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출일지

[15이현민]

이 글은 연출로써의 소회를 밝히는 동시에 제가 오마주라는 작품을 쓰고 만들면서 기획한 의도를 적은 글입니다.

혹시나 연출의도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까 싶어 이 글을 씁니다.

과분한 칭찬에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며 시작하겠습니다.

1. 기원

모든 건 기원이 중요한 법이죵. ㅎㅎ

이 연극의 시작은 2017년 12월로 넘어갑니다. 바야흐로 "탈출기"라는 작품이 꽤나 좋은 평가를 받던 그 시절. 저는 유랑극단이라는

작품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극단이 해체되기 전 마지막 공연을 하는 유랑극단의 이야기인데. 이들이 선보이는 5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그려내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5개의 작품중 4번째에 해당하는 "연극이란 무엇인가"가 이 작품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이 연극의 2씬에 해당하는 아주 짧은 극이었습니다. (2씬은 처음으로 소강당 전원이 켜지는 씬을 말합니다.)

그저 날보러와요때 극장전체를 무대로 사용하는 개념에 관한 확장이었습니다. 그냥 그정도로 끝났습니다.

물론 유랑극단이란 작품은 제가 군대에서 제 컴퓨터로 썼으며(행정병이였습니당 ㅎㅎ) 전역과 동시에 삭제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사실 소이한테 줘볼까도 고민했지만 뭔가 옴니버스라서 까일 줄 알았고 그래서 그냥 묻어버렸습니다.

(근데 사계도 옴니버스였넹...)

어쨌든 올해 1월에 전역을 할때쯤부터 이 작품의 거대한 그림이 아른거리기 시작했죠. 정말로 하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한예종 준비를 하면서 여름 정공은 너무 늦게 끝나고 하려면 워크샵을 해야하는 데 글은 쓰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일단 써볼까? 쓰면서 준비하면 되잖아? 라는 생각과 주변의 설득으로

2월 22일 용짱의 졸업식날 연출을 맡기로 결심했습니다.

넹 끝이에요 히힛

2. 극작

빈지노의 노래 중에 "time travel"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영감을 받았죠. 아 "연극이란 무엇인가"의 형식을

차용하되 "망해버린 연극을 되살리기 위한 연출과 기획의 시간여행"을 주 스토리 라인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썼어요. 열심히 썼죠. 근데 너무 플롯이 단순했고 너무 극이 상업적이기만 했습니다. 이대로는 성에 안찼습니다.

그렇게 혼자 고민만 하더니 벌써 오디션 3일 전이 되어버렸네요?

헉 아직 반도 못썼는데 고민하던 중. 갑자기 번뜩였습니다. 흠... 이 연극을 아예 다큐멘터리 식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오디션 3일전에 극을 엎어버렸습니다. 3월 26일이었네용.

그리고 미친듯이 쓰기 시작했어요. 그때 반넘게 썼다고 뻥쳐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 안썼다고만 해도 불안해했는데

이제 막 다시쓰기 시작했다고 말하면 다 탈주할 것 같았어용... 죄송합니다... 사실 그 출범식날 이제 3씬을 쓰고 있었거든요.

넵 뭐 그래서 원래 탈고기일인 4월 27일을 넘긴 5월 3일에 첫 대본리딩을 실시했습니다.

그날 처음 대본리딩을 하는데 너무 재밌었습니다. 모든 게 잘 된 것 같았죠.

사실 글을 쓰면서 약 6주간 썼는데 잠을 제대로 못자서인지, 아니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헛것도 보이고 토도 꽤 하고 그랬습니다. 정말 글은 오랜 시간을 두고 써야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던거 같아요.

어쨌든 처음 리딩의 좋았던 순간은 어디가고 몇번 리딩을 해보니 솔솔 극작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이 들리더군요. ㅋㅋㅋ

감각없는 새끼들 ㅉ.

농담이고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글이 왜이렇게 기냐. 서사가 없다부터 시작해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자 이제 글에 대해 파헤쳐볼 시간이군요.

3. 오마주

"오마주"라는 제목에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제일 처음 이 연극을 떠올릴때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은 올 초에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기생충을 굉장히 인상깊게 본 지금까지도 제가 근 3년간 본 영화중에 가장

뛰어난 영화라 생각합니다.)

