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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이나 만화에는 은근 작가의 사상이 반영되는 모습이 꽤 있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의 행동,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건 아니더라도 작가의 작품마다 등장하는 공통된 어떤 코드가 있다는 것 때문으로, 한 작가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그 놈의 불륜, 금단의 사랑타령(...)이 그 일례고, 김혜린 작가는 암흑기였던 70년대 독재 시대를 살며 그 압제 아래 고뇌하고 갈등한 흔적이 작품 곳곳에 보이며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뇌하고 맞서는 주인공 유형이 상당히 많다. 요즘 좀 이상해져서 확실하다고 하긴 그렇지만 진지한 작품이나 대작에서는 반드시 주인공들을 다 죽이거나 망쳐놓는 버릇이 있는 황미나의 그 알 수 없는 짓거리, 신일숙 작가 작품도 장르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운명론, 혈통주의, 끝에서 좋은 소리 못 듣는 용두사미 결말(...)이다.
단편이나 중편은 분량 상 그냥 이렇네?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프린세스><아르미안의 네 딸들><리니지><불의 검> 처럼 연재 기간이 길고 작가의 사상이 들어간 대작일 경우 타 작품에서 얼핏얼피ㅅ 보이던 이런 공통된 코드가 집대성 되어 두드러지는 일이 많다는 것도 공통점. 하지만 가만 보면 이런 코드들은 그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은 것 같다는 점도 그렇다.
내가 어릴 때 봤던 작가의 소개글 내에서 신일숙 작가는 자신이 가족들, 특히 부친과의 사이가 어릴 때부터 별로 좋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래서일까? 신 작가 작품 중에는 가족과 일찍 헤어진 주인공이 역경을 헤치고 살아남는 스토리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또 가만 보면 신일숙 만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코드는 '주연 중 부모 노릇을 제대로 수행하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부모자식형제관계가 콩가루 개판인 케이스 태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여왕들은 아버지 없이 아이를 낳고 키워야한다. 그리고 자신의 딸들이 왕위를 놓고 경쟁하며 서로를 정적으로 죽이는 것을 알면서도 감수하고, 레 마누아는 여왕이기 때문에 아픔을 참고 자기 배로 낳은 아들을 모질게 외면해야 했다. 또한 마누아는 사랑하지만 자신의 동생들을 왕권과 나라 위해 팔아먹거나 없애기를 주저않으며, 마누아가 찾아가는 동굴 속 할머니도 아마 그 '마누의 불문율' 희생양일 가능성이 높다. 아스파샤와 바헬은 딸 피아 바헬라를 낳지만, 바헬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것조차 일생 모르고 아스파샤는 남편이 자길 기억 못한다는 것에 쇼크 먹고 정신 놔버려 갓 낳은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딸에 대한 기억조차 잊어버린 채 일생 남자에 목숨 걸고 쫓아다닌다.
<리니지>에서 데포로쥬의 부친은 등장하자마자 죽어버리고; 남편이 죽자마자 가드리아는 연하남에게 미쳐 그 남자가 친아들을 해칠 운명임을 알면서도 어린 자식을 보호한답시고 남에게 보내버리고는 끝내 아들 적이 될 그 남자를 선택한다. 그리고는 그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진 상태로 조심해야할 판에 말을 타서 유산해 엄한 기사들 죽게 만들지를 않나,
가지가지하는 그 마누라의 남편인 아스테어도 출생은 영주가 하룻밤에 낳은 사생아. 영주는 아스테어를 아들이라 생각도 하지 않아 무존재 취급으로 못본 체 하지만 반대로 그를 낳은 농노 생모는 아스테어를 영주의 아들이라 떠받들면서 남편의 아들인 못난이 마팅겔을 차별 학대하는 어머니다.
그런 반면 편애가 심각한 어머니나 친자식은 팽개치고 남의 자식 예뻐하는 이상한 부모도 여럿 등장해 <아르미안..>에서 레 마누아는 살아있는 아들을 작품 전반에 걸쳐 거의 생각 하지 않지만 입양 조카 피아 바헬라에게 고스란히 모정을 퍼붓는다. 샤리 아버지 플레니스는 운명이랍시고 아들을 싸질러(...) 태어나지 않은 딸의 노예(!)로 만들어 아들 비뚤어지게 만들고는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되레 아들을 이상한 놈 덜 자란 놈 취급하며 현자 코스프레를 하신다. 자식놈한테 쳐맞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_-; 멀쩡한 자식 패륜아 만드는 스타일.
바다의 여신 라아나는 아들에 대한 편애가 심각하기로 정평이 났고 에일레스를 사랑한 딸 마리엘라가 이 때문에 죽자(아르미안... 소설 버전에서는 에일레스를 사랑해서 잤네 잤어... 하다가 에일레스의 파멸의 에너지를 못 감당해 소멸해버림) 마리엘라의 죽음을 초래한 에일레스보다 딸을 탓하며 '마리엘라가 나빴다, 멍청한 것. 그래서 계집애는 낳아봐야 쓸모 없어!'라고까지 말한다. 정작 그 에일레스는 바로 라아나가 직접 신체를 만들어 준 신이기 때문에 일종의 모성애를 가졌다고 한 포이보스의 말처럼, 이 여신은 일말의 모정조차 에일레스에게 줘버린 것이다.
<리니지>에서 호수의 여신 에바도 자기 아이는 싫어하면서 인간 아이들만 좋아하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 딸인 케레니스가 비뚤어지는 데 크게 한 몫 한 걸로 추정된다.
<에시리쟈르>에서 여주는 갓난이 시절 생모가 죽고 아빠는 나쁘진 않으나 재혼 잘못해서 동굴에 나앉아 딸 개고생 시키더니 나중엔 말도 없이 사라져서 딸 폐인 만들 뻔 한다. 마누라 덕으로 왕위에 올라놓고는 배은망덕+ 무책임하게 처제를 건드리고, 그 처제의 자식이 내돌려져 개고생하며 크는데도 존재조차 모르던 거기 임금님은 아들 많이 낳은 죄로 아들들 견제하기 바쁘지 그 중 망나니 아들놈 하나쯤 죽어도 그닥 슬퍼하지도 않고, 에시리쟈르를 딸보다 예뻐한다.
<1999년 생> 도 마찬가지. 여주인공 크리스탈 정의 친부는 딸이 어릴 때 불륜으로 이혼해 상처를 주고 생모는 딸에게 니 애비는 죽일 놈이라 난리를 쳐 크리스탈을 심각한 남성혐오자로 성장하게 만든다. 나중에 남자에 눈이 뒤집힌 크리스는 그 생모가 어린애처럼 진짜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는 것과 애비가 그에 지쳐 이혼하기도 전에 딴 여자 찾아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심지어 <루딘나이츠...><크리슈티><정령을 믿으십니까> 등 그 많은 단편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비정상적 가정 형태, 차별, 방임 등 여주인공은 다양하게 문제있는 가정 출신이 대부분;;;
<파라오의 연인>에서도 페닉시오 부모가 그렇듯 신일숙 작가의 작품에는 부모를 부모라 할 수 없고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한 사람들의 자식, 형제관계마저 뭣 같은 사람이 많은데 덧붙여 <에시리자르> <1999...> 주인공들은 부모 대신 삼촌 등 혈육의 영향에서 자라는데 이 삼촌이란 것들도 조카 내다 굴려 죽일 뻔하기는 예사고(..) 주연이 조연에 밀려 등신 취급을 받는 게 많다는 것도 한 작가와 비슷한 점(...)
