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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으로 백세시대를 노래하는 동요 할아버지
이인환
백세시대의 SNS를 달구는 진솔한 노인의 노래
요즘 SNS로 통칭하는 유튜브와 블로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늙어 가는 길’이라는 시가 널리 유통되고 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인류의 꿈이었던 백세시대이기에 은퇴 후 이전 세대들이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걷는 실버세대들이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 널리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기 낭송가 고은하 작가가 제작한 낭송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낭송을 좋아하는 이들이 공유하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 ‘늙어 가는 길’ 중에서
그런데 문제는 많은 이들이 시인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퍼나르고 있으며, 심지어 내용은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제목만 살짝 바꾼 표절시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물론 가짜가 생기는 것은 그만큼 진짜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 문제는 대중이 아직 진짜의 주인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 시집을 통해서 대중들이 진짜의 주인을 분명히 인식하고, 시를 인용하거나 낭송할 때는 시인의 주인을 분명히 표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늦게라도 이렇게 진짜의 주인을 분명히 밝힐 수 있도록 ‘소통과 힐링의 시’ 시리즈에 옥고를 맡겨주신 윤석구 시인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 세대 간 소통과 힐링의 장을 펼치는 시인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어릴 적에
그때 그 소년이
아직도
내 안에
놀고 있다
- ‘왜 시를 쓰냐고?’ 전문
시인은 1940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 빚어낸 가난과 기근,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산업화 시대를 겪으며, 평사원에서 에이스침대 사장으로 은퇴하기까지 산업화 시대의 역군으로 젊음을 바쳤다. 동시대의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시인도 젊은 시절에는 꿈이나 이상보다는 생계가 우선이기에 생업에 종사해야 했다. ‘왜 시를 쓰냐고?’에는 시인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았던 실버세대들이 은퇴 후로 미뤄두었던 일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펼치기 위해 평생학습 현장을 찾는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다. 그만큼 공감하는 세대들이 많아서 SNS를 달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병원을 가도
식당을 가도
카페에 들려도
사람이 아닌 기계에게
말을 걸어야 하고
- ‘노인은 두렵다’ 중에서
노인이 되면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를 어찌해야 할까
치매 예방 연습이라 하여
사랑이라는 글자를 쓰고 쓰고
지우고 지우고 해봤는데
가슴에 새겨진 글자는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
노인이 되어도
지울 수 없어 아프다
- ‘사랑 지울 수 없어 아프다’ 전문
시인은 시어 선택을 어렵게 하지 않는다. 현학적이지 않고 솔직담백하다. 그래서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아울러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사회적이고, 가장 사회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세계화 시대에 문학이 갖춰야 할 핵심을 잘 잡고 있다.
그래서 시인의 시들은 백세시대를 펼쳐가는 사회를 향해 노인의 입장에서 소통의 장을 활짝 펼쳐 보이고 있다. 기계화 시대에 소외받는 노인들, 핵가족화가 되면서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노인들의 문제는 사회구성원인 전체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풀어가야 할 문제다. 기계화 시대가 아무리 편하고 좋다 하더라도 기성세대인 노인의 편의도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세대가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를 방치하다 보면 사회는 갈등의 골을 채울 수 없다. 시인은 시의 사회적 기능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노인이여 갈대의 노년을 잠시라도 보시라
갈대꽃의 아름답게 보이는 꽃만 보지 말고
바람에 순응하는 자연의 섭리와 순리를 보시라
노인이 되는 것은
삶의 한 과정이며 순서이지
특권의 자리가 아니더이다
- ‘노인이 특권은 아니다’ 중에서
노인의 불면증은
어쩌면
그간 못다한 여가를
즐기라고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 ‘노인의 불면증’ 중에서
시대의 변화는 막을 수 없다. 어떻게든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의 모든 변화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오랜 생활 습관으로 변화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익숙한 노년일수록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를 달가워할 수 없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세대갈등을 유발해서 더 큰 불행을 불러올 수 있으니.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에 시인은 노인의 관점에서 이제는 노인들도 스스로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좋게 변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만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화가 두려운 노인일수록 더욱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 시인의 시가 SNS를 달구는 이유는 이처럼 사회적인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를 소위 기성세대의 꼰대처럼 ‘~하라’는 식으로 풀어놓지 않고, 노인들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서로 배려하며 소통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소통과 힐링의 시’로 정서를 울려 공감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대 간의 소통과 힐링의 장을 펼치는 시인의 바람이 모든 세대에게 골고루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3. 촌철살인의 메시지로 소통하는 시인
터트리고 싶다
이제는
나도
너처럼
남김없이
- ‘벚꽃을 보며’ 전문
시인의 시를 접하다 보면 독자를 배려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상당히 계획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노인의 심정을 드러내는 시들은 구체적이고 서술적인 시어를 선택해서 낭송체로 호흡을 길게 함으로써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사실성과 접근성을 쉽게 하고 있다. SNS에서 시인의 시를 접한 많은 이들이 낭송시로 선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세상을 먼저 살아본 시대의 어른으로서 젊은 세대에게 삶의 지혜를 주는 메시지를 전하는 시들은 아주 간결하게 이뤄져 있다. 어른들의 말이 길어지면 잔소리로 듣는 요즘의 젊은 세대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피자 한 쪽은
먹을 줄도 알아야
아이들과
어울릴 줄
아는 것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이뻐할 줄 알아야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
- ‘살아보니9’ 전문
부침개에 익숙한 노인들에게 피자는 적응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실제로 피자를 찾는 아이들의 입맛을 따라잡지 못해 외식을 할 때 소외받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시인이 시를 대하고 소재를 선택하는 기준을 잘 보여준다. 세상을 살면서 상대를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칫 갈등과 대립을 불러 일으켜 관계의 단절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상대에 맞춰 나를 바꾸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정말 쉬운 일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쉬운 일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세상을 맞추려는 어리석음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서양식 음식인 ‘피자’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손에 대지도 않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시인의 시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입맛은 혀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소통하려는 마음에 있다는 메시지를 짧은 시로 잘 전달하고 있다.
