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무진율방 원문보기 글쓴이: 사랑쟁이
< 아니리
아1)이 군자지국2)이요. 예의지방3)이라. 십실촌4)에도 충신이 나고 칠세지아5)도 효도를 일삼는디 요순임금 시절에도 사흉6)이 있었고, 공자님 당년7)에도 도척8)이가 났으니 일동여기9)를 인력으로 헐 수 있나. 경상 전라 두 얼 품10)에 흥보와 놀보가 살았는디 놀보는 형이요 흥부는 아우였다. 동부동모11) 소생으로 사람마다 오장 육보로되 놀보는 오장 칠보라. 어찌하여 칠본고 허면 심술보 하나가 외약12) 갈빗대 밑에 가서 그저 장기 궁짝13)만헌 놈이 똥도롬허게14) 붙어가지고 아 이놈이 밥만 먹고 나면 개 트름이 나면서 심술을 부리는디 꼭 이렇게 부리것다.
< 자진모리 >
대장군방15) 벌목 허고 오귀방16)에 집을 짓고, 삼살방17)으다 이사 권코, 불 붙는디 부채질을 그저 활활 허고, 호박에 말뚝 박고, 길 가는 과객 양반 재울 듯기18) 붙들었다 해 다 지면은 내어 쫓고, 초라니19) 보면은 딴낯 짓고,20) 거사21) 보면은 소구22) 도적, 의원 보면은 침 도적질, 양반 보면은 관을 찢고, 애 밴 부인 배통 차고, 수절 과부는 모함 잡고, 다 큰 큰 애기 겁탈, 곱사등이는 뒤집어 놓고, 앉은뱅이는 턱을 차고, 비단 전에 물총 놓고, 고추밭에 말달리기, 옹구짐23) 받쳐 노면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히 찾어가서 작대기 걷어차기, 똥 누는 놈 주저앉히고, 봉사 눈에다 똥 칠 허기, 노는 애기 집어 뜯고, 우는 애기는 코 빨리기, 물이고 오는 부인 귀 잡고 입 맞추기, 시암 질24)에다 허방25) 놓고, 새 망건26) 편자27) 끊고, 새 갓 보면 땀띠28) 떼기, 소리 허는디 잔소리, 풍류29) 허는디 나발 불고, 길가에 허방 놓고, 어따 이놈이 심술이 이래 노니 삼강30)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러한 불칙31)한 놈이.
< 아니리 >
삼강도 모르고 오륜도 모르는 놈이 어찌 형제 윤기32)인들 알 리가 있것느냐. 하루는 제 금지옥엽33) 같은 동생을 내 쫓을 양으로 비 오는 날 와가리34) 성음을 내여 제 동생을 부르는디, “너 이놈 흥보야.”허고 불러 노니 흥보 듣고 나오며 “아이고 형님 불러 계시옵니까?” “야 이 녀석아 너 불렀지, 니 그림자 불렀단 말이냐. 하하 그놈 묘초초롬허게35) 잘 채려 입었구나. 너이놈 들어봐. 너 관대가리36) 쓰고 뭉개바지37) 입고 골마리38)에 손이나 넣고 도랑으로 그저 서리 맞은 능구렁이 마냥 실실 돌아 댕김서 너 내방39) 출입 많이 허여 자식새끼는 돼야지 이몰돝40) 까놓듯 움주루루허니41) 까놓고 내 것만 뜯어 먹으니, 야이 녀석아 내가 무슨 어버이냐. 내 눈공댕이가 시어42) 봐줄 수가 없어 그러니 오늘은 너그 처자 권속43)들을 다리고 모조리 썩 나가도록 허여라.” 【 흥보가 이 말을 듣더니 하날이 무너 진듯허고 어간이 벙벙허여 자기 형님을 물그러미 보더니마는 】“아이고 형님 무슨 일로 역정44)을 내시 온 지는 모르나 한번만 통촉하여 주시지요.” “뭣이, 어쩌? 이놈 통촉? 허허! 이놈보소요 부모님이 글공부 갈쳐논게 내 앞에서 문자 쓰고 자빠졌네. 통촉 몽둥이로 허리를 작신45) 분지르기46) 전에 썩 못나가!” 【 흥보가 빌면 될줄알고 빌어보는디. 】
< 중모리 >
흥보가 기가 맥혀 나가란 말을 듣더니마는 섰든 자리에가 꿇어 업져서47) “아이고 형님 형님 이게 왠 말이요. 이 엄동설한풍48)에 수다헌49) 자식들을 다리고 어느 곳으로 가오리까? 형님! 한번 통촉을 허옵소서. 이놈 내가 너를 갈 곳까지 일러 주랴. 잔소리 말고 나가거라!” 몽둥이를 들어 메고 추상50)같이 어르는구나. 흥보가 깜짝 놀래 안으로 들어가며 “아이고, 여보 마누라, 형님이 나가라 허니 어느 영51)이라 어기오며 어느 명령이라고 안 가겄소. 자식들을 챙겨보오. 큰 자식아, 어딜 갔나? 둘째 놈아, 이리 오너라. 이사짐을 챙겨 지고 놀보 앞에가 꿇어 업져 형님 갑니다. 부디 안녕히 계옵시오.” “잘 가거라!” 흥보가 하릴없이 울며불며 나가면서 신세자탄 울음 운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부모님이 살았을 적에는 니 것 내 것이 다툼 없이 평생의 호의호식52) 먹고 입고 쓰고 남어 세상 간 줄을 몰랐더니, 흥보의 신세가 일조53)에 이리 되 줄을 어느 뉘가 알것느냐. 여보게 마누라.” “예” “어느 곳으로 갈까? 아서라, 산중으로 가자. 산중에 가 사자 헌들 백물54)이 귀허여 살 수 없고 아서라, 도방55)으로 가자. 일원산, 이강경, 삼포주, 사법성56) 도방에 가 사자 헌들 비린내 짖궂어 살 수 없고 충청도가 사자 헌들 양반들이 억세어 살 수가 없으니, 어느 곳으로 가서 산단 말이냐?”
< 아니리 >
그렁저렁 성현동 복덕촌57)을 당도허였겄다. 흥보 자식들이 모두 여러 날을 굶어 노니 아사지경58)이 되어 가지고 음석 노래로 제 어미를 조르는디,【 한 놈이 나 앉으며 "아이고, 어머니 나는 육개장 국에 사리 쌀밥 많이 먹었으면 좋겄소." 】“어따, 그 녀석 입 맛 한번 도저히59) 아는구나!” 【 또 한 놈이 나 앉으며 "아이고, 어머니, 나는 용미봉탕60)에 잣 죽 좀먹었으면 좋겄소." 】“어따, 이 녀석아, 보리밥도 못 먹는디 용미봉탕에 잣죽이 어디 있단 말이냐.” 또 한 놈이나 앉으며 “아이고, 어머니, 나는 호박 떡 한 시루만 먹어 봤으면 좋겄소. 호박떡은 뜨거도 달고 식어도 달고 두 가지로 좋지요.” 【 흥보 큰아들이 나 앉으며 고동부사리61) 목성음을 내야 "어머니, 아이고, 어머니, 나는 옷도 싫고 밥도 싫고 밤이나 낮이나 불면증이 생겨 잠 안온 병이 있소." 】흥보 마누래 깜짝 놀래 “어따 이 녀석아 못 먹고 못 입는 건 고사허고 병이나 없애야 안 쓰것느냐. 그래 무슨 병이냐 말하여라.”【 "어머니, 아버지, 공론62)허여 나 장가 좀 보내주오." 】
< 진양조 >
흥보 마누라, 이 말을 듣더니 섰든 자리에 법석 주저앉으며 "어따, 이놈아, 너, 이놈아, 말 들어라. 내가 형세63)가 있고 보면 늬 장개가 여태 있으며 중헌 가장을 못 먹이고 어린 자식을 벗기겄느냐 못 먹이고 못 입힌 게 어미 간장이 다 녹는다."
< 아니리 >
이렇듯 설리 울제 그때여 흥보가 들어서며 “여보 마누라, 우지 말고 이리 좀 오시오. 내 읍내좀 다녀오겠소.” “아이고, 영감 읍내는 뭐 하러 가시게요.” “거 환자64) 맡은 호방65)한테 가서 환자 섬이나 얻어다가 어린 자식들을 구환66)해야 안 쓰겄소.” “아시오. 가지 마시오. 그 정상67)에 환자 먹고 도망간다고 안 줄 테니 가지 마시오.” “허허! 이 사람 아 없는 사람이 무슨 일을 꼭 믿고만 가는가 사구일생68)이제. 거, 내 갓 좀 내오.” “갓은 어디다 두셨어요?” “뒤안69) 굴뚝 속에 두었지.” “아이고, 얄궂어라. 아, 어찌 갓을 굴뚝 속에 두었단 말이오.” “아, 그런 것인가 신미년 국상시 조대전70)에 어느 친구 한 분이 백립71)이 양72)이 존존허다고73) 칠을 벳겨 씨라허니74) 칠 벳길 돈이 있나. 그을음에 끄어75) 쓸라고 굴뚝 속에 여 뒀제. 거 내 도복 좀 내오.” “도복은 어디다 두셨어요?” “뒤안 장안에 두었제.” “아이고, 영감, 아, 우리 집에 장롱이 어디 있단 말이오.” “허허! 이 사람이 달구장76)은 장으로 안 아네 그려.” 흥보가 의관을 채려입고 질청을 들어가 보는디
< 자진모리 >
흥보가 들어간다. 흥보가 들어간다. 흥보 치레를 볼작시면 철대77) 떨어진 헌 파립,78) 벼릿줄79) 총총 매야 조새 갓 끈80)을 달아서, 편자 터진 헌 망건, 갓풀81) 관자82) 종이 당줄83) 뒤통나게84) 졸라매고, 떨어진 헌 도복 실띠85)를 총총 지어 고픈 배 눌러 띠고, 한 손에다가는 곱돌 조대86)를 들고, 또 한 손에다가는 떨어진 부채 들고, 죽어도 양반이라고 여덟팔자걸음으로 걸음 버썩 질게 띄어87) 어식 비식.88)
< 아니리 >
이렇듯 건너 가다가 한 생각이 났것다. “내가 그래도 양반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날 다려 박생원 박생원 허는디. 내가 절 다려 ‘허시오’ 허기는 그렇고 ‘허소’ 허기는 뭣허니 내 웃음으로 반말로 따질 수밖에 없다. 거 호방 계신가 모르제.” 호방이 나오며 “아이고, 여, 박생원 아니시오.” “헤헤헤헤, 아 거 꼭 알아 맞췄구만 그려.” “박생원, 어쩐 일이시오.” “내 거 호방한테 아쉰 소리 헐 일이 있어서 왔는디 들어 주실랑가 모르제.” “아, 무슨 말씀이시오?” “거, 환자 한 섬만 날 주제 환자 한 섬만 주면은 어린 자식들을 구환 허고 가실에 가서 소매 동냥이라도 해서 착실히 갚아 줄 터이니 거 환자 한 섬만 날 주제.” “아, 박생완 형님이 천석꾼 부자인디 환자를 잡수시다니요.” “아, 그런 것인가? 형제간 것도 너무 갖다 먹고 본게 염치가 없더구만 그려.” “그건 그렇지요. 박생원 그럴 게 아니라 품 하나 팔아 보실 라요.” “아 이 사람아, 돈 생길 품 같으면 팔고말고.” “다른 게 아니고 우리 고을 좌수89)가 병영영문90)에 잡혔는디 좌수대신 곤장 열 개만 맞으면 곤장 한 개에 돈이 석 냥씩 삼십 냥은 곱아 논91) 돈이요, 우선 말 타고 가라고 해서 말 삯 닷 냥 재직해92) 놨으니 그 품 한번 팔아 보실 라요?” “내 그 품 팔 터이니 그 돈 닷 냥 날 내 주게.” “글랑 그리 허시오.”
< 중모리 >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 궤 문을 절컹 열고 돈 닷 냥을 내어주니 흥보가 받어 들고 “나, 다녀오리다.” “예, 평안히 다녀오오.” 박흥보 좋아라고 질청93) 밖을 썩 나서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얼씨구나! 돈 봐라. 지화지화자자 좀도 좋네. 돈 봐라. 돈 돈 봐라. 돈 돈돈돈 돈 봐라 돈.우선 배가 고프니 떡국 집으로 들어가자. "여보, 떡국장사 떡국 두 그릇만 주오." 떡국을 사서 많이 먹고 막걸리 집으로 들어가서 막걸리 두 그릇을 사서 먹고 어깨를 느리우고 죽통94)을 백스리며95) "얼씨구나! 아 아 좋네. 지화자자자 좀도 좋네. 대장부 한 걸음에 엽전 서른 닷 냥이 생겼구나." 저그 집으로 들어가며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 갔다가 집안이라고 들어오면 우루루루루 쫓아 나와 영접 허는 게 도리올 제. 계집이 이 사람아, 당돌히 앉어서 좌이부동96)이 웬 일인가?에라! 이 사람아, 몹쓸 사람."
< 중중모리 >
흥보 마누래 나온다. 흥보 마누래가 나오면서 "아이고 영감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내 잘못 되얐소. 이리 오시오. 이리 오라면 이리와." "놓아두게. 이 사람이 돈 근본을 자네 아나? 돈의 근본을 자네 알어? 못난 사람은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맹상군97)에 술래 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98)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라." 흥보 마누래가 달려들며 "어디, 돈, 어디, 돈 돈 봅시다. 돈 보아. 일수변99)을 얻어왔소? 월수100) 체계101) 파수변102)을 얻어 왔소? 오 푼 달변103)을 얻어왔소?" "아니로세, 아니로세, 변전104) 일수 왜 얻겄나. 지기하사105) 우리아내 하느님이 도우시어 공돈 닷 냥이 들어왔어."
