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재정의의 법칙
고정관념을 뒤집어라 / 인식의 장을 바꿔라.
고정관념을 뒤집는 신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지만 보통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호기심 삼아 구매를 하지만, 몇 달 지나면 기존의 고정관념의 사고방식으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하는 마케터라면 고정관념의 틀을 직접 깨부술 수 있는 재정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마케터의 입장에서 ‘세제’라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떠오르는 속성은 무엇일까?
바로 ‘가루’라는 점이다.
즉 세제의 본질적인 제품 구성은 가루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세제를 액체로 만들어서 시판한다고 하면
소비자의 반응은 어떨까? 처음에는 새롭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세제는 가루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소비자들은 액체로 출시된 세제에 대해서는 그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 한 구석으로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액체로 된 세제니까 아마 세척력이 강하지 않을 거야” 등등. 이처럼 ‘세제는 가루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별별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따라서 세제의 속성을 바꾸려고 한다면 마케터는
‘이제 세제는 가루가 아닙니다 → 이제 세제는 액체입니다 →
액체 세제, 액츠(Act‘z)를 쓰세요’ 처럼 세제를 재정의해야 한다.
재정의란 고정관념을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공략해야 하는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재정의를 통해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할 수 있고, 새로운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마케터나 디자이너들은 일명 히트제품이 있으면 그 옆이나 그 밑에 유사종의 상품을 만들려고 고생고생하는데,
이럴 때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상품은 무엇일지
상품군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재정의를 통해서
고정관념이라는 테마를 훌륭하게 활용해낼 수 있다.
현상 너머의 본질을 포착하라.
초코파이는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수제품 중 하나다. 1974년 초코파이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자장면 한 그릇은 150원도 하지 않을 때인데, 초코파이 한 개 값은 50원이었다. 그러나 그 비싼 초코파이도 당시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으니 그 인기가 얼마나 높았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초코파이도 1984년부터 매출이 30% 이하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점유율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다양한 경쟁사의 등장이었는데, 이들은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지만 이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 훨씬 더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오리온은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시장조사를 하여 결론을 크게 두 가지
- ① 가격이 비쌈, ② 이제 소비자들이 초코파이 맛에 식상해짐 - 로 내렸다.
그리고 초코파이가 비싸다는 첫 번째 분석에 따라 1987년 ‘다랑’이라는 제품을 출시하고, 가격을 기존의 반값인 50원으로 책정했지만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구멍가게 주인들이 50원짜리 잔돈을 거슬러주기 귀찮아했기 때문에 ‘다랑’을 잘 팔려고 하지 않기도 했다.
그 이후 오리온에서는 가격이 두 배 비싼 200원으로 책정된 ‘두세르’라는 고급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그런데 이 고급 초코파이 역시 잘 팔리지 않고 제자리걸음이었다. 제품 홍보를 위해서 별 짓을 다해봤지만 소용이 없게 되자 회사에서는 그동안 광고를 비롯해 초코파이의 타깃에 대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초코파이를 주로 먹는 대상은 어린이였지만 실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은 엄마였다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 간식거리로 초코파이를 사갔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이가 먹는다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초등학생까지는 초코파이를 잘 먹다가도 중학생 이상이 되면 거의 잘 먹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결론은 명확해졌다.
그동안 어린이 대상의 제품광고와
판매 전략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이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했다.
진짜 구매고객이 누군지를 파악한 동양제과는 ‘초코파이는 어린이 간식이다’라는 고정관념된 제품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초코파이는 간식이 아니다. 그러면 초코파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서 재정의 대한 ‘크리에이티브 씽킹’이 요구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고객을 다시 보기 시작하자 초코파이는 ‘간식’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초코파이가 고마운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선물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마음의 선물을 ‘정’이라는 콘셉트로 표현해 ‘초코파이는 정을 전달하는 마음의 선물이다’라는 재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초코파이의 ‘정’이라는 콘셉트의 광고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1990년에는 기존 200억 원대 매출에 그쳤던 실적이 419억 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또 오리온은 낱개 판매 방식에서 탈피해 100원짜리 12개를 하나로 묶어 1,200원에 판매했다. 왜냐하면 간식은 낱개로 하나씩 먹는 개념이지만, 마음의 선물은 하나 이상으로 여러 개를 묶어 다발로 주어야 마음의 정성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초코파이를 묶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오리온의 매출은 급속이 신장하기 시작했다.
