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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분야에서의 청탁금지법 이슈
박 지 영 변호사
청탁금지법의 시행과 문화예술계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더 잘 알려진 청탁금지법. 정식 법률명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우리 사회의 청탁관행을 없애고 공적업무의 불가매수성, 공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이 2016. 9. 28일부터 시행되면서 문화예술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관하여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법의 적용에는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법해석이 정착되는 데에도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낯설어 보이는 법제도 앞에 겁을 먹기 보다는 법이 만들어진 취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법이 시행됨으로써 우리가 속한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고민하고 귀기울여 보면 법제도의 이해와 실천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생각된다. 법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의 약속과 바람과 승인이 모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문화예술분야 종사자
청탁금지법은 그 적용 대상을 '공직자등'으로 명시하고 있고, '공직자 등'은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과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자격·임용·교육훈련·복무·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그 밖의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공직유관단체'는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 2에 명시되어 있으며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정한다. 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공직자등의 해당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예술계 종사자, 예술가의 경우도 교원이라면 국공립학교는 물론,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에도 적용대상자이며,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어 있는 예술 관련 단체, 기관 등의 임직원인 경우 적용대상자가 된다. 예술가 중 공무원인 경우는 물론 법률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과 지위를 보장받고 있는 경우에도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가 된다.
공공예술기관의 비상임이사도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이며, 공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정규직, 비정규직 등 근로계약 형태 및 수행직무를 불문하고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국립예술기관을 위하여 일하는 경우라도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공무수행사인이 아니어서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공직자등의 배우자도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데,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등의 배우자가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한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공직자등에 대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주요 골자
청탁금지법은 그 법명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부정청탁’과 ‘금품등 수수’를 금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부정청탁의 금지
형법, 변호사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이 금품 수수와 결부된 청탁을 규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행위 그 자체를 규제하고 있다. 부정청탁행위란 법상 열겨된 14가지 대상직무와 관련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또는 ‘지위,·권한을 남용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다만, 공공기관의 재화·용역 관련 직무는 ‘법령에서 정하는 가격 또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나’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부정청탁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부패빈발 분야의 대상직무와 관련된 부정청탁 행위유형을 법에 열거하였다.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의 내용의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부정청탁행위 그 자체를 금지대상으로 하고 있어,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등이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부정청탁을 한 자는 제재대상에 해당한다.
금품등 수수 금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등의 금품수수금지에 관하여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등이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또한 공직자등이 1회에 100만원 이하, 매 회계연도 합산액 300만원 이하인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에라도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액수의 2~5배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서의 ‘금품등’이란 금전, 물품, 초대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 음식물 등의 접대, 숙박 등의 편의제공, 채무면제, 이권 부여 등 그 밖의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한다. 예외사유로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등(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 사적 거래(증여는 제외한다)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등,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등,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을 포함 8가지의 사유가 규정되어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등이 외부강의 등으로 사례금을 받는 경우에 관하여서도 규율하고 있다. 공직자 등의 과다한 외부강의 사례금 수수가 우회적인 금품등 수수 우려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된 규정이다. 이 규정의 규율대상인 외부강의등은 ‘직무관련성’이 있고 ‘다수인을 대상으로 의견·지식을 전달하거나 회의 형태’인 경우를 의미하며 사례금의 상한액을 제한하여 초과사례금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경우 장관급 50만원, 차관급 40만원, 4급 이상 30만원, 5급 이하 20만원으로 직급별 시간당 상한액이 규정되어 있다. 이들은 외부강의등이 1시간을 초과할 경우 추가 사례금으로 시간당 상한액의 2분의 1까지만 받을 수 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은 직급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이 한도다. 공무원처럼 강의가 1시간을 초과할 경우 시간당 상한액의 50%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문화예술분야 관련 청탁금지법 이슈 FAQ
Q.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인 예술가가 공연 후 팬으로부터 꽃을 받아도 될까?
공직유관단체 소속 예술가가 공연 후 팬으로부터 꽃을 받아도 될까? 대통령령이 정하는 선물 상한액인 5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직무관련성 유무를 불문하고 무방하며,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1회 당 100만원 이하의 금품등을 받는 것은 허용이 되므로 5만원을 초과한 꽃 전달도 가능하다. 단 직무관련성을 넓게 해석하는 것이 기존 판례의 입장이므로, 꽃을 받는 예술가와 직무관련성이 문제될 만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한도 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단체의 공연을 위하여 방한한 독일의 지방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공직자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공연 후 꽃과 선물을 제공을 하여도 청탁금지법의 제재 사항이 아니다.
Q. 공연 출연자가 가족, 친지, 스승, 지인들에게 공연 초대권을 제공할 때 받는 사람 중 공직자가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일단 스승, 지인들의 경우에는 원칙은 위 팬의 꽃 전달의 경우와 같다. 즉, 초대권 가액이 5만원을 넘지 않으면 되고,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5만원을 초과하여도 괜찮지만 위에 기재한 주의사항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족, 친지의 경우에는 청탁금지법에 예외조항이 있다. 친족(민법 제777조에 규정한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은 금품 수수 금지 규정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가까운 친지 사이에 일상적인 사회생활 속에서 있을 수 있는 경조사비, 선물 수수 등까지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예외사유도 형법상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립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즉, 청탁금지법 제정 전후를 불문하고 친족인 공무원에게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이 있는 금품을 수수하는 것은 뇌물죄의 적용을 받는다.
