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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사는가_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박세경>
참 많이 급한 사람이었습니다.
왜 사는지, 무엇으로 사는지,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 마음 쏟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표류하는 배처럼 그저 흘러가는 대로 스스로를 내맡겼습니다.
주변의 기대에 찬 시선을 모른 척 하면서도, 무언가 대단한 일을 이루어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적당히, 남부럽지 않게만 살자. 생각했습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얼마동안은 꽤 괜찮은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려 할수록, 남부러운 인생이 되어갔습니다.
청년의 때, 청춘의 날에 가슴에 고래는커녕 송사리 한 마리 키울 자리가 없었습니다.
서두른 걸음을 옮겨가며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가고 있었고, 왜 바쁜지 모르고 바빴습니다. 멈추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삶을 지나쳤고, 나를 지나쳐왔습니다.
아주 열심히 말입니다.
되 돌아기엔 너무 멀리와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단기 사회사업을 만났습니다.
더는 남의 인생을 사는 심부름꾼 노릇 하지 않고 나의 길, 나의 인생을 걷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찬찬히 조금씩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딱 일 년이 지났습니다.
누군가를 돕겠다고 시작했던 일이었습니다.
돌아보니 결국 나를 돕는 일이었습니다.
세상 속에서 불러지는 수많은 이름이 아닌, 본디 나의 이름을 찾았습니다.
어떨 때 기쁘고, 어떨 때 눈물이 나고, 어떨 때 가슴이 뛰는지 알았습니다.
사랑 받았습니다. 담을 수 있는 내 그릇, 내 품 보다 더 넘치도록 받으니 흘려보내게 되었습니다. 받기만 할 줄 알았는데, 나도 나눌 줄 아는 사람인 걸 알았습니다.
가장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그렇게 한 영혼을 섬기고 세우는 팔딱팔딱 살아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나의 길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아직 여러 갈림길 가운데 고민하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가려하지 않는 길을 간다며 칭찬 받기도 했습니다.
일찍이 삶의 방향을 찾아 세우고, 남들은 쉽게 가려하지 않는 길을 가겠노라 다짐한 스스로가 대견했습니다. 멋진 줄로 알았습니다.
대단한 착각이었지요.
크게 바뀐 것 없는 삶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일은 힘겨웠습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싶기도 했습니다.
지나온 걸음만큼 깊어지고 넓어져 있길 바랐지만 이내 원점만 맴돌고 있는 스스로를 보았습니다.
마음이 갈대와 같아서, 단단하지 않고 물러서, 욕심이 가득해서.
양심의 모서리는 부드럽게 닳아있었고, 거짓 희망에 모른 척 마음을 내어주고 있었습니다.
이만하면 됐겠다 싶다가도 시시때때로 넘어지고 후회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단순함이 필요했습니다.
단아함이 필요했습니다.
단단함이 필요했습니다.
머리는 단순하고, 가슴은 단아하고, 발바닥은 더욱 단단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이곳에 왔습니다.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시원한 가랑비가 내리던 날 왔다가, 따스한 사랑비가 내리는 날 돌아갑니다.
사회사업은 사람 사는 사회의 정의를 세우는 일입니다.
사회사업은 인간세상을 지키는 일입니다. 인간성을 살리는 일입니다.
정의와 인간성.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어주지 않으며 의식 있는 사회사업가의 품위를 지키고,
사회사업가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습니다.
사라지지 않고,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희미한 등불로 서 있는 사람.
무력할지라도 끝끝내 꺾여 지지 않는 최후의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렇게 소진되지 않고, 타성에 젖지도 않고, 사회사업 오래 잘하고 싶습니다.
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함과 같다고 합니다.
#첫 번째, 사람은 뜻으로 삽니다.
방화에서의 서툴렀던 첫 걸음을 떠올려봅니다.
당사자를 만났습니다.
첫 만남에 삶 이야기와 지혜들 나누어주셨습니다.
행복했던 기억, 추억을 나누며 함께 웃고 슬퍼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잠자코 들었습니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연애편지 같은 설렘으로 만남을 꼬박 기다렸습니다.
다시 만난 날,
삶의 굴곡을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며 살아오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온 몸 구석구석 굳은살이 박인 탓에 잘 울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만남 가운데, 잘 웃고 잘 울게 되기를, 많이 웃고 많이 울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굳은 마음의 창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욱 바르게 만나 잘 거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찾아와 힘들게 한다. 부담스럽다. 어려웠다 말씀하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서운하고 속상했습니다.
