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계영배(戒盈杯)’의 유래
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버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속뜻이 있는 계영배는 과욕을 하지 말라는 것을 보여 주는 상징물이기도 합니다.
계영배는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서 하늘에 정성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되었다 하는데, 자료에 의하면 공자(孔子, BC551-BC479)가 주(周)나라 환공(桓公, ?-BC643. 나라의 군주)의 사당을 찾았던 적이 있는데 생전의 환공께서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스스로의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서 사용하였던 잔인 ‘의기(儀器)’를 보았다 합니다.
이 의기에는 밑에 구멍이 분명히 뚫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이나 술을 어느 정도 부어도 전혀 새지를 않지만, 7할 이상 채우게 되면 밑구멍으로 쏟아져 나가게 되어 있었다 하는데, 이는 마치 현대의 ‘탄타로스의 접시’라는 화학 실험기구와 비슷한 원리인 것이었습니다.
환공은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 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로 불렸다 하며, 이를 본받은 공자도 ‘유좌지기’를 곁에 두고 스스로를 가다듬었으며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 합니다. 공자의 공자됨이 바로 이 ‘의기’인 계영배(戒盈杯)에서 비롯된 것이라 전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계영배를 만든 분으로 전해지는 사람은 무등산의 실학자로 불리 우는 하백원(1781 ~ 1844) 과 우명옥인데, 하백원은 전남 화순지방에서 태어나 20세까지 학문을 배우고 23세부터 53세까지 30여 년간 실학연구에 몸을 바친 과학자, 성리학자, 실학자였습니다. 그가 만든 대표작은 양수기 역할을 하는 자승차, 계영배, 펌프같이 물의 수압을 이용한 강흡기, 시간이 되면 스스로 소리를 내던 자명종, 청기와, 유리, 벽돌 등의 제조 및 대동여지도보다 51년 앞선 동국지도, 세계지도, 천문도 등이 있으나 현재 하백원의 계영배는 전해지는 것은 없는 듯합니다.
우명옥은 강원도 홍천지방의 전설에 의하면 우삼돌(우명옥)이라는 도공이 있었는데 사기그릇을 만드는 것을 동경하여 오다 마침내 조선시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원으로 갔다 하는데, 그는 그곳에서 그의 스승에게 열심히 배우고 익혀 마침내 스승도 이루지 못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었다 합니다.
그리하여 그가 만든 반상기는 왕실에 진상이 되었고 왕은 ‘설백자기’의 아름다움에 경탄하여 상금과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합니다.
그 후 명옥의 동료들은 그가 잘되는 것을 질투하여 그를 방탕한 생활을 하게 하는 꾀임에 빠져 방탕한 생활은 계속 이어졌고 얼마가지 않아 그 동안 사기그릇을 만들어 모은 재물을 전부 탕진하게 되자, 그제서야 그 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옵니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물에 목욕을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자 그는 스승에게 조그만 한 잔을 보여주며 이 잔을 계영배라고 하였습니다.
잔에 술을 가득 부었으나 술은 모두 사라져 버렸고 다시 술을 반쯤 붙자 술이 남아 있었음을 확인한 스승은 그제서야 무릎을 치며 명옥이 술로 망했으니 술을 조심해서 마시자라는 뜻으로 과하게 마시지 말자라는 교훈이 담긴 것으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 후 술잔은 의주의 임씨라는 사람이 소유하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조선시대 의주 거상 임상옥(1779-1855)이었습니다.
임상옥은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리면서 큰 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임상옥이 청부로서 조선 최고의 큰 재물을 만든 바탕은 계영배의 기운을 끊임없이 느끼고 그 교훈을 되새긴 덕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상옥이 우연히 계영배를 깨뜨렸는데 이상한 일은 그 잔이 깨어지던 날 우명옥도 세상을 떠났다 합니다.
계영배의 한자성어 및 의미를 살펴보면, 계영배(경계할戒, 찰盈, 잔杯)의 한자성어는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술이 일정한 한도에 차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 즉,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합니다.
계영배를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면 이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넘치면 곧 아무 것도 없는 것과 같다는 교훈이며, 이는 곧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 다가 모든 것을 잃고 만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중직사형(人中直似衡)’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뜻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항상 담아 야 할 좌우명이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