아름다운
꽃도
홀로
피어 있으면
외롭더라
- ‘살아보니’ 전문
장미꽃
앞에서 핀
호박꽃이 화가 났다
아낌없이 주는
내 마음은
왜 몰라주냐며
- ‘그럴 줄 알았다’ 전문
세상을 살면서 관계를 좋게 하려면 먼저 소통을 잘 해야 한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들리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세대 간의 갈등의 원인은 서로가 상대에게 들리는 말을 하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놓고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상대에게 들리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말하는 이가 먼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서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그 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SNS를 달군 노인의 심정을 대변하는 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가 아주 간결하고 짧다. 오랜 연륜을 통해 소통에는 긴 말보다 심금을 울리는 촌철살인의 짧은 말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4. 순수한 동심으로 골목문화를 이어가는 시인
지금이야 고은하 낭송작가의 유튜브로 ‘늙어 가는 길’을 포함한 다수의 낭송시가 널리 알려서서 SNS를 통해서 얼마든지 시인의 시를 만날 수 있지만, 이전까지는 이천시 중리동 성당골목길에 오대양횟집을 중심으로 조성된 ‘시가 흐르는 골목길’을 가야 시인의 시를 만날 수 있었다.
그거
어딨어요?
거기
거기를
알면
뭣하러
물어 봐요
우리는
하룻밤 자고 나면
또 물어본다
- ‘거기’ 전문
시인은 시를 통해 가까운 이웃들과 소통하기 위해 뜻이 통하는 이들과 함께 ‘시가 흐르는 골목길’을 조성하기로 하고 먼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화를 전시하기 시작했다.
노을처럼 빛난다
지나가던
할머니
더듬 더듬
시를 읽어가는
뒷모습이
주차장 같았던
골목길
예쁜 화분이 반기며
꽃처럼 환한
시어들이 날마다
새록새록
- ‘시가 흐르는 골목길’ 전문
예전에 인정이 넘치는 골목문화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이다. 그 결과 무표정한 얼굴로 골목길을 지나가기에 바쁜 이웃들이 발길을 멈추고 잠시나마 삶의 위안을 얻으며 미소를 짓고 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시인은 이웃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 편의 시가 골목길을 밝히는 정말 소중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부터 골목길을 밝히며 이웃들과 소통하기 좋은 시편들을 양산하기 시작한다.
시인은 글로벌시대에 문학작품이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관광상품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란 작품이 봉평을, 조영남의 ‘화개장터’라는 노래가 화개장터를, 진성의 ‘안동역에서’라는 노래가 안동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로 만들었듯이 가장 이천적인 작품이라면 시인이 살고 있는 이천도 얼마든지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가장 이천적인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이천이 좋아요 좋아요
풍요롭고 행복한 곳 이천이 좋아요
이천이 좋아요
설봉산 숲속 다람쥐 신나게 뛰어놀고
산새들 모두 나와
상쾌한 아침을 노래한다
봄이면 산수유 여름엔 복숭아
가을엔 임금님표 이천쌀
눈꽃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곳
도자기 마을 온천의 고장
축제의 도시 이천
희망의 날개 펴고
훨훨 날으자
이천으로 놀러오세요
- 동요 ‘이천이 좋아요’ 전문
시인은 은퇴 전까지는 산업화 시대의 역군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일에 일익을 담당했다. 은퇴를 앞두고 뒤늦게 시를 쓰기 시작했지만, 당시 문단 분위기에 빠져들지 못했다. 그래서 얼른 동심이 희망이라는 신념으로 동요작가로 방향을 틀어서 지금까지 동요보급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천에 <동요박물관> 건립을 이끌어냈고, 가장 이천적인 동요로 가장 세계적인 동요도시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동요사랑협회를 이끌면서 한국 동요의 아름다움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천이 좋아요’는 아이들 음악 교과서에 실린 작품 중에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이천적인 문화가 가장 세계적인 문화라는 믿음을 갖고 골목길에서 이웃들과 시로 소통하는 시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동심은 첫눈처럼 때 묻지 않은 순결입니다
흰 눈처럼 깨끗한 해맑은 동심의 선물인 동요는
엄마가 최초로 불러준 노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동요 한 곡이 탄생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져 다가왔습니다
동요 한 곡을 불렀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도 함께 들렸습니다
동요 한 곡을 불렀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도 함께 들렸습니다
동요는 아름다운 희망이며 우리의 미래입니다
- ‘동요는 희망이며 아름다운 미래입니다’ 중에서
시인이 동요를 대하는 마음은 그야말로 순수무구하다. 그러다 보니 시인의 시에는 동심이 담긴 솔직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다.