어디 수익뿐이랴. ‘정’이라는 재정의의 콘셉트는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도 누리게 된다.
이렇게 죽어가던 제품이 되살아나게 된 비결은 무엇인가?
바로 그 출발은 기존 제품을 ‘간식’에서 ‘선물’로 재정의한
사소한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제2장 패러다임의 법칙
이중성의 비밀
‘빛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과학자들끼리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었다. 빛을 입자로 보는 입장과 빛을 파동으로 보는 입장이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런데 192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닐스 보어는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그 유명한 양자역학의 결정적인 원리를 발견했다.
즉 햇빛은 입자의 성격도 있지만 파동의 성격도 있어 이중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빛이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사실은 닐스 보어 이전 그 어떤 과학자도 자신 있게 주장하지 못했는데, 우리들은 이런 이중성의 자연현상을 한 가지 관점만을 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좀 어려운 말이지만, 우리가 빛을 입자로 보면 더 이상 파동의 성질을 알아낼 수 없고, 또한 빛을 파동으로 보면 입자의 성질을 알아낼 수 없다.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면, 동전의 경우 양쪽 면이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한쪽 면만을 볼 수 있다. 즉 동전의 앞면을 보게 되면 뒷면을 볼 수 없고, 동전의 뒷면을 보게 되면 앞면을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동전은 엄연히 양쪽 면이 존재한다. 즉 양쪽 면이 상호 보완적인 관점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법칙에는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관점과 비슷한 점이 있다. 즉 이중성이 빛의 성격으로 규정되는 자연현상의 대표적 논리라고 하면, 패러다임의 법칙 역시 항상 상반되는 관점, 즉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법칙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우리가 한 가지 패러다임의 입장에 서게 되면 동시에 다른 쪽의 패러다임을 바라볼 수 없다는 절대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이 서로 다른 경우
어떻게 객관적인 사물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인가?
양쪽을 동시에 볼 수는 없지만 패러다임을 옮겨 다니며 한쪽 면을 보고 또 다른 쪽 면을 보면서 상반되는 현상을 각각이 인지하고 이해하면 된다. 다음의 예를 보자. 전 세계에서 가장 교육 경쟁력이 높은 국가는 어디일까? 답은 핀란드다. 핀란드는 사교육뿐만 아니라 공교육으로도 성공한 국가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위한 수월성 교육과 학습능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형평성 교육 모두 성공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교육은 어떠할까? 우리나라 교육은 수월성 교육을 하면 평등에 위배되는 것으로 반대하고, 또 형평성을 위한 교육을 하면 엘리트를 키우지 않는다는 논리로 반대를 한다. 즉 우리나라 교육은 수월성 및 형평성 교육 모두 서로 다른 패러다임으로 충돌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 교육의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는 학생 개개인의 머릿속에 있는 학습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한 데 있었다. 보충 설명하면 우리들은 친구들과 나의 비교에서 성적이 산출되는 데 반해, 핀란드 학생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비교되어 성적이 평가된다. 즉 어제 시험지에서 틀린 문제를 다시 보고 풀어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교육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학생들 스스로도 친구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내 점수와 오늘의 내 점수를 비교함으로써 자기 스스로의 실력이 발전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하며, 또 이러한 관점에서 교사 양성 및 학교 설립과 허가, 학교 내에서의 교육환경과 여건, 우열반과 직업교육 등 다양한 교육적인 시행제도가 실시됨으로써 세계 1등의 교육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동시적으로 다양한 시각을 통해 판단할 줄 안다.
그리고 이러한 다각도의 패러다임을 통해 얻은 정보를 상호보완적으로 인지하고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상품기획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새로운 상품 구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신상품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기존 상품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왜냐하면 어제의 상품과 지금의 상품을 비교함으로써 새로운 히트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장 다이어트의 법칙
단순성의 비밀 / 잘하는 한 가지만 생각하라.