그저 잘 돕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그래서 진심으로 만났고, 진심으로 들었을 뿐인데
모든 게 착각이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려워졌습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거절도, 쓴 소리도 모두 처음이었습니다.
야속한 한 마디가 자꾸 마음을 어지럽혔습니다.
“뜻.
사회사업하는 뜻이 뚜렷해야 합니다. 뜻있게 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사업 왜 하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사회사업 동기 이상 철학 그 뜻이 분명하고 그 동기 이상 철학대로 뜻있게 잘하고 있음을 확인 확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사업 동기 이상 철학이 없다면, 왜 이일을 하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면,
어디로 가는지 바르게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뜻있게 잘하고 있음을 확신은커녕 확인조차 할 수 없다면,
어찌 소진되지 않겠으며 어찌 타성에 젖지 않겠습니까?“
사회사업하는 뜻이 뚜렷한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는가?
당사자 자신이 당신 삶의 주인이고, 최고의 전문가라고 말해왔지만,
실은 나의 뜻이 앞섰습니다.
고마운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의 필요에 따라 진심을 이용해 쉽게 이루려고 했습니다.
마음 깊이 숨겨둔 내가 드러나기 바랐던 욕심, 교만함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최선웅 선생님께서 자기를 지우는 일이 공사의 마무리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부끄러움이 사무쳐 왔습니다.
사회사업은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드러나게 하고 그 뒤에서 나를 지우는 일입니다.
만개한 꽃, 잘 영근 열매는 나의 몫이 아닙니다.
그저 묵묵히 씨 뿌리는 일을 거듭할 뿐입니다.
내 마음 몰라준다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분개하며 애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저 사회사업 옳게 행하려는 정신을 바로 하여 나의 몫을 다해내기 바랍니다.
사람다움, 사회다움.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
당사자의 자주성, 지역사회 공생성.
자주하는 인격, 더불어 사는 관계.
농부의 씨앗과 땅처럼 지키며,
뜻을 따라 살겠습니다.
#두 번째, 사람은 사랑으로 삽니다.
뜨거운 태양 빛 아래서 지나보낸 한 달을 곰곰이 곱씹으면, 한 단어가 떠오릅니다.
‘사랑’ 사랑입니다.
사랑에 흠뻑 젖었습니다.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었습니다.
나의 어떠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잘나서도, 못나서도. 특별해서도, 평범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나라는 존재로 넘치도록 사랑 받았습니다.
그 사랑이 발바닥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온 몸에 흐릅니다.
받은 사랑들,
욕심껏 끌어안지 않고, 잘 나누겠습니다.
내안에서 썩히지 않고, 잘 흘려보내겠습니다.
잊거나 잃지 않고, 잘 간직하겠습니다.
봄물 보다 깊은 사랑, 가을 산보다 높은 사랑, 달보다 빛난 사랑, 돌보다 굳은 사랑.
그 사랑에 참으로 고맙습니다.
1) 1103동 좋은 이웃들의 사랑
‘한 여름날의 낭만 잔치’라는 과업으로 1103동 이웃들을 만났습니다.
처음 와보는 낯선 동네, 처음 만나는 사람들.
모든 게 새로운 이곳에서, 누구를 만나야 할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
찾아가도 될까? 거절 하시면 어떡하지?
막막함과 두려움에 댁 앞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를 몇 번이고 했습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걱정을 사서 한다는 말이 딱 맞았습니다.
1103동 좋은 이웃들은 처음 보는 낯선 두 학생을,
봄처럼 따스한 미소로 반겨주셨습니다.
볕처럼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셨습니다.
별처럼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셨습니다.
귀하게 여겨주시고 사랑으로 살펴주시던 눈길을 기억합니다.
딸처럼, 손녀처럼 보듬어주시던 손길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얼어 있던 마음에 봄이 찾아왔습니다.
긴 겨울을 지나온, 깊은 봄물이 마음에 흐릅니다.
한 여름날의 낭만 잔치, 다섯 개의 모임이 꾸려졌습니다.
15층, 7층, 13층, 3층, 11층에서 모였습니다.
아무것도 준비할 것 없다고 하셨지만,
함께하는 이웃들을 떠올리며 귀한 음식들 한 상 가득 차리셨습니다.
푸짐하게 차리시고 이웃들을 알뜰살뜰히 챙기셨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사랑으로 섬기셨습니다.
그렇게 풍성한 음식 곁들여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셨습니다.
위로와 격려, 칭찬과 감사가 오갔습니다. 참 정겨웠지요.