실제로 그 옛날 소개글에서 신 작가는 자신이 국딩 때 아이큐 검사에서 98?인가 나온 이후 아버지가 모든 기대를 놓아 외면하고, 그나마 어머니가 감싸주긴 했지만 가족에게 왜 태어났니? 분위기로 소외당한 편이었다고 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주인공들이 부모 형제들과 영 사이가 좋지 않고 비정상적 가족관계, 혹은 가족에서 단절당하는 내용과 주인공이 미모, 능력, 인복 모두에서 특별한 혈통과 운명의 덕을 타고나 이를 극복하는 줄거리가 반복되는 것은 아마 가족 중에서 소외된 위치로 자랐던 신 작가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일종의 보상심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부모 복과 형제복 없는 캐릭터들은 거의가 일찍 부모 형제와 떨어져 가출하거나 쫓겨나 인생을 개척하는데 한번은 신 작가가 이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샤리처럼 완벽하게 사랑받고 자란 적이 없었고 이 때문에 샤리를 그리는 게 너무 힘들다 했다고. 그러면서도 샤리가 작중에서 받는 버프나 딴 작품들 여주인공 대부분이 타인들에게 둘러싸여 사랑받는 왈가닥 스타일이 대부분인 건...?
신 작가가 혈통의 우수성, 타고난 재능, 특별함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 분이 언급한 가족 내 위치, 어린 시절 등을 생각하면 그런 영향 때문인가 정도로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작가가 좋아하는 운명론, 혈통주의가 내내 비판받아온 이유는? 우월하지 못한 혈통을 지닌 사람이 성장하고 이뤄내는 모습에 비해 그 좋은 혈통 타고난 주인공이 찌질하게 못 따라가는 게 명확한 데도 결국엔 그 찌질한 놈이 이기게 만드는 전개 탓이 클 것이다.
그 좋은 혈통에 승리할 운명을 가진 주인공이 제대로 바닥에서 성장하고 위인이 되는 걸 설득력 있게 묘사했으면 작가가 개인적으로 우월한 혈통의 힘을 믿든 주인공 혈통 만세를 대놓고 외치든 비난 받을 일이 없지 않은가. 솔직히 나도 데포로쥬가 현실적으로 정당한 왕위 상속자라 얘가 왕 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아스테어 나라 말아먹는 열폭남이라 싫어했고 혈통의 힘이란 걸 유전자나 성격 측면에서 믿는 편이지만- 신일숙 식의 무조건 뛰어난 혈통이니까 다 감격해 될 놈이라 며 주목하고 도와줘서 다 이기는 게 운명이다 식 엔딩은 작품 결말마다 용두사미라고 좋은 말 못 듣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게 (.....)
샤르휘나 같은 경우 완결 본 독자들의 심경은 한 마디로 왜 태어났니~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녀의 탄생은 늘 신 작가 작품이 선호하는 '운명' 그 자체였다. 혈통부터 신의 일족으로 남의 배나 되는 초능력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가는 곳마다 파멸을 부르고 나라를 멸망시킬 운명의 산물 샤르휘나. 그 주인공의 타고난 운명, 뛰어나고 특별하지만 이러한 설정의 숨은 문제점은 이것이 개념찬 조연의 노력과 몸부림을 헛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이다.
초능력과 총명을 타고났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의 핏줄, 인간의 딸이면서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던 여성, 멸망할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평생 희생하고 고뇌한 언니 레 마누아의 노력도 끝내 그 정해진 운명 앞에서 쓸모없고 부질없어져 버린 것처럼. 작품은 내내 샤르휘나에게 '운명을 바꾸어라' 하면서 신의 혈족이자 불새의 화신 샤르휘나가 운명을 바꾸고자 세상을 작살내고 다니다속 편하게 해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특별한 운명을 갖지 못한 인간 레 마누아가 운명에 저항하고 바꾸고자 한 노력은 독자들의 공감을 샀지만 결국 샤르휘나의 운명 앞에 찌그러지고 만다. 그저 운명적이고 무조건 특별하고 아름답기 땜에 사랑이든 머든 그 운명적인 것을 타고난 찌질이들이 잘 되고 그 근처에서 죽어라고 몸부림친 사람들의 눈물과 노력을 헛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것이 한 작가, 신일숙 등이 선호하는 '운명적'ㅇ라는 코드인 게 문제라면 문제란 것.
우선 신 작가의 성향으로 살펴보자면
1. 주인공을 향한 작가의 편애- 주인공은 작가를 업고 이겨야한다 무조건!!
<아르미안...> <리니지> <파라오의 연인> <에시리자르> 같은 장편 대작의 남녀 주인공들은 다들 특별한 운명과 혈통을 약속받은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 하나도 없고, 신족이거나 초능력자거나 정통 왕손 아니면 인간 범주를 탈출한 미모 등 뭔가 운명적인 것을 타고나서 옆에 사람이 붙고, 그들은 주인공 위해 온갖 희생을 다 하지만 뒤에 알고보면 그게 다 얘들 운명이다(...) 즉 시다바리라고 부르는.
그런데 주인공의 적대자들은 대개 주인공보다 운명적인 스펙이 딸리는 사람들로, 반면 인간적인 면이나 재능에서는 주인공보다 훨씬 뛰어난 경우가 여럿이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아르미안...> 마누아와 <리니지>의 반왕.
<비운의 폭군으로 일컬어지는 아스테어. 미모와 매력, 재능을 가졌으나 저 사슬처럼 그를 칭칭 둘러싸 압박하는 운명을 끊어내지 못한 반왕>
반왕의 일생은 매우 스펙터클하다. 여자 농노의 결혼 전 초야권을 행사한 영주의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모친을 안 닮은 귀족적인 풍모와 성격으로 모친의 편애를 한몸에 받는다. 하지만 영주 아들답게 성에서 살게하겠다는 모친의 몸로비로 영주 장남의 시종으로 입성한 아스테어는 모친이 자신을 떠받들어주는 태도와 극으로 다른 천대, 이복동생도 아니고 보통 노예와 똑같이 취급하는 도련님과 하인들의 태도에서 자기 주제를 파악하게 된다.
