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아이들에게 "사냥하고 올께"라고 말하고는
나는 마트를 간다.
요즘 꽂힌 티아시아 카레 2종류를 믹스해서 만드는 카레 재료를 사러 나가는 거다. 예전엔 감자(구황작물)를 넣고 만들던 카레를 오늘은 콩과 호박 그리고 양파를 넣고 만들기로 했다. 완두콩이 여름이 오고 있는지 마트에 나왔길래 사왔다.
이것저것 며칠치 먹을 것을 간식이랑 해서 사가지고 오는데
마트 옆 아파트 단지 풀숲 옆 인도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삼색이를 발견한다.
쏙 하고 풀숲으로 들어가서도 계속
나에게 말하듯이 야옹댄다.
인사하고 지나가려는데도 계속 말을 걸길래 조금만 기다리라고는
다시 마트로 뛰어가 캔을 하나 사오고 보니
보이지 않는다. 가버렸나보다 하고 떠나려 맘 먹을 즈음에
마지막으로 한 번 보자 하고 살펴 보니 애가 덤불 속에 아주 보호색처럼 잘 숨어 있는 것이다.
조금 평평한 사람 눈에 잘 띄일 곳에 캔을 까줬더니
아니란다. 거긴 무섭단다.
그래서 캔을 아예 애기가 있는 안쪽으로 던지다 시피해서
애기 앞에 대령해줬더니 잘 먹는다.
녀석이 기특하다. 자기를 보호하는 법을 잘 안다.
쬐끄만 캔 하나 냄새를 맡은 동네 조금 큰 턱시도 녀석이 하나 온다.
둘이 싸우지 않고 먹는 걸 독점하지 않고 같이 먹는다.
끝까지 보지도 않고 사진도 남기지 않기로 하는 것은
길고양이들의 삶에 대한 예의다.
그들에게 내가 내어줄수 있는 것이 없어서다.
캔 하나 내주는 존재가 관계까지 맺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이 좋은 인간도 있겠지만 좋은 인간이라고 느껴지는 인간도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인간에게도 쉽게 신뢰하게 길들이는 위험을 야기할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야성적인 동물들에게 길들이는 죄를 지으면 안 되는 것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그 장소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이들이 누리려는 자유로운 공간을 훼손할수 있기 때문이다.
등 돌리고 애들이 먹는 모습을 가리고 서 있는 동안
그리고 뒤돌아보고 어느 정도 먹었는지 보고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오는 와중에도
이게 꿈작업이랑 너무나 같구나. 한다.
누구도 자신을 대신해서 자신을 지킬수 없는 것이다.
구해줄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그럴수 있는 힘을 키우는 동안
곁에 머물어주는 것 뿐이다.
며칠간 내겐 외로움이 있었다.
아마도 이제는 여느 인간 틈에서 인간과 관계 맺으면서
동질감을 누리면서 사는 일에 대해서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어떤 정치적인 프로퍼갠다도 가지고 살아가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일 것이고
나는 다를것임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다름을 드러내는 것을
망설이는 일도 그다지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30일 드로잉 챌린지를 하면서 내가 그리는 것들이
여느 사람들과 너무 달라서
그들의 시선에 어찌 보일까를 신경쓰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이것을 올리지 않으면
그들의 열심을 왠지 작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뭔가 응답하는 느낌으로 그림을 올리거나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 마음을 작업하느라
그림을 그리지도 올리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내 마음의 투사지 그들의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냥 내가 누려야 할 것을 누리며 있으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오늘 그림을 완성해서 올리려 한다.
늦은 아점을 먹고
빨간구두 2회차 작업을 하고
그리고 늦은 저녁쯤에 색연필 작업을 마져해서 올려야겠다.
오늘 꿈은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알아차림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백을 꺾기 위해 여기저기에 말뚝을 박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그때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모계 종교 시대에서 부계 종교 시대로 넘어가면서 대대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꿈을 꾸었다.
인간의 내면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시간이 있다는 것도
오늘 "인간의 사냥터 =마트"에 다녀오면서
알아차리게 되었다.
훌륭한 사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