현대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단순화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마케팅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브랜드 전략 중 하나는 그 브랜드에 대한 연상이 단순해야 된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아무리 좋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다양한 브랜드 메시지가 있으면 결코 그 브랜드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단순화 개념은 브랜드에 대한 수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브랜드 수가 많은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즉 브랜드 수가 작다고 해서 단순화시켰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으면 작은 대로 그 브랜드의 연상이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그 수만큼의 절제된 자기만의 책임과 역할을 하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런 역학 규정이 제대로 안되었을 때는 브랜드가 중복되거나
이미지가 복잡하게 서로 겹쳐지면서 자사 브랜드끼리의 충돌은 물론
마케팅 비용이 수돗물이 세는 것처럼 누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브랜드뿐만 아니라
이미지 전략에서도 단순화의 법칙은 잘 통한다.
다음의 예를 보자.
2005년 가을에 있었던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은 절대 안정 다수인 269석을 훨씬 넘어선 296석을 차지하며 대승리를 거두었다. 자민당이 총선을 치르던 그때 최대이슈는 2005년 초여름의 ‘우정사업 민영화 법안’이었는데, 이 법안은 중의원 본회의는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참의원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이때 정치적 압박을 받은 총리가 즉시 중의원을 해산시키고 총선체제로 들어갔다. 자민당 내에서는 이러한 내각해산과 총선이 ‘국민의 반발을 초래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외로 압승이었다. 이 결과에 대해 도쿄 대학의 사토히키 교수는 선거가 끝난 후 산케이 신문에 다음과 같은 분석을 실었다. “자민당의 선거 전략은 단순성의 극치였다. 우정사업의 민영화를 ‘예스’ 하면 개혁이고, ‘노’ 하면 수구라는 단순한 논리로 철저하게 압축했다. 유권자가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유권자의 머릿속에 남는 명료함이다.
자민당은 여러 가지 선거쟁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아주 단순화된 단 하나의 쟁점으로 승부했다.
바로 그것이 압승의 결과를 만들었다.”
이처럼 정치도 관심을 단순화시켜 집중시키는 것이 유리한 것처럼 마케팅 역시 복잡한 욕심보다는 단순한 한 가지에 집중하는 전략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물론 단순화가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면 모두를 고려한 복잡한 전략이 유용할 때도 있다. 다만 단순성의 법칙은 복잡한 구조일지라도 시스템적으로는 단순하게 파악하라는 이야기이다.
즉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로 무조건 단순화해야 된다는 것이 아닌,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과 단순함이 동시에 병존해야 된다는 것이다.
제4장 패러독스의 법칙
약점도 노출되면 강점이 된다.
패러독스란 늘 숨기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단점을 노출시킬 때
오히려 자기에게 득이 된다는 비밀의 법칙을 말해주고 있다.
세상에서 그 누가 자기의 단점을 노출시키고 싶어 하겠는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점을 노출시켰을 때 오히려 단점이 안 되고 장점으로 바뀌어 버리는 이상한 패러독스 현상에 빠져버리게 된다. 다음의 예를 보자. 한동안 ‘내 이름은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패러독스 현상이다. 삼순이라는 단어의 이미지는 좀 어수룩하고, 모자라고 답답한 여자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통한다. ‘내 이름은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촌스러움=삼순이’라는 이미지에서 ‘당당하고 씩씩함이 매력적인 여자=
흔히 사람들은 상대에게 완벽해 보이려고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 한다. 이들과 차별화해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완벽하고 성공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면, 자신의 이미지에 맞춰 자신의 가장 촌스럽고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패러독스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 패러독스의 법칙이 작용해 당신의 약점은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날로그는 디지털에서, 디지털은 아날로그에서 패러독스가 생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브랜드란 상징화를 시도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한 음절로 된 영문 이니셜 브랜드는 대표적인 디지털 브랜드이다. SK텔레콤의 통신 브랜드는 ‘T’다. 이에 반해 KTF의 경우는 ‘SHOW’다. 즉 SK텔레콤은 디지털 브랜드를 구사하고 있고, KTF는 아날로그 브랜드를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SK텔레콤의 ‘T’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텔레콤의 약자로도 쓰긴 하지만 사람들은 T가 도무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 그저 SK텔레콤의 서비스인 것만을 알 뿐이다. 그러다 보니 T에 대한 해석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느끼는 이미지에 대한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이것 역시 디지털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이다. 그런데 KTF의 ‘SHOW’는 어떤가? SHOW는 명확한 뜻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SHOW라는 브랜드에서 쉽게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 역시 아날로그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다.