이웃들이 고맙다. 맛나다. 행복하다. 말씀하셨습니다.
떠날 때는 또 오겠다는 약속의 말 남기셨습니다.
다섯 개의 모임, 모인 곳도, 사람도, 음식도 다 달랐지만,
돌아보니 그 모습, 그 이야기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곁에 함께하는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살만한 사회,
불편하거나 갈등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혼자는 아닌 세상.‘
1103동 좋은 이웃들이 살아가는 그 모습, 그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제가 나아갈 길과 방향을 확인하고 확신합니다.
길고 긴 인생길 가운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듯 할 때.
이유모를 답답함에 한 숨 내뱉기도 힘겨울 때.
그럴 때면, 가만히 고개 들어 깊은 밤 비추는 환한 달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달보다 빛나던 1103동 좋은 이웃들의 사랑 떠올리겠습니다.
참 좋은 날 당신을 만났습니다.
어쩌면 당신을 만나, 참 좋은 날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1103동 참 좋은 이웃 여러분.
여러분은 사랑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슴 한 켠에 오래도록 남을 사랑입니다.
2) 착하고 좋은 사람들의 사랑
사회복지 꿈과 열정으로, 땀과 웃음으로! 우리는 복지인, 영원히 복지인!
매일 아침, 동료들과 복지인의 구호 외쳤습니다.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를 외쳤습니다. 든든했습니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한 달을 마치지 못했을 겁니다.
조금 느리고 어려울지라도, 낯설고 두려워 보일지라도, 때론 더디고 힘겨울지라도,
함께이기에, 함께였기에 할 수 있었습니다.
쉽게 흔들리고, 작은 일에도 마음이 무너지고,
감사하기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런 모습에도,
부족함과 연약함 탓하지 않고, 보듬어주던 동료들과 선생님.
귀한 사람으로 여겨주고 살펴주던 동료들과 선생님.
가만히 기다려주고 들어주던 동료들과 선생님.
착하고 좋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 사회복지가 좋아 뜨거운 가슴으로 산다네, 우리들은 복지인.
가는 길 어려워 보여도, 내가 택한 나의 인생. 열정과 긍지가 있단다, 우리들은 복지인.
때로는 힘들어도 우리들은 복지인, 지지와 격려를 통해서 다시 힘을 내리라.‘
2019년 여름, 방화11 배의 선장님, 권대익 선생님. 고맙습니다.
인사 다닐 때마다 저희들을 귀하게 소개해주셨습니다.
멀리서부터 열심히 배우고 싶어 온 학생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귀하게 여겨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밤은 누구보다도 길었습니다.
잘 가르쳐 주시기 위해 홀로 사무실을 지키셨습니다.
마음 다해, 뜻을 다해, 정성 다해, 몸을 다해 저희를 섬겨주셨습니다.
사회사업 재미와 감동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한 걸음 뒤에 물러서서 때를 기다려주셨습니다.
많이 참으셨습니다.
스스로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셨습니다.
많이 사랑주셨습니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고,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도록 자리와 시간을 마련해주셨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현장을 이끌어갈 좋은 후배들을 기른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헌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께 받은 것들 오롯이 갚을 수 없지만,
배운 것, 가르쳐주신 것, 몸 소 보여주신 것 잊지 않고 꾸준함으로 살아내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사회사업가가 되었을 때, 받은 사랑 잘 흘려보내기 바랍니다.
사라지지 않고, 사회사업 현장을 지키는 귀한 동료로 남기를 바랍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공항동 팀의 선장님 이미진 선생님.
기록을 할 때면 의미와 의도를 생각해보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사회사업 근본으로 성찰하고 실천하도록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늘 밝은 웃음으로 저희 살펴주시고 반겨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차게 걸음 하시던 선생님처럼 언젠가 사회사업가가 되었을 때, 막막하고 두려움이 밀려올 때면 당차게 한 발 내딛어 보는 사람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예림 언니
준혁 오빠
상우 오빠
해민아
예주야
도영아
곁에 있어, 함께 걸어, 마음 나눠,
행복했습니다.
힘났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재미로 삽니다.
“樂以忘憂 낙이망우.
근심을 없애기보다 낙을 찾고 만들고 누리게 하는 사회사업입니다.
낙으로써 근심을 극복 초월하게 하는 사회사업입니다.
사회사업은 근심을 없애기도 하지만 근심이 있음에도 살 만하게 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웃음 감동 희망 용기 의욕 도움 나눔 인정 우정 애정 같은 樂으로써 근심을 이기고 살아가게 하는 겁니다.“
낙이망우, 저에게도 그러했습니다.