< 아니리 >
“공돈이라니요?” “아, 이 사람아, 주운 돈과 다름이 없단 말일세.” “아시오.. 노상지취물106)은 군자지 도리가 아니온디 주운 사람은 좋거니와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겄소. 그 자리에 도로 갖다 놓고 오시오.” “허허 우리 마누래는 요렇게 착헌 마음씨여. 내 그리 알고 싶으면 가르쳐 주지. 다른 게 아니고 우리 고을 좌수가 병영 영문에 잡혔는디 좌수대신 곤장 열 개만 맞으면 곤장 한 개에 돈이 석 냥씩 삼십 냥은 곱아 논 돈이요. 우선 말 타고 가라고 해서 말 삯 닷 냥 받어 왔으니 우리 이 돈 가지고 쌀사고 고기 사서 육죽107)을 누그름허게108) 쑤어 우리 권속109) 간에 코 끝터리에서 죽 말국110)이 댕강댕강 널찌도록111) 한번 마음껏 먹어보세.”【 흥보 마누라 이 말을 듣더니 중헌 가장 매품 팔아 먹고 산다 허니 두 눈이 캄캄허고 사지를 벌벌 떨며 】
< 진양조 >
흥보 마누라 기가 막혀 섰든 자리에 법석 주저앉으며 "아이고, 영감, 영감, 이게 왠 말이요. 천불생무록지인112)이요. 지부장무명지초113)라 하날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기114)는 있는 법이니 제발 덕분 가지 마오. 음지115)가 양지116)되고 양지가 음지되오. 병영영문 곤장 한 개만 맞고 보면 종신117) 골병이 든답디다. 영감 가지를 말라면 가지를 마오 불쌍 헌 우리 영감 가지를 마오."
< 아니리 >
흥보가 화를 발칵 내며 “시끄럽네. 이 사람. 아 대장부 사내가 큰길을 떠나는디 계집이 요망스럽게 가란다고 가고 가지 마란다고 안 갈 것인가. 내 다녀 올테니 부디 염려 말어.” “아이고, 영감 그럼 부디 매 안 맞고 오시기를 바래것소.” “허허! 이 사람 보소. 매 맞으러 가는 사람보고 매 안 맞고 오길 바래다니. 거 노는 볼기 좀 맞어 봤든들 무슨 상관 있당가. 내 다녀 올테니 부디 염려 말어.” 흥보가 자기 마누라를 달래놓고 병영 길을 떠나는디.
< 중모리 >
아침밥을 지어먹고 험로118) 병영을 내려간다 허유허유119) 내려가며 신세자탄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내신세야. 박복헌120) 년의 내 팔자야 어떤 사람 팔자 좋아 고대광실121) 놓은 집에 부귀영화로 잘 사는디 나는 무슨 팔자간디 매품이란 말이 왠 말이냐.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그렁저렁 병영 영문을 당도허여 치어다 보니 대장이요 내려 굽어보니 숙정패122)로구나 심산 맹호123) 위용124)같은 용자125) 붙인 군로사령126)들이 이리 가고 저리 갈제 그때여 흥보는 본래 숫헌127) 사람이라 벌벌벌 떨면서 들어간다
< 아니리 >
벌벌 떨고 들어가 삼문128) 궁기로 이만 허고 들여다보니 안에서 매를 맞느라고 야단이 났제. 흥보 마음에 “아이고 저 사람들은 진작 와서 매 맞고 돈 수백냥씩 버는구나. 어디 나도 한번 엎져 볼까.” 벌그런 궁기129)를 까고 삼문 밖에 이만허고 엎졌을 적에, 그때여 사령 한 쌍이 나오며 “ 허허! 병영 설립지후130)에 볼기전131) 보는 놈 생겼네. 매 맞으러 왔제 매를 잘 맞나?” “매라도 속이 있는 매여.” 한 사령이 가만히 보더니 “아이고 여 박생원 아니시오.” “헤헤헤헤, 아 거 꼭 알아 맞혔구만 그려.” “박생원 참 않되얐소.” “안되다니?” “아 어떤 놈이 박생원 대신이라고 곤장 열 개 맞고 돈 삼십냥 짊어지고 발써 갔소.” 【 “아이고 이 사람들아 그 놈이 어떻게 생겼든가?” 】 “말 마시오. 쥐털 수염132)에 아 기양133) 그 놈이 광대뿔134)이 쭉쭉 빠져 가지고 매 잘 맞십디다.”【 “아이고, 우리 집 마누래가 날 다려 가시오. 가지마시오. 밤새도록 울더니 】뒷집 꾀섭이란 놈이 내 먼저 발등거리135) 혀였구나.”
< 중모리 >
"번수136)네들 그리 헌가. 수번137)이나 잘들 허게. 나는 가네. 나는 가네.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매 맞으러 가는데도 손재138)가 붙어서 이 지경이 모두 웬일이냐. 내 집 떠나 올적에 밥 달라고 우는 자식은 떡 사주마고 달래 놓고 떡 사달라 우는 자식은 엿 사주마 달랬는디 돈이 있어야 말을 허제." 그렁저렁 올라 갈제 그때여 흥보 마누래는 자기 영감 병영 가신 후에 후원에다 단을 묻고139) 지성으로 비는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 전의 비나이다. 병영가신 우리 영감 매 한 개도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 하느님전의 비나이다." 빌기를 다 헌 후에 한편을 바라보니 첩첩산중 험한 길로 훌쩍훌쩍 울면서 올라온다.
< 아니리 >
흥보 마누래 달려들며 “아이고, 영감 다녀오시오. 병영까지 가더니 매를 얼마나 맞으셨오, 어디 매 맞은 장처140)나 좀 봅시다.” 흥보가 화를 발칵 내며 “시끄럽네 이 사람, 아 대장부 사내가 큰길을 떠나는디 계집이 요망스럽게 가지 말라고 말라고 밤새도록 조르고 울더니 뒷집 꾀섭이란 놈이 내 먼저 발등거리 해 버리고 내 매 한 개 맞았으면 사람 새끼가 아니시.” “아이고, 영감 참말로 안 맞았어요?” 흥보가 다리를 훅 걷어 올리며 “자! 여 매 맞았는가 보소. 여 봐.” 흥보 마누래 좋아라고 한번 뛰고 놀아 보는디
< 중중모리 >
흥보 마누래 좋아라, 흥보 마누래 좋아라고 춤을 추면서 논다. "얼씨구 좋구나. 영감이 엊그저께 병영 길을 떠난 후에 후원에다 단을 묻고 부디 매를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 주야 축수141)로 빌었더니 매 아니 맞고 돌아오니 이런 경사가 또 있나. 옷을 헐벗어도 나는 좋고 배가 고파도 나는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야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야."
< 아니리 >
한참 뛰고 놀다가 “여보 영감, 좋은 건 넘이요, 궂은 건 형제간이라고 우리가 시숙 댁에서 나온 지가 언제요. 거 시숙댁에 건너가서 전곡간에142) 무엇이든 좀 얻어 갖고 오시오.” “허허! 이 사람, 아 형님이 선심을 써서 쌀 말이나 주시면 모르되 만약 보리나 주시면 어쩔 것인가?”“하이고, 영감도, 우리 성세에 쌀 찾고 보리 찾을 것이 뭐 있단 말이요. 보리라도 많이만 주시면 좋지요.” “허허! 자네가 보리 이름을 다 아는가” “아 그거 몰라요. 쌀보리143) 늘보리144) 겉보리145) 해보리146) 통보리147) 아 그것 모른단 말이요.” “허허! 자네가 수양산 몽둥이 보리는 모르시 그리여.” “아이고, 영감 무슨 그럴 리가 있것소. 한번 건너가 보시오.” “그래, 맞어 죽으나 굶어 죽으나 죽기는 매 일반148)이니 내 한번 건너가 봐야제.” 흥보가 의관을 채려입고 놀보집을 건너가 보는디
< 엇모리 >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 치레를 볼작시면 철대 떨어진 헌 파립, 벼릿줄 총총 매야, 조새 갓 끈을 달아서, 편자 터진 헌 망건 밥풀관자 종이당줄 뒷통나게 졸라 메고, 다 떨어진 헌 도복 실띠를 총총 지어 고픈 배 눌러 띠고, 서리 아침 찬바람의 옆 걸음 쳐 손을 불며 이리저리 저리이리 놀보 집을 건너간다.
< 아니리 >
이렇듯 건너가다가 마당쇠를 만났것다. 마당쇠 깜짝 놀래며 “아이고, 여 작은 서방님 아니시오?” “오냐, 샌님149) 잘 계시냐? 요새 샌님 성품이 대관절 좀 어떠시냐?” “말 마시오. 작은 서방님 나가신 뒤로는 어떻게 약아 놨던지 제사를 지내도 대전150)으로 받쳐요.” “아니 제사를 대전으로 바치다니?” “아, 그런 것이요. 제상 위에다가 빈 접시만 놓고 고 위에다 엽전을 놈서151) 요것은 조구152) 살 것이요, 요것은 새비153) 살 것이요, 요것은 밤 대추 살 것이요, 허고는 서너 간데154) 떡 두었다가 새복155)쯤 되면 그저 쏵 씻쳐서 궤 속으로 도로 들어갑니다.” “아니 그럼 여태 선영156)을 굶겼단 말이냐? 이거 야단났구나. 내 형님한테 전곡간에 무엇이든 좀 얻어 갈까 허고 왔는디 이거 큰 낭패로구나.” “아시오. 들어가지 마시오. 공연이 들어갔다가 그 약헌 몸에 매라도 맞으면 어쩔라고 그러시오.” “허지만은 내 여기 까지 왔는디 형님한테 인사라도 여쭙고 가야제.”【 흥보가 안으로 우루루루루 들어가 뜰 밑에 꿇어 엎져 "아이고 형님, 형님 동생 흥보 문안이요." 】놀보가 밀창157)을 드르르르 열고 내다보며 “아니, 형이라니, 형이라니, 내가 오대 째 독신으로 내려온 줄을 삼척동자158)도 다 아는디 날다려 형이라니 당신 집 잘못 찾어왔소. 다른 데로 가 보시오.” 【 "아이고 형님, 형님 동생 흥보 올씨다." 】“흥보? 흥보라, 너 이놈 마당쇠야. 작년에 쟁기159) 지고 도망간 놈이 흥보 아니냐.” “아이고 샌님, 그놈은 청보요, 청보 아 그 작은 서방님이요.” “흥보? 청보? 흥보고 청보고 나는 잘 모르겄소. 다른 데로 가 보시오.” 【 흥보가 빌면 될 줄 알고 빌어 보는디 】
< 진양조 >
두 손 합장 무릎을 꿇고 "아이고 형님, 형님 주전160)에 비나이다. 인명이 재천이라161) 설마 헌들 죽사리까마는 여러 끄니162)를 굶어 노니 하릴없이 죽겄네다. 돈이 되거든 삼십 냥만 주시고, 쌀이 되거든 닷 말만 주시고, 벼가 되면 한 섬만 주시거드면 일을 헌들 못 갚으며 품을 판들 못 갚으리까. 그도 저도 못하시면 싸래기나, 몽근겨163)나, 양단간에164) 주시거드면 어린 자식을 살리겄네다. 과연 내가 원통허오. 남부끄러워서 살수가 없소. 천석꾼 형님을 두고 굶어 죽기가 원통허오. 형님 불쌍헌 동생을 살려를 주오."
< 아니리 >
“형님, 살려 주옵소서.” 놀보가 가만히 듣더니 “오! 니가 그 흥보냐. 너 참 안되얏구나. 너 기왕 왔응게 보리라도 몇 말 타 가지고 갈래?” “아이고 형님, 보리는 곡석이 아니오리까. 보리라도 많이만 주시면 좋지요.” “음! 그럴 것이다. 너 이놈 마당쇠야. 대문 걸어라.” “아이고 샌님, 왜 대낮에 대문은 걸랍시요?” “야 이놈아, 걸으라면 걸어 대문 걸고 곳간 문 열어라.” “예, 열어 놨습니다.” “저런 죽일 놈을 봤는가 여. 아 내 말을 듣도 않고 곳간 문을 열어 놔. 곳간 문 열고 들어가면 쌀 백석 있지야.” “예 쌀 한 가마니 갔다 드려요?” “가만히 있어 이 녀석아. 고리 들어가면 보리 백 가마니 있지야.” “예 보리 한가마니 갔다 들이오?165)” “쯔쯔쯔쯧, 저런 방정맞은 놈의 자식을 봤는가 여. 고리166) 들어가면 콩 팥, 뒷문 열고 동편 처마 밑으로 쑥 돌아가면 내 지리산 댕겨 오면서 박달 몽뎅이 하나 쳐다 놨느니라. 내 그렇지 않아도 맴이 근질근질 허고 좋지 못헌디, 오늘 한놈 식힐 놈 있다.” 이 무지헌 놀보놈이 제 금지옥엽167) 같은 동생을 몽둥이로 막 내려 치는디.
< 자진모리 >
놀보놈 거동 봐라. 놀보놈 거동 봐라. 지리산 몽둥이를 눈우에 버쩍 추켜들고 "어따, 이놈, 흥보 놈아, 너 하나를 내 보내고 도적놈 말을 들었으니 이 분을 어따 풀까 곰곰이 생각더니 오늘 널 만났으니 몽둥이 매를 맞어 봐라." 그저 후닥 딱 "아이고 형님, 허리 부러졌소. 너 이놈 들어봐라. 잘살기 내 복이요, 못살기는 네 팔자라 굶고 먹고 내 모른다. 볏 말을 주자 헌들 마당에 쌓인 노적168) 다물다물이169) 쌓였으나 네놈 주자고 노적 헐며 돈냥을 주자헌들 천록방170) 금궤171)안에 가닥가닥 환172)을 지어 떼돈이 들었으나 네놈 주자고 궤돈 허랴.173) 싸라기나 주자헌들 황계 백계 흑계174)가 수십 마리가 들어서 이리 가고 저리 갈 제 턱턱허고 꽥꽥 우니 너 주자고 닭 굶기며 찌갱이175)나 주자 헌들 궂은176) 막 떼돼야지 수십마리가 들었으니 네놈 주자고 돝 굶기랴. 오곡이 썩어나고 괘돈이 녹이 나도 너 줄 것은 없다." 몽둥이 들어 메고 저문 골 벼락치듯 담에 걸친 구렁이 치듯 그저 후닥 딱 "아이고 형님, 허리 부러졌소." 흥보가 도망을 가랴 허니 대문을 걸었으니 옮도177) 뛰도 못허고 그저 퍽퍽 맞는구나. 흥보가 안으로 들어가며 "아이고 형수씨, 사람 좀 살려 주시오."
