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6년8월30일
옛날에 갈무리 한 글을 읽다가
목소리라도 들을까 해서 전활 걸었더니
031-582-1163
아하 그 흔한 핸드폰두 없었지
다행히 요양 보호사 전번이 있어 그리 전활걸었다
<어머 윤혁민 선생님>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선생은 여전 하시죠?>
<어머...모르셨구나..돌아가셨어요 작년 12월 26일에..>
......돌아가셨구나 박수복선생도..
옛날에 썼던 글이 생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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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6858 글쓴이: durigi 날짜: 1999.02.01 조회: 112 추천: 0
춘천에서 일박 하고 경춘 가도를 달리면서 생각했어.
오늘은 일거리 같은거 잊어 버리자.
이 길로 백운산 형님댁엘 쳐들어 가는거야.
어머님을 뵙고 술 한잔 하고..
집 떠난지 2박 3일인데 잘 하면 오늘 또 못 들어가겠군.
막상 가평엘 오니 엠병
한여자의 얼굴이 떠 오르는거야.
방송작가 박수복선생.
MBC 라디오의 창설 요원이었고
인기 장수푸로였던 <절망은 없다>의 피디.
<방송가의 전혜린>이란 닉네임을 달고
나중엔 드라마 작가로 전업 했지만 대중작가이기를 거부 했어.
그만큼 작가의식의 볼테지가 높았었지.
연속극 청탁이 들오면
<난 인기드라마는 못써요>
하고 거절하기에 바쁜 작가.
<먹구 살아야 될것 아뇨?>
<1년에 단막극 한편 쓰면 나혼자 충분히 먹구 살아요.
밥과 반찬이야 밭에서 다 나오니까>
그러면서도 문제 있는 작품으로 ABU등 국제상을 휩쓸어 한국 방송드라마의 질을 높여준 작가.
평생동안 피폭자와 정신대 문제에 매달렸고
얼마전엔 김지하씨와 함께 생명 문제에 목숨을 걸었던 여자.
또 있다.
어느해의 크리스마스때였다고 했던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줄 비싼 양주를 한병 사가지고
허겁지겁 약속 장소로 달려갔는데 남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조금 늦겠지 했는데 몇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화가 나서 돌아 갈려고 일어섰더니
그제서야 술에 억망이된 남자가 나타났다,
말없이 남자를 노려보다가
박선생은 양주병을 꺼내 바닥에 박살을 내고
그길로 그 남자와 헤여졌다는 것이다.
첫사랑에 대한 그 아픔 때문에
72 세인 이날까지 처녀로 혼자 살고 있는 외로운 여자.
후배인 나한테도 젊어서나 지금이나
꼭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여자.
그래 박선생이나 만나고 가자.
처음 선생이 가평 산골자기에 들어온것이 15,6년전.
산속에 버려진 외양깐을 사가지고 정착 했는데
어느날 그곳에 청소년 수련관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금값이 되어버렸다.
텃밭 반을 수련관측에 주고
그 돈으로 아담한 전원 주택을 지었으니까...
다가가 보니 이건 완전히 빈집이야.
현관쪽으로 가서 잠긴문을 흔들어 보니
텔레비를 켜 놨는지 소리가 나더라구.
<계세요?>
<누가 왔어요?>
박선생 목소리였어.
<이집이 박선생 댁 맞아요?>
<아니 이게..>
뒷문이 있었던듯 등쪽에서 소리가 났어.
돌아 보니. 아아 고생이 많으셨구나!
연인처럼 우린 왈칵 끌어 안았어.
<아픈덴 없어요?>
포옹을 풀면서 내가 한 첫 마디.
<난 윤선생님 부고장을 받아두
조금두 안 놀랠꺼라구 그랬어요
아직두 그 커다란 배를 안고..호호호.>
당연히 안으로 들어가자구 그럴줄 알았지.
그런데 무척 망서리는 표정이야.
<나갑시다 나가서 점심 먹고 그 길로 천안 내집으로 갑시다.>
<안돼요>
<안되긴 뭐가 안돼? 늙은이들끼리 썰렁하게 따루 살께 뭐야?
김지수도 내집에 와서 글쓰고 있어, 우리 한데 합칩시다>
농담만은 아니었어,
너무 춥고 외로워 보여서 나도 모르게 화가 나더라구.
내 집에 와서 겨울 나고
봄 되면 이곳에 와서 텃밭이라도 가꾸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거야.
그제서야 사정 애기를 하더군.
방은 다 냉골이구 불피우는 작은방이 있는데
혼자사는 언니가 와서 사경을 헤메고 있다는거야.
환자 보이는것도 그렇고
세간살이도 억망으로 널부러져 있어
내 등치를 수용할 공간도 없고....
그꼴 보이고 싶지 않다는거지.
박선생의 깔끔한 성격을 내가 알지.
내가 고등학교때부터 선생님으로 모시던
<키엘케골학의 독보적 존재>
<관철통의 디오게네스>로 불리워지던
바둑명인이자 문필인이었던 민병산 선생은
옷에다 대림질 하는걸 제일 싫어 했어.
어차피 구겨질걸 왜 대리느냐 그거지.
그 선생이 박선생의 외양깐을 방문했는데
만나자 마자 머리 끄뎅이를 잡고 게곡으로 끌고 간거야.
그리고 빨래 비누로
언제 감았는지도 모르는 그 쑥대머리를 바악박...