"로마"라는 영화는 감독의 유년시절을 관객들에게 체험의 형식으로 제공하는 영홥니다. 단순하게 요약하면요.

저도 우리의 연극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좀 극적으로 각색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보는 것이 아닌 체험하게 하는 식의 경험을 주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소강당 객석등도 켜고, 몸도 풀고, 블로킹 하는 것을 보여주며, 그걸 마치 구경와서 같이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이 발생하길 원했습니다. 현실에선 연극과 다르게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사건들이 발생하거든요. 우리가 1시부터4시까지 연습하고 4시부터 7시까지 무대만드는 거 아니잖아요? 동시에 하지?

어쨌든 "체험"이라는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시다발적 사건"과 "사실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사실 이 연극이 영화적이라고까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배우들에게 사실적인 연기를 요구했을 뿐입니다.

연출도 굉장히 사실적으로 하려고 요구했구요.

예를 들면 2씬에서 몸을 풀때 원래의 연극이었다면 배우들을 전진배치 시켰을 겁니다. 발성때문에 말이죠.

슬기와 지호가 싸울때 무대위에서 관객을 바라보며 싸웠을 겁니다. 표정이 안보이니까요.

하지만 이번 연극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번 공연에선 관객을 바라보는 것도, 표정이 보이는 것도, 조명을 잘 써야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성에 집중했거든요.

이 연극에 유독 반복되는 것이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성에 집중한 결과물 중 하나 입니다.

반복이 참 많죠? 똑같은 대사를 계속 반복하고, 연출은 했던 말과 비슷한 포인트의 말만 계속해서 반복합니다.

저는 이 삶에서 반복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화나면 반복해서 말하고, 술취해도 반복해서 말하고,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중요한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습성이 있거든용

반복은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패턴입니다. 우리의 삶은 반복으로 점철되어있죠. 여러분들도 그렇죠? 매일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밥을먹고 친구와 술을 마시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집가서 자고 다음날 또 일어나고

일상은 굉장히 반복적입니다. 그래도 면밀히 살펴보면 그 디테일은 굉장히 또 다르죠? 그 작은 디테일이 하나하나가 모여 또 비슷한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 프렉탈 같네요. 네.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이 프렉탈입니다.

굉장히 혼란스럽고 다른 것 같지만 넓게 보면 굉장히 반복적인 패턴을 만들어내는 프렉탈.

저는 우리의 인생이 이러한 프렉탈과 유사하다고 생각을 했고. 일부러 일상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렇게 약간식은 다르지만 결국에

반복에 지나지 않는 대사들과 행동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했습니다. + 연극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바반복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뭔가 지지부진해보이잖아요. 하던거만 계속하면? 

즉 일상성과 사실성의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반복을 배치했다는 점만 알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외전. 무대미술

무대미술에게 요구한 건 몇개 안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반복적인 패턴과 대칭을 통해 프렉탈의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굉장히 잘 표현해줬어요. 이걸 무대미술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올드보이 포스터의 느낌을 살려 무대를

만든 것은 굉장한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라색을 사용함으로써 아름다우면서도 뭔가 혼란스럽고 슬픈 느낌을 살린 것이 좋았습니다.

뒤집었을때는 훨씬 밝고 앞면의 패턴보다는 단조로운 느낌을 주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했습니다.

3. 오마주2

자 처음에 하려고 했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오마주라는 제목에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1. 연극(예술)은 인생(현실)에 대한 오마주이다.

2. 이것저것 여러 영감을 준 작품들을 오마주 했다.

3. 이 연극은 제가 있던 연극반에서의 4년을 오마주하는 작품이다.

1) 처음에 이극을 생각할 때 든 생각은 연극은 인생의 연장선이라는 것이였고. 그 당시 어스라는 영화를 봤던 저는

데칼코마니를 떠올렸습니다. 연극과 인생은 색감과 질감이 다른 데칼코마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연극에서 따라서 이 연극

에서 대칭은 중요한 개념 중 하나입니다.

이 연극은 실험적인 연극입니다. 서사가 중요한 연극은 아니거든요. 이 작품은 1씬부터 17씬까지 총 17장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시연회 당일은 9씬입니다.