< 아니리 >
이때여 놀보 마누래는 놀보보다 장팔178)이나 더 독허겄다 밥 푸던 주걱을 행주로 쏵 씻쳐 버리고 들고 나오며 “아니, 난 또 누구라고 아재뱀179)이고 동아뱀180)이고 한 달이면 서른 날 일년이면 삼백 육십 날 그저 돈 달라 쌀 달라 세상에도 귀찮허구만. 아니 언제 돈 갖다 맽겼든가? 언제 쌀 갖다 맽겼어? 아나 돈! 아나 쌀!” 허고 【 이짝 뺨 저짝 빰을 때려 노니 흥보가 뺨을 맞고 곰곰이 생각허니 자기 형님한테 맞은 건 여반장181)이 되고 형수한테 뺨을 맞고 보니 두 눈이 캄캄허고 사지가 벌벌 떨리며. 】
< 진양조 >
흥보가 기가 맥혀 섰든 자리에 꺼꾸러져서 "허허! 세상 사람들 이런 일이 어디가 있소. 형수가 시아재182) 뺨치는 법을 고금천지183) 어디서 보았소. 여보시오. 형수씨 ,여보, 여보, 아주머니, 나를 이렇게 치지를 말고 사지를 쫙쫙 찢어서 아주 박살184) 죽여주오. 살기도 나는 귀찮허고 배가 고파서 못 살겄소. 지리산 호랑아 날 물어 가거라. 아이고, 하느님 흥보를 이 자리 벼락이나 때려주면 염라국을 찾어 가서 부모님을 뵈온 후의 세세원정185)을 아뢰련마는 어찌 허여서 못 죽는가. 부러진 작대기 찾어 짚고 매운 것 먹은 사람처럼 후후 불고 건너간다."
< 아니리 >
이렇듯 건너가다가 한 생각이 났겄다. “내가 형님한테 매를 맞았다고 하면 우리 마누래 성질에 뛰고 뒹굴고 나리가 날 것이니 내 잠깐 속일 수밖에 없다.” 후후 불고 건너가니 흥보 마누래 달려들며 “아이고 영감 ,다녀오시오. 시숙186)댁에를 갔더니 뭣을 줍딩겨? 거 돈이 되거든 좀 끌러나 보시오 영감.” “허허! 이 사람 아 그런 것인가? 형님 댁에를 건너갔더니 형님께서 그간에 한번도 안 왔다고 꾸중을 단단히 허시데. 글고 형수께서도 흐연 쌀밥을 그저 양판187)에다 하나를 주시데. 근디 내가 자네허고 자식들 생각에 먹을 수가 있겄든가. 근디 그 저 원체 배가 고파서 묵어 부렀네. 글고 형님께서 돈 닷 냥 쌀 서말을 주시데. 그래 짊어지고 요 아래 강정 모퉁이188)를 당도허니. 키는 구척이나 된 놈이 쑥 불거지며, '네 이놈 니가 천석꾼 아우 박 흥보냐?'【 이러더니 나의 짊어진 걸 모두 뺏아가 버리고 】어떻게 뚜드려 맞아 놨던지 내가 지금 꼼짝 달싹을 못 허겄네. 이 사람아.” 【흥보 마누라 이말을 듣더니 자기 영감을 물끄러미 보더니마는 】
< 늦은자진모리 >
흥보마누라 기가맥혀 떳다 절컥 주저앉으며 "아이고, 뭣이 어째고 어째요. 그런대도 내가 알고 저런 대도 내가 아네. 야속허제, 우리시숙 여러 날 굶은 동생 전곡은 못 주나마 몽둥이질이 웬일이여 차라리 내가 죽어 이런 꼴 저런 꼴 내 눈으로는 안 볼라네." 초마끈189)의 목을 메어 죽기로만 작정허니 흥보가 깜짝 놀래 우루루루루 달려들며 "아이고, 마누라 죽지마오. 죽지마오. 마누라 죽고 내가 살면 저 자석들은 어쩔라요. 차라리 모두 같이 죽자." 떳다 절컥 주저앉으며 여산폭포190) 돌 궁글 듯 치둥글 내리둥글191) 목제비질192)을 덜컥 덜컥 이리저리 헤매이며 "아이고, 이제 모도 죽는구나.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 아니리 >
이렇듯 웬 궨속들이 죽기로 작정하고 뭉게193) 파듯 울음을 울적에 그때여 천신이 돌보았든가 흥보 살리란 대사가 하나 내려오는디.
< 엇모리 >
중 내려온다. 중 하나 내려온다. 저 중의 거동 보아라. 저 중의 호사194) 보려무나 서리 같은 두 눈썹 왼195) 낯을 덮었고, 크나큰 두 귓밥은 양어깨 청처져,196) 다 떨어진 헌 송라197) 이리 송치고198) 저리도 송쳐 홈씬199) 눌러 쓰고, 노닥노닥200) 지은201) 장삼202) 실띠203) 띠고, 염주 목에 걸고, 단주204) 팔에 끼고, 구리 백동205) 반은장도206) 고름207)이 되게208) 안에 차, 소상반죽209) 열두마디 용두 새긴 육환장210) 쇠고리 질게211) 달어 처절철 짚고, 흔들흔들 흐늘거리고212) 내려와 염불하며 내려와 “중이라 허면 절에 들어도 염불이요. 속가213)에 가도 염불, 염불 천독214)을 허면 극락세계 간다더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인도215)하며 내려와 “아~” 인도하며 내려와 이리 찌웃216) 저리 찌웃 이집 저집 다 지내고 흥보 문전을 당도하야 합장의 배례217)를 허고 “이 댁에 동냥 왔소.” “흥보가 깜짝 놀래 여보, 마누라 우지 마오 밖에 중이 왔으니 우지를 마오.”
< 아니리 >
흥보가 나오며 “여보시오. 스님. 내 집을 둘러보오. 서발218) 장대로 저어도 거칠 문적219) 하나 없어 동냥 한 줌 못 드리니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저 중 허는 말이 “내 동냥 온 중이 아니라. 지내다 들으니 울음소리가 사생을 판단키로220) 그 연유를 알고자 왔나이다.” “예, 어린 자식들과 굶다 못 견디어 죽기로 작정하고 우난 길이오.” “어허 참으로 불쌍허오. 내 걸승221)으로 아는 건 없으되 내 뒤를 따라오면 집터 하나를 잡아 주리다.”
< 진양조 >
박흥보가 좋아라고 대사 뒤를 따러간다. 이 모롱222) 지내고 저 모롱을 지내여 한 고개를 넘어 가더니 저 중이 가다가 우뚝 서서 사면을 살펴보더니 "이 명당223)을 알으시오. 천하의 제일강산 악양루224) 같은 명당이니 이 명당에다 대강 성주225)를 허시되, 임좌병향오문226)으로 대강성주를 허시거드면 명년 팔월 십오일에는 억심만금 장자227)가 될 것이오. 오대진사 삼대급제 병감사228)가 날 명당이 적실허니229) 그리 알고 명심하오." 한 두 말로 마친 연후에 인홀불견230) 간 곳이 없다.
< 아니리 >
흥보가 그제야 도승231)인 줄 짐작 허고 공중을 향하야 무수히 사례 헌 후 있던 움막 뜯어다 대사 가르치는 대로 집을 짓고 하루는 흥보가 앉어 집터 글자를 붙여 보것다.
< 중중모리 >
"겨우 동자, 갈 거자,232) 겨우동자, 갈거자, 삼월 삼짓 올 래자, 봄 춘자233)도 좋을 씨고, 행화 분분 도화요,234) 이화만지불개문허니235) 실실 동풍의 꽃 화자, 나부 접자,236) 펄펄 날아 춤출 무237)자가 좋을씨고, 꾀꼬리 수루루 날아들어 노래 가238)자 좋을씨고, 기난 건 짐생 수239) 나는 것은 새 조240)라 쌍쌍이 왕래허니 제비 연241)자가 좋을씨고." 하루는 제비 한쌍 들어와 흥보 처마 끝에 집을 짖고 알을 낳아 새끼를 까서 밥 물어다가 키울 적에 날게 공부 힘을 쓰다 거중242)에 뚝 떨어져서 대번에 다리가 잘칵 부러져서 거의 죽기가 되었구나.
< 아니리 >
어진 흥보씨 마음으로 제비를 주워들고 “불쌍타 내 제비야. 고루거각243) 다 버리고 궁벽강촌244) 흥보 집에 와 삼겼는디245) 절각지한246)이 왠 일이냐.” 명태껍질 얻고 당사247)실을 얻어 부러진 다리를 창창 동여매어 제 집 우에 올려 놓으니 흥보 은혜 갚을 제비라 죽을 리가 있겠느냐. 하루는 펄펄 날아 만리강남248)을 들어 가겄다.
< 진양조 >
떳다, 보아라! 저 제비가 둥그렇게, 둥그렇게 구만장천249)으로 높이 떠 거중의 둥실 펄펄 날아서 만리 강남을 들어간다. 흥보가 보고 좋아라고 "섭섭타, 저 제비야. 부러진 다리를 한을 말어라. 오나라 손빈250)이는 양족251)이 없었으되, 진나라 들어가 대장이 되고 초한적 한신252)이도 일지수253)가 없었으나, 대장단254) 높이 앉어서 일군개경255)을 허였으니 부러진 다리를 원통이 생각 말고 멀고 먼 만리 강남을 부디 수이 다녀를 오너라." 제비 저도 섭섭 허여라고 빨래 줄에가 내려 앉어서 제비 말로 지지주지, 우지주지256) 무엇이라고 작별을 허고 구만 장천에 높이 떠서 주야로 펄펄 만리 강남을 들어간다.
< 아니리 >
수일만에 강남을 들어가니 조종지망제는 두견이라257) 각 국 나갔던 제비 점고258)를 허는디 “대국259) 나갔던 명매기260) 나오.” “미국나갔던 초록제비 나오.” “일본 나갔던 분홍제비 나오.” “만리 조선 나갔던 흥보제비.”
< 중중모리 >
흥보 제비가 들어온다. 흥보 제비가 들어온다. 부러진 다리가 봉통아지261)가 져서 전둥거리고262) 들어오며 "예!" 제비장수 호령허되 "이놈 너는 어찌허여 다리가 봉통가지가 졌느냐?" "예!" 아뢰리다. 예, 소조263)가 아뢰리다.. 소조 운수 불길허여 만리 조선에 탄생허여 날개 공부264)를 허옵다 거중에 뚝 떨어져서 대번에 다리가 잘칵 부러져서 거의 죽기가 되었을 제, 어진 흥보씨를 만나 죽을 목숨 살았으니 어찌허면 은혜를 갚소리까? 제발 덕분의 통촉 허오."
< 아니리 >
제비 장수 가만히 듣더니 “오! 흥보씨로 말 허면 이 강남까지 유명한 분이로구나. 거, 참 좋은 분이제. 네 흥보씨 은혜를 갚으려면 명춘265)에 나갈적에 보은포266)라고 하는 박씨를 하나 물어다 주면 네 은혜를 갚느니라.” 어느덧 삼동267)이 지나고 춘삼월이 방장268)허니 하루는 흥보 제비가 보은포 박씨를 물고 나오는디 흥보 은혜 갚을 마음에 잔히269) 급했든가, 자진모리로 몰고 나오던 것이었다.
< 자진모리 >
흥보 제비가 나온다. 흥보 제비가 나와 보은포 박씨를 입에다 물고 흑운을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의 둥실 높이 떠 두루 사면을 살펴보니 서촉은 지척270) 동해271)는 창망허구나.272) 축융봉273)을 올라가니 주작274)이 넘놀고, 상혁토 하혁토275) 오작교276)를 바라보니 오초동남277) 가는 배는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 어그야 어그야 어 어 저어가니 원포귀범278)이 늬 아니냐. 수벽사명양안태 불승청원각비래279)라 날아가는 저 기러기 갈순280) 하나를 입에다 물고 일점 이점에 뚝 떨어져 평사낙안281)이 분명, 백구 백로 짝을 지어 창파상282) 왕래 석양촌283)이 거기노라. 회안봉284)을 넘어 황릉묘285) 들어가니 이십오현탄야월286)에 반죽287)같이 수여 앉어 두견성288)을 화답허고, 봉황대289) 올라가니 봉거대공의 강자유290) 황학루291)를 올라가니 황학일거불부반 백운천재공유유292)라. 금릉293)을 지내여 주사촌294) 들어가니 공숙창외도리개295)요, 낙매화를 툭 차 무연에 벌렁 떨어지고,296) 의주297)를 다달아 계명산298)을 올라가니 장자방299) 간 곳 없고, 남병산300)을 올라가니 칠성단301)이 빈터 연조지간302)을 지내 장성303)을 지내 갈석산304)을 넘어 연경305)을 들어가니 사 미륵306)이 백옥이요. 요동 칠백리를 순식간에 지내여 의주를 다 지내 압록강을 건너 영고탑307) 통군정308)을 지내여 앞남산 밖남산309) 석벽강310) 용천강311) 좌우령312)을 넘어들어 부산 파발313) 환마고개314) 강동315) 다리를 건너 평양의 연광정316) 부벽루317)를 대림318)허고, 대동강 장림319)을 지내여 송도320)로 들어가 만월대321) 관덕정322) 박연폭포 구경허고, 임진강 시각을 건너323) 삼각산324)에 올라 앉어 만호장안325)을 구경하고, 지세를 살펴보니 천룡326)의 대원맥327)이 중령328)으로 흘렀고, 금화329) 금성330)을 분별하야 춘당331) 영춘332) 휘돌아 도봉333) 망월334)이 삼겼다. 문물이 빈빈335)허고 시속336)이 희희337)하야 만만세지338)가 금탕339) 전라도는 운봉이요. 경상도는 함양이라. 운봉함양 두 얼품에340) 흥보가 그 곳에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 보소. 보은포 박씨를 입에다 가로 물고 남대문밖 칠패 거리 칠패 팔패341) 배다리342) 청패343) 애고개344)를 얼른넘어 동작강345)을 월강346) 남태령347) 고개 넘어 두 쭉지를 쩍 벌리고 번뜻 수루루루루, 높이 떠~
< 중중모리 >
흥보 문전을 당도허여 흥보 문전을 당도허여 당상당하비거비래348) 편편349)히 노난 거동 흥보가 보고 좋아라 "얼씨구나, 내 제비 유월 유수 얽힌 남기350) 유수차351)로 내 왔더냐? 북풍한창안비고352) 기러기 네가 되어 평사낙안의 놀고 와 원촌진촌353) 널 보내고 욕향청산의 문두견354) 소식이 적적 망연 터니 니가 나를 찾아와." 저 제비 거동보소. 보은포 박씨를 입에다가 물고 이리저리 나온다. 단산봉황355)이 죽실356)을 물고 오동 속에서 넘논 듯, 유곡청학357)이 난초를 물고 세류강358)으로 넘논 듯, 북해 흑룡359)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360)으로 넘논 듯, 집으로 펄펄 날아들어 흥보 앉은 처마 끝에 들어갔다 나왔다 무엇이라 지지주지 우지주지 함지표지 우지배라361) 찬찬히 살펴보니 절골양각이 완연허고362) 당사 실로 감은 다리가 아리롱363) 아리롱이 되어 박씨를 때그르르르 던져 놓고 백운간364)으로 날아간다.
