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도 바다와 관련된 사람이야
책 읽기 말고 다른 거 해요
도서관에서 모였습니다. 바다여행을 가기로 했으니 바다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읽어야 하냐, 그냥 나가서 놀면 안 되냐,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 보였습니다. 선행연구자료에서처럼 사서 선생님께 바다와 관련된 책을 추천받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사서 선생님이 계시지 않아 추천받지 못한 채 각자가 원하는 책을 골라왔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책 읽기 말고 다른 활동을 하자던 아이들은 금세 책에 푹 빠졌습니다.
대조영도 바다와 관련된 사람이야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때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친구들과 나눴습니다. 바다생물이 신기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부터 대조영 이야기까지, 자신이 읽은 책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읽은 것도 서로 나누었습니다. ‘바다’라는 주제만 줬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꽤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대조영 만화책을 가져온 우성에게 친구들은 왜 그 책을 읽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대조영도 바다와 관련된 사람이야!”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바다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아야겠다고 처음 생각했을 때 아이들이 부담되지 않게 동화책 정도면 괜찮겠다 생각했던 저를 되돌아보게 해준 우성의 말입니다. 우성이는 집중해서 대조영 만화책을 다 읽더니 저에게 책에서 나왔다며 발해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마냥 장난꾸러기인 줄만 알았는데 우성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③ 책을 읽어 줍니다. 책을 읽거나 서로 읽어 주게 돕습니다. 책 내용으로 이야기도 하고 놀이나 연극도 하고 여행도 하고 사람도 만나게 돕습니다. 국어사전을 가까이하게 돕습니다.
「복지요결」 128쪽
어느 정도 시간이 다 되어 책 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만의 ‘설명 종이’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무지개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이 담긴 종이입니다. 여행을 가기 전 부모님께 아이들이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제각각 자신의 스타일대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웃는 표정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여행을 잘 준비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 설명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아이들 모습이 참 기특했습니다.
아이들이 싸울 때는
모임을 마치고 돌아와 숙소에서 아이들 강점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이미진 선생님께서 이야기방으로 오라 하셨습니다. 가보니 도영과 해민, 그리고 손혜진 선생님과 하우정 선생님, 김민지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어린이 사업인 ‘공항동 역사여행’을 위해서였습니다.
도영과 해민은 선생님들께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같은 어린이 사업이다 보니 제가 전에 했던 고민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고민이 생길만할 때마다 제가 직접 부딪히며 내린 판단이 선생님들의 이야기로, 조언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주 많이 틀린 길을 가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과의 시간이 끝나고 이야기방을 나오는데 손혜진 선생님께서 잘되고 있냐고 물어봐 주셨습니다. 손혜진 선생님은 모임 초반에 있었던 여러 고민을 나누고 함께 궁리해주신 선생님이십니다. 아직은 제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선생님께도 초반보다는 조금 발전한 것 같다 말씀드렸습니다.
김민지 선생님은 사업 발표를 못 들으셔서 직접 숙소로 찾아와주시기도 하셨고, 그저께 바자회 이후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 이후에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처럼 오늘도 격려와 지지를 잔뜩 해주셨습니다. 항상 힘이 되어주시는 선생님과의 만남은 늘 기분이 좋아집니다.
혼자 고민하다가 도저히 답답함이 풀리지 않아서 선생님들을 찾아갔습니다. 제가 나눴던 고민과 이야기들을 기억해주시고 물어봐 주시니 무척 고마웠습니다. 지지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선생님들이 잡아주셨던 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선생님 우리 집에 소고기 카레 있어요!
모임에 가기 전, 권대익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준혁이의 자전거 여행 환영식 준비를 했습니다. 모임 때 사랑이가 조금 일찍 와서 작년에 사랑이 오빠의 자전거 여행 환영식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평소 준혁이와도 잘 지냈던 사랑이도 환영식을 함께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후에 시간이 된다면 함께 환영해주기로 했습니다.
호스와 대야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과 자전거 선생님과 준혁이를 맞이하여 줄지 고민했습니다. 대야는 일회성이 있을 테고, 호스는 신선하기도 하고 오래도록 여운을 줄 수 있을 듯해서 호스를 선택했습니다. 자전거 여행 아이들이 오기 몇 분 전, 이미진 선생님과 한 번 더 마지막 점검을 했습니다. 실습생 동료들이 내려오고, 오기로 했던 사랑이도 왔습니다. 성공적으로 환영식을 마쳤습니다. 마치 미리 보는 수료식 같았습니다. 그 안에 있는 준혁이도 멋졌습니다.
환영식이 마무리되고, 사랑이도 집에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친해진 실습생 동료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집에 소고기 카레 있어요! 저랑 같이 가요!”
이제 숙소에 가면 뭐하냐는 사랑이의 물음에 간만에 실습생 동료들과 함께 모여 저녁을 먹을 거라 했더니 사랑이가 한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사랑이는 늘 모임이 끝나면 헤어짐을 아쉬워했습니다. 아마 저런 깜짝 저녁 초대도 헤어짐의 시간이 야속했기 때문이겠지요.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 한명 한명이 더욱더 예쁘게 느껴집니다. 제게 보이는 아이들의 강점이 하나둘씩 쌓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강점 볼록 렌즈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더 잘 보고 싶습니다. 이번 여름에 저에게 이런 예쁜 아이들이 7명이나 함께 할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 날 날씨가 안 좋았던 걸지도 모릅니다. 사랑이의 아쉬움이 더 좋은 만남을 위한 기대감으로 바뀌게 되면 좋겠습니다. 저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다음엔 사랑이랑 저녁을 먹어야겠습니다.
첫댓글 바다로 여행가니 도서관에서 바다와 관련된 책을 읽었군요!
처음에는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이후에는 자기가 읽을 책을 서로 나누기까지 했네요.
아이들이 각각 어떤 책을 읽었는지, 무엇을 나누었는지 궁금해요.
아이들이 만든 여행 계획서!
스스로 계획서를 만들면서 여행 준비와 일정을 한 번 더 생각했을 겁니다.
부모님께 설명하도록 부탁했나요?
이후에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렸는지 이야기해봤나요?
이날 만큼은 부모님께 아이들이 여행 계획을 설명하니 잘 들어달라고 부탁하면 더 좋겠습니다.
여행 계획서를 사진을 찍고 이 게시판에 함께 첨부하면 좋겠습니다.
이예림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랑이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다음에는 부모님께서 초대해주시는 저녁식사는 언제든 다녀와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