. 한참을 올라서니 목표로 한 산이 보이고, 넓게 펼쳐진 초원이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바람에 일렁이는 누런 밀밭 뒤로 푸른 산하가 가득 차 있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술 익는 향기가 바람을 타고 몰려온다. 대문에는 빨간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라 동화 속 그림 같다. 어느 집이든 문을 두드리면 흔쾌히 물 한 모금을 내어줄 것만 같다. 들판은 온통 보랏빛 헤더 꽃으로 뒤덮였다. 등산화를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보랏빛 물감에 빠져드는 듯하다. 보랏빛 물감은 사방으로 번져 하늘 높이 피어오른다. 배낭마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어 내 마음의 색도 보라색이 되었다. 보라색 끝에 푸른 관을 쓴 정상이 보인다. 우리가 오른 구름 밑 산길이 가느다란 실타래처럼 눈에 들어온다. 고지대에 서니 사방이 탁 트이고,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힘차게 몰아친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가 지나면서 태양은 더욱 뜨거워졌다. 바람 한 점 없이 등줄기와 얼굴에서 뜨거운 땀방울이 거침없이 떨어진다. 검은 돌이 깔린 산길을 걷는 동안, 배낭 속 물은 최소한의 비상수를 제외하고 모두 소진되었다. 남은 길은 여전히 10km. 예상치 못한 한여름 더위에 혀는 타들어 가고 침을 삼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지경이다.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며 며칠 전 스카이섬에서 맞았던 폭우와 서늘한 바람을 떠올려 본다.
길가에 익어가는 산 딸기 열매 중, 농익어 검정색이 된 열매를 손바닥 가득 따서 입에 털어 넣는다. 입안의 갈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다시금 스틱을 쥐는 힘이 생긴다. 걷는 자에게는 항상 길이 열리는 듯하다. 오늘 거친 길을 열어가며 드디어 누적 300km를 달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