< 아니리 >
이렇듯 제비는 박씨를 딱 떨어뜨려 놓고 날아가 버렸것다. 흥보 마누래 박씨를 주워들고 “아이고 영감, 제비가 박씨 물어왔소.” 흥보가 가만히 보니 보은이라 쓰였겄다. “보은, 보은이라.” 그때여 흥보가 글이 단문했던가365) “오! 아 이놈이 저 충청도 옥천으로 보은으로 이리 뺑뺑 잡아 돌아 왔단 말이로구나. 기왕 물어 왔으니 심어야제.” 동편처마 단장 밑에 박 구덩이를 널리 파고 신짝 놓고 거름 놓고366) 박씨를 또닥또닥 심어 노니 그냥 박 순이 올라오기 시작허는디 큰 신짝만 허게 올라 오겄다. 박 넝출이 뻗어 나가되 큰 동아줄만이나 헌 놈이 그저 쭉쭉 뻣어 나가서 홍보 작은 움막을 꽉 짜논367) 것이 구년지수368) 장마가 진들 비 한점 셀 틈없고 천둥이 친들 무너지랴. 그때부터 박 덕을 보는디【 이때는 어느 땐고 칠팔월 가절369)이라 】다른 집에서는 음식을 채리느라고 그저 지지고 볶으고 피피 아 이놈의 냄새가 코 난간을 무너뜨리고 나가는디 홍보 집은 냉냉허여 흥보는 친구와 어울려 술잔간 얻어먹으러 가고 흥보 마누래 혼자 앉아 우는 것이 가난 타령이 되얏겄다.
< 진양조 >
"가난이야, 가난이로구나. 원수년의 가난이야. 잘 살고 못 살기는 묘쓰기에가 매였는가. 삼신제왕370)님이 집 자리에 떨어질 적에371) 명과 수복)을 점지를 했나? 어이 허면 잘 사드란 말이냐? 박복헌 년의 내 신세야 다른 집 연인들은 팔월가절이 오날이라 어린 자식을 곱게 곱게 입혀 선산372) 성묘를 보내는디 나는 무슨 팔자간디 삼순구식373)을 못하고 살게되니 이런 일이 어디가 있나. 퍼버리고 앉아 울음을 운다."
< 아니리 >
이렇듯 설리 울제 그때여 흥보는 친구와 어울려 술잔간 얻어먹고 자기 집 문전을 당도허니 안에서 울음소리가 낭자374) 허거늘, 흥보가 그냥 들어 갈 수도 없고 자기 마누래를 한번 달래러 들어가 보는디.
< 중중모리 >
흥보가 들어간다. 박흥보가 들어가며 자기 마누래를 달래는디 “여보게 이 사람아 집안 어른이 어디를 갔다가 집안이라고 들어오면 우루루루 쫓아 나와 영접허는게 도리 옳제. 자네가 이렇게 설리 울면 동네 사람이 아니 부끄런가? 우지말고 이리 오소. 이리오라면 이리와. 배가 정 고프거드면 지붕 우로 올라가서 박을 한 통을 따다가 박 속은 끓여 먹고 바가지는 팔어다가 양석 팔고 나무를 사서 어린 자식들을 구환허세. 우지말고 이리와”
< 아니리 >
흥보가 지붕으로 올라가서 박을 톡, 톡 튕겨보니 칠팔월 찬이슬에 박이 깍, 깍 여물었겄다 흥보가 박 세 통을 들여놓고 타는디 박 타는데 무슨 소리가 있으리요마는 망로이가375)라 한번 타 보던 것이었다.
< 진양조 >
시르르르렁 실건, 톱질이로구나. 에이여루, 당그여라. 시르르르 실건, 실건의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 한 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밥이 포한376)이로구나. 에이여루, 당그여라." 시르르르 실건, 실건의 톱질이야.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 가난도 사주377)에가 있는거나? 산수378) 글러 가난 헌가 산수 글러 가난허면 아주머님은 잘 사시고 우리만이 못하는 산수 세상천지 어디서 보았소. 에이여루, 당그여라 톱질이야." 시르르르 실건, 실건의 톱질이야. "적은 자식은 저리 가고 큰자식은 이리 오너라. 우리가 이박을 타거들면 박속일랑 끓여 먹고서 바가지는 부자 집에다 팔어 다가 목숨 보명379)을 허여를 보자." 시르르르르 실건, 실건의 톱질이야. "여보게 마누라." "예!" "톱 소리를 자네가 맞소. 톱 소리를 내가 맞자 헌들 배가 고파서 못 맞겄소. 배가 정녕 고프거드면 초매끈380)을 졸라를 매고 기운차게 당거주소.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실건, 당그여라 톱질이야." 시르르르르.
< 휘모리 >
시리렁 실싹 시리렁 실싹 실건 실건 시리렁 실싹 실건 실건 시리렁 실싹 실건 실건
,< 아니리 >
박이 쫙 벌어지니 박 통속이 휑 흥보 기가맥혀 “허허!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어떤 놈이 박 통속은 쏵 긁어 가버리고 남의 조상궤381) 갖다 여 놨구나. 여갖다 내 쏴라.” 흥보마누래 가만히 보더니 “아이고 영감, 기왕 박통 속에서 나온 것인게 한번 열어 봅시다. 허허! 요새 여편네들은 남자 보다 통이 더 크단 말이여. 아 이사람아, 이걸 열어봐서 좋은 것이 들었으면 모르되 만약 못쓴 것382)이 들었으면 어쩔 것인가? 좋은 수가 있네. 자네는 자식들 데리고 저 문앞에 가 서 있소. 내가 이걸 열어봐서 좋은 것이 들었으면 손을 안으로 들이칠 것이고 못쓴 것이 들었으면 손을 배깥으로 내칠 터이니 그저 자네는 자식들 데리고 째버리소383) 그려. 아이고 영감, 영감은 어쩌고라우. 아 이사람아, 나야 죽든지 살든지 놔두고 시키는 데로 히여. 흥보가 궤 두짝을 딱 놓고 가만이 본게 뭐라고 씨엿것다. 박흥보씨 개탁384) “오 이거 나보고 열어보라는 말이로구나” 흥보가 궤 두짝을 앞에다 딱 놓고 총 쏠라는 포수 모냥으로 한쪽 눈 질끈 감고 한 궤짝을 슬그머니 열고 본게 돈이 하나 가뜩, 또 한 궤짝을 슬그머니 열고 본게 쌀이 하나 가뜩, 흥보가 어찌 좋아 놨던지 “아따! 여 돈 쌀 봐라.” 해논게 흥보 자식 놈 들이 “우!” 허니 달라 들어서 어떤 놈은 쌀을 쥐여 먹는 놈, 어떤 놈은 돈을 갖고 재기를 차는 놈, 이런 생방정 야단이 없것다.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는 돈 궤짝을 들고 흥보 마누래는 쌀 궤짝을 들고 한번 떨어 붓어 보는디.
< 휘모리 >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궤 두 짝을 톡톡 털고 열고 보니 도로하나 그뜩허고, 부어내고 되야내고385) 톡톡 털고 돌아섰다 돌아보니 도로하나 그뜩, 흥보가 좋아라고 이리 갔다 열고보니 도로하나 그뜩허고, 저리 갔다 열고 보니 도로하나 그뜩, 오줌 누고 열고 보니 도로하나 그뜩허고, 똥을 누고 열고 보니 도로하나 그뜩허고, 밥을 묵고 열고보니 도로하나 그뜩, 흥보가 좋아라고 떨고 붓고 돌아섰다 돌아보니 도로하나 그뜩허고, 떨고 붓고 돌아섰다 돌아보니 도로하나 그뜩허고, 떨고 붓고 돌아섰다 돌아보니 도로하나 그뜩, 흥보가 좋아라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부어 내고 부어 내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흥보 마누라도 어찌 좋아 놨던지 궁뎅이 춤을 추면서 한번 떨어 붓어 보는디, 부어내고 되야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톡톡 털고 열고보니 도로하나 그뜩허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아이고, 좋아 죽겄구나. 일년 삼백육십일을 그저 꾸역꾸역 나오너라."
< 아니리 >
어찌 떨어 붓어 놨던지 돈이 일만 구만 냥이요. 쌀이 일만 구만 석이라. 흥보가 좋아라고, 돈 한 꾸미386)를 어깨에 척 걸치고 절굿대 춤387)을 추면서 한번 놀아 보는디.
< 중중모리 >
흥보가 좋아라. 박흥보가 좋아라고 돈 한 꾸미를 손에다가 들고 춤을 추면서 논다. "얼씨구 좋구나. 돈 봐라. 돈 봐라. 얼씨구나 돈 봐라. 못난 사람은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맹상군388)의 수레바퀴처럼 둥굴 둥굴이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라. 여보아라 큰자식아. 건넌 말389) 건너가서 너그390) 큰아버질 오시래라. 경사를 보아도 형제간에 보자. 얼씨구나 절씨구야. 엊그제까지 박흥보가 문전걸식391)을 일삼터니 오늘날 부자가 되어 석숭392)이를 부러허며 도주공393)을 내가 부러허리. 불쌍허고 가련 헌 사람들아 박흥보를 찾어오소. 나도 오날부터 기민394)을 줄란다. 얼씨구나 절씨구야 얼시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야."
< 아니리 >
한참 뛰고 놀다가 "여보시요 마누래, 우리 평생의 원일러니 쌀 본짐에395) 밥이나 좀 해먹읍시다. 가만있자. 우리 권속이 몇이냐? 아리롱이, 다리롱이, 꺼멍이, 노랑이, 백산이." 이때여 흥보가 자식 새끼들 이름을 지었는디 쪽 강아지 새끼 이름으로만 지었든갑습디다396). "자석이 아홉, 우리 내외 합허니 꼭 열하나로구나. 굶던 속에 한 앞에397) 쌀 한섬밥 못먹것느냐. 쌀 열한섬만 밥을 해라." 어찌 되얏던지 동네 가마솥을 모다 얻어다가 쌀 열한섬밥을 해 재껴논 것이398) 거짓말 쪼게 보태고 밥 덩거리가 큰 남산 덩거리 만이나 했든 모냥이제. 흥보가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 자식놈들이 굶주리던 속에 밥먹다 탈이 날까 싶어 밥 영399)을 내리는디, "너 이놈들 내 영전에 밥을 묵었다가는 밥칼로 목을 베리라." 해논게 흥보 자식놈들이 모도 꿩 챌라는 매몸 짜뎃기400) 딱 쪼글치고401) 앉어서 즈그402) 아부지 영 내리도락 기다리고 있을 적에 흥보가 영을 내리는디 "너 이놈들! 숨쉬어 감서 밥 먹어라." 해논게 아 이놈의 자식들이 “웽!” 허니 벌 날라가는 소리만 났제 온데 간데가 없겄다. 흥보 기가막혀 아 이놈의 자식들이 쏵 다 어디로 가부렀으꼬잉. 흥보가 가만이 본게 아 이놈들이 꽤403)를 할신 벗고 밥속에가 팍 파무쳐갓고 송충이 솔잎 갈아 먹뎃기 밥을 팍팍 파묵고 나오는디 이런 가관이 없든 것이었다. 흥보 기가맥혀, "허허! 놈들 밥 기가 맥히게 먹는구나. 여보시요 마누래 내 평생의 원일러니 나도 저자식들 맹이로404) 꽤를 할신 벗고 밥속에가 팍 파무쳐가꼬 밥을 한번 묵어 볼라요." "아이고 영감, 그러먼 나도 그럴라우." "예끼, 이사람 자네는 그러먼 쓰간디. 남녀가 유별헌디 자네는 여기서 밥먹는 귀경이나 허소. 그러고 밥 쪼게만 묵소. 살찐게." 흥보가 밥을 먹는디 어찌 먹는고 허이는 밥을 똘똘 뭉쳐가지고 어깨 너머로 훅 떵거 놓고405) 두꺼비 파리 채먹듯 딸각 딸깍 채먹는디 밥먹는디 무슨 장단이 있으리요마는 그저 휘모리로 다르르르르 허니 말아 놓고 한번 먹어 보것다.
< 휘모리 >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밥을 먹는다. 똘똘 뭉쳐 갓고, 던져 놓고 받아 묵고, 떤져 놓고 받아 묵고, 떤져 놓고 받아 묵고, 던져 놓고 똑, 떤져 놓고 똑 ,떤져 놓고 똑, 던져 놓고 받아 묵고,던져 놓고 받아 묵고, 던져 놓고 받아 묵고, 던져 놓고 받아 묵고, 흥보가 나중에는 기운이 빠졌던가, 던져 놓고 똑, 던져 놓고 똑, 흥보가 밥을 어찌 많이 묵어 놨든지 밥이 산멱이406) 차 가지고 눈을 뒤시꼿고407) 꼭 죽게 되얏는디 흥보 마누라 밥을 묵다 가만히 보니 자기 영감이 죽게 되었구나. "아이고, 영감 평생의 밥이 포원이라 허더니 이 지경이 웬일이요."