그렇다면 양자 사이에 어떤 전략적인 차이점이 있을까? 가장 근본적으로는 ‘T’라는 디지털 브랜드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이 장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즉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은 ‘T’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놓고 브랜드가 자리 잡히지 않는 현상을 보고 오랫동안 고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브랜드의 특징은 자리 잡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자리가 잡히면 간단명료한 상징이 주는 큰 메리트를 갖게 된다는 데 있다.
이에 반해 ‘SHOW’는 아날로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고 빠르게 각인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는 쉽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뜻이 곧바로 짐작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미 연상을 하면서 브랜드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미가 직접 연상이 되는 브랜드는 사람들이 고급스럽게 느끼지 않는다는 공통된 속성이 있다. 그래서 SHOW는 초기에 아날로그 브랜드의 특징을 활용해 단기간에 붐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없고 통신에서 주는 상징성과 속도감이 없기 때문에 그저 재미있고 흥미로운 브랜드로 족할 뿐이었다.
이것이 아날로그 브랜드의 한계이자 문제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비교를 한 번 해보자.
SK텔레콤의 ‘T’는 최근 들어 ‘생각대로’라는 카피성 광고 문구를 T라는 디지털 브랜드에 붙여서 알리고 있다. 즉 그냥 T가 아니라 ‘생각대로 T’라고 이미지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무서운 전략이다. SK텔레콤은 초기에 ‘T’가 ‘SHOW’에 밀려 당황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대로’라는 슬로건을 브랜드 앞에 붙여주니까 디지털 브랜드의 모호한 상징성이 아주 쉽게 구체화되는 현상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즉 모호했던 T가 명확해진 것이다.
이렇듯 디지털 브랜드는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아날로그적인 슬로건과 결합될 때 상당히 좋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SHOW’는 단지 아날로그 브랜드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SHOW라는 이미지가 가면 갈수록 진부해질 것이고 결국 그 의미 역시 희석될 것이 명확하다. 따라서 SHOW는 흥미 위주의 브랜드 광고 보다는 디지털 콘셉트를 표현해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보완해나가야 한다.
닉네임은 패러독스의 마술을 부린다.
아이스크림 전문점들이 조용한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배스킨라빈스31이 무섭게 등장한 새로운 제품에게 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골라먹는 재미’를 주장하던 배스킨라빈스에 도전장을 내밀어 초반에 승리를 얻어낸 당찬 새 브랜드는 바로 ‘만들어 먹는 재미’를 내세운 레드망고였다.
테이크아웃이 주된 형태이던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과일이랑 아이스크림을 마음대로 골라서 만들어 먹고, 친구들과 수다도 마음껏 떨고 가세요”라며 카페라는 개념을 도입한 레드망고는 여대생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체인점을 확장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자 배스킨라빈스 역시 새로운 종류의 아이스크림들과 카페형 전문점을 오픈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그와 동시에 시행한 배스킨라빈스의 대항 전략 중 하나는
새로운 이름으로 접근하는 것이었다.
기존 이름이었던 ‘트윈베리 치즈케이크’ 등 제품의 재료를 가지고 설명해주던 이름에서 ‘엄마는 외계인’, ‘쉘위댄스’와 같은 영화, 발레, 문화상품에서 콘셉트를 따온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아이엠 샘’을 예로 들면, 영화 제목을 비틀어 ‘나는 선생님이다’라는 뜻을 가진 아이스크림인데, 이 아이스크림은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집중적으로 광고하는 식으로 닉네임과 연관된 계기들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마케팅 서적들에서 흔히 많은 소비자들이 상품의 기능이 아니라 상품의 의미하는 가치를 산다고 한다. 당신이라면 ‘트윈베리 치즈케이크’를 먹겠는가, 아니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먹겠는가. 물론 제품의 속성은 ‘트윈베리 치즈케이크’가 잘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창의적인 관점으로 바꾸어 보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 제목을 이 제품에 붙여 재미있는 패러독스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패러독스 법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이름을 잘만 활용해 붙여주어도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만약 당신의 브랜드가 정체 상태를 보이거나 이미지가 너무나 진부해 고객들로부터 별 뾰족한 반응이 없을 경우에는 그 제품과 브랜드를 그대로 두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패러독스 전략을 가장 쉽게 활용해 볼 수 있는 실행 전략이다.
