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여행 가는 날,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렸습니다.
비 맞으며 다닐 생각하니 가슴 속부터 시원해졌습니다.
여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간단한 준비물을 챙겨 나섰습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현준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현준이가 선크림 나눠주어 얼굴, 목, 팔에 고루 발랐습니다.
얼마 뒤 동혁이도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김재형 선생님, 현준이, 동혁이, 저까지 사전여행 팀이 모두 도서관 앞에 모였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완두콩 선생님 댁에 헬멧 빌리러 밤실마을로 향했습니다.
미리 빌려놓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오갈 인정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완두콩 선생님 댁에 도착하여 인사드렸습니다.
꽃나무 선생님, 물들다 선생님, 임은정 선생님도 함께 계셨습니다.
“현준아 머리 염색했구나. 머릿결 관리도 해야겠네.”
“동혁아, 엊그제 동명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 놀러왔던데.”
“오늘은 어디까지 가니? 조심히 다녀와.”
오가는 대화 속에는 아이들의 변화, 아이들의 관계, 아이들의 활동, 아이들의 일상이 담겨있었습니다.
소박하고 정겨웠습니다.
헬멧 빌리러 온 잠깐 동안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꽃나무 선생님께서 현준이와 동혁이에게 용돈 주셨습니다.
물들다 선생님께서 참외 깎아주시고 다이제 두 곽 주셨습니다.
완두콩 선생님께서 헬멧 3개와 렌턴 5개 챙겨주셨습니다.
그리곤 대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 조심히, 즐겁게 다녀오라며 응원 해주셨습니다.
현준이와 동혁이 살펴주신 완두콩 선생님, 임은정 선생님, 물들다 선생님, 꽃나무 선생님께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랍니다.
체격이나 지식만 자라지 않습니다.
이웃의 인정을 받으며 마음이 자라고, 관계가 자랍니다.
양손 무겁게 도서관으로 돌아와 출발할 준비를 했습니다.
짐을 챙기고, 목을 축이며, 포옹인사 나눴습니다.
그리고 자전거에 올라 첫 페달을 밟았습니다.
최선웅 선생님, 정다은 선생님, 유종민 선생님께서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정말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설렜습니다.
자전거는 익숙한 추동의 풍경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출발한지 40분쯤 지났을 때 정자가 나타났습니다.
잠시 쉬었다갈까 하여 자전거에서 내리니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라면을 끓이고 계셨습니다.
정자에 올라가도 되는지 쭈뼛거리고 있으니 “올라와서 쉬어.” 말씀하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다시 쭈뼛거리니 할아버지께서 돗자리를 꺼내 펼쳐주셨습니다.
“그쪽 바닥에 껌이 있으니 여기 앉아서 쉬어.”
감사인사를 드리고 빙 둘러 앉았습니다.
라면 끓이는 냄새에 여러 장기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도시락 지금 먹을까?…”
김재형 선생님과 현준이, 동혁이는 망설임 없이 “먹어요!” 답했습니다.
출발한지 40분 만에 가져온 점심 풀었습니다.
뒷일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께서 밥과 같이 먹으라며 끓이던 라면도 주셨습니다.
강원도 영월에서 자란 감자가 들어있는 특별한 라면이었습니다.
받기만 할 수 없어서 반찬을 조금 드렸습니다.
현준이가 가져온 오이소박이, 동혁이가 가져온 참치김치 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 밥을 다 드시곤 “다 합쳐서 먹으니 맛있게 잘 먹었다.” 하셨습니다.
저와 김재형 선생님, 현준이, 동혁이도 남김없이 싹싹 먹었습니다.
뒷정리하고 출발할 채비를 하니 할머니께서 ‘자두’ 먹으라고 챙겨주셨습니다.
동혁이가 받아서 아이스팩에 넣어두었습니다.
낯선 사람과의 정겨운 만남, 여행의 묘미를 출발한지 40분 만에 만끽했습니다.
챙겨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감사했습니다.
다시 자전거에 오르고 길에 올랐습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굽이치는 길에 몸을 맡기고 달렸습니다.
싱그러운 논, 무겁게 내려앉은 구름,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내리막길을 달리던 도중에 현준이가 넘어졌습니다.
넘어지는 모습이 아찔했습니다.
좀 전에 내린 비로 길이 미끄러워 넘어진 듯 했습니다.
얼른 현준이에게 달려가니 팔이 조금 까진 것 외에는 별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찔했던 장면을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좀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현준이가 넘어지는걸 보며 우리만의 속도를 찾아갈 무렵,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간 비 맞으며 달렸습니다.