< 아니리 >
"어라! 지금도 내가 밥을 묵을라고 치면은 쌀 석섬밥은 더 묵것다." 이럴 적에, 그때여 흥보 자식놈들은 밥묵니라고 즈그 아부지 죽는 꼴도 못보것다. 흥보 큰 아들놈이 썩 들어서며 재키밥408) 물듯409) 허는디. 여 밥판이 어찌 되얏소. [ "어따! 이녀석아. 밥이고 뭣이고, 느그 아부지 밥 잡수다 돌아 가신다." ] "거 밥묵다 죽는 놈을 뉘 아들놈한테 원망을 헌단 말이요." "어따! 이저석아, 어찌 그리 말을 함부로 허느냐." "아 거 밥묵다 죽었으면 죽었제 씨것소. 아니 근디 이것이 아부지 배요, 어따 거 요상 시럽게 생겼네." 이때여 흥보가 밥을 어찌 많이 묵어 놨던지 배가 남산만허게 불러 가지고 뱃가죽이 장구 가죽 되야 가지고 쪽 늘어 졌는디 흥보 큰아들놈이 톡 튕긴게 “쨍그랑” 허고 쇳소리가 난다 그말이여. 흥보 자식놈들이 밥묵다 “쨍그랑” 소리에 깜짝 놀래가지고 이놈이 달라듬서 톡 튕긴게 “쨍그랑” 저놈이 달라듬서 톡 튕긴게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아 그저 장단이 맞게 되얏든갑습디다. 흥보가 밥을 묵기는 많이 묵었든 모냥이제. 배꼽이 말이여. 요강꼭지 볼가지데기410) 톡 볼가졌는디, 그때여 흥보가 궁헌 살림에 즈그 성집에서 쫒겨난 뒤로 목욕을 한번도 못했는갑습디다. 배꼽에 찐때411)가 말이여. 녹두알만 씩이나허니 똘똘 뭉쳐가지고 핑핑핑 살쏘는 소리를 냄서 튕기쳐 나가는디 누구든 그놈한테 맞았더라먼 큰일나게 되얏든갑습디다. 이놈들이 즈그 아부지를 엎어놓고 배를 뺄 양으로412) 허리를 지긋이 볿아413) 논 것이 그때여 흥보가 어디 살았는고, 허며는 남원 운봉서 경상도 함양 땅을 넘어 가다 보면은 팔량치414)라고 허는 재가 있는디 그 어름에 살았든갑습디다. 지긋이 볿아논게 아, 이놈의 흥보 똥줄이 흥보 다무락415)을 타고 팔량치 재를 타고 운봉 고을로 넘어 들었는디 그때여 들에서 일을 허든 농군들이 흥보 똥줄을 보고 “워메 황룡께서 승천을 허신다.” 허고 거기다 절을 허고 난리가 났더랍니다. 그래, 그해 운봉고을 농사가 흥보 똥줄 덕분에 대풍년이 들었다는 이 얘긴디,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리꾼의 재담이고, 흥보가 좋아라고, 둘째 통을 들여 놓고 타는디.
< 진양조 >
시르르르렁 실건, 톱질이로구나. 에이여루, 당그여라 톱질이야. 시르르르르 실건, 실건의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은금보화만 나오너라. 은금보화가 나오거드면은 형님 갔다가 드릴란다.” 흥보마누래 홰416)를 내며 톱 머리를 시르르르르 놓고 뒤로 주춤 물러서서 자기 영감을 물그러미 보더니마는 “나는, 나는 안탈라요. 안탈라요. 여보 영감, 형제간이라 잊었소. 동지섣달 치운417) 날에 자식들을 맨발을 벗겨 몽둥이 무서워 쫓겨나던 일을 나는 죽어도 못 잊겄소. 나는, 나는 안탈라요. 안탈라요.”
< 중모리 >
흥보가 홰를 내며 “타지 마라. 이 사람아. 나 혼자 탈란다. 타지 마라 계집이라 허는 것은 상하의복418)과 같은 지라, 의복이라 허는 것은 떨어지면 기워 입지 형제 일신수족419)이라 한번 아차 죽고 보면 조선팔도 너룬420) 곳에 얼굴인들 다시 보겄느냐. 나 혼자 탈란다 타지마라.”
< 아니리 >
흥보 마누래 가만히 듣더니 “아이고, 영감 내 잘못 헌 것 같소. 다시는 안 그럴 터이니 한번만 용서하시오.” 흥보가 비석이 웃음서421) “허허! 거 내외간 싸움이라 허는 것은 칼로 물 베기라. 자네 같이 착허고 좋은 사람이 그럴 리가 있겄는가. 우리 재미있게 한번 타보세.” “그래 봅시다.”
< 중중모리 >
실건, 실건,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이박을 타거들랑 아무것도 나오지 말고 은금보화만 나오너라.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좋을씨고, 좋을씨고, 밥 먹으니 좋을씨고, 수인씨교인화식422) 날로 두고서 이름인가,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강상의423) 둥실 뜬 배 수천 석을 실었은들 즈그만424) 좋아허제 내 박 한 통을 당헐 손가.”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 휘모리 >
시리렁 실삭 시리렁 실삭 실건 실건 시리렁 실삭 실건 실건 시리렁 실삭 실건 실건 톱밥이 펄펄 나오더니.
< 아니리 >
박 둘째 통이 쫙 벌어지니 박 통속에서 왼갖 비단이 나달아 나오는디 비단이 어떻게 많이 나달아 나오던지 비단 이름도 잘 모르겄고 흥보 마누래가 대개 알았든가 한번 불러 보겄다.
< 중중모리 >
왼갖 비단이 나온다. 왼갖 비단이 나와 요간부상425) 삼백척426) 번뜻 떳다 일광단,427) 고소대428) 악양루의 적성 아미429)가 월광단,430) 서왕모431) 요지연432)의 진상433)허던 천도문,434) 천하지국435) 산천초목 그려내던 지도문,436) 풍진437)을 시르르르 치니 태평건곤438)의 대원단,439) 등태산소천하440)의 공부자441)의 대단442)이요. 남양 초당443)의 경444) 좋은디 천하영웅의 와룡단,445) 염불타령을 지어놓고 춤추기 좋은 장단, 가는 님 허리 안고 가지말라 도리불수,446) 임 보내고 홀로 앉어 독수공방447)의 상사단,448) 큰방 골방 가루닫이449) 국화 새김의 완자문,450) 추월 추풍의 공단451)이요 심심산곡 송림간452)의 무서웁다 호피단,453) 쓰기 좋은 양태문,454) 인정 있는 은조사,455) 부귀다남 복수단,456) 행실 부족457)의 궁초단,458) 절개 좋은 송죽단,459) 뚜드럭 꿉벅허니 말굽 장단이요. 서부렁섭적460) 세발 릉단,461) 뭉거 뭉거 구름단, 흑공단, 백공단,462) 한산모시, 송화색463)이며 청사홍사 통견464)이며 고리사주465) 방의주466) 해남포467) 몽고 삼승468) 철남포469)까지 그저 꾸역 꾸역 왼갖 비단이 다 나와.
< 아니리 >
“아이고 영감, 나 인자 숨이 가빠서 못 세것소. 이 비단을 다 어쩔 것이오.” “거 마누라가 나한테 시집 온 연후로 비단옷 한 벌 못 얻어 입어 봤으니 거 무슨 색이 좋든가 한번 골라 보시게.” “아이고 영감, 나는 그저 송화색 저고리에다가 삼회장470) 찌워471) 입으면 젤로 좋아요.” “거 촌 부인이라 어쩔수가 없구만 그려.” 아이고 영감도, 영감은 어디 살간디 나보고 촌사람이라고 그러요. “거, 영감은 무슨 색이 좋습딩겨?
” “거, 나는 갓 끈을 허나 망근쎄기472)를 허나 껌도 않는473) 흑공단이 젤로 좋데.” “좋은 놈 챙겼소. 어디 그럼 영감부터 저 우에서부터 아래까지474) 한번 채려 봅시다.” “그래보세.”
< 중중모리 >
흑공단 망건, 흑공단 갓 끈, 흑공단 두루마기, 흑공단 저고리, 흑공단 바지, 흑공단 버선, 흑공단 허리끈, 흑공단 댓님, 흑공단으로 손수건을 들고 “어떻소? 내 호사.”475)
< 아니리 >
“아이고 영감, 글로 채려 논게 영낙없는 까마구 새끼 모냥이시오. 그려.” “예끼! 이 사람, 까마구먼 까마구제 새끼는 뭐여. 어디 자네 한번 채려보소.” “그래 봅시다.”
< 중중모리 >
흥보 마누래 채린다. 흥보 마누래 채리는디 송화색으로 채린다. 송화색 댕기, 송화색 저고리, 송화색 초마, 송화색 단의,476) 송화색 보선, 송화색 속속것, 송화색 허리끈, 송화색 주머니, 송화색으로 손수건을 들고 “어떻소? 내 맵시.”
< 아니리 .
“거 자네는 글로 채려 논게 하릴없는 버드나무 위에 꾀꼬리 모냥이시 그려.” “아이고 영감, 우리 그리 말고, 저 마지막 통 저놈 좀 들여놓고 타 봅시다.” “그래 보세.”
< 중모리 >
마지막 통을 들여놓고 “당그여라 톱질이야.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당그여라 좋을시고, 좋을씨고, 밥 먹으니 좋을씨고, 만승천자477)라도 식이위대478)라 허였으니 밥이 아니면 살수 있나.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당그여라. 이 박 통에 나오는 보화는 김제 만경 오얏미뜰479)을 억십만금을 주고 사자. 충청도 소사들480)을 수만금을 주고 사면 부익부481)가 허리로다.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당그여라.”
< 휘모리 >
시리렁 실싹 시리렁 실싹 실건 실건 시리렁 실싹 실건 실건 시리렁 실싹 실건 실건 박이 반만 벌어지니 박 통 속에서 사람 소리가 두런 두런 허더니 사람이 나오는디 대짜구482) 든, 놈 소짜구483) 든 놈, 대톱 든 놈, 소톱 든 놈, 끌 들고 방맹이 들고 먹통484) 든 놈, 그저 꾸역 꾸역 나오더니.
< 아니리 >
박 셋째 통이 쫙 벌어지니 박통 속에서 왼갖 대목485)들이 나와서 집을 짓느라고 우당탕 퉁탕 야단이 났제. 이때여 흥보는 어쩌케 놀래 놨던지 자식들은 다 내 쏴두고 그래도 내외 간이 젤로 좋던가 둘이 손을 꽉 잡고 한쪽에 콕 찡겨서486) 정신없이 있을 적에 가만히 들어보니 조용허제. 흥보가 눈을 들어 사면을 둘러보니 전과 있던 움막은 간 곳이 없고 고루거각으로 흥보집을 늘비허게 지어 놨는디 똑 이렇게 지었겄다.
< 아니리 >
동산하 너룬487) 천지 팔괘488) 놓아 왼담 치고, 안팎 중문489) 솟을대문490)에 벽장 다락이 좋을씨고, 만석지기491) 논문서와 천석지기 밭문서며 백 가구 종문서가 가득 다뿍이 쌓여있고, 사랑방을 나가보니 각장장판492) 소란반자493) 완자 밀창494)의 화류문갑495) 대모책상496)까지 놓여있고, 시전497) 서전498)의 주역이며 이백 두보499) 통사략500)이 좌우로 좌르르르르 벌였는디, 흥보가 보고 좋아라고,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자 좀도 좋네. 박흥보가 문전걸식(門前乞食)을 일삼터니 오늘날은 부자가 될 줄을 어느 뉘기가 알것느냐. 얼씨구나 좋을씨고 지화자자 좋을씨고.” 흥보가 좋아라고 며느리들을 얻었는디 번뜻번뜻허게도 생겼더라.
< 아니리 >
이렇듯 흥보가 재미나게 놀적에 이때여 흥보 지그 성 놀보가 흥보가 부자 되었다는 말을 듣고 “허허! 아 이놈아 부자가 되얏어. 아 이놈이 어쩧게 해갖고 부자가 되얏을고? 어라 내 한번 건너가 봐야제. 내 건너가서 요놈이 참말로 부자가 되얏으면 몽둥이로 그저 쏵 저어 불고 올란다.” 이놈이 몽둥이를 둘러메고 흥보집을 건너가 보니 전과 있던 움막은 간 곳이 없고 고루거각으로 흥보집을 늘비허게 지어 놨는디 놀보 깜짝 놀래가지고 “하! 아 이놈이 부자가 되었드래도 이렇게 될 배는 만무헌디, 그러제. 그러제. 지가 무슨 부자가 되야. 서울서 어떤 병판대감501)께서 낙향을 하셨제. 그나저나 내 한번 불러 봐야제. 너 이놈 흥보야.” 허고 불러노니 이때여 흥보는 자기 형님 음성을 듣고 보선발로 우루루루루 나와 절을 허며 “아이고 형님 건너 오셨습니껴? 제가 그리 안해도 노마502)를 보내 드릴라고 허였는디 이리 손수 건너오시니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허허! 이놈 보소. 절로 터진 입이라고 주뎅이 놀리고 자빠졌네. 야 이놈아! 니가 나한테 노마 보낼 놈이여 이놈아! 그나저나 대관절 여 뉘 집이냐?” “예 형님 제 집이 올시다.” “뭐여! 니집! 아하하하~ 강상지괴괴변503)이시로고. 아니 이것이 참말로 니 집이여?” “예, 형님.” “야 흥보야, 여러 말 헐 것 없다. 그저 니 집하고 내 집하고 딱 바꿔불자.” “예, 형님 처분대로 허시지요. 그나저나 어서 들어가십시다.” 이때여 흥보는 자기 형님을 사랑에다 모셔다 놓고 안으로 들어가 “여보시오 마누래, 건너 마을 형님이 오셨으니 어서 나와 인사 여쭈어야제.”【 이때여 흥보 마누래는 전과 허던 일을 생각을 허면 한 자리에 앉어 대면 헐 마음이 없으나 】가장의 명령을 복종허랴 놀보 보란듯이 의복을 말끗504) 채려 입고 나오는디.