게을러터진 도련님 덕에 대신 학문과 무예도 익혀 어지간 경지에 오른 그는 무능력 도련님 대신 노예 신분 해제를 조건으로 무예 시합에 출전, 우승까지 하지만 '짐승과 약속하는 인간이 어딨냐'는 비웃음과 노리개감으로 전락할 위기 앞에서 대폭발해 다 죽이고 엎어버리겠다고 길을 나서지만, 우연히 마주친 마녀와의 만남으로 운명이 바뀐다. 한 남자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전직 물의 요정 케레니스의 도움으로, 아덴 왕국의 데릴 사위 왕인 듀크데필 왕의 요절을 계기로 왕의 사촌동생을 가장해 아덴에 입성한 그는 철 안 든(나이 먹어도 안 들) 어린 과부인 왕비 가드니아 꼬시기에 성공해 정통 후계자인 듀크 데필의 아들 데포로쥬를 제끼고 아덴의 왕위를 차지한 것이다. 노예 신분 속이고 본명 숨기고 경력 다 바꾼 완벽한 사기 결혼인데, 사주 보면 여복으로 성공하는 전형적 케이스일 듯.
그러나 죽으나 사나 인격자인 데필 왕의 의형제들은 왕자가 성인이 되면 왕위 내놓으라는 압박으로 약속을 받아내고 왕자를 데려가 숨겨 키운다. 역시나 아스테어는 정통 후계자인 이 왕자를 죽이려다 그 의형제들을 몰살하고, 이 의형들의 희생으로 목숨 부지한 왕자는 행불 상태로 기사 수업을 받으며 성장한다. 자신을 살리려 대신 죽어간 아버지의 의형과 그 가족들의 희생을 보며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깨달은 왕자.
하지만 전개 내내 데포로쥬는 일단 시작부터 모든 것이 부모의 혈통과 연계되어 그것을 조건으로 살아나고 도움을 받는다. 아버지 듀크 데필은 상당한 인격자이자 완벽한 기사로 피도 안 섞인 까칠한 당대 호걸들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인덕을 쌓은 걸로 나오고, 외조부 데컨 왕은 요정 족장 질리언을 왕가의 수호기사로 확실히 잡아놓아 결과적으로 질리언은 어쩌든 데포로쥬를 섬겨야할 팔자가 되었다. 데포로쥬는 의형들이 죽어가면서까지 지킬 가치가 있는 듀크 데필의 아들이며 그 의형들의 자식들의 수호까지 받을 수 있는 혈맹, 외조부의 꼬붕(...)이 된 요정 기사 질리언한테 달려온 요정 일족, 그리고 가드리아 왕비의 외가로서 자기 혈족이기도 한 공국의 도움까지 받는다.
전개상 그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은 데포로쥬 본인의 역량과 인간성에 달려 자신의 온후함, 위엄으로 영입에 성공하는 모습으로 나오지만 시작을 살펴보면 그 부모의 인덕으로 이미 발판이 빵빵하게 마련된 상태였던 것이다. 진짜 고이즈미가 국회의원 됐을 때 소감인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은덕을 곱빼기로 받아 당선 됐다"는 말이 그대로 적용된 모양새(..............) 당연 데포로쥬가 고이즈미 수준인 건 아니지만 그야말로 혈통빨이 ㅎㄷㄷ;;;
하지만 이런 데포로쥬의 온후함은 반왕의 카리스마에 밀려 쩌리가 된다(...............)
골 빈 과부를 꼬드겨 왕위를 차지한 기둥서방 아스테어는 즉위하자마자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친다. 소국이던 아덴의 영토를 끊임없는 전쟁으로 늘려놓고, 그 선봉에 서는 용맹한 왕, 카리스마 쩌는 언행과 내재된 열등감, 고뇌 등은 독자를 매료시키기 충반한 요소였다. 그렇게 아스테어는 데포로쥬보다 뛰어난 인물로 각인되고, 실제로 산전수전 다 겪은 반왕과 액면가만 높았지 스물도 못 된 어린 왕자는 막판 대결을 펼치는데 막판까지 데포로쥬는 반왕에게 처절하게 밀린다. 반왕이 처절하게 발려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당하는 판국이 되자 데포로쥬 측은 기둥서방인 줄 알았던 놈의 역량이 저 정도로 뛰어났음을 깨닫는 것이다. 막판에 반왕과 둘이서 현피를 뜰 때도 현실적으로 데포로쥬는 반왕에게 정말 떡 되게 밀리며 주인공 체면 말아먹고(................)
헌데 바로 이 부분에서 그야말로 작가의 말도 안 되는 농간이 '운명'이라는 형태로 터진다. 칼이 부딪칠 때 부러진 칼 끝이 다른 데도 아니고 왕자를 내리치려는 반왕의 이마 한 가운데 꽂힌 것. 그리고 반왕은 그동안의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며 정말 간지나게, 악역치곤 개간지를 뿜으며 사망한다. 말 그대로 '특별한 혈통과 운명'을 가진 주인공을 이기게 하려고 '운명'처럼 칼 끝이 우연히 악역을 제거해 주어 그 뛰어난 혈통의 주인공이 이기게 한 완벽한 케이스로, 그 주인공을 이기게 해버린 결과 반왕 편이던 독자들의 원망은 물론 데포로쥬는 찌질이로 남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능....................
누가 봐도 매력에 있어서는 주인공과 악역 중 악역 퀄리티가 쩔었던 만화 <리니지>. 독자들은 이런 전개를 두고 상당한 비판을 가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 덕 아니었음 뭣도 아니고 강제 요절당했을 어린 놈인데 부모 인덕과 혈통빨로 아예 자리 찾을 준비 미리 다~ 놓아주고 아무리 봐도 훨씬 뛰어난 놈은 순 어거지로 주인공에게 죽어 그 찌질한 어린 놈이 승리하게 만들었다고. 작가의 운명과 뛰어난 혈통에의 집착이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만들었고 반왕이 이기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독자가 상당수 존재했을 정도로 반왕은 극적인 캐릭터성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다. 하지만 이런 인기가 무색하게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반왕은 그 카리스마를 빼고 왕으로서 평가하자면 정말 왕의 자격이 있고 국왕에 어울리는 인간이었는지 읽어보면 답이 나온다.
신분과 이름 다 속이고 여자 꼬드겨 결혼 통해 왕위를 획득한 건 작게는 본인 능력(...)이고 사기결혼이라고 해도, 그 뒤의 행적은 답 안 나오는 완벽한 폭군이다. 간략하게 훑어보자면
아스테어가 왕이 된 후 대외정복을 통해 아덴은 영토가 훨씬 늘어나고 아스테어는 왕으로서 탄탄한 권력을 휘두르지만, 아쉽게도 그의 역량은 내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우선 끊임없이 전쟁 일으켜 대는 통에 국가 재정, 민중 생활은 파탄 수준으로 전락하지만 아스테어는 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에 대한 대책이나 민중 생활 개선책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오질 않으면서 자신의 정복사업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며 내가 왜 반왕임? 요 지랄. 한 마디로 무식해서 용감하다보니 통치 능력이나 선정 의지 같은 거 뭔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둥서방 노릇으로 뒤에서 거느린 마녀를 통해 정적들을 제거하는데 문제는 이 마녀를 써먹기 위해 동생 통제를 전혀 안 한다는 것. 마녀 케레니스는 아스테어의 씨다른 동생 마팅겔의 몸을 통해 활동하는데 그 부작용으로 마팅겔은 점점 광기를 통제 못해 하루 멀다고 귀족과 백성 가리지 않고 행패를 부려 죽음으로 몰아넣으나 아스테어는 이를 전혀 말리지도 않고 동생을 가두지도 않은 채 풀어놓고 방치한다.
