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작가의「 연이와 버들도령」은 ' 어린 여자애가 있었대', '나이든 여인과 같이 살았어'라는 상황설명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닥종이 인형의 나이든 여자 얼굴을 보니 왠지 읽어보지 않아도 내용이 짐작되려는 순간이다 페이지를 넘겼다 역시... '나이든 여인은 연이에게 일을 아주 많이 시켰단다'로 이어진다 계모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콩쥐 팥쥐 이야기와 장화홍련전 그리고 서양의 전래동화 신데렐라까지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계모라고 표현하지 않고 나이든 여인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작가의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도 같다
이 나이든 여인은 추운 겨울에 찾을 수 없는 상추를 구해 오라고 한다 찾으러 나가는 이 어린 여자아이는 하루종일 먹지도 못하고 무작정 눈밭을 헤메고 다닌다 사람도 없는 눈 덮인 자연 속에 연이가 지친 얼굴로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사진과 닥종이 인형으로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동화의 장르와 닥종이 인형은 분위기가 어울린다 옛날이야기를 현대의 작가가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표현한 그림책을 통해 우리 위의 위의 윗세대가 사시던 한국의 그 옛날 감성이 전달되어 온다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 이 그림책을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인걸까... 실감나는 표정 표현이 감탄스럽다
어린 연이는 나이든 여인의 악행으로 거듭되는 고난을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그런데 출구 없어 보이는 연이은 고단한 삶에 '커다란 나무 밑의 작은 굴'이라는 출구가 나타난다 작은 굴 안에는 꽃이 만발하고 새가 지저귀는 아름다운 봄날이 펼쳐져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연이의 얼굴은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생각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클로즈업된다 이 곳에서 연이는 마음 따뜻한 도령을 만난다 이 즈음에 내 생각은, 혹시 연이는 문 너머의 세상으로 간건가... 그러니까 연이는 너무 힘들어서 이 땅에서의 생을 마친걸까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연이는 도령이 차려준 정성어린 음식들을 먹고 상추를 얻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 땅의 삶이 초인적 초자연적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게 도령은 연이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삶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고 때로는 연이가 만나는 것 같은 한계에서 출구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도움을 주는 초인적 존재들이 나오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건가 싶기도 하다 백희나작가는 부유하고 살기 좋은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대인으로서 전래동화 내용의 그림책을 내놓음으로 인생의 고달픔은 어느 시대에나 반복되어 존재하는 것임을 생각하게 하는 것도 같다
이런 전래동화의 내용은 어린 아이를 괴롭히던 많은 어른 여성들이 있었음을 알게해준다 어린 여자애와 나이든 여인은 얼마든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이젠 나이든 여인 쪽이라 볼 수 있는 나는 아들만 둘 키워서 그런지 어린 여자아이가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어린 여자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들을 한참이나 상상해보았다 아이들의 관심사를 따라서 할 재미있는 활동이 무궁무진 많을 것 같다 따뜻하고 즐겁고 재미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도 같고.... 외모가 예쁘나 못생기나 행복해 하는 여자아이는 분명 밝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제작년 소천하신 내 어머니가 생각난다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고 모든 것을 주고도 또 주고 싶으셨던 엄마! 친모와 계모는 이렇게 달라야 하나.. 아니 작가가 표현한 나이든 여인이 친모라면 그건 또 얼마나 끔찍한가 인터넷 기사에는 끔찍한 아동학대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나열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면 어찌 이렇게 인간이 잔인한 일을 할 수 있을까 놀라게 되고 읽은 기사의 내용들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진다
늙은 여인이 커다란 나무 밑 작은 굴 속의 버들도령과 너른 뜰과 작은 집들을 불로 태워버리는 동안 같은 시간에 연이는 한겨울에 도령으로부터 얻은 진달래로 예쁜 화전을 굽고 있다.. 화전 사진을 보니 추억이 떠오른다 예쁜 추억, 따뜻한 추억들은 많을수록 좋다! 모두에게 귀하게 주어진 삶이 기왕이면 아름다운 추억들로 가득 채워지면 좋겠다
버들도령을 만나고 싶어 찾아간 연이는 재 속에서 뼈로 변한 버들도령을 살살이 피살이 숨살이꽃으로 살려내고...! 꽃이름이 재밌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나이든 여인은 나이가 들어 죽었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라는 말로 끝난다 이 책의 끝트머리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은 함께 어우러져 좋은 것을 나누며 살 때 행복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글을 읽어가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저 나열하며 적어본 감상글이지만 함께 나눌 어도연 회원들이 있으니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