이 연극의 플롯은 1~8씬(8개) 9씬 10~17씬(8개)로 나뉩니다.

그리고 뭐 이건 너무 길어서 설명하기가 너무 오래걸릴것 같고 별로 재미도 없는 내용이라 패스합니다만 1~8/10~17은

1이랑17, 2랑 16, 3이랑 15, 4랑 14 이런 식으로 각 씬이 대칭적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연극은 서사가 중요한 연극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제도 말했고 지금까지 이 연극의 비판 중 한개로 나왔던

서사의 부재에 대해서 이 연극은 실험적인 플롯과 형식을 중요시하는 연극이지 서사가 중요한 연극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물론 공연팀의 피드백을 받아 앞에 설명을 넣는 등 최대한 친절하고자 했지만 저는 사실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독특한 전개방식과 플롯,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질투나 절망, 좌절등의 본질적인 감정.

저는 그곳에 관객들이 집중을 하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어제 김유나 연우님께서 말씀해주신 김지영 연우님이 울었다는 것 이야기를

들으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전 이 연극이 연극반의 이야기지만 또한 연극반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제 제가 장난으로 이야기 했지만 고전은 시대와 상황을 초월합니다.

만약 제가 이 이야기를 좀 더 잘 썼었다면 연극반이 아닌 사람들도 공감을 했겠죠? 이 점에 대해선 아쉽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이 이야기를 굳이 연극반 사람들만 공감시키기 위해 쓴 글은 아니라는 겁니다.

다들 나보다 공부를 잘하거나 인기가 많거나 한 친구를 보며 아주 사소한 질투라도 해본 적이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재능의 한계

에 부딪히며 좌절한 적도 있었을 것이고, 정말 잘해보고 싶었던 것이 잘 되지 않아 절망했던 적도 있었을 겁니다.

저는 그냥 그런 본질적 감정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그곳에 집중하면 연출이 뭔지 무대미술이 뭔지 몰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1~8은 현실과 연극을 오갑니다 10~17인 확실하게 연극적인 느낌이 많이나죠. 일단 최대한 사실적으로 연출하되

라라랜드 씬같은 극적인 순간들은 최대한 연극적으로 연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가장 극적인 순간은 그렇거든요.

대학에 합격했을때, 처음 이성친구를 사귈때. 머리에선 자동으로 음악이 맴돌고, 모든 순간은 아름다워보입니다. 가장 괴로운 순간

에도 똑같아요. 우리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연극적이라고 믿습니다. 그런식으로 1~8씬은 극적인 순간과 현실적 순간이 맴돌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연극적으로 이어져가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려했습니다. 물론 후반부가 좀 쳐지는 감이 있었다만요.

2) 이 연극에는 많은 오마주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냥 한번 짚고 넘어갈께요.

하우스 음악- 잊지말아요, 굿닥터, 날 보러와요, 푸른 빛 소네트, 사계에 삽입되었던 음향들

오프닝 - 픽사 오프닝 (원래 초고에선 20세기 폭스였음)

3씬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유인원이 뼈를 도구로 이용하다가 그걸 던짐 그리고 그 던진 뼈다귀는 우주선으로 화면 전환 -볼펜을 던짐 그것이 대본으로 전환

3씬 - 라라랜드

라라랜드 마지막에 오디션 장면에서 천막에 그림자 나오는 걸 오마주 - 오디션은 굉장히 비밀스러운 작업이라 그런식으로 표현

5씬 - 라라랜드

라라랜드 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아름다웠던 춤추는 장면을 오마주

+ 여기서 정정빈 배우가 박수칠때 나온 배우들의 의상 - 사계(여름여자),톡톡(프레드),날보러와요(빨간 옷, 경찰복),

다름이 아니라(검은바지에 흰 셔츠 팔 두번 접은 것),교복(지새는 말)을 오마주

8씬(삭제된 씬)- 원래 사계때 쓰였던 mr.blue sky는 이씬에 사용될 예정이었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오프닝을 패러디

장순옥 캐릭터가 연출이 부재할때 가오갤2 오프닝처럼 혼자 노래에 맞춰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분위기 흐리는 방식을 차용.