마팅겔의 행패가 여럿에게 피해를 준다는 걸 뻔히 알고 마팅겔에게 딸을 잃은 귀족이 항의하자 근신시키겠다며 끝. 열받은 아버지와 오빠들이 뒤집어지자 '감히 왕이 내린 결정에 불복하고 왕의 안전에서 칼을 빼든 반역자'로 일가 몰살시키기도 주저 않아 귀족들의 신임마저 잃는다. 마지막에 아스테어에게 남은 놈들은 돈에 미친 용병들과 기사로서 능력+카리스마에 뵈는 게 없는 등신같은 기사들 뿐. 즉 사람 다루거나 정치력, 자기 신변 관리조차 전혀 안 되며 그 필요성도 못 느낀 머저리.
그 통치 하에서 아덴의 영토는 몇배로 늘었지만 계속 되는 전쟁에 백성은 세금으로 등골이 휘는 데다 반왕에게 저항하던 국내 귀족의 영지들은 일가를 몰살하고 용병에게 주어 그 새 영주의 수탈로 유지가 안 될 정도고 나라의 영토가 거진 외국인에게 넘어간 판. 거기다 마팅겔 일당에다 용병대의 횡포, 이를 용인하는 아스테어의 공포정치, 남편과 아들을 잃은 가구가 늘면서 노동력 감소에 흉년이 겹쳐 나라는 폐허 비슷한 지경에 이르지만 아스테어는 이런 어려움은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그 결과 얻은 아스테어의 별명은 '반왕' 즉 왕이 아닌 왕이다.
귀족과 백성 다 죽을 맛이니, 이런 걸 왕이라고 언제까지 당해줘야하는지 사람들은 데포로쥬를 기억하게 된다. 아들딸 줄줄이 자식교육엔 죄다 실패했지만(질리언은 데컨 왕 자식들을 다 왕자라는 이름의 천박한 놈들이라 그러고 하나 있는 딸년 가드리아는-_-) 그래도 괜찮은 왕이었던 데컨 왕의 손자, 완벽한 인격자였던 듀크 데필 왕의 아들로 정통 왕위계승자인 데포로쥬 왕자를 기다리게 된 것이다. 귀족들이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입만 떼도 뻑하면 반역이라고 죽이기 일쑤니 찌그러진 판에 백성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 혈통적, 권리면에서 정당성과 우위를 갖고 귀족들의 구심점도 가능한 왕자가 정치적으로도 필요한 상태였다. 거기다 결혼식 때 분명 다들 보는 데서 왕자가 성인이 되면 왕위를 넘기겠다 약속한 바 있으니 반왕에게서 벗어날 기회로 여긴 것이다. 아무리 정당한 상속권자가 나타났다 해도 지지하는 놈들도 없이 순식간에 아스테어가 몰락한 이유는 잘 생긴 병신 카리스마 넘치는 폭군, 백성과 귀족 모두 못 살게 굴어 인심을 잃은 무능한 왕이었기 때문.
작중 언행으로 미루어 아스테어는 제왕학이나 정치를 배우지 않은 농노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왕은 모든 것을 맘대로 할 수 있는 그저 무소불위의 존재라고만 생각한다. 귀족과 신하, 백성은 그저 왕에게 복종해야할 존재였을 뿐 감싸고 밀고 당기고 포용해야할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왕은 망나니 동생을 싸고 돌아 피해자를 양산하든 전쟁으로 수탈하든 맘대로 해도 괜찮고, 이에 따ㅡ지 않거나 딸을 잃은 아비의 항의조차 감히 왕에 대한 불복종이며, 왕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무조건 씨를 말려야할 반역자로 인식하고 실행해도 좋지만 왕에게 반감을 가지는 것은 반역죄다. 실제로 자신에게 약간이라도 반항하는 가문은 아예 영지 자체를 몰살하는 만행을 아주 먹고 살듯이 저지르는데 이게 왕이 할 짓이냐. 팬들은 그래도 좋다는 건지 어디 모자라서 모르는 건지;
그러면서도 그는 '누가 나를 반왕이라 부르는가?'라고 억울해한다. 왕은 무조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해도 좋고 거기에 복종하지 않으면 반역자라는 극단적으로 배워먹지 못한 인식을 가졌던 아스테어의 한계, 결국 그 부메랑으로 막판 대결 때 귀족들은 단결해서 아스테어에게서 제일 먼저 등을 돌리고 이어서 지방 영주들, 백성 중 누구도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아스테어가 선정을 베풀었거나 최소한 그 무력으로 외침을 막아내고 평화를 유지하는 평범한 정도의 왕이었다면, 적당히 정복전쟁을 벌이며 내치에 신경쓰고 귀족과 신하들을 대우하고 백성의 삶을 위하는 온후함과 정치력을 보여주었더라면, 그럴 때 뭣도 없는 어린 놈이 정통 왕자라고 왕관 내놓아라 주장하고 나섰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한꺼번에 그에게서 등돌리고 배신했을까?
<저 년이 지배하는 헬조선에 집세 내는 개념으로 못 떠나서 사는 나같은 사람이 많을 텐데... 닭으로 모자라 아스테어를 왕으로 모시고 함 살아봐야 한다면...?>
'누가 나를 반왕이라 부르는가? 왕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왕관을 얻은 자에 비해- 왕관를 차지하기 위해 이토록 노력해온 내가 부당한 왕이라 불릴 이유가 무엇인가?'
아스테어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 사람이 반왕 취급 받은 건 단순히 노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가 왕다운 왕에 대한 인식과 상식이 없고 폭군이었기에 왕위를 얻은 후 지킬 자격이 없었다는 점이다.
출신에 대한 열등감과 본적을 숨기려고 고향을 짓밟아 몰살하고 자신을 그토록 사랑한 모친과 부친마저 죽게 만든 후레자식, 아덴은 사랑했지만 국민은 사랑하지 않았던 반왕, 스스로가 아덴을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왕답다고 자랑스러워했던 업적과 자신이 정통이라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아스테어의 몰락은 너무나 빨랐고 자업자득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아덴은 자기 것이고, 자신만이 주인이며 넘겨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악에 받쳐 데포로쥬 군을 바르고 다닌다. 13년간 왕위를 지키고 강대국으로 만든 자신을 외국인으로 취급한다며 격분하는 아스테어는 어떻게 보면 자기 잘못이 뭔지 전혀 모르고 자아도취에서 못 벗어난, 그냥 죽을 때까지 정신 못 차린 놈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 방식, 철저하게 자기 나름으로 아덴을 사랑했던 그는 스펙터클한 인생과 기사로서의 능력 때문에 새 왕에 의해 전 왕으로 대우받으며 묻힐 수 있었고 이후 결말은 다들 해피해피 선정 모드~로 흘러간다.
