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샌닥의 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인연을 맺을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20대의 끄트머리, 출판단지에 출퇴근하며 점심 시간 마다 지하 책방에 갈 수 있는게 힐링이었다. 그때 자주 봤던 책의 표지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였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고, 그림책 보다는 여행책이나 에세이에 손이 자주 가던 그때에도 이 책의 표지가 강렬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강무홍 작가님의 토미 웅거러 강연에 우연히 가게 됐을 때도 강무홍 작가님이 번역했던 책 사이에 이 책이 크게 놓여있었다.
모리스 샌닥은 토미 웅거러의 열렬한 팬이자 지지자로 "나는 토미 웅거러처럼 독창적인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리스 샌닥 역시도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쳤다고.. <괴물들이 사는 나라> 역시 칼데콧 상을 수상한, 한국에서도 정말 유명한 그림책인데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제대로 본 적은 없었다. 괴물에 별로 관심이 없는 두 아이들이라 이 책을 빌려서 읽어줄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냥 유명한 책'이기만 했던 이 책이 어린이도서연구회 신입모임 첫 책으로 선정되어 다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제는 나에게 '특별한 책'이 되었다. 이렇게 책과 맺는 인연이 참 신기하다.
엄마가 소리쳤어. "이 괴물딱지 같은 녀석!"
맥스도 소리쳤지. "그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그래서 엄마는 저녁밥도 안 주고 맥스를 방에 가둬 버렸대.
그림책에서 엄마를 잡아 먹는다는 표현이 낯설기도 하고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라는 말 때문에 금서(?)가 되기도 했다는데. 아이들의 야생성, 아이들 안에도 괴물들이 살 수 있고, 분노가 자리잡았을 때 악한 본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당연한)사실을 모리스 샌닥은 일찍부터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원작에 비해 번역이 좀 과격(?)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제목부터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라고 했지만 원작의 제목은 <Where the Wild Things Are>
한국말로 옮길 때, 야생들? 야생의 것? 이라고 하기엔 뭔가 딱 와닿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안의 야생성이라면, 괴물같기도 한 야생성이겠지...?
his mother called him "WILD THING!"
and Max said "I'LL EAT YOU UP!"
so he was sent to bed without eating anything.
좀 다르긴 하다. 특히 마지막 줄이... 가둬 버린건 아닌데.
그 외 번역들은 거의 비슷했던 것 같다.
원래 제목으로 따져보자면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어디일까. 맥스처럼 아이들 마음 속에도, 우리 마음 속에도 괴물들이 살고 있다. 엄마에게 혼이 난 맥스는 상상 속에서 괴물들과 신나게 즐겁게 논다. "조용히 해"라고 말하고 밥도 주지 않는 등 자기 마음대로 그 괴물들을 컨트롤하면서. 하지만 차차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괴물로만 사는 건 외롭다는 것도 알게 된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맥스의 표정은 복잡미묘하다.. 괴물로만(본성대로만) 살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게 슬퍼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맥스는 자기 앞에 놓여있는 따뜻한 저녁밥을 보고 표정이 밝아지고.. 엄마의 마음에 위로받은 것일까.
책을 읽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책을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괴물나라에 다녀온 맥스가 성장한 것 같다...
맥스가 타고 온 배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닐까.
누구나 괴물 나라에서 마음껏 욕망을 분출하고 자기 안의 괴물같은 것들을 쏟아버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뒤 따뜻한 밥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라고..
엄마 생각도 나고 아이들 생각도 나게 하는 책이다...
"이 괴물 같은 녀석" 처럼 아이들을 무언가로 규졍하는 말들을 더 조심하게 된다 등등 이야기들이 많이 공감되었고 책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됐다. 역시 책은 같이 읽어야 더 깊고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걸..
아이들 안의 괴물같은 모습이 불쑥 튀어나오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말아야지. 아이들도 어른들도 누구나 마음 속에 괴물들이 살고 있으니. 그 괴물과 제대로 놀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게, 그 괴물같은 나를 잘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어떻지....)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 <몬스터 차일드>도 생각이 났다.
"나는 네가 네 안의 그 아이랑 친해졌으면 좋겠구나"
"소장님, 그건 괴물이잖아요. 그런데 친해지라니요!"
"그 아이는 널 지키려는 거야" <몬스터 차일드 p110>
괴물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 오늘은 아이들이랑 이 책을 같이 읽어봐야지.
* 블로그에 쓴 글을 그대로 옮겨온거라... 문체 이해 부탁드립니다. ^^;
첫 모임부터 참 좋으네요 다음 모임때 뵈요~
첫댓글 너무멋진 감상평이에요^^
더한번 생각하고 읽게되네요! 다음주에 뵐께요.
감사합니다 ^^ 이번주 목욜에 뵈요~~
와우!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숲속같은 배경위로 찍은 책 사진도 멋집니다. 센스 짱!!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해요 ^^ 평생학습관 그처에서 찰칵 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