제5장 팝콘의 법칙
팝콘의 비밀
팝콘을 만들 때 옥수수를 팝콘기계에 넣고 열을 가하게 되면 옥수수 알갱이가 어느 순간 펑 튀기면서 팝콘으로 바뀐다. 물론 어떤 옥수수는 끝내 팝콘으로 바뀌지 않고 옥수수인 채로 까맣게 굳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옥수수는 팝콘으로 순간 태어나게 된다.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이나 성공을 위한 순간 아이디어도 팝콘이 옥수수에서 갑자기 태어나는 것처럼 어찌 보면 우연적이고도 확률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20세기 현대 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못지않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이론이 바로 양자이론인데,
이 이론에 따르면 미시세계의 사물들은 우리가 보는 세상의 법칙과는 달리
불연속적이고 확률적인 방식으로 존재하고 운동한다고 한다.
즉 뉴턴은 인과적이고 결정적인 관계에 의해서 세상이 움직인다고 생각했지만, 양자이론에 따르면 우주를 결정론적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확률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확률이 우리들의 사고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의도하는 목표도 결정론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적게 노력을 하는데 일찍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이는 엄청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만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따라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은 어느 순간 순식간에 팝콘이 나오는 것처럼 튀어나오는 개념으로 규정하는 편이 오히려 자연이 알려준 진리에 더 가깝다. 그래서 유명인이 되는 경우도 실제로 우리가 겉에서 보면 운이 좋아 성공한 거 같이 보일지 몰라도, 그들 스스로는 수없이 많은 인고의 노력이 베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에디슨은 천재란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예를 들어보자. 수학적으로 보면 성공할 확률 50%에 도전하는 경우 첫 번째 시도에서는 성공할 확률과 실패할 확률이 모두 2분의 1이다. 그렇다고 성공할 확률이 50%라도 두 번 시도하면 한 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5번 도전했을 때 수학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97%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할 확률이 절반이어도 포기하지 않고 5번 도전하면 성공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볼 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성공할 확률은 0%이다. 즉 주사위를 던졌을 때 1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지만 주사위를 던지지 않으면 어떤 숫자도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주사위를 던지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여 창조적인 발상과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원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창조의 대상을 정할 것.
② 노력할 것.
③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또 노력할 것.
천재 모차르트도 악상이 떠오르면 며칠 만에 교향곡과 협주곡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모차르트가 음악을 위해 노력한 시간은 어마어마했다. 모차르트가 8살이던 1764년에 작곡한 ‘K16’과 같은 작품들은 사실상 바흐의 음악을 거의 본뜬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모차르트가 초기 구성한 작품들은 성숙기의 작품들과는 그 수준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즉 천재 음악가로 알려진 모차르트에게도
혹독한 연습을 하는 10년 세월 이상의 피눈물 나는 노력
(아버지의 독재적인 음악교육과 다른 작곡가들의 끊임없는 모방 등)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후 모차르트는 20대가 되어서야 피아노 협주곡 9번을 작곡하고 교향곡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모차르트가 음악적인 재능을 탁월하게 지니고 태어난 것은 틀림없지만, 당대 최고의 스승들과 아버지의 끊임없는 질책으로 수 없는 노력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경우와 비슷하다. 비행기는 처음 이륙 시 전체에너지의 반을 소모할 정도로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단 이륙하고 나면 기름의 소모가 줄어들어 평균적인 속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 현격히 감소한다고 한다. 우리도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과 같은 초기단계의 집중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As if’로 접근하라
평면 좌표에서 위치만을 갖는 표시를 우리는 점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선은 점과 점을 직선으로 연결한 것이고, 이 선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낸 넓이를 면이라고 하며, 이 면이 움직이면 3차원의 부피가 된다. 그런데 수학에서 말하는 위치를 뜻하는 점을 실제 종이 위에 연필로 찍어보라. 그러면 그것은 점인가? 물론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점이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당신이 연필로 찍은 점을 관찰해 보면, 그 점은
흑연의 심이 층층이 쌓아 올린 면이 있는 입체로 보일 것이다.