< 중모리 >
흥보 마누래가 나온다. 흥보 마누래가 나오는디 전일에는 못 먹고 못 입고 굶주리던 일을 생각 허니 지금이야 돈이 없나, 쌀이 없나, 은금보화가 없나, 녹용 인삼이 없나, 며느리들을 호사를 많이 시기고 홍보마누래도 한산 세모수505)에다 당청아물506)을 포로소롬허게507) 놓아 주름은 잘게 잡고 말508)을 널리 달어 ,외로 걷어 안고서 나오더니, 며느리들을 좌우에다 거나리고 시내 강변에 금자래509) 걸음으로 아장거리고서 나오더니.
< 아니리 >
“시숙님, 뵈입시다.” 허고 큰절로 허니 아 이 때려죽일 놈이 선뜻 일어나 같이 절을 허는 것이 아니라 발을 더 당시랗게510) 개고 앉음서 “허허! 거 쫓겨 날 때보고 지금 본게 미꾸라지가 용 되얐네 그려. 너이놈 흥보야 그나저나 저뒤에 주루루루 섯는 것들이 뭣이냐?” “예! 형님 제 며느리들이올시다.” “뭐여? 며며며느리, 파하하하하, 어따! 그 시시잖헌놈이 며느리까지 봤는 모냥이네. 야 이놈아! 며느리를 볼라먼 어디서 이쁜것들을 데꼬 오제. 저렇게 툭툭 불거져갓고 못생긴 것들만 델다 놨느냐. 갔다 내 쏴라511). 내 조카들 새장가 보내 줄텡게 갓다 내쏴!” 이때여 흥보 마누래는 들은 척도 아니허고 안으로 들어가 놀보 술상을 채리는디 똑 이렇게 채리것다.
< 자진모리 >
음식을 채리는디 음식을 채린다. 안성유기,512) 통영칠판,513) 천은514)수저, 구리 적사,515) 집리서리516) 수 벌리듯517) 주루루루루 벌여놓고, 꽃 그렸다 오죽판,518) 대모 양각 당화기,519) 얼기 설기520) 송편이며 네귀 번뜻 정절편,521) 주루루 엮어 산피떡522)과 평과523) 진청524) 생청525)놓고, 조락 산적526) 웃짐 쳐527) 양회528) 간 천엽529) 콩팥 양판530)에다가 벌여놓고, 청단531) 수단532)의 잣배기533)며 인삼채 도라지채 낙지 연포534) 콩기름 시금치 웃짐을 쳐 갖은 양념 모아놓고, 청동화로 백탄숯535) 부채질 활활 하야 고추같이 이뤄놓고 전골을 들인다. 살찐 소, 반찬 괴기, 반환도536) 드는 칼로 점점 편편537) 외려538) 내여 깨소금 참기름 쳐 부두539) 주물러 재야내야540) 대양판, 소양판에다 이도541)담고 저도담고 끌끌 푸드득 생치다리,542) 오도독543) 포도독544) 메초리탕, 꼬기오 영계찜, 어전 육전 지지개545)며 수란탕,546) 청보채,547) 치자, 고추, 생강, 마늘, 문어, 전복, 봉오림548)을 나는 듯이 괴야 놓고, 산채 고사리, 수근549)미나리, 녹두채 맛난 장국 주루루루루루 데리 붓고,550) 계란을 뚝 뚝 깨어 웃 딱지551) 떼 버리고 질게 드리워라. 손 뜨건디 쇠저552) 버리고 나무 저분을 들여라. 고기 한점 더퍽 집어 맛난 기름의 간장국에다 풍덩 데리쳐 더퍽 피.
< 아니리 >
이렇게 술상을 채려 자기 시숙님 앞에 갖다 노며, 좋은 황화주553) 화잔554)에 가뜩 부어 두 손으로 올리며, “옛소 시숙님, 약소하나 술 한잔 잡수시오.” 아 이랬이먼, 선뜻 받아먹었으먼 아무 폐단555)이 없을 터인디 아 이놈이 발을 당시랗게 개고 앉음서 “너 이놈 흥보야, 니가 형제지간이라 내 속 대강 알지만은 내가 수556) 친헌 초상 마당에 가서도 권주가557) 없이 술 못 먹는지 너 잘 알제?” “아이고 형님, 그러기는 허지마는 이 좌중에 누가 권주가를 헌단 말이오?” “쯧쯧쯧쯧, 이런 멍청 헌 놈의 자식을 봤는가.” “아 이놈아, 느그 마누래 곱게채려 입은 김에 권주가 한마디 시켜!”【 흥보 마누래 이 말을 듣더니, 전과558) 허던 일은 무릎 밑에 집어넣커니와559) 제수다려 권주가 허란 말을 듣더니, 두 눈이 캄캄 허고 사지를 벌벌 떨며. 】
< 진양조 >
들었든 술잔을 방바닥에다 후닥딱 부딪치고 뒤로 주춤 물러서서 자기 시숙을 물그러미 보더니마는 “여보시오. 시숙님, 여보, 여보, 아주버님 제수다려 권주가를 허란 법을 고금천지 어디서 보았소. 여보시오, 시숙님 전곡자세560)를 그만 허오. 나도 인자 돈도 있고 쌀도 있소. 동지섣달 치운 날의 자식들을 앞세우고 구박 당하여 쫒겨나든 일을 나는 죽어도 못 잊겄소. 보기 싫소. 어서 가시요. 속을 채리면 뭣허러 내 집에 찾어 왔소. 안 갈라면 내가 먼저 들어 갈라네.” 떨쳐버리고 안으로만 들어간다.
< 아니리 >
“보기 싫소. 어서 가시오.” 흥보 마누래 탁 차고 안으로 들어가니, 놀보가 홰를 벌컥 내가지고 발로 술상을 확 걷어 차면서, “너 이놈 흥보야, 너 이 죽일 놈 같으니라고. 너 이놈 꾀 많은 치561) 허느라고 내가 오면은 느그 마루래 다려 이렇게 나한테 포악562)허라고 시켰제? 이 죽일놈 같으니라고. 몽둥이로 허리를 작신 분질러 놀란다. 이놈, 너 이놈, 계집 썩 버려라. 썩 버려! 내가 이쁜 놈 골라서 새장개 보내 줄텡게 석 버려. 어라, 어라, 어라, 그건 그래 두고 너 이놈 흥보야! 너 내가 여기 온 속 아냐?” “아이고 형님,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요.” “야 이 녀석아, 형제간에 왜 몰라. 너 밤이실563) 아냐?” “아이고 형님, 밤이실이 뭡니껴?” “야 이 저석아, 도적질 말이여.” “아이고 형님, 도적질이라니요.” “아 니가 도적질 해서 부자가 되얐다고 오위영문 출사564)가 벌떼같이 늘어서서, 우리집에 너를 잡을라고 찾아왔더라. 아 근디, 내가 너허고 성제 간인디 너 잽혀가는 꼴 보겄드냐, 그래, 내가 그사람들 따져 보내니라고 돈 수백 냥 들었다. 근게 그것은 니가 꼭 물어주어야 허고, 또 그 사람들이 너를 잡을라고 찾아 올 것이여. 그런게 너는 이집과 모든 재산을 놔두고 느그 처자 권속들을 다리고 저 의주 압록강을 건너서 중국 상해를 들어가서 딱 삼년만 살다 오니라. 내가 니 재산에다가 손을 대면 내가 니 실애비565) 아들놈이여 이저석아” “아이고 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껴?” “아 이놈아, 그러면 니가 어째서 이렇게 부자가 되앗어?” “형님, 들어 보시지요. 제가 형님집에서 나와서 근근이 사는디 먹을 것은 없고. 그래 죽기로 작정하고 권속대로 울음을 우는디 하루는 대사가 거 찾아오셨습니다.” “뭐여 대사” “예! 형님 스님이요. 스님.” “오! 중. 어 그래서.” “아 그분이 집터 하나를 잡아주길래 거그다가 집을 짓고 사는디 하루는 제비 한쌍이 날라들었지요” “그래서?” “아 그놈들이 새끼 한쌍을 깠는디 날개 공부 힘을 쓰다가 한놈은 뚝 떨어져 되져 버리고 또 한놈은 다리가 작신 분지러졌지요?” “아 이 녀석아 떨어졌으면 되지던지 부러지던지 헐꺼 아니여. 그래서” “아 그래 제가 명태 껍질 얻고 당사실을 얻어서 부러진 다리를 창창 동여매서 제집에 올려 주었더니 그제비가 죽지 않고 이듬해 살아 나오면서 박씨 하나를 물고 왔습디다.” “뭐, 박씨를? 그래서?” “아 그래 그걸 심었더니 크댄헌566) 박이 세덩거리가 열렸지요” “그래서” “아 추석은 돌아오고 먹을 것은 없고 박속이라도 끊여 먹을 량567)으로 박 한통을 탔더니 궤 두짝이 불거집디다” “뭐여, 궤가? 그래서?” “아 그래 한궤짝을 슬그머니 열고 본께 쌀이 하나 가뜩” “뭐여, 쌀이?” “또 한궤짝을 슬그머니 열고 본께 돈이 하나 가뜩” “뭐여, 돈이? 그래서” “탁 붓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도로 하나 그뜩허고요. 탁 떨어 붓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도로 하나 그뜩허고요.”
< 휘모리 >
떨고 붓고 돌아섰다 돌아보니, 도로하나 그뜩허고, 떨고 붓고 돌아섰다 돌아보니 도로 하나 그뜩허고, 떨고 붓고 돌아섰다 돌아보니 도로 하나 그뜩허고, 부어내고, 되아내고 부어내고, 되야내고, 톡톡 떨고 돌아섰다 돌아 보니 도로하나 그뜩.
< 아니리 >
어찌 퍼붓어재껴 놨던지 막 쌀과 돈이 그냥 이 집채뎅이보다 더 큽디다.” “허, 거 참 기가 맥힐 일이로고나.” “그래 또 한 뎅이를 탔더니.” “탔더니?” “거기서는 왼갖 비단이 나왔지요.” “뭐여, 비단이? 그래서.” “그래 제가 이렇게 옷도 좋게 해입고, 또 한 뎅이를 타 보니까, 왼갖 대목들이 모도 나와서 이렇게 고루거각으로 집을 지어줘서 제가 부자가 되었제, 제가 무신 도독질을 헐 리가 있겄습니까?” “야! 흥보야, 거 부자되기 천하 쉽구나. 너는 제비 다리 하나 분질러진걸 이어줘서 이렇게 부자될 때에, 그 흔헌 놈의 제비다리 그저 한 대여섯개 분질렀으먼 천하 장자가 되겄구나. 어라, 내 제비 몰러 갈란다.” “아이고 형님, 아 지금 구시월인디 무신 제비가 있단 말씀이요?” “음! 그러겄다. 제비는 춘삼월에 오지야. 그런디 홍보야, 너 형제 윤기란 거 아냐. 형제 윤기라는 것은 가사 내가 죽을 디가 있으면, 니가 대신 죽고, 니가 죽을 디가 있으면은 그건 그냥 니가 죽어부러. 또 그러고 늬것은 모도 내것이고 내것은 그냥 내것이여. 히히히히히, 그건 어째서 그런고 허면, 나는 장손이니까 내가 선영을 모셔야 헌다 그 말이여. 그런디 흥보야. 저 웃묵568)에 저 벌그런 거, 저거 무엇이냐?” “예! 형님 거 화초장569)이 올시다.” “뭐 화초장? 거 참 이름 한번 좋구나. 그 속에가 무엇이 들었느냐?” “은금보화가 다뿍570) 들었지요.” “뭐여 은금보화가 다뿍 들었어. 으흐흐흐흐, 야 흥보야. 그놈 날 도라.” “그러잖에도 형님 드릴라고 몫지어571) 놨습니다.” “음! 그럴것이다. 내가 너를 어려서 얼마나 이삐게 키웠냐. 야 흥보야 멜빵572)해라. 나 지고 갈란다.” “아이고 형님, 먼저 건너 가시면은 내일 하인시켜 지워 보내드리지요.” “뭣이 어쩌, 이런 도적놈좀 보소여, 나 건너가면은 그 속에 있는 은금보화 싹 빼 버리고 빈 껍떡573)만 보낼라고. 이런 도적놈을 놔두고, 이 세상 사람들은 속도 모르고 놀보 나보고만 도적놈이라고 헌단말이여. 야 이놈아, 썩 멜빵 못 혀” 이놈이 화초장을 짊어지고 건너가는디 잊음이 흔했던가574) 한번 외고 건너가 보던 것이었다.
< 중중모리 >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얻었네. 얻었네.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얼씨고나, 화초장 또랑575) 하나를 건너뛴다. “아차 잊었다.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여. 갑갑허여 내가 못살것네.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여. 장은 장인디 모르겄네.” 거꾸로 뒤부침선576) “모르것구나! 장화초 아니다. 장초화 아니 초장화 아닌디,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여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여. 갑갑허여 내가 못살것네.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여.” 장자를 모두다 들먹거린다 “방장, 천장, 구들장 아니다.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여. 고치장, 된장, 송장, 아니다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여. 갑갑허여 내가 못 살겄네.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여.” 저그 집으로 들어가며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를 갔다가 집안이라고 들어오면 우루루루 쫓아나와 영접허는 게 도리 올체, 좌이부동이 웬일인가? 에라 이 사람 몹쓸 사람.” 놀보 마누래가 나온다. 놀보 마누래가 나오면서 “아이고, 여보 영감,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내 잘못되얐소. 이리 오시오. 이리 오라면 이리와.”