Q. 언론사 임직원도 법 적용대상이던데 언론사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가? 언론사 기자들에게 홍보용 공연 초대권을 제공하는 것은 괜찮은가?
언론사란 언론중재법이 정한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를 말한다.
공연 주최측에서 기자들에게 홍보용 공연 티켓을 제공하는 것이 청탁금지법의 금품 수수금지 조항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5만원을 초과하는 공연 초대권을 제공하는 경우 가액 기준을 벗어나는 것으로 제재대상이 된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6호에 정한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등’으로서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일부에서 있었으나, 법 취지상 위 예외사유에 해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초대권 가액이 5만원 이하의 경우에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우에 해당할 때만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어서 5만원 이하 가액의 공연 초대권 제공도 여전히 법 적용여부를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기자들에게만 특별히 공연티켓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티켓의 종류와 가격을 구별하여 제공하는 경우에도 그 할인폭이 5만원을 넘거나 할인폭이 5만원 미만이라 하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등의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청탁금지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
언론사 기자들에게 취재지원 등의 명목으로 해외 공연 동행 취재의 경우 항공권, 숙박 등을 제공한다면, 이는 명백히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해외 항공권, 해외 숙박비용은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Q. 공공예술단체에 대하여 기업이 후원·협찬을 하여 그 대가로 기업이 공공예술단체로부터 공연 티켓을 제공받는 것은 어떠한가?
후원·협찬 시 계약을 체결하여 후원·협찬의 대가로 공연 티켓을 제공하는 것임을 계약상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등으로서 예외사유에 해당할 수 있게 된다.
Q. 예술가에 대한 순수 후원행위의 경우는?
독지가, 기업 등이 유망한 예술가에게 고가의 악기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거나, 연주 등 공연을 스폰서링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예술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문화예술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권장되는 일이기도 하다. 예술가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등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 후원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만약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금하여 후원을 하는 경우라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데, 문화예술진흥법은 전문예술법인·단체의 경우 위 법에 의한 등록 등 제한없이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후원받는 예술가가 청탁금지법 상 공직자라면 순수한 후원행위라 할지라도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액수의 경우에는 청탁금지법 상 예외사유에 해당할 때만이 면책된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8호 예외사유인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며, 예술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인 해석이 요청되는 부분이다.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고 부정청탁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는 순수한 예술후원행위에 관한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법해석 내지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렛슨비와 청탁금지법, 어떠한 관계인가?
먼저 교통정리를 해 두어야 할 것은,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 교육 관련 공적 업무 종사자는 사립학교의 장과 교직원, 학교법인의 임직원이이라는 점이다. 대학의 겸임교수, 시간강사는 현행 고등교육법상 교원이 아니므로 청탁금지법 상 규정대상은 아니다. 다만, 겸임교수, 시간강사가 성적, 평가 등에 관여함으로써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에는 청탁금지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주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8. 1. 1.부터는 고등교육법상 시간강사에게도 교원의 지위가 부여되므로 시간강사는 2018. 1. 1.부터는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과외교습이 금지되는 교원의 경우에는 과외교습 자체가 위법하므로, 과외교습의 대가를 받는 경우 그 액수에 따라 청탁금지법의 허용 범위를 넘는 경우 청탁금지법의 제재를 받게 됨에는 의문이 없다.
문제는, 과외교습이 허용되는 예술가이면서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등’에 해당하는 예술가의 경우, 계속적인 예술교육 지도의 대가로 연간 합계액 300만원을 초과하는 렛슨비를 받는 경우이다. 해당 예술가가 직무와 관련없이 순수하게 예술교육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은 것이라면, 계약자유의 원칙 및 예술가 자신의 능력과 실력에 기한 통상적인 경제활동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3호의 예외사유인 ‘사적 거래(증여는 제외한다)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등’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향후 과제
이제 곧 시행을 앞둔 ‘청탁금지법’은 시행 초기에 법 적용 대상의 불명확성과 구체적 사안에서의 예외 조항 적용 여부로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도한 접대나 청탁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으로 제정된 이 법이 제대로 정착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법의 수범자인 국민들이 법 적용례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법 해석과 적용시에 법의 일반성, 안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술 분야에 대한 구체적 타당성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 박지영 변호사는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이론을 전공하였으며,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민법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사법연수원 32기 수료(2003) 후, 법무법인(유)로고스에서 소속변호사로 근무하였으며(2003~2013), 현재 법무법인(유) 정진의 구성원변호사로 활동 중이다(2013~). 근래 문화예술 콘텐츠 및 플랫폼 마련을 위한 ‘설탕한스푼’을 공동창업하였다. 예술문화경영지원센터 온라인 예술경영 컨설팅을 맡고 있고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으며(2012),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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