얼굴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따가웠고,
후드득 쏟아지는 빗소리는 마치 빠른 장단의 음악 같았습니다.
버스정류장에 몸을 피했습니다.
자전거를 한쪽에 잘 새워두고 도로에 나와 쏟아지는 비 흠뻑 맞았습니다.
여름을 온 몸으로 맞이했습니다.
대청댐 부근에 도착하니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청댐까지 도착이야 하겠으나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현준이 아버님께 전화를 드릴까, 자전거를 세워두고 71번 버스를 탈까 머릿속으로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우선 대청댐까지만 가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청댐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했다고 하니 현준이가 “너무너무 기뻐요.”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피로가 풀리는 듯 했습니다.
대청댐까지만 와도 이렇게 좋은데, 군산에 도착하여 드넓은 바다를 보면 어떨지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간식을 먹고 얼마간 쉬었습니다.
다들 돌아갈 생각을 하니 왔던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가보기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보다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왔던 길을 되짚어 쉬엄쉬엄 오다보니 금세 추동에 도착했습니다.
습지공원 오르막길에서 최선웅 선생님을 딱 마주쳤습니다.
중추에 솔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 하셨지만, 꼭 마중 나오신 것 같았습니다.
최선웅 선생님께서 한 명 한 명 잘 다녀왔다며 안아주셨습니다.
그제야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도서관에 돌아오니 권민정 선생님, 정다은 선생님, 유종민 선생님께서 환대해주셨습니다.
멀고도 아득한 길을 여행 다녀온 느낌이었습니다.
“사전여행이 진짜 여행 같아요.” 하던 동혁이의 말이 실감났습니다.
도서관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습니다.
사전여행의 소감, 자전거여행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감사한 일 나눌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최선웅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동혁이네 어머님께서 사전여행팀을 초대해주셨습니다.
나눔은 뒤로 미루고 현준이에게 같이 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현준이는 피곤하여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가는 길 혼자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도착하면 바로 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전거타고 떠나는 현준이 뒷모습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집에 잘 도착하길 바랐습니다.
얼마 뒤에 현준이에게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잊지 않고 전화해준 현준이, 무사히 잘 도착해준 현준이가 고마웠습니다.
김재형 선생님, 동혁이와 함께 동혁이네 집으로 갔습니다.
동혁이 어머님께서 맛있는 저녁 대접해주셨습니다.
피곤한 줄 모르고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동혁이가 어머니께 사전여행 다녀오며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피곤할 텐데 이야기하는 동혁이의 표정은 밝고 맑았습니다.
사전여행 잘 누려준 동혁이와 현준이가 고마웠습니다.
동혁이가 중간에서 거리 잘 조율해주었습니다.
오르막길이 힘들어 모두가 자전거 끌고 오를 때에 동혁이만 자전거 타고 올랐습니다.
자전거타고 즐겁게 누비는 모습이 자전거여행 팀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현준이는 동혁이에게 자기 자전거를 내어주고 잘 나가지 않는 자전거로 완주했습니다.
밥이나 간식을 먹고 나선 뒷정리 잘해주었습니다.
선크림, 밴드 등 미처 챙기지 못한 물품 꼼꼼히 챙겨주었습니다.
동혁이, 현준이 그리고 사전여행에는 함께하지 못했던 승주와 떠날 ‘자전거여행’이 기다려집니다.
호수를 보며 자란 아이들이 그 물길을 따라 바다로 갑니다.
드넓은 군산 앞바다를 보며 서있을 동혁이, 현준이, 승주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흐릿했던 모습들이 점점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첫댓글 와.. 자전거타며 자연 누리는 사나이 넷^^
헬멧빌리며, 정자앉아 도시락먹으며 나누고받은 인정,
너무너무 기쁘다는 현준이말에 저도 기뻐요^^
현준이 청년의 모습이지요.
혜련, 잘 지내지요?
혜련이 댓글보니 함께 여행하는 것 같다!
멋있어요!!!!!! 행복해보이네요.
구급물품은 챙기면 좋겠어요. 사전여행 다녀오시길 잘 했나봐요.
구급물품!
임은정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래저래 부족한 게 많은데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사히 잘 다녀오고 싶어요!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내리막길에서는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합니다.
앞뒤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비가 올 때는 브레이크 패드가 빨리 닳고 제동력도 떨어지니 무엇보다도 '브레이크'에 주의해야 합니다.
가슴이 철렁했어요.
다음에는 좀 더 주의해서 다녀와야겠어요.
덧글 고맙습니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예요.
도서관 도착했을 때 현준이와 동혁이 꼭 안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시원해요.
사진만 봐도 시원해요.
함께 달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