즉 엄밀히 말해서 우리는 점을 찍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점을 찍는 순간 그 점은 점이 아니라, 면이자 입체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똑바로 선을 그어도 그 선은 직선이 아니라 휘어져 있다.
그리고 선을 그으면 그것 또한 입체로 바뀌어버린다.
그래서 점과 선, 면의 정의는 우리가 이론적으로 내리는 정의이지 현실로 표현하게 되면 점과 선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점과 선을 표현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점과 선이 표현된 것처럼 가정하고 모든 수학의 공리를 출발시켜봐라. 즉 점은 표현할 수 없지만 마치(as if)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정의를 내려 보자는 것이다.
이런 가정은 우리들의 창조력을 높이는 데 상당히 좋은 방법을 제공한다. 즉 창조 작업이란 절대적인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점을 표현해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창조적인 의사결정은 가능하다. 왜냐하면 창조적인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가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가정법은 창조 작업에 왜 도움이 될까?
바로 결과를 전제로 출발 선상에서 자기의 관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자료와 분석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정보의 양이란 상대적 개념이고 수없이 많은 정보를 엄밀히 말해 분석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있는 자료로 해답이 있는 것처럼 가정을 세우고 나서 우리들은 창조 작업을 진행하면 상당히 효과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as if’로 접근해보라는 것이다.
as if 철학적 방법론이란 결과로부터 과정을 도출하는 방법론이다.
그래서 위대한 창조적인 발상과 아이디어는 의외로 ‘as if’의 철학으로부터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 ‘as if’ 철학의 근거는 직감력과 분석력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즉 과거의 경험칙 자료로부터 직관이 쌓이면서 분석한 데이터가 작더라도 훌륭한 창조 작업을 완수해내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엑티베이팅 프로세스
현대는 ‘크리에이티브 시대’라고 하지만 어떻게 하면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프로세스는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크리에이티브한 아웃풋은 노력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으로 자칫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한 의사결정도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칠 때 좀 더 최종적인 결과물을 쉽고도 빨리 도출할 수 있다. 즉 크리에이티브한 아웃풋도 프로세스와 테크닉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무작정 노력하고 고민한다고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웃풋을 낼 수 있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① 기존 문제점 파악 :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관한 기존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석을 하는 것보다는, 먼저 한두 가지 원인 분석을 한 다음 그것에 대한 집중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②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생성 : 아이디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대략 브랜드 하나를 만들 때 후보 브랜드로 1,500개 정도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 중에서 최종적으로 8개로 압축이 되고, 그 8개에서 부정연상 체크 등 다양한 평가 척도에 의거해서 최종적으로 하나의 안이 결정된다.
이처럼 브랜드 하나를 만드는 경우도 1,000개가 넘는 단어의 아이디어를 모으는데, 회사의 중요한 아이디어 회의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추출하려면 적어도 수백 개의 아이디어는 모아야 한다. 또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단계에서는 다양한 분야, 다양한 이해관계, 다양한 지식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것이 좋다.
③ 아이디어 압축 : 다양한 아이디어를 압축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압축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기준점으로 세우냐 이다. 왜냐하면 기준이 명확하면 선택해야 할 아이디어와 버려야 할 아이디어가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④ 아이디어 선택 : 아이디어 선택은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 속에 다수결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즉 아이디어 선택은 아이디어를 구성하고 있는 변수들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지, 다수결 투표로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첫댓글 창조적인 아웃풋을 낼 수 있는 프로세스
① 기존 문제점을 명확히 파악한다.
②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생성한다.
③ 생성된 아이디어를 압축한다.
④ 압축된 아이디어를 선택한다.
* 어느 과정 하나 착 와 닿는 것이 없네요. ^-^
선택의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