객관적으로 보면 사실 데포로쥬가 이겨야하는 건 매우 당연한 결과였다. 엄연히 신분제와 국왕제로 유지되는 시대, 혈통이 왕권에 필수인 시스템 하에서 이미 핏줄이고 운명이고 간에 왕위는 적법한 왕위계승권자의 장남 데포로쥬 것인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권리를 반왕 쪽에서 가져가면서 영구 차지하려고 데포로쥬를 죽이려 한 것에서부터 이미 이미지 베렸고, 그 매력을 걷어내고 본 아스테어는 재능을 못 펼치던 농노 출신에서 왕으로 급 출세했지만 그만한 역량은 못 갖췄던 노비(도련님 과제를 대신 해줄 정도로 어느 정도 학식은 있지만 재능은 온전히 무예 쪽 명장이 될 수준), 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일자무식 머저리, 죽을 때까지 떨치지 못한 핏줄과 출신에 대한 열등감의 반작용으로 카리스마가 폭주해 인간성 개판이었던 열폭남이었다.
일단 <리니지>의 전개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결국 혈통의 힘을 이기지 못한 고독한 영웅 vs 운명과 핏줄과 작가를 업고 영웅을 이긴 어린 풋사과의 대결을 그렸지만 어떻게 보면 반왕의 재능은 무예 쪽으로만 한정되어 있었고 내치 능력도 의지도 없이 폭주하던 카리스마가 결국 온후하고 남을 끌어들이는 포용성을 갖춘 인간미, 진짜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실은 왕의 재목으로 어울리는 재능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시작은 부모 혈통빨로 다 살아남고 편 얻고 했으나 그 사람들이 단지 데포로쥬가 전 왕의 아들이라서, 정통 왕자라서 의무적으로 편에 붙어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을 진심으로 매료시킨 것은 데포로쥬 그 자신 능력이었다. 자신을 지키려 희생하고 죽어간 사람들을 잊지 않고 그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을 성장시켜간 것, 그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의 헌신을 이끌어내는 능력, 자신 또한 그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데포로쥬의 심성은 최소한 배려 따위마저 팔아먹은 반왕이 갖지 못한 장점이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혈통 나쁘고 안 좋은 환경에서 극한 체험으로 자란 놈이 혈통 좋고 사랑받은 놈한테 발린 모양으로 끝나버려 대실패했지만, 최종적으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면이 아닐까 싶다. (후편에 쓰겠지만 리니지 혈통론의 교훈이라면 내 하기 따라 자식의 장래가 바뀌니 빽을 저 정도 만들어 줄 수 있을 만큼 성품 행실 잘 해놓자...? 그 정도......??)
또한 신 작가는 결국 이런 서문으로 자신의 혈통우월론을 인증한 바 있는데
신 작가의 작품에 거의 등장하는 '뛰어난 혈통의 우월성'은 신 작가를 대표하는 코드가 되고 실제로 신 작가가 자신은 인터뷰에서도 뛰어난 혈통과 혈통의 힘을 믿는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작가의 신념이자 취향으로 굳어지고 마는데
훗날 적통 왕자로 나서 어릴 때부터 제왕학을 익혔음에도 본인과 똑~같은 여자를 만나 라나의 중심에서 혼인을 외치는 통에 반왕 짓거리를 능가하는 남자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니........
********그리고 덤. 이 작가 작품에서 여캐는 다들 정상인데 남주- 그녀들 운명의 상대라는 작자들은 다들 어딘가 나사가 빠지거나 딸리는 놈으로 나온다. 예전엔 여캐가 주인공이라도 남주에게 의지하거나 여주를 휘어잡는 내용의 만화가 많아 남주가 여주보다 월등하거나 강한 케이스가 많았는데 신 작가는 일찌감치 여주가 남주한테 전혀 밀리는 거 없거나 오히려 뛰어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아르미안..,> 보면 기르샤 여왕부터 딸인 네 자매 모두 남자복은 지지리 없다는 게 정확하다. 마누아는 동생 애인 뺏고 동생 팔아먹어가며 빼앗은 운명의 상대가 꿈 먹고 사는 낭만주의자에 얼굴 반반하지만 우유부단에 유약한 귀공자, 스와르다는 자포자기한 본인 탓도 있지만 남자가 지 멋대로 데려와 놓곤 멋대로 질투해 죽이고 아스파샤는 평생 쫓아다녀 결국 다 늙은 영감탱이를 얻고 자기만족, 샤르휘나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 평생 강제독거하게 된 질리언도 그렇고 남캐들이 대부분 신체 성격 등에서 한가지씩 극심한 결함이 있는데 남자가 별로 떨어지지 않아도 여자 캐릭터가 상당히 뛰어나 남주를 능가해버리는 것도 많다. 반면 반왕이 남자로서 그닥 떨어져보이지 않고 오히려 매력적으로 그려진 건 같이 사는 가드리아, 케레니스 등이 그를 능가하는 비융신이어서 그럴 지도...?
2. 반드시 써먹고 싶은 취향을 고수한 결과- 시대 따라 진화하는 민폐녀
한 작가는 프린세스를 그리면서 중반쯤에 아래와 같은 인터뷰 한 적이 있다. 당시는 이슈 잡지책에 실린 것이지만 팬들이 인터뷰를 손으로 쳐서 올리는 식으로 카페에 올라와 인터넷상에 남은 인터뷰로 뭔가 그 작가의 취향이나 기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요소들을 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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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사극 <프린세스>를 하시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나 특히나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요?(이제껏 해 오신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배경 자료 구하기가 어렵고, 열 권이 넘어 가는 작품이 처음이라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예쁜 복장 그릴 땐 재미있기도 해요.
2. <프린세스>의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에요? 그리고 그 이유는? 그리고...'May Queen'의 계절, 5월을 맞아 <프린세스>를 5월의 작품으로 선정했는데, 5월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캐릭터는 누구며, 그 이유는?
처음부터 에스힐드에게 웬지 정이 갔는데.(나도 모르게 그것이 내용 중에 드러났는지 주인공을 제치고 인기가...)
그 시대에 여자로 잘못 태어나 모든 제약을 받음에도 꿋꿋이 헤쳐나가는 여장부여서 응원을.
3.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비욘입니다. 한 여자만을 사랑해서 나라까지 잃게 되는 비운의 왕으로서 요즘 시대엔 잘 안 어울리는 역할인데,
그래도 애정을 갖고 봐 주세요.(프레이야의 아버지니까...)
4. 강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스카데이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아하지요(^^)(우리 화실에서 제일 인기 많은 캐릭터)
그러나, 사실은 애인으로도, 남편감으로도 별로 좋지 않은 성격이더라구요...
(잘 생기면 못된 건 다 용서가 된다지만 살아들 보라구요...)
5. 스카데이와 라라는 계속해서 엇갈린 사랑만 해야 하나요?
이미 맺어진 거 아닌가요? 둘의 성격 상 마주 보고 따뜻한 미소를 날리며 등 뒤의 하트를 달아 줄 순 없는 일. 그러나! 사랑하는 건 분명하지요.
6. 스카데이가 비이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데...설마, 비이를 납치하는 건가요?! 스카데이의 비가 되는 것인지?!
