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침까지 비가내린 날씨는 오후가 되어 맑았지만 종일 찬바람이 몰아치며 초겨울 추위를 보였다. 그 바람결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농악대의 풍물소리가 나를 유혹해왔다. 단단히 겨울채비를 하고 우리의 소리를 찾아 나선 곳은 바로 고색동 중보들 공원의 야외공연장이었다.
그러나 바람 불고 추운 날씨 탓에 공연장은 황량했다. 그래도 애국자처럼 지켜보고 서있는 사람들도 차츰 시간이 가며 많아졌다. 날씨도 그렇지만 홍보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인근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도 몰랐다.
초겨울 추운 바람도 이겨낸 중보들 공원 야외공연장 _1
오늘 공연을 위해 한 달 넘도록 준비해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전 홍보를 좀 더 충분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공연장의 무대에 걸린 현수막의 '청출어람'처럼 뭔가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은 나뿐만 이었을까. 수원시가 후원하고 사물놀이 한얼회가 주최한 회원들의 학습발표회라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특히 '청출어람'이라는 타이틀로 이번 공연이 첫 번째라고 했다. 농기를 앞세우고 한 마당 길놀이와 비나리 공연을 펼치는 가운데 구성진 사설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렇다. "수원시 고색동 중보들 공원에 여기 오신 손님 여러분! 하시는 일 저마다 소원성취 하시고, 복들 많이 받으시고 일 년 삼백육십오일 내내 건강하십시오!" 들어서 기분 좋고 어깨춤이 절로 나는 무대였다.
두 번 째 무대는 설장고, 초급반의 공연이었는데 찬조 출연한 대전 예술고등학교 한국음악과 학생들이라고 소개했다. 뒤를 이어서 한얼회원들의 설장고 고급반, 삼도농악가락과 삼도 설장고 가락 연주가 있었다. 사회자는 지금 보고 계시는 삼도 설장고 공연이 설장고의 꽃이라고 했다. 찬바람 속에도 공연장의 맨바닥에 앉아 땀을 흘리며 혼신을 다하는 모습들은 예술의 혼을 느끼게 했다.
초겨울 추운 바람도 이겨낸 중보들 공원 야외공연장 _2
우리 고유의 소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희망을 보는 것 같았다. 사물놀이패의 기합소리와 함께 힘차게 쏟아내는 장고와 북소리에 이어 징, 꽹과리의 사라질듯 하면서 이어지는 소리의 끈기와 어울림에 관객들은 저마다 몸짓으로 흥을 돋았다. 오히려 관객들이 많지 않은 만큼 더 열성으로 소리 지르며 박수치는 모습들은 응원의 격려였고, 또 우리 고유의 소리를 지키고 사랑하려는 저마다의 멋과 맛이 아니었을까.
초겨울 추운 바람도 이겨낸 중보들 공원 야외공연장 _3
가야금 병창에는 꽃타령과 청산별곡이 이어졌다. 석양을 붉게 물들이며 중보들 공원에는 하나 둘 불이 들어오고, 하늘에 초여드레 달빛도 몸을 키우며 농악대의 마당놀이 한 판으로 관중들과 어울리며 공연은 막을 내렸다.
그 어느 공연장보다 뜨거운 순간, 관객들은 그렇게 출연자들과 함께 포옹하며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이 감동을 나누고 있었다. 누가 말했던가,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야!
초겨울 추운 바람도 이겨낸 중보들 공원 야외공연장 _4
멀리서 찬조 출연을 와준 대전예술고등학교 한국음악과 학생들과 수원한얼예술단 회원들에게 정말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