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노년의 향기/서울 도곡동성당 정종희 레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정미경 임마누엘라 서울 Se. 명예기자
레지오 단원의 의무 중 첫째가 쁘레시디움 주회합에 정각 출석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지금 레지오 단원으로 또 신앙인으로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물론 사랑의 실천이겠지만 그 이전에 가져야 하는 것은 겸손일 것이다. 겸손하지 않는 사람은 위선일 가능성이 크다고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다. 그의 영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셋째도 겸손이라고 말한다.
서울대교구 도곡동성당(주임신부 임병헌 베드로) 순교자의 모후 Pr. 정종희 레오 단장의 삶 속에서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3,30)는 말씀이 생각났다.
결혼 후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위해 아내의 권유로 통신교리를 마치고 대치동성당에서 1985년도에 세례를 받았다. 절친을 대부로 모시며 대부의 인도에 따라 86년 레지오에 입단해 현재는 레지오 고급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주어진 소임에 매일매일 순종하며 복음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기 가운데 위기를 맞는 지금 교회는, 말씀의 이해와 깨달음, 실천과 순명을 함께해야 될 때라며 레지오 활동을 더욱 강조했다.
“작은 일에 소홀히 하지 않고 보답을 생각지 않는 성실함이 봉사”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긴장이 되었지만, 단원들이 2인1조가 되어 서로 도와가며 매주 병원에서 책 수레를 밀며 힘들게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환우들을 위하여 여러 병실을 방문하고, 책을 소개하고 전달하면서 환우들의 얘기를 들어주었고 함께 그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기도로 이어지게 되었고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분들을 위해 선물로 화살기도를 날리고 있다. 그때 작은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보답을 생각지 않는 성실함이 봉사라고 배웠다며 말했다.
그러나 병원 사정에 의해 이동문고 봉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기다리고 있을 환우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파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는 단원들과 함께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을 향해 나아갔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한 소년들의 공동체인 성심원에서 단원들은 각자 그들의 힘이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태었다.
사도들의 모후 Pr.(부단장 황종연 스테파노, 서기 박준희 클레멘스, 회계 박광희 프란치스코) 단원들은 봄이 되면 씨도 뿌리고, 여름에는 더위를 뒤로 한 채 밭에 무성히 자라고 있는 풀을 매었고. 가을에 성심원 가족들과 함께하는 수확은 더 큰 기쁨이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단원들과 함께 하는 봉사는 정 레오 단장의 신앙을 더욱더 굳건하게 해주었다. 매일미사와 시간 전례를 봉헌하며 하루하루 자신을 성화해 갔다. 성심원 봉사에 이어 성남 안나의 집에서는 주방 배식과 설거지 봉사를 했단다. 내곡동 주택에 홀로 살고 계신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배달 봉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여름 삼복더위에도 거르지 않고 했단다. 도시락만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바삐 다녔다고 했다.
소명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레지오 단원으로서 그날의 복음을 찬찬히 읽고 묵상하며 오늘 나에게 말씀하시는 주님을 의식하며 그 말씀에 기대어 레지오 단원으로 파견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며 살아가려고 한단다.
“공동체를 위한 나눔을 실천할 때 오병이어 기적은 반복된다”
삼 년 전 본당에서 30년 이상 모범적으로 레지오 활동을 한 단원에게 주는 장기근속기념패 받았다. 그는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수줍게 얘기했다. 후배 단원들의 존경을 받으며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오늘에 감사
하며 교회에 순명하는 정 레오 단장은 본당 총구역장 5년, 구역장 10년, 레지오 4간부를 돌아가면서 쉬지 않고 했단다. 말없이 교회에 협력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정레오 단장은 “임기를 마치고 할 수만 있다면 간부를 또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노익장에서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예수님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6월 둘째 주부터 레지오 주회를 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정 레오 단장은 코로나19의 두려움보다는 감사가 더 크다고 했다. 그리고 시편 27편 1절의 말씀을 들려주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 짧은 만남이었지만 하느님 말씀이 함께 하고 조용히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향기를 느꼈다.
지금은 소소하지만, 단원들과 함께 주일 미사에 안내봉사를 하고, 단원의 영명축일에 미사봉헌과 함께 축일을 맞는 단원을 축하해주고, 단원들과 함께 가벼운 식사를 하며 나누는 영적 나눔은 오병이어를 맛보며 또 다른 비움을 실천하게 되었다고 했다.
“공동체를 위한 나눔을 실천할 때 오병이어의 기적은 반복된다”며 “비움의 영성은 더 큰 은총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사소한 활동이라도 끊임없이 할 수만 있다면 세상 끝 날까지 교회의 가르침대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싶단다. 그리고 레지오 고급단원답게 매일미사 참례와 성무일도를 바치며 자신의 모습에서 성실한 교회를 보여주며 살고 싶단다.
첫댓글 + 주님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