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궁이
명불허전 / 이은순
이산 저산 다 잡아먹고도
입 벌리고 있는 아궁이
아궁이 속 배고픈 고구마는
고달픈 어머니 젖무덤
타닥타닥 화마는 아련한 추억을 삼킨다.
순이의 입가 숯검댕이는
어머니의 가난한 시집살이
이 집 저 집 가난은 역병이 되었다.
엄니~
엄니~
왜 그리 사셨소
사무치는 사모곡 한가락이 되어
바스락바스락 음률에 맞춰
아궁이에 타 들어간다.
붉으락푸르락 불쏘시개는
아궁이 속 사연을 지휘한다.
2. 중독된 하루
명불허전 / 이은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될까
숨 고를 시간 없이 달렸다.
쉼 없는 뜀박질은
차곡차곡 긴 한 숨과 텅 빈 공허가 되어
불면의 하루를 잠재웠다.
얇디얇아진 연골은
시름시름 마디 되어
홀로 된 사랑만을 의존한 채 또 하루 세월을 낚았다.
벌렁벌렁 새 아침을 맞이하고
얇아진 다리 연골을 붙잡고
영원한 다이어트를 외치며 불룩한 뱃살 붙잡고
어쭙잖은 시인 흉내 내며
습작으로 가득 채운 하루로 시작한다.
휴~
점 점 쌓여가는 일상
매일 마음속 사직서 품으며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눈 떠
아무 생각 없이 가방을 질끈 멘다.
경적을 울리며 양보 없는 출근길
휴지통은 이유 없는 쓰레기로 가득 차야만
쓸데없는 위로를 한다.
강산이 몇 번 바뀌어
중독되어 버린 오늘
빛바랜 외투는
하얀 머리카락과 함께 흩날린다.
반복된 하루에서 멈추지 않고
먼지 나지 않는 뜀박질 하고 있는
나에게 박수갈채를 원 없이 보낼 수 있으려나...
그래~
오늘도
중독된 하루가 멀어져 간다.
3. 어느 하루
명불허전 / 이은순
첫닭 울음소리 거칠어진 새벽
청사초롱 화촉에 붉게 물든 새신랑 입술
옷고름 수줍게 열어 젖혀
온몸에 달구어진 굳은 맹세는
기억 없는 미친 잔소리
아우성 없는 메아리로
돌아 선 부처 되었다.
하하 호호 탐스러운 웃음소리 가득 매운 정오
아장아장 첫걸음마는
평생 다 할 효도 던지고
손님 같은 아들
딸 같은 며느리 되었다.
백발의 가르마는 붉게 물든 노을을 향해
윤기 없이 축 늘어지고
수만 번의 보톡스 없인 살 수 없는 주름은
트로트 가사에 주책없이 공생한다.
깔깔한 입맛으로 가득 채운 저녁 공양은
어느 곳 하나 성한 곳 없이
부질없는 욕심으로 재봉된 육신과
오장육부 다 꺼내어 수선으로 끼니를 채운다.
어둑어둑 해가 지고
허기가 무섭게 엄습해 올 때
침묵을 깬 나의 체취
나는 아무 곳에도 없었다.
나의 고약한 체온만이 있을 뿐...
천둥이 치고
번개가 치고
굵은 빗소리에 눈을 뜬다.
하염없는 눈물비가 되어
어느 하루를 잠재운다.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빛나고 있었다고...
4. 진짜 부모 되기
명불허전 / 이은순
집에서는 잘 먹습니다.
집에서는 말 잘 합니다
집에서는 안 다쳤습니다.
우리 아이 제가 잘 압니다.
우리 아이는 때리지 못합니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아닙니다.
이제는 말합니다.
그게 부모 마음입니다.
진정한 부모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새로운 인정을 할 수 있을 때입니다
.아이 바라기는
해바라기로 머뭅니다.
아이는 맘대로 뜻대로 머물지 못합니다
.흐르고 있을 뿐...
타인의 이야기에 경청해 주고
아이의 속마음을 끝까지 들여다 봐주고
모든 악조건 열어두어
긍정의 문으로 입문했을 때 진짜 부모가 됩니다.
부모 마음 편하자고
아이의 마음을 가두지 말아 주세요.
아이가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미 부모들은 알고 있습니다.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벗어날 수 없는 되돌림 습관을 인정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진짜 부모는 지금을 탓하지 않아요.
자식이 또다시 부모를 탓하게 될지 모르니까...
악순환의 고리 개나 줘버리자 구요.
그런 모습을 제일 싫어하는 건 또 부모라는 아이러니..
그래요~
나도 부모가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위로하며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진짜 부모 되기 참 어렵죠?
어려움을 인정하기 시작할 때
이미 당신은 진짜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내가 그 이야기 다 들어줄게요.
첫댓글 작품이 돋보입니다 덕향의 자랑으로 우뚝 설수 있으려나 ?
작품 우수 대상 후보에 추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