뒷 얘기를 다 하면 무슨 재미, 계속 지켜봐 주시어요.
7. 프레이야는 언제쯤 등장하나요? 프레이야는 어떤 성격인지 참 궁금해요.
비이의 배가 점점 불러오니 조만간-. 프레이야의 성격은 비이와 반대입니다.
(굳쎄고, 왈가닥이고. 한마디로 아무도 못 말리는...)
8. 주인공인 프레이야의 운명의 상대자가 시벨과 히로이크 가운데 있나요? (우선 yes와 no로 답해 주신 후, 부가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있습니다. 프레이야는 그 운명의 상대자와 삼국을 통일합니다.
9. 정치적인 책략이나 갈등의 묘사에 있어 참고로 하는 자료가 있다면요?
이 질문과 아울러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해요. (선생님께서도 역사 드라마<왕건>등등을 시청하시는지^^)
왕건은 안 봅니다.(역사물을 좋아하는데 어쩌다 처음을 놓치다 보니 안보게 되었어요)
14, 15세기의 세계 상황을 알기 위해 「바다의 도시이야기」(시오노 나나미作)을 봤습니다.
(그 시대의 군사력이나 병기의 등장, 이런 것의 참고를 위해서, 정치적 책략이나, 갈등의 묘사를 참고하는 건 없습니다)
그리고 여가 시간엔 드라이브를 많이 해요.
10. 마지막으로 <프린세스>의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기나긴 여정. 끝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힘들 때 따뜻한 격려도 부탁드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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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서사시 그리면서 책 한권 봤다고 하는 말이나... 프레이야 성격이 비이와 달리 왈가닥이고 못 말리는 어쩌고나... 이런 거 일단 미뤄놓고라도...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은 딱 2번.
젤 정이 가는 캐릭터가 에스힐드라고 한 부분!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면, 전편들에서 진탕 말했듯 작가는 이미 행동과 전개로 제일 사랑하는 캐릭터를 팍팍 티내며 보여줬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비욘과 비이 위주로 돌아가기 위한 그 전개에 독자들이 학을 떼기 시작하던 상황에서 난데없이 젤 좋은 캐릭터는 에스힐드^^ 했으니 독자들의 반응은 격하게
what? 나니요? 뭐라고요? 어디서 거짓말이얔ㅋㅋㅋㅋㅋ
안 속아요!!!!!!!!!!!!!!!!!!!!!!!!!!!!!!!!!!!!!!!!!!
한 작가는 이미 모든 면에서 비이를, 비이를 위한, 비이에 의한 만화를 그렸고 자신의 취향과 여성관을 그야말로 집대성해 보여주었다. 남자에게 기대고 의지해 목숨을 부지하고 지켜달라 뭐 해달라고 징징대 남들 힘들게 만들고 사랑 때문에 남들 시선이나 피해 따윈 신경 안 쓰며 자기 연민에 쩐 청순가련민폐 여성상을. 문제는 이런 여성상이 한 작가 타 작품에서도 주조연으로 안 빠지고 등장하여 욕을 쳐먹는데 그런 여주들의 단점을 아주 극단적으로 모으고 확대시켜 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그 누구한테서도 욕 먹지 않고 오로지 착하고 순수한 눈물 많은 청순가련녀로 사랑받는 요상한 전개가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비이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여캐가 있으니, <빅토리 비키> 여주인공 빅토리아의 모친 그레이스 스펜서 백작부인.
젊은 나이에 웃음 하나로 젊은 스펜서 백작을 잡았으나 가문의 내림으로 남편이 단명하고 겨우 낳은 유복자 딸을 의지해 살아가는 그녀는 남편 없을 뿐이지 하고 싶은 거 다 누리고 산다. 서방이 시퍼렇게 눈 뜨고 살아있을 때부터 얼쩡대며 자신을 짝사랑하는 남편 친구와 썸 타면서 남편 재산 펑펑 쓰며 온갖 파티에 빡시게 꾸미고 쫓아다니는 게 일이고, 취미는 쇼핑이요 특기는 눈물바다. 분명 착하고 순수하지만 머리는 텅텅이고 사치한다고 싫은 소리 좀 하려고 하면 자기는 슬프면 쇼핑을 해야 풀린다며 그리 서럽게 쳐우는 걸로 입을 막아버림이 주특기여서 호랑이같은 시할머니도 호통을 치다가도 눈물바람하면 골 때린다고 입 다물고 시어머니는 다시 없을 천사표니 누가 그녀를 말리는가. 그리고 딸에게 온갖 사랑을 과하게 쏟는 모성애로 그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도 비이와 똑같다-_-;
<본인을 사랑해주는 남친을 이용해먹는 방식>
<그러고는 시할매가 싫으면 걍 집에 있으라 하자 곧장 꾸미고 파티에 쫓아간다
저 집안은 대기업 오너인데 저 여자 직위는 사장인데 일이나 할 줄 아는지 의심스러운 머리... 무조건 쇼핑, 패션, 이런 저런 드레스 입고 무도회 쫓아가는 게 본업인 파티 걸>
하지만 이러고 사는 데도 누구 하나 그녀를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 직위는 사장인데 빡세게 꾸미고 쇼핑에 파티 다니는 게 일이고 돈 쓰는 재미에 살며 지 뜻 대로 안 되면 울고 불고 떼쓰고 억지 부리는데도 그 무서운 시할매도 그녀를 어쩌지 못한다. 오히려 시할매는 이 여자가 남편 생전부터 썸 타온 어장관리남과 애절한 사랑을 막고 재혼 방해에 악착같은 악역으로 그레이스를 불쌍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그저 그레이스는 순수하고 눈물 많은 착한 여인처럼 평가되어 골 텅텅 사치 떼쓰기는 극진한 모정과 더블 포장되어 나올 뿐이다. 딱 이렇게.
다른 만화가들이 작품마다 스타일 다른 여주를 쓰거나 민폐든 뭐든 같은 스타일의 캐릭터나 말많은 타입이나 비슷한 소재는 한 두번 쓰고 마는 경향을 생각하면 반드시 이런 캐릭터를 집어넣는 작가의 여성관, 여성에 대한 사상은 보수적인 걸 넘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손자까지 본 할머니 세대라 여자는 시집 잘 가면 장땡 수준의 여성관을 갖고 있을 거라 감안해도, 긴 세월 그토록 비판을 받고 욕 먹는 여주를 작품마다 꿋꿋이 그리고, 심지어 그 욕 먹는 이유와 요소를 골고루 그것도 확대시켜 갖춘 여주를 대서사극 여주인공으로 또 만들었다는 건 이쯤 되면 그게 작가 취향의 여성, 옳다고 믿는 여성상이라는 의심을 사기 충분한 짓 아닌가?
그런데 그런 여주인공은 한 작가 하나로 그치지 않았다. 바로 고전작 <비운의 사파이어>라고, 내용 및 캐릭에서 비이의 전신의 전신 같은 면모, <프린세스>의 마인드를 너무나 판박이로 보여주는 캐릭터이기 때문.