<웬 힘이 그리 세여? 외양깐에 살더니 황소 다 됐네>
소년같은 그 머쓱한 미소 하나 남기고
그 선생도 세상 떠나셨고
뒤따라 타계하신 당신과 가장 가까웠던 친구 시인 신동문 선생,
두분의 뼈를 비벼 상징적으로라도 부도 하나 세우자고
서울신문의 황규호 대 기자를 앞세워 청계산 청계사의 지명스님한테 땅까지 얻어 놓았는데...
하여튼 불결한걸 조금도 못 보는 불같은 성미인데
예고 없이 방문한 내가 잘못이지.
<알았어요 갔다가 다시 올께요>
차를 후진 시키다가 힐끗 보니 벌거벗은 나무들,
그 차거운 하늘밑에 서있는 내 엄니 같은 시골 노파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거야.
못본척 기아를 1단으로 집어 넣고 다시 쳐다보니
거리야 10미터 남짓이지만
손을 흔드는 얼굴에 노안을 닮아가는 내 눈에도
펑펑 흐르는 눈물이 보이더라고.
엠병 사는게 뭔지... 욕부터 나오데.
정신 없이 차를 몰다보니 엣날 일들이 줄줄히 떠 오르는거야.
맨 먼저 선생과 같이 한 라디오 연속극이
<바바리 코트의 사나이> 였지.
그건 줄거리도 생각 안나고 그 담에 검둥이 아이를 낳은 미혼모의 얘기 <이 밤에 잠들게 하라>
그리고 세번째가 <영 넘어 흰구름>.
진천에 살던 조폭 친구 김병태군과
천안 조폭 조일환의 실화를 소재로 한 드라마였는데
방송 도중에 모르는 여자 한테서 전화가 걸려왔어.
애청자인데 한번 만나고 싶다는거야.
우쭐해지는 기분으로 가서 만났지 대단한 미인이었어
그런데 첫마디가
“저 조일환씨 집사람입니다”
하하 애청자인줄 알았다가 긴장이 됐지
얘길 듣고보니 조일환씨 얘기가 왜곡 됐다는거였어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친구인 진천 조폭 얘기만 들었거든
사과를 하고 드라마 줄거리를 바꿨지
그리고 네 번째가 문제가 된 그 작품..
당시 동백림 사건이 터졌어. 그걸 쓴다고 했더니
우연히 만난 신동문 선생이 말리더라고
<그걸 어떤식으로 쓸려구 그래? 안돼 안돼>
조금 떨떠름 했지만
신동문 선생의 노파심이겠지 생각하고 그걸 소재로
<부란덴부르크의 문>이란 드라마를 시작 했어.
주제가 녹음 끝내고 첫회분 녹음을 하고 있는데
중정에서 덮친거야 대본 몰수,테잎 몰수,
그리고 내가 작사한 주제가 첫 구절
<어디서 왔나 어디로 가나 회색빛 하늘아래 .>
어쩌구 저쩌구였는데 그게 문제가 됐지.
<어디서 왔나 어디루 가나가 뭐냐?
그건 확고한 국가 목표에 대한 도전이다.
뭐? 회색빛 하늘? 이새끼 회색분자 아냐?>
꽝- <방송불가>
그날밤 박선생과 난 엄청나게 술을 마셨어.
중정과 방송국이 타협한 결과라면서
동백림을 빼고 완전한 픽션으로 일본을 무대로한
조총련 드라마로 바꾸자고 그러드군.
난 당연히 안쓴다고 고집을 부렸고
만취 상태로 서울역으로 나왔어.
외로우니까 아버지 생각이 났고
아버지 산소에나 들렸다가 어딘가 떠나고 싶었지.
그때 서울역에선 확성기로 음악을 틀어 주었는데
푸랫홈으로 걸어 나오는 귓가에
흐흐, 느끼는 음악소리가 들린거야.
<비창>이었어.
한동안 그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
아닌게 아니라 절망과 비통 그것이더라구.
그러다가 오기가 생겼어.
안쓰는게 장땡이 아니다
그래 펜대 꺾고 먹고 살일도 아득하고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자. 박선생 한테 전화를 걸었지.
<하겠습니다 제목은 <비창>입니다>
갑자기 <비창>이 듣고 싶네.
그러다가 눈을 들어 보니 어? 여기가 어디야?
강물따라 오다보니 대성리에서 양수리로 빠지는 길이었어.
아차 백운산 형님댁엘 갈려면 차를 돌려야 되는데...
편도 2차선에 웬 차들이 그리 많은지
가까스로 차를 돌리고 보니 <동행>이란 예쁜 찻집 앞이었어.
동행? 갑자기 최성수의 노래가 생각났어.
에라 이런 기분으로 마셨다 하면 또 만취가 되지.
차나 한잔 마시고 강물이나 보다 가자.
들어가보니 중년의 여주인이 혼자 앉았다가 반색을 하데
<간판이 낯이 익은데 혹시 최성수 하고 관계가 있어요?>
<네 제가 최성수 누나에요>
<아하>
엠병 동행이라도 있었으면 <비창> 한번 틀어 달라고 하는건데...
그길로 양수리 거쳐 양평, 광주로 와서
그 지겨운 고속도로를 또 탔지. 오자마자 친구놈 전화
<아니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
<응 밤낮 없이 바뻐>
<뭘 하는건데?>
<응 낮엔 귀신 찾아 다니고 밤엔 그 귀신하고 씨름 하느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