< 아니리 >
“어따 이 사람아, 거 씨잘데기577) 없는 목구성578) 내지 말고 나 여 짊어진 거 이거 무엇인가?” “아이고 영감, 무거운디 이리 내려 노시오.” 아 이거 뭐여?“ ”아이고 영감, 무거운디 이리 내려노란 말이요.“ ”이놈의 여편네가 내 주먹 맛좀 볼판이여.“ 이때여, 놀보가 제 마누래를 다루는디, 두 주먹을 발끈 쥐어가지고 양 간지통579)을 막 눌러 쥑이는디 놀보 마누래가 주먹만 보먼 딱 적상580)을 허겄다. “아이고 영감, 거 주먹 좀 저리 치우쇼.” “그런게 얼른 말을 히여, 이것이 뭐여?” “가만이 있자. 잉! 우리 친정 아부지가 저, 안국장581)에를 갖다옴서 장롱 한 벌 사온 것이 그거 이름이 뭣이드라. 가만이 있자, 잉 화초장이라고 헙디다.” 놀보가 어찌 좋던지 “아이고, 내 딸이야.” 해노니, “에, 여보시오. 어디 마누래 보고 딸이 어디가 있어.” “아 이 사람아, 급헐 적에는 이러기도 허고 저러기도 허는법이네.” 놀보가 흥부 했단 말을 듣고는 제비집을 몽땅 맹글아서 처마끝에다 삥 둘러 달아놓고 아무리 제비를 기다려도 제비가 오지 않는지라. 하루는 동네 역군582)들을 모도 얻어가지고 제비를 몰러 나가는디 권삼득583)씨 권조584)로 한번 나가보든 것이었다.
< 중중모리 >
이 때 춘절585) 삼각586) 하사월587) 초파일 날 연자588) 나비는 펄펄 복희씨589) 맺은 그물을 에후리쳐590) 들어메고 방장산591)으로 나간다. 방장산 휙 돌아 덤풀을 툭 차 후여 쳐, 떴다 저 제비. 네 어디로 행하느냐? 연비여천592)의 소리개만 보아도 제빈가 의심허고, 춘일황앵593) 꾀꼬리만 보아도 제빈가 의심허고, 남비오작594)의 까치만 보아도 제빈가 의심허고, 저기 가는 저 제비야 천화일595) 지은 집이로다. 그 집으로 들어가지 말고 내 집으로 들어오너라. 화급동량596)이라 내집으로 들어오너라. 이리.
< 아니리 >
수 사나운597) 제비 한쌍이 놀보 집을 들어오니 놀보가 보고 좋아라고 “얼씨구나, 내 제비 왔구나. 그렇지, 저제비기 멋기가598) 있는 제비로구만. 좋은 집 다 버리고 내집에 와서 성주를 허는 것이 참 고맙다. 어서 어서 새끼 많이 까거라.” 저 제비 거동을 보아라. 흘지양지599) 허더니만은 알을 낳기 시작허는디 놀보란 놈이 제비집 밑에다 초석노600)를 딱 달아놓고 비빔시로601) 어디 시조란지602) 미국장단에다가 청국시조를 썩 내가지고 그제로 제비알 낳는 족족 점고를 허는디 [ “아 제비알을 만져보자 이히 옳타. 하나 깠구나. 이히, 옳다. 또하나 깠구나.” ] 어찌 만져쌓던지 조독603)이 올라서 쏵 다 곯아 빠져버리고 다만 한개 남은 것이 새끼를 까 날개 공부 허느라고 파닥파닥허니 놀보가 보고 “떨어지거라. 떨어지거라.” 도로 부르르르르 기어 올라가제 “에끼, 이놈을 내가 그냥 두었다가는 실물604)을 당헐테니 내가 자장작기605)헐밖에 수가 없다.” 제비 새끼를 잡아내야 물팍606)에다 대고 다리를 작신 분질러노니 짹짹짹 짹이고 뭣이고 마당에다가 훅 집어 던져 놓더니 우르르르 쫒아가서 제비 새끼 주어들고 “아이고, 불쌍타 내 제비야. 여보 마누라, 여 제비가 다리가 부러졌네여. 우리 제비다리 이어주세.” 된장 떼다 부치고 헝겊으로 칭칭 동여서 제집 위에 올려주며 “어서, 어서 죽지말고 살아나서 박씨 하나만 물어 오니라. 잉.” 저 제비 거동을 보아라 놀보 원수 갚을 제비여든 죽을 리가 있겠느냐. 수일이 되더니 부러진 다리가 나아서 날개 공부를 허는디.
< 진 양 >
떳다. 저 제비 거동을 보아라. 거중으로 둥 둥 떠 이리 저리 날아보고, 구만장천607)에 높이 떠 배도 슥 스쳐보고, 빨래 줄에가 내려 앉더니 한들한들 놀아 보고, 놀보가 보고 좋아라고 “얼씨구, 내제비 살었구나. 박씨 하나만 물어다 주면 성헌 다리도 마저 분지러주마.” 저 제비 거동을 보아라 무엇이라고 지지 지지 허더니마는 만리 강남을 훨훨 날아들어 간다.
< 아니리 >
강남지두견은 조종지망제608)라, 백조를 점고를 허는디 “일본 들어갔던 분홍제비 나오. 중국 들어갔던 맹매기.609) 나오 미국 들어갔던 초록제비 조선서 태어난 놀보제비.”
< 중중모리 >
놀보 제비가 들어온다. 놀보 제비가 들어와 부러진 다리가 봉통아지가 져서 전동 거리고 들어오며 “예!” 제비 장수 호령을 허되 “너는 왜 다리가 저리 봉통이 졌느뇨?” “예! 소조가 아뢰리다 조선국서 태어나 날개 공부 힘을 쓸제 불측610)한 놀보 주인놈이 소조 다리를 분질러서 거의 죽게 되얐을 제 천행으로 다리가 나아서 이렇게 왔사오나 어찌허면 그놈의 원수를 갚소리까? 제발 덕분에 통촉허오.”
< 아니리 >
제비 장수 들으시고 “어! 불칙한 놀보놈 심술은 강남까지도 유명한 놈이로구나! 명춘에 나갈 적에는 수풍611)이란 박씨 하나만 물어다 주면 네 원수는 다 갚느니라.” 삼동이 지나고 춘삼월이 방장허니, 왼갖 날짐생들이 모도 고국을 찾아 환국을 허는 때라. 놀보 제비가 나오는디 이 제비 노정기가 좀 달키는 달튼가612) 보더라.
< 중모리 >
앞남산 지내고, 밖남산을 지내 촉국613)을 지내고, 촉산동614) 이천리 낙양성,615) 오백리 소상강,616) 칠백리 동정호, 팔백리 금릉, 육백리라 악양루, 고소대 오악 형산617) 구경허고, 구정마탑618) 육십리에 사마성619)이 삼십리라. 월택성620) 돌아들고, 고소성621) 바라보니 한산사622) 거룩허고, 아방궁623) 육십리에 만리장성 돌아드니 일만 오천리 동선령624) 날아드니 천하 제비가 다모아 각국으로 흩어질 제 삼남625)으로 오는 제비 포기포기626) 떼를 지어 서로 짖어 언약헌다. 금년구월 보름날 이곳에 와서 상봉하자. 약속을 정한 후에 종천에 높이 떠 강릉627)을 구경허고, 적벽강628) 돌아드니 소동파,629) 조맹덕630)은 이금에 안재재요.631) 청석령632) 오백리를 순식간에 당도허니 옥하관633)이 여기로다. 심양강634) 팔백리에 정주635)를 지내 순안636) 순천637) 칠십리에 바라보니 평양이로구나. 연광정638) 높이 날아 일호639) 장안을 구경하고, 순필640) 망종641)이 효녀열녀 가가재642)라. 송객정643) 수운간644)을 지내 살같이 빨리 날아 개성 부중645)을 들어가니 왕태조 고사적646)은 만월대 뿐이요. 무악재647) 영주군은 억만세력을 응하였고,648) 제일 삼각 올라 앉어 장안을 가만 가만 둘러보니 남산은 천년산 한강은 만년수라. 문물이 빈빈하고 풍속이 희희649)하야 만만세지 금탕이라. 전라도는 운봉이요, 경상도는 함양인디 운봉 함양 두얼품에 놀보가 그곳에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을 보아 수풍이 박씨를 입에다 가로 물고 번뜻 수루루 펄펄 전라 감영을 당도 하야 완산칠봉650)을 구경하고, 거기서 짓 쳐 달라651) 남원 광한루를 구경하고, 운봉 연재652)를 얼른 넘어 놀보집을 당도 놀보가 보고서 좋아라. “얼씨구나, 내 제비 왔구나. 얼씨구나, 내 제비, 너를 내가 보내놓고 일각이 여삼추653) 기다렸더니 이제 나를 찾아오니 천도지도654)가 반갑다.” 저 제비 거동을 보아 수풍이 박씨를 입에다가 물고 이리 저리 넘놀다 놀보 양주 앉은 앞에다가 박씨를 뚝 던져 놓고 백운간으로 날아간다.
< 아니리 >
놀보가 박씨를 딱 줏어 들고 “여보 마누라, 제비가 박씨를 물어 왔네.” 이때여 놀보 마누라는 놀보보다 조금 유식허든가 박씨를 뙤작뙤작655)허고 보더니 “여보 영감, 박씨는 틀림없는 박씨요마는 박씨에가 왠 글씨가 씌었소. 원수 수자, 바람 풍자 괴이헌게 심지 말고 내버립시다.” 놀보가 가만히 생각을 허더니마는 “자네가 속을 모르는 말이여. 강남에 문장들이 글을 뒤집어 허느니 비단 수자 쓴다는 것이 붓대가 잘못 돌아가서 원수 수자 되고 풍년 풍자 쓴다는 것이 잘못되어 바람 풍자 되었으니 걱정 말고 심세.” 동편 처마 담장 밑에다 박구덩이를 크게 파고 일년 농사지을 거름 한꺼번에 퍼다 붓고 신짝 넣고 또닥 또닥 단단히 잘 심었제 박순이 올라오는디 북채만 홍두깨만 지둥만 박잎삯656)이 삿갓만씩 해가고 이놈의 넝출이 왼 동리로 막 뻗어 나가는디 박넝출이 턱 걸친 집은 무너지고, 찌그러지고 상해 가지고 그때 돈으로도 집값 무니라고657) 수수백냥 들었든가 보더라. 하로는 이웃집 노인 한 분이 썩 오더니마는 “네 이놈! 놀보야. 네 이놈, 밤이면 지붕 우에 박통 속에서 [ 똥땅지당 지당똥 찡찡 동지동지 동땅똥 ] 요망시럽게 떠들어서 당체658) 잠을 못 자것다. 네 이놈! 박 안 따 낼래?” 놀보가 가만 생각을 허더니 은금보화가 변화해서 그런 줄 알고 “샌님, 오늘 박 따낼라요” “썩 따내라! 이놈.” 그날부터 놀보가 박 탈 삯군을 얻어 들이는디 어쩐 일인지 이렇게 꼭 병신들만 얻어 들이것다.
< 휘모리 >
안팎낙포659) 꼽사등이, 곰배팔이,660) 전동다리,661) 청맹갱이,662) 쌍얼챙이,663) 뻗다리,664) 훼젓이.665)
< 아니리 >
모다 이런 병신들만 얻어 들였는디 어째서 그러냐고 놀보 보고 물어본게 박을 툭 따서 은금보화가 와 쏟아지면 성헌 사람들은 모다 주어가지고 달아난다고 그래서 이렇게 병신들만 얻어 들였다고 허겄다. “여보소! 역군들, 삼시666) 먹고 댓냥 줌세. 어서 가 박 따오소.” 박을 따다 놓고 톱을 걸고 한번 타보는디.
< 진양조 >
“시르렁 실건, 톱질이로구나. 헤이여루, 당그여라 톱질이야. 흥보란 놈 박통에서는 쌀과 돈이 많이 나왔으되 내 박은 은금보화만 나오너라. 헤이여루, 당그여라 톱질이야. 여봐라 청보야!” “홍야!” “힘을 써서 어서 톱소리 맞어라.667)” “헤이여루, 홉질이야.” “엇다! 이놈아, 홉질이라 말고 톱질이야 히여 이놈아. 여보소! 이사람들 내말 듣소. 은금보화가 나오거들랑 숨김없이 주서 주소. 시르렁 실건 당그여라 톱질이야.”
< 휘모리 >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슥삭 슥삭시르렁 슥삭 박이 반만 벌어지니 박통 속에서 “맹자668)라 맹자견 양혜왕이 허신디 왕왈수불원천리이래.” 허시니.669)
< 아니리 >
놀보 가만이 보더니 “이거 박통속이 아니라, 서당670) 속이시여.” 박이 쩍 벌어져노니 박통속에서 노인 한분이 나오는디.
< 휘머리 >
두루박671) 이마박, 송곳턱, 주먹상투,672) 빈대코, 똥오줌을 팔팔 싸며 구린내가 진동헌다. “네 이놈, 놀보놈아! 네 할애비는 정월쇠, 네 할미는 이월덕이, 네 애비는 마당쇠, 네 에미는 삼월덕이, 대대로 각각 종일러니 병자년에 도망허여 부지거처673) 몰랐더니, 강남서 들은 즉 여기 와서 산다기로 네 놈을 만나러 내 왔으니, 네 계집 자식 당장 상전님 전에 인사 못 시키겠느냐? 이 때려 죽일 놈아, 이놈아, 그리고 오늘부터 상전으로 안 모셨다가는 다리 몽둥이를 작신 분질러 놀 것이다. 이놈!” [ 놀보가 기가 막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선대의 증674)가 없으니 ] 하인 아니라고 헐 수 도 없고 하릴없이 상전님 전에 비는디
< 중머리 >
“비나이다. 비나이다. 상전님전에 비나이다. 선대의 증거가 없으니 낸들 알 수 있나니까? 대전675)으로 바칠테니 아주 속량676) 시켜주오.”
< 아니리 >
“네 이놈, 그라면 얼마나 바칠래?” “오백량 드리지요.” “에라! 이놈, 오백량 갖고 너 같은 종놈 사겠느냐? 만냥만 드려라.” “아이고, 그러면 천냥만 드리지요.” “어라! 이놈, 너 같은 종놈을 대리고 다소677)를 다투겠느냐?” 주머니 하나를 내어주며 “아나, 전곡간에 무엇으로 채우던지 이 주머니만 채워 오너라. 많이 준대도 늙은 말년에 가지고 가기도 귀찮허다.” 놀보가 주머니를 받아들고 딱 본 즉 쌀이 들면 불과 두서너 되쯤 들게 생겼고 돈이 들면 불과 사오십냥쯤 들게 생겼제.
