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7]
- 박근혜 정부 주택 정책이 갖는 문제점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정부는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주택관련 정책을 발표했고, 집권당 원내대표 출신의 최경환 기획경제부장관 취임 이후에는 주택 대출관련 LVT (주택담보비율)과 DTI (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와 재건축연한축소, 다주택자에 대한 청약제한 완화 등을 통해 주택가격 올리기 정책과 건설경기 부양책을 현실화 하고 있다. 이 칼럼에서는 현 정부 주택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짚어본다.
첫째로, 강남권 등 특정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인근 지역으로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재건축연한 완화, 재건축토지이익환수 폐지, 소형의무비율완화 등을 통해, 이 지역의 집값을 올리고 투자가치를 높여 실제로 재건축아파트 신축공사를 빨리 진행하도록 하는 정책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전월세 값을 인상시킨다는 점이다.
아파트 재건축이 이루어지면 재건축에 입주했던 세입자는 직장이나 자녀의 학교문제로 인근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고, 일시에 수요가 몰려 재건축아파트 인근 지역의 전월세값을 끌어 올리게 된다. 전월세 값을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는 곧 더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연쇄적인 전세월세값 인상을 불러 오게 된다.
셋째로, 주택관련 가계부채가 상당 폭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번 정책으로 주택가격이 오르고 그 주택가격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완화됨으로써 동일 주택을 놓고 전보다 훨씬 주택담보대출액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전세담보대출금액도 늘어나게 된다. 재건축이 대규모로 진행됨에 따라, 인근 지역으로의 전월세 이사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임차수요측면에서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집 주인들도 매매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전월세 값을 올리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로, 주택구매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강남 등 특정 인기지역 아파트의 신규분양청약 당첨에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2004년 약 30만 명이 청약 신청하여 400:1 가까이 경쟁률을 기록한 용산 ‘시티파크’ 분양 때처럼, 너도 나도 청약에 나서는 ‘투기열풍’이 불어, 주택구매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건설사나 정부 언론도 이를 경기회복과 주택경기 활성화의 증표로 홍보함으로써, “빚을 내서 지금이라도 집을 사라”고 국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정부의 정책이 앞으로 몇 년간, 집값을 올려 그 가처분소득과 집을 신축 분양하는 건설경기활성화로 내수경기를 살리겠다는 기조를 천명한 이상, 국민들은 ‘집값 인상과 전월세값 인상, 그리고 가계부채 증가’라는 틀에서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이러한 정부의 주택정책은 공공성을 지향하는 정부로서 올바른 선택인가?
이는 사회 경제적으로 ‘공동선’을 지향하는 정부의 역할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몇 가지 면에서 비판한다.
첫째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재건축 아파트는 정부의 관리하에 청약을 통해 당첨된 곳이다. 도시화로 주택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어, 정부가 공정하게 관리하여 청약을 통해 당첨자를 배정했다. 당시 청약당첨이 큰 혜택이었기 때문에, 재건축에 따른 추가개발이익은 사회 공동선을 위해 관련법에 규정을 두었다. 그런데 정부는 추가개발이익의 사회적환수의 장치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특혜를 주려고 한다. 청약대기자와 무주택세입자가 바라보았을 때, 지나친 혜택과 특혜이다.
둘째로, 균형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주택가격 올리기 정책의 귀결은 당연히 전월세값 인상이다.
월세가 올라야 대출한 이자도 갚고, 전세값이 올라야 전세를 안고 주택을 매입하기가 수월해지고, 수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정책을 펼 때, 이해관계자 중 주택정책이 집주인에 비해 약자인 세입자들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후에 정책을 펴는 게 정상적이지 않는가?
그런데 정부는 집값 올리는 정책만 있지, 세입자들의 전월세값 안정과 주거안정에 대한 정책은 없다. 오히려, 주택담보대출과 세입자들의 전월세값 인상을 통해, 집값 올리기를 실현하려고 한다.
셋째로, 정의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1가구 1주택자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다주택자를 ‘부동산 투기꾼’으로 인식해 이들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제외, 취득세감면혜택제외 등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주택자에 대한 이러한 페널티를 ‘규제’로 보고, 이를 철폐하려하고 있다. 나아가 다주택자의 구매력을 중요시해, 이들이 주택구입과 주택임대사업의 중심축이 되도록 하고 있다. 국민들이 1주택의 소망을 안고 주택청약의 대열에 줄 설 때, 여러 채 주택을 매입해, 주택 가격상승의 이익을 본 다주택자들에게 법으로 정한 ‘페널티’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정부, 나아가 이들을 주택정책의 중심으로 삼아 청소년의 꿈을 ‘임대사업자’로 만드는 정부를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는가?
넷째로, 이는 일시적인 정책인 반면, 그 후유증은 오래간다는 점이다.
경기조절용 ‘집값 올리기 정책’은 지속적이지 않는 일시적인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해 왔으며, 수출에 어려움이 있을 때, 내수경기활성화를 위해 부동산경기를 일으켰다. 부동산경기는 자체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가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부동산가격 인상에 따른 거품이라는 후유증을 남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등 실물경제에서 경기 활성화와 국민의 실질가계소득이 올라야 가능하다.
역으로 ‘집값 올리기 정책은’ 정부 스스로 한국경제의 제조업 등 실물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고백하고 있다. 기업들이 제조업의 혁신을 통한 부가가치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정부는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중소기업발전, 비정규직의 임금 상승, 실업 대책 등)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공공성을 약화시켜 다수 국민의 의료비와 교육비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의료, 교육의 민영화와 사행심을 일으킬 카지노매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실질가계소득 증대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민영화정책을 시행할 경우 격차의 확대,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더 심화되고 ‘주택가격 거품’은 파열음을 낼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동안,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무주택세입자를 비롯한 서민에게는 경제적으로 힘겨운 시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