9씬 (첫공 둘공-이현민,막공-서승민 등장씬) - 빅 쇼트 오마주

14씬(공연당일)-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마지막에 아들이 떠나가는 장면+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마지막 타노스가 모든 대업을 완수하고 혼자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을 오마주

16씬 (take on me씬) - 데드풀2(take on me unplugged 버전이 데드풀2에서 마지막에 데드풀이 죽은 여자친구에게 달려갈때 나옴

이때 굉장히 감동을 받아 사용) + 라라랜드(라라랜드의 마지막 플래쉬백 장면을 차용 무대 위 판넬을 뒤집는 것도 라라랜드의

플래쉬 백처럼 뭔가 확실한 장면의 질감의 전환을 원했음)

3) 이 연극은 지난 4년간 저와 함께 연극반 생활을 했던 제 첫연출 11장성실 연우를 시작으로 마지막으로 만나는 19 이창재와

19 김민진까지 정말 고마웠던 연극반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 생활했던 그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4. 조명과 음향

조명- 조명은 어제도 말했듯이 연극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영화적 개념으로 접근했습니다. 제가 이 대본을 쓸 때 연극 대본을

상정하고 쓴 것이 아닌, 원테이크로 찍는 영화로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 조명 자체도 영화에서의 숏의 개념으로 사용하여,

뭔가 큰 의미를 담기보다는 숏의 느낌으로 리듬감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소강당 불을 키는 것도 뭔가 실험적인 느낌이라기 보다는 우리의 연극을 체험으로써 사실성을 부여하기위해 당연히 켜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음향- 음향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예 글을 쓰면서 대부분의 음향을 정했습니다. 연극자체가 추억에 대한 이야기이고 때문에 과거에 대한 노스텔지아를 느낄 수 있게, 혹은 그 느낌이라도 느낄 수 있게 80,90년대를 추억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들을 위주로 선곡했습니다.

연극 특성상 굉장히 타이밍이나 느낌에 있어서 감각적이여야 하는데 베테랑 두분이 오퍼를 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특히 공연 내내도 항상 제 편에 서서 저를 다독여주고 위로해주고 때때로 쓴 말도 하며 정신이 번쩍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 연기

좀 대화를 나누며 진행하고 싶었는데 조연출도 없고, 시간도 없고 뒤질맛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정빈 배우와의 작업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디어도 많고 이것저것 이야기도 많이 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었는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배우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모든 공연팀 중에 실력의 평균 값이 가장 높은 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근데 너무 산만해요. 정말 산만합니다. 이제 와서는 이유를 알겠지만 이 이유를 말하진 않겠습니다. 뭐 어쨌건 너무 산만했어요. 공연 연습 진행이 안됩니다.

뭐 연출의 리더십 부족이니 뭐니 할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산만했던건 팩트에요.

공연날도 몇몇분이 뭐 이럴꺼면 뭐하러 일찍불렀냐니 뭐라니 하던데 이 점에 대해선 확실하게 잡고가겠습니다.

그건 제가 늦게 한게 아니라 여러분이 너무 늦게 모이는 겁니다. 늦게 모이면 당연히 늦게 시작하고, 당연히 지연되고 당연히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합니다. 다음에 공연을 하면 제발 이점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뭐 몇몇은 제가 굉장히 성격이 괴팍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런 분위기 였다면 여러분들은 뼈도 못추리고 쫒겨났을 연출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이점은 정말 여러분이 고쳐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근데 너무 잘해요. 진짜 부러울 정도로요. 저는 연기하는 걸 부끄러워 하거든요. 특히 몇몇은 제가 지금까지 연극반에서 본 사람들 중에 손에 꼽게 잘해요. 진심입니다.

여러분들이 연극반에 남아 계속 연극을 한다면 산만함의 문제는 고쳐질 것이라고 보고용. 앞으로도 연극반에서 재밌게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가요.

6. 무대미술

물론 중간에 문제가 있었지만 여러분들 만큼 능력있고 감각있는 무대미술팀은 본적이 없습니다. 웅비랑 지영이는 뭐 그냥 넘어가겠

습니다. 말할 것도 없으니까요. 둘은 정말 멋진 듀오라고 생각합니다. 혜정이랑 민정이도 정말 감각있어요. 대개 제가 연출하면 무대는 계속 저한테 아이디어를 퇴짜맞는데 여러분들이랑 작업하기가 너무 편했습니다. 저는 진짜 빈말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무대미술팀을 이현민 사단으로 만들어서 계속 같이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진짜 수고하셨습니다.