가을엔 떠나고 싶어요
누구라도 만나 떠나고 싶어요
단풍잎 곱게 물드는 모습
함께 바라 볼 수 있는
그런 사람과 같이 떠나고 싶어요
- ‘나이가 들어가도’ 중에서
한창이라 하길래
서둘러 갔더니
꽃은
건성 보이고
스치는 여인의
옷차림만
화사하게 눈에 띄더라
- ‘꽃구경’ 전문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체면을 차리느라 속내를 감추거나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감추고 싶은 치부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시는 아무리 꾸며 쓴다 해도 결국 시인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얼마나 솔직한 표현인가? 시인의 삶을 아는 이들은 시인의 이러한 시들을 통해서 시인의 솔직담백한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전에 어느 세대도 경험하지 못한 백세시대를 동심으로 개척해 나가는 시인의 작품들을 만난 것은 우리 시대에 정말 큰 행운이다.
5. 현재진행형인 동심의 길 조성에 성공을 빌며
시인의 도전은 끝이 없다. 동요를 더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캘리그라피를 배우면서 캘리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2019년에 『첫눈에 반하다』라는 캘리 시집을 발간했다. 그리고 지금은 캘리 시화를 활용해서 이천의 명소인 안흥지 일대와 동요박물관을 잇는 ‘동심의 길’을 조성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밤에는 슬그머니 별들이 내려와 놀고
낮에는 지나는 바람도 구름도 쉬었다 가는
아름다운 길은 봄볕의 병아리들처럼
맑고 고운 웃음소리로 넘쳐 납니다
아침이슬처럼 초롱초롱한 어린 잎새가 재롱을 떱니다
뽀송뽀송 들리는 참새들의 노랫소리가 이쁘기만 합니다
- ‘동심의 길’ 중에서
시인과 캘리그라피 작가들이 정성을 들이고 있는 ‘동심의 길’ 조성이 성공해서 많은 이들이 찾는 사랑의 거리가 되기를 기원한다. 산업역군으로 성공한 인생 전반전을 마치고,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열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시인의 인생 후반전에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시인은 몇 번이고 시집 발간을 조심스러워했다. 유튜브의 낭송시로 시작한 ‘늙어 가는 길’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대중들이 무명시인의 작품인 것을 알고 출처도 밝히지 않고 마구 퍼나르거나, 심지어 제목만 바꾼 표절시가 나도는 것을 방치할 수가 없어 여러 번 청탁을 드렸지만, 시인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괜히 늦은 나이에 유난을 떤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몹시 저어한 것이다. 대중의 이름을 얻는 것보다 가까운 이웃들과 행복한 소통을 하고 싶다는 시인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백 사람에게 한 번 읽히는 시보다
한 사람이
백 번을 읽어줄 시 한 편
쓰고 싶다는 어느 노시인의 고백은
어느 낭송시보다 더 그윽한 향기였다
세월에 삭은 곤한 몸짓에
글자도 흔들렸고
음성도 뒤뚱거렸지만
천둥 같은 큰 울림
해일 같은 바다를 펼쳐 놓았다
- ‘어느 노시인의 고백’ 전문
이와 같이 시인이 시를 대하는 마음을 접하면서, 시집 발표를 저어하는 그 마음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어서 그동안 미뤄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심의 길’도 조성하면서 이왕이면 골목길에만 머무는 것보다는 더 많은 독자들과 소통을 시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재차 청탁한 끝에 늦게나마 ‘소통과 힐링의 시’로 독자들한테 시인의 옥고들을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아무리 깊은 산 속에 파묻혀 빛나는 보석이라도 때가 되면 세상에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골목길에서 이웃들과 소통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인의 진심이 담긴 시들도 언젠가는 반드시 세상에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 동심으로 노인의 삶을 노래하는 동요 할아버지의 진심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백세시대의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세대 간의 갈등을 깨끗이 치유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아름다운 빈 의자이고 싶습니다
누구라도 편하게 앉아
명상도 하고 잠시 삶을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빈 의자이고 싶습니다
- ‘빈 의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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