한 달을 낙으로 살았습니다.
웃음 감동 희망 용기 의욕 도움 나눔 인정 우정 애정으로 먹고 잤습니다.
근심의 그림자가 짙어올 때도 있었습니다.
잘 하고 있는지, 이게 맞는지 알다가도 모를 때도 있었습니다.
지칠 때도 있었습니다. 가만히 주저앉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때를 따라,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적절한 낙을 누렸습니다.
그저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감사하게 되니, 더욱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웃음
밤낮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참 많이 웃었습니다.
밤에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잠을 깨우려 애쓰는 동료들의 얼굴을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났습니다. 낮에는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만나고 난 뒤 빛나는 눈동자로 그 순간들을 신나게 이야기 해주는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감동과 희망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
1103동 좋은 이웃들과 살아가는 그 모습, 그 이야기에 감동했습니다.
애정으로 당신 삶터를 가꾸어 가시며,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삶 가운데 잠시 끼어들었다 갈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사람 사는 맛을 느꼈습니다. 그저 마음으로 보고, 가슴에 새겼습니다.
인정이 메말랐다고들 합니다.
우리의 삶터를 흔들고 가르려는 문제들이 닥쳐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웃과 인정으로 살아가는 좋은 이웃들의 삶을 보았습니다.
희망이 있었습니다.
도시에도 인정이 있다고, 우리의 삶터를 가르려는 상황에도 여전히 ‘우리’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희망이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용기와 의욕
발바닥으로 걷는 만큼, 땀방울 흘리는 만큼 길이 열렸습니다.
사람이 보이고, 할 일이 보이고, 관계가 보였습니다.
주저 없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용기와 의욕 가득 얻었습니다.
‘사회사업은 발바닥으로 하는 일’임을 확인 확신 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도움과 나눔과 인정
할 수 있는 일이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저 성의정심으로, 예를 갖추어, 걸언할 뿐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헤아려주셨습니다.
잘 해보려 애쓰는 학생, 어떻게든 도와주려 하셨습니다.
어른다움.
어른으로서 무언가 이루시거나 해 주시거나 베푸시거나 가르쳐 주시거나 보살펴주시려 하셨습니다.
잠자리는 어떤지, 잘 먹고 있는지 살펴주셨습니다. 하나라도 더 손에 쥐어주시려 하셨습니다.
그 도움과 나눔과 인정 덕분에 얼굴에 보름달이 떴습니다.
방화11복지관 선생님들, 저희를 볼 때면 늘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여러 모양과 방법으로 섬겨주셨습니다.
‘잘하고 있다’는 한 마디에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도움의 손길 덕분에 몸도 맘도 풍성한 한 달을 보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우정과 애정
사회사업, 홀로 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함께하는 이들, 함께하는 이곳이 익숙해질까 조심했습니다.
익숙해져서 쉽다고 판단하며 가볍게 여기지 않고,
더욱 잘 알아서, 귀함을 깨닫고 존중의 마음으로 사랑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눈을 맞추고, 가슴을 맞추고, 걸음을 맞추었습니다.
우정이 싹트고, 애정이 샘솟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웃음, 감동과 희망, 용기와 의욕, 도움과 나눔과 인정, 우정과 애정.
이 재미로, 낙으로 살았습니다.
행복이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진실_박노해
큰 사람이 되고자 까치발 서지 않았지
키 큰 나무숲을 걷다 보니 내 키가 커졌지
행복을 찾아서 길을 걷지 않았지
옳은 길을 걷다 보니 행복이 깃들었지
사랑을 구하려고 두리번거리지 않았지
사랑으로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지
좋은 시를 쓰려고 고뇌하지 않았지
시대를 고뇌하다 보니 시가 울려왔지
가슴 뛰는 삶을 찾아 헤매지 않았지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하니 가슴이 떨려왔지.
옳은 길을 걸으며, 사랑으로 살며,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하며,
행복이 깃들기를, 사랑이 찾아오기를, 가슴이 떨려오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뜻으로, 사랑으로, 재미로 사는 가운데
지나온 걸음보다 높아지거나 깊어지거나 넓어지지 않고,
그리하여 ‘내 힘으로 이루었다’ 쉽게 스스로를 속이려하지 않고,
그리하여 쉽게 쌓은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고,
지나온 걸음만큼 딱 그만큼,
천천히, 차근히, 잠잠히
높아지고.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더욱 단단하고 단순하고 단아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진실로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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