7. 카메오

정말 같이 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다들 흔쾌히 요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약속잡아서 제가 꼭 마사 한 번 쏠게요. 카메오 분들 대부분 헤르쯔하시는 데 힘내시고 화이팅하세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여러분들하고 꼭 같이 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요.

8. 회장님

제가 파토만 한 2번 낸거 같은데 ㅋㅋㅋㅋ ㅠㅠ. 그냥 묵묵히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 회장님 제일 속이 많이 상하셨을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멋진 회장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봤던 모든 회장을 통틀어서요. 회장님의 노고에 정말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9. 조연출

다음에 연출하시는 분들 조연출 꼭 뽑으세요. 없어서 힘들어 뒤지는 줄 알았습니다.

10. 작품에 대한 개인적 의견.

개인적으로 내 작품이라서가 절대 아니라. 제가 지금까지 본 공연 중에 손 꼽히게 좋았던 막공. 피그말리온... 톡톡... 사계....

그리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뭐 맨날 염세주의자니 뭐니해도 결국 이공연은 사람에 대한 그리고 특히 연극반에 대한 애정으로 도배된 연극인거 같네용

정말 잘했어요. 공연팀 여러분 제가 여러분을 갈구고 쪼고, 남기고, 24시간 연습시키고, 무대미술 일주일내내 새벽 4시까지 남아서 만들고, 말도 안되는 2시간 30분짜리 대사 안외웠다고 또 갈궜던 건. 여러분을 위해서였으니까요. 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쩔수 없지만... 공연기간 내내 저의 행동은 저를 믿어준 여러분들을 그리고 그런 여러분들을 보러오는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생각 하나로 작동되었습니다. 제가 못해서 저를 믿어준 여러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았거든요. 제 모든 선택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역사상 모든 공연팀 통틀어 가장 많은 재난들이 있었고 가장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랬기에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혼자서 상상으로만 했었던 이 모든 것들을 전부다 실현시켜준 여러분들에게 이 공연의 모든 상찬을 바칩니다. 너무 고생많이했어요. 어쨌든 봄이 오긴 왔네용

11. 날보러와요

17씬 연출이 우는 순간 흐르던 음악 (102회 정기공연 날보러와요의 커튼콜 음악이자, 살인의 추억의 엔딩 테마곡 memories fo murder)

이 공연은 2년전 너무나도 못나고 어렸던 연출을, 끝까지 연출이라고 불러준 102회 정기공연팀을 생각하며 쓰여진 연극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어디에서 뭘 하고있던 절대로 여러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 공연을 102회 정기공연 날보러와요 팀에게 바칩니다.

[16김정원]

아유 후일담 재밌네요 일지만 보는데도 나도 같이 연극하는 줄 알았네!

[18김도형]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감각있는 연출님
연습기간동안 행복했습니다

[17이혜정]

연출님 진짜 수고많으셨습니다
이번 공연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이 멋진 극을 공연했다는 점이고 가장 아쉬운 점은 이 멋진 극을 관객으로 보지못한거라고 생각해요ㅋㅋ
공연 잘 끝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8이슬기]

공연 날에도 지각했던 배우 이슬기입니다. 우리 배우팀 산만함의.. 적어도 70퍼는 제가 만든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할 때도, 끝이 나고서야 또 훨씬 더 많은 걸 배워가는 것 같아요. 연출님이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어째 한 번도 못 말한 것 같아요. 맘고생 많이 하셨을텐데 연극반 떠나지 마시고 계속 함께해주세요 제발ㅠㅠ 선배는 제 첫번째 연출님이고 최고의 연출님이세요! 엠티 때 정말 재밌게 놀자구용ㅎㅎㅎ

[19 김민진]

죄송했고 또 감사했습니다! 그래도 선배가 제 첫 연출님이어서 좋았어요⊙▽⊙ 공연도 너무너무 좋았고...ㅎㅎ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엠티 기대할게요 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