정말이지 내가 이걸 책으로 봤을 나이가 아닌데;; 어디서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는데;;; 기억에 남아있는 만화. 내용은 정말로 거시기하게 프린세스를 빼다박았다. 어느 정도 기억에 남은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아라비아의 왕자 알타이르는 옆나라 강대국 세렌디브의 파타리로인지 파파야인지 아무튼 공주님과 약혼을 한 남자다. 역시나 국가를 위한 정략결혼(!), 거기다 미남인 죄로 여자한테 찍혀서 하는 결혼이 내키지 않았던지 왕자는 바깥 마실을 나갔다가 웬 길바닥에 앉아 노래 부르던 소녀를 만난다. 바로 여주인공으로, 왕자는 얘한테 반했는지 억지 약혼에 열 받았는지 결혼 증표가 될 반지를 줘버린다(!). 근데 여주인공 사파이어도 좀 대책없이 골 때리는 애였다. 찢어지는 집구석에서 부모는 없고 새엄마랑 같이 살던 그녀는 원래 좀 이상한 애였다는 점에서 비이랑 비슷한 스타일(!)로, 맨날 쳐나가 길에서 노래하는지 하프를 뜯는지 그러면서 왕자님과 결혼하고 싶다 그런 망상을 하던 애(!)였던 거 같다. 그런데 진짜로 왕자가 나타나 덜컥 반지를 주고 가 망상이 시크릿으로 대박 날 기미를 보이지만(!) 새엄마는 당연히 얘를 개구박하고 어찌어찌 전개되어(이복동생 때문이었나...? 헷갈려서;) 얘는 진짜 집에서 쫓겨난다.(!)
헤메다 결국 텐트를 치고 잤었나 아무튼 노숙하던 그녀는 산적에게 붙들려가고, 순정만화답게 지극히 건전히 얘네 소굴에 감금당한다. 이 와중에 증표인 반지를 길거리 미친년한테 준 왕자는 당연히 파파야 공주한테 조낸 털리다 어케 사파이어를 찾아 산적 두목한테 출세시켜 주겠다며 사파이어를 반환받기로 쇼부를 친다. 왕자도 그렇고 여주도 그렇고 둘 다 제정신이 좀 아닌지라 남녀 주인공이 개념을 말아먹고 공과 사를 구분 못하다(!) 약혼반지에 목숨 건 파파야 공주는 이 남녀 주인공을 징하게 털려다가 간덩이가 쳐부은 남주 왕자는 오히려 공주를 역관광시켜 어디 처박아놓는다. 당연히 세렌디브에선 공 좀 세워서 후계자로 신분 상승하려던 그녀의 오빠 중 한 명이 동생을 구하러 대규모로 쳐들어오는 바람에 그만 나라는 전쟁의 소용돌이로(!)
근데 그 와중에 이 오빠는 지 동생 그 꼴로 만든 사파이어한테 홀랑 반해 삼각구도(!)에 빠지고 결론은 개싸움 끝에 이 주인공 연놈 빼고 다 뒤지고 나라는 폐허가 되었다.........
이것만 기억나는 만화;;; 이 와중에 사파이어는 희대의 명대사로 손색없는 '사파이어는 그저... 왕자님과 결혼하고 싶었을 뿐이에요...'가 심히 골룸하게 남아있는 고전작.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ㅋㅋㅋ 한 작가 남편 김 작가의 대표 고전작이라는 것.
다 알다시피 한 작가의 만화 스승은 김 작가. 만화 스승과 문하생으로 만나 이런저런 소문과 같이 결혼에 골인, 여러 작품을 같이 한 이들 부부의 작품을 보면 그림체에서부터 스토리, 특징, 요소 등 되풀이 되고 겹치는 부분이 정말 많다. 주로 삼각관계, 형제 자매가 이성 하나를 가지고 경쟁하는 구도, 남의 애인한테 눈독 등;;; 물론 작품 활동은 김씨가 훨씬 앞섰으니 스승이라서 한 작가가 영향을 받은 건지 본래 그런 스타일인데 코드가 너무 잘 맞아 결혼까지 간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작품 면에서는 진짜 소울 메이트라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을 정도.
이러니 사파이어-그레이스(그 외)로 이어지는 청순한 뇌의 민폐 여주 스타일이 굳어지고 집대성되어 결국엔 '그저 왕자님과 사랑하기에 결혼하고 싶었던' 비앙카스타라는 캐릭터로 탄생했고 앞서 작품들의 민폐 요소가 통합되어 <프린세스>라는 대작(...)으로 태어났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문제는 이들 부부가 보호받고 기대는 그러한 여성상을 그려대고 있는 동안 같은 시기 다른 작가들은 주체적이고 행동하는 용기있는 전사 혹은 민초형 여캐들을 그려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80년대부터 90년대에는 <라이언의 왕녀> 라이아나와 <북해의 별> 아델라이드처럼 데뷔작에서부터 여장부 혹은 청초하지만 강하게 성장하는 여주를 내세운 작품이 나오고 있었고 이어서 샤르휘나, 마누아, 소서노, 아라, 연에 이르기까지 능력과 용기를 갖추고 성장하는, 개고생하면서도 꿋꿋한 용기를 보여주는 '강인함'과 우악스럽지 않고 애달프게 사랑할 줄 아는 '여성성'을 갖춘 스토리들이 주를 이루며 사랑받기 시작할 때 한 작가는 여전히 그런 여성상을 유지하며 비이라는 여캐를 창조했고 그 비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붓고 미화해주기 바빴다. 이 양상을 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자 캐릭터는 현 세대와 심각한 괴리가 있고 그 때문에 비이는 욕을 얻어 쳐먹을 수 밖에 없는 숙명에 놓여있었던 것 같다. 작가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여성상은 현 세대에서는 걍 이상한 여자일 뿐이니까.
작가랑 비이 쉴드파들은 본래 비이가 청순가련으로 사랑받는 캐릭이었다고 난리 치며 세월이 지나 시대가 달라져서, 독자 정서가 달라져 욕을 먹는 걸로 바뀌었다고 우기는데 말도 안 되는 게, 연재 당시에도 비욘 비이는 미친 듯이 욕을 먹었고 독자 인기 투표에서도 꼴찌를 맡아놓았으며 책 속 엽서로 난리치는 독자가 많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막 인터넷 초창기에 만화 카페들, 프린세스 팬 카페 등이 생겼을 때도 비비는 치열하게 욕 먹고 그에 반대해 쉴드파가 카페들을 오가며 혈투를 벌인 것도 맞다. 정작 어렸을 때라 만화 갖고 왜 그런지 몰랐는데(..............)