< 중모리 >
놀보가 보더니 좋아라고 주머니를 추겨 들고 돈궤 앞에가 앉아서 닷냥을 넣어도 휑, 백냥을 넣어도 간 곳이 없고, 오백냥을 넣어도 간 곳이 없구나. “아이고, 이 주머니가 새는구나여.” 쌀두지로 쫒아가서 닷말을 집어넣어도 뻥, 백석을 넣어도 간 곳이 없고, 오백석을 넣어도 간 곳이 없으니 헛간으로 쫒아가서 살림살이 가산 등물678)을 집어넣는 대로 간 곳이 없으니, 놀보가 기가 맥혀 주머니를 추겨 들고 벌벌벌 떨면서 말을 헌다.
< 아니리 >
“아이고 샌님, 이 주머니가 웬 주머니요?” “오! 그것 능청낭679)이라고 허는 주머니이니라.” “아이고, 이 주머니가 사람 많이 상허게 생겼소. 그려.” “아니야, 그 주머니가 잘 된 사람은 더 잘 되게 맹글고 못된 놈만 꼭꼭 골라서 상하게 허는 주머니이니라. 어라! 어라! 너무 많이 가져 왔는가 보다. 또 올 것인디 뭐.” “아이고 샌님, 언제 또 오실라요?” “오냐, 나 갔다가 종종 심심하면 이렇게 한번씩 찾아 올 터이니, 달이 길면 설흔 번 짧으면 스물 아홉 번 올것인디 올 때마다 이렇게 좀 채워도라. 잉.“ 주머니를 들고 두어 걸음 나가더니 인홀불견 간 곳이 없제. 역군들이 어이없어 우두거니 섰으니 “여보소, 역군들! 은금보화가 변화해서 나를 지기680) 떠보느라고 그런 것이니, 둘째 통에는 틀림없이 은금보화가 들었네. 염려 말고 박 따오소.” 역군들이 달려들어 또 한 통을 따다 놓고 타는디.
< 중모리 >
“시르렁 실건, 톱질이야. 헤이여루 당거주소. 은금보화가 변화가 되면 그런 법도 있다더라. 시르렁 실건, 당거주소.” “여보소! 역군네들 내 말을 듣소. 삼시 먹고 댓냥 줌세 은금보화가 나오거든 숨김없이 주서 주소. 여봐라 청보야!” “홍야!” “어서 힘을 써서 톱소리 맞어라!” “에이여루, 홉질이야.” “웠다, 이놈아! 니가 홉질이야 허여노니 모도 다 호명681)허나부다.” 시르렁 실건 시르렁 실건 시르렁 실건 당겨주소.
< 휘모리 >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슥삭 슥삭 시르렁 시르렁 시르렁 슥삭 박이 반쯤 벌어지니 박통 속에서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 아니리 >
놀보가 듣더니마는 “옳다! 인자682) 금반상기683) 은반상기가 막 나달아 온다.” 박이 쩍 벌어져 노니 박통 속에서 물색684) 좋은 상여 한 틀이 썩 나오는디
< 중머리 >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넘차, 너화너, 만리강남 먼먼길에 놀보집 오기가 멀고도 멀구나 어넘차, 너화너, 놀보놈 집구석이 어디메뇨? 그놈의 집터가 명당이라 허니 어서 집을 뜯고 뫼를 쓰자. 어허넘차, 너화너.”
< 아니리 >
놀보 기가 맥혀 대체 “이거, 웬 상여요?” “오! 니가 놀보냐? 먼저 박통 속에서 나오셨던 생원님이 돌아가셔서 이 박통으로 이직685)을 허셨는디, 네 집터가 명당이라고 유언을 허고 돌아가셨으니 얼른 집 뜯어라!” 놀보가 집터 명당이란 말을 듣더니 죽어도 집은 안 뜯기로 들것다. [“아이고, 여보시요. 집은 내가 죽어도 못 뜯겠이니 대전으로 받어 가시고] 이 상열량은686) 제발 다른 데로 운상687) 허옵소서.” “네 이놈! 그럼 얼마나 바칠래?” “ 한 오백냥 드리지요” “어라! 이놈, 오백냥 가지고 네 집 같은 이런 명당 사겠느냐? 만냥만 들여라.” “아이고, 그럼 천냥만 드리지요.” “그래 부러라. 그러면.” 돈을 받아 들더니 인홀불견 간 곳이 없제. 역군들이 어이없어 모두 박을 안타고 싹 가기로 드니 “여보소, 이 사람들아 둘째 통까지는 날 지기 떠보자고 그런 것이고, 셋째 통에는 틀림없이 은금보화가 들었은께 염려말고 박 타세. 어서 가 박 따오소.” 박을 또 타다 놓고 타는디
< 중머리 >
“시르렁 실건, 톱질이야 헤이여루, 당거주소. 여보소, 역군네들 염려 말고 타세. 망허여도 내 망허고 흥허여도 내가 흥헐 것이니, 걱정을 말고 박을 타세. 시르렁 실건 시르렁 실건 시리렁 실건 당거주소. 여봐라, 청보야!” “홍야!” “어서 이녀석 톱소리 맞아라!” “혼이야, 맞는다. 홉질이야” “에끼! 이놈아, 홉질이야 허지말고 톱질이야 해라 이놈아.”
< 휘모리 >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슥삭 시르렁 시르렁 시르렁 슥삭
< 아니리 >
박이 탁 쪼개져 노니, 박통 속에서 남사당,688) 여사당, 거사, 각설이, 초라니패 이런 것들이 모두 나와서 놀보 마당에가 죽 늘어서더니마는 놀보를 보고 “소인 문안이요, 소인 문안이요, 소인 문안이요” 놀보가 어찌 바뿌던지 “ 마오, 마오, 마오, 마오, 대체 느그가 무엇들이냐?” “예! 저희는 강남서 놀보 샌님 박탄다는 소문을 듣고 위로헐라고 남사당, 여사당, 거사, 각설이, 초란이패 이런 것들이 모두 나왔습니다.” “야 거 나오던 중 그중 낫다마는 그럼 어디 한번 놀아봐라.” “안되지요.” “안되다니?” “여기서 우리가 한번 노는디 행하689)가 천냥이올시다.” “뭐시, 천냥이여? 웟따! 이놈들아, 너무 비싸다.” 마당쇠가 듣더니마는 “아따, 샌님도 이왕 없어진 살림 뭣이 아까와서 그래쌌소. 천냥 주고 한번 재미있게 놉시다.” “그려, 그럼 어디 한번 노는 구경이나 해볼거나. 한번 놀아봐라.” 이놈들이 각기 멋대로 줄을 고르는디 부르래 뚱땅 부르래 뚱땅 부르래 뚱땅 한참 이럴 적에 해적690)든 놈은 지가 지멋에 반해가지고 도시는디691) “가가가기구가, 가가가기구가, 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 이이.” 이렇게 도시고 나니 이제는 남사당패허고 여사당패허고 짝을 지워 갖고 노는디 여사당들이 앞에 곱게 꾸며 갖고 나와서 예쁘게 한마디 메기면 남사당들이 뒤에 섰다가 앞으로 우루루루루 달려들면서 왔다 갔다 뒷소리 메기고 한번 놀던가 보더라.
< 양산도 >
“나는 가네. 나는 간다. 저 님을 따라서 내가 돌아 가는구나. 헤, 마라 마라 마라. 그리를 말어라. 사람의 괄세를 니가 그리 말어라. 수벽사명양안태 불승청원각비래692)로고 나야 헤, 마라 마라 마라 그리를 말어라 사람의 괄세를 니가 그리 말어라. 금바우693) 몰랑694)에 쏙소리695) 나뭇잎 펄펄 제멋에 겨워서 다 떨어지는 구나. 헤, 마라 마라 마라 그리를 말어라. 사람의 괄세를 니가 그리 말어라.”
< 아니리 >
이렇게 놀고 나니 인자 각설이들이 썩 나서더니마는 장타령696)을 허는디 전라도제로 허것다.
< 동살풀이 >
“허절시구나! 들어간다. 각설 춘추697)가 들어간다. 웠따! 여봐라 순덕아, 이 내 말을 들어 봐라. 느그 부모가 너를 나 우리 부모가 나를 나 고이나 곱게 잘 길러 삼간초당에다 집을 짓고 독서당에다 앉쳤네. 진주나 기생이 애미 왜장 청정698) 목을 안고 진주나 남강에 떨어져서 만세유전699)에 빛났네 품바 품바 잘 헌다.”
< 아니리 >
이렇게 허고나니 또 한 놈이 썩 나서는디, 이놈은 경상도제로 메기든가 보더라.
< 동살풀이 >
“허절시구나! 들어간다. 절시구나 들어간다. 얼시구나 들어간다. 절시구나 나오신다. 왼갖 춘정700)이 들어간다. 오동장농 깨끼장농701) 둘이나 볼라고 두었더니 혼자 보니 웬일이냐? 품바 품바 잘 헌다.”
< 아니리 >
한참 이러고 나니 초라니 패가 썩 불거지더니마는
< 자진모리 >
“깨골, 깨골, 청깨골아702) 깨골애기 집을 찾을라면 아랫도리를 딸딸 걷고서 미나리깡703)으로 들어라. 어허어 어허야 어허 어허어 어허야 이놈 저놈 저놈 이놈 거사 상투704)가 제일이요.”
< 아니리 >
한참 이러고 나니 놀보기가 맥혀 “아이고, 이놈들아 귀찮허다. 인자 그만허고 가거라.”
< 자진모리 >
“귀찮허단 말이 웬 말이요? 귀자 근본705)들 들어보오. 한발 달린 돌조귀 두발 달린 까마귀 세 발 달린 퉁노귀,706) 네발 달린 당나귀, 귀자머리707)는 놀보 심사 후생708)에는 뭣이 될랑고? 또리동땅 똥딱궁 똥딱궁 노세, 노세, 노세, 지가 노세, 돈이나 쪼깨709) 쪼깨 돌랑깨 안주고 얼른 행하 주시오.”
< 아니리 >
“마당쇠야. 어라! 귀찮다. 얼른 행하 줘서 보내라. 내 정신 하나도 없다.” 돈 받아들더니 또, 인홀불견 간곳이 없제 놀보가 기가맥혀 우두거니 보고 있을적에.
< 중모리 >
놀보 마누라 기가맥혀 우루루루루 달려들어 박통 우에 가서 걸 터 엎지더니 “타지 마오. 타지 말어. 타지 마시오. 은금보화가 나오기를 바래다 있던 형세가 다 망해 가네. 나를 이박과 같이 탔으면 탔제 살려 두고는 못 타리다 타지 마시오.”
< 아니리 >
놀보란 놈 화가 산멱710)까지 찼제 “에이, 빌어먹을 놈의 박통 같으니라고.” 박통을 집어서 울 넘에다 훅 집어 던져 노니 박통 속에서 은금보화가 와 쏟아 져서 동네 사람들이 싹 다 줏어가 버리고 없제. 놀보란 놈 들도 놓도711) 못할 즈음에 마저 남은 박통 하나가 제 손수 뚜굴 뚜굴 뚜굴 둥그러 가다가 놀보 앞에 와 쩍 버러지더니.
< 엇머리 >
한 장수712) 나온다. 한 장수 나온다. 저 장수 거동 봐라. 먹장낯713) 고리눈714)에 다박수염715)을 거사려 흑총마716) 집터 타고,717) 사모장창718)을 들고 놀보 앞에가 우뚝 서며 “네 이놈, 놀보야! 강남서 들은즉 네놈 심술이 고약하야 어진 동생을 구박 출문719) 쫒아내고 제비라 허는 짐생은 백곡720)에 해가 없는디 성헌 다리를 분질러 공721)받고자 허였으니 그 죄로 이놈 죽어 보라.”
< 아니리 >
[ 놀보 정신이 하나도 없이 아득허여 죽은 듯이 나붓이722) 엎져 혼불부신723)이 되야 펴져 있을 적에 ] 그때여 흥보가 이말을 풍편724)에 들었든가 보드라. [천방지축725) 쫒아 와서 장군님전 비는디]
< 중머리 >
“비나니다. 비나니다. 장군님전에 비나니다. 우리 형님 지은 죄를 아우 제가 대신 받겠사오니 형님을 부디 살려 주오. 만일 형님이 죽거드면 동생 저 혼자 살아서 뭣허리까? 우리 형님 살려주시오. 우리 형님 살려주면 높고 높은 장군 은혜 혼귀 고향 돌아가서726) 호호만세727)를 허오리다.” 장군이 감심허여 “네 이놈, 놀보야! 네 죄상을 생각허면 당장에 죽이고 갈 일이로되, 너의 동생 어진 마음으로 보아 살려두고 가거니와 차후는 개과천선728)을 허렸다,” 두어 말을 이르더니 인홀불견 간 곳 없다,
< 아니리 >
그때여 흥보가 물을 떠다 저희 형님전에 드리고 사지를 주물러서 겨우 일어 내켜 노니 놀보가 그제야 정신을 차려 [ “아이고, 동생” ] “형님 곤욕이 심하셨지요?” [ “아이고 동생 내가 전사729)에 했던 모든 잘못된 일을 동생 부디 용서 허소.” ]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가 부족허여 그리된 일이지요. 형님, 제 살림이 많사오니 서로 절반씩 반분730)허여 한집에서 우애허고 사시지요. 형님.” [ “그러세마는 동생 볼 면목도 없고 ] 제수씨 볼 면목도 없네.”
< 엇중모리 >
그때 박놀보는 개과천선을 헌지 후에 흥보 살림 반분허여 형제간에 화목허고 대대로 자식들을 교훈시켜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허고 형제간에 화목험을 천추만세731) 전허더라. 그뒤야 뉘가 알리. 더질더질
첫댓글 아니리는 무슨 장단인가요?
판소리는 긴 이야기를 소리로 풀어내는데
여러가지 장단에 맟져서 소리를 하고
시건의 흐름이나 장면전환 같은 부분이나 해학적인 장면은 아니리로 처리합니다
아니리는 말로 합니다
아니리는 장단이 없습니다
아니리를 잘해야 이야기의 흐름이 잘 전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