그러니 작가가 비비 욕 먹는 걸 몰랐을 리가 없고, 인터뷰로 인증한 적도 있었다. (가슴 아프게 안 된 아이를 꼽는다면 비욘과 비이... 처한 상황도 고달픈데 욕까지 먹고 있으니...어찌했어도 일어났을 전쟁을 미리 간파하고 바르데르를 견제하다 오히려 일이 그렇게 진행된 요인도 있었는데... 이렇게 대답) 그런데도 전~혀 바뀌지 않고 오히려 욕 먹는 포인트를 다른 것으로 덮어버리려는 작가의 미화가 너무 심했고, 작가의 건강 문제- 팔을 혹사하는 직업에서 많이 걸리는 손목 터미널 증후군이라는 팔 질환-로 프린세스는 연중을 맞았다. 그런데 또 이것도 웃겼던 게 연중 후 하도 독자들이 작가님 건강문제라고 그 말을 하다보니 잘 모르는 이들은 작가가 무슨 죽을 병 걸렸다 살아난 것처럼 구사일생(.....) 사투 끝에 승리해 재연재하는 것처럼 아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 손목 터미널 증후군이 죽을 병이었던가요...
덧붙여, 한 작가가 가진 희한한 판타지랄지 로망이랄지... 작품마다 안 빠지고 등장하는 요소 중 하나.
전편 글에서 잠깐 말했던 '웃음'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특유의 웃음을 매력으로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웃음은 부모나 할매 등에게서 물려받아 주인공의 유전적 특혜(?) 혹은 특징으로 작용한다.
농담 아니고, 이들은 한번 웃을 때마다 사람들이 녹아나서 반하고 무조건 잘 해주고 난리 굿판. 이 장면은 완전 프린세스에서 몇번씩 나오며 비이와 프리의 노예를 양산하는데 쓰이고 한번 웃어주면 나라도 굴러들어올 듯..........
<요절한 아빠를 닮은 밝은 웃음>
<외모가 아니라 웃음으로 그 에미를 떠올리게 만드는 굉장한 스킬
빅토리아의 웃음은 다 무장해제시키는 할매 닮았다고 등장인물이 그러는데
할머니와 부모한테서 그 웃음을 다 기가 막히게 물려받았나 봄>
<그저 웃음>
<저리 팔 벌리고 웃어제끼는 구도를 선호하는 듯
혹은 이미 빅토리 비키에서 한번 썼다는 걸 작가가
까먹었거나;>
<지켜주지 못하면 용서가 안 될 정도의 마성의 웃음>
<아무 생각 없이 웃기만 해도 여자 후리는 마성의 웃음>
<개자식인 것도 감수하게 하는 대단한 웃음>
...작가님 혹시 웃음전도사 해보실라고요...?
질문
리니지 독자들은 계속 가드리아가 반왕에게 빠진 건 마녀 케레니스 마법 때문이라고들 주장한다. 반왕에게 넘어간 건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 그런데 도무지 본인은 리니지 계속 읽어도 이런 부분이 어디 나오는지 절대로 모르겠네요~
반왕이 가짜 신분으로 아덴에 입성한 순간 가드리아는 그를 눈여겨보다 사랑에 빠진다. 사랑을 모르던 그녀는 그에게 미친듯이 빠져드는데 이것이 케레니스의 농간이라고. 그런데 내가 읽은 바로는, 케레니스가 그녀에게 반왕에게 빠지는 마법을 건 부분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드리아가 연정으로 고민할 때 말려야할 주변 사람들이 케레니스의 마법에 빠진 듯 둘 사이를 호의적으로 보거나 하는 삘은 있는데, 가드리아는 그런 거 없이 순수한 본인 열정으로 반왕을 사랑하고 파탄 때도 반왕에게 그리 말한다. 문제는 그녀가 반왕을 지나치게 사랑하고 의지해 세상 젤 착한 놈으로 착각하고 폭군인 거 알지도 못하면서 쉴드치는 부분인데, 이 때문에 가드리아가 그토록 반왕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건 마녀의 마법 때문이라는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서 돌게 된다. 술집에서 백성들이 그런 얘기를 하고 가드리아 유모가 그녀에게 이런 소문을 전하는 장면도 있다. 그런데 케레니스가 가드리아로 하여금 반왕에게 빠지도록 조종하는 부분은 아예 없다. 만화 전반을 통틀어서 케레니스는 가드리아를 미워하고 질투하지만 어떻게 농간을 부리거나 손대지는 못하는데 말이다.
즉 가드리아가 이 남자에게 미친 건 본인 수준이 딱 그거 밖에 안 되어서... 남자 하나에 미치면 뵈는 게 없는 골이 텅텅 에미나이여서 이게 답 같은데 케레니스가 가드리아한테 이 놈 사랑하라고 조종하는 부분이 있는지 아는 분 답 좀 주시오~
몇 안 볼 것 같지만 다음 편
2. 주인공에게 본인을 투영해 그리다 실제 믿어버리는 망상 작가- 무슨 말 같잖은 소리를 하고 있어 짜증나게
-블루 이씨의 망언 사태
영웅 클리셰 짬뽕, 그러나 선택적 짬뽕
비이 앞에서 역대 악녀들을 비교하다
첫댓글 제가 중학생때부턴가 프린세스가 연재됬었죠 그림체와 드레스에 반해 열심히 봤는데 뭔가 풀리지않는 의문점이 많았고 제가 성인이되어서,그라니아님의 글을 보고 비로소 그 의문점이 풀렸죠 옛날엔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되지 않던 시절이고 그 예쁜 그림체에 반해 부덕이 미덕처럼 그려진 만화를 보면서 저같은 많은 여인네들이 푹 빠졌겠죠 프린세스 작가가 실수한게 있는데 옛 시절의 버려여야할 미덕으로 그려진 부덕을 보여준다는 것인데 요즘 팬들은 예전의 문장하나하나에 눈물흘리는 팬들이 아니예요 판단히고 비판할줄만큼 성장했는데 옛시절의 부유물에 빠져 판단력을 크게 놓친거 같네요
한승원 작가 인터뷰 원문 보고 멍해졌습니다. 정치적 책략이나 갈등의 묘사를 참고하는 건 없다니, 명색이 <프린세스> 같은 서사적 스케일의 작품을 그리면서, 자료조사 안 한다는 발언을 저렇게 태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못해 신기할 지경이예요.
저 인터뷰 보니, <건담 철혈의 오펀스>라는 2016년작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일화가 떠올랐더랬습니다. 제가 감상한 적 없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제작진이 전쟁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면서 전쟁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야쿠자 이야기처럼 되어버렸더라고 인터뷰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 인터뷰와 한승원 작가 인터뷰가 닮은꼴이라 한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요?
두작가 모두 자신의 생각?코드에 지나치게 집착한 느낌이있지만 차이점은 개연성의 문제라는 생각이들어요. 프린세스는 모든 사건에 너무 개연성도 없고 법도나 제도도 사랑이 다 뛰어넘죠.
글재미있게잘읽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케레니스가 가드리아가 반왕에게 반하도록 마법을 거는부분은 없었지요. 오히려 떠나기를 종용했으나 반왕이 자기의 미모...와 겉보기매너로 사로잡은게아닌가요 ㅎㅎ
아르미안의 네딸들은 확실히 레 마누아의 카리스마가 전체 스토리를 거의 다 지배했죠...샤르휘나도 저는 싫어하진 않았습니다만, 처음부터 운명에 패할것으로 그려진 마누아가 너무 안타까워서...
진짜 운명의 상대가 하나같이 다 엿먹이는 상대로구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