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1-05
꽃 피 는 봄 이 오 면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봄은 각질로 덮여있던 속내를 내보이게 하는 철이다. 찬바람 사이에서도 나무에 물이 오르고 새순이 돋는다. 바로 생동(生動)의 계절이다. 마당 옆으로 길게 무더기를 이루며 연이어지게 심어놓아 크게 자란 개나리, 오래 전에 연한 잎 사이로 온통 피었던 노란 꽃은 간 곳 없이 지고, 꽃을 떠받들었던 잎만 짙푸르게 색을 더하여 간다. 나는 진달래, 개나리꽃은 피고 갔으니, 이제 주위에 냄새를 짙게 풍기며 활짝 피게될 하얀 아카시아 꽃을 기다린다. 마치 그 곳에 찾아들 벌떼 같이 나도 그곳에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이처럼 봄은 접었던 것을 활짝 펴 보이는 계절이다. 금산(錦山)에 살면서, 봄 동산에 꽃이 피어 다가드는 것을 맞으니 바로 그것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이태 전 처음에 이 곳에 들면서, 이 곳의 이름을 여러모로 궁리하였으나 선뜻 떠오르지가 않았다. 이곳은 아카시아꽃도 피지만 푹푹 찌는 냄새를 풍기는 밤꽃을 피우는 밤나무들도 주변에 그루를 이루고있다. 그래서 마을 분들은 이곳을 예전부터 밤나무골이라 불러왔다. 이름 앞에 밤나무골을 내세우려하였으나 좁아 보이고, 앞뒤가 맞지 않아 어색할 듯 싶었다. 더한 것은 뜻이 묻힐 것만 같았다. 다른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아 자연히 이 전에 사람들이 써오던 말에 마음이 갔다. 그 가운데 우리가 여럿이 함께 생활을 하는 곳이기에 “살림마을”이라는 이름을 정하려 하였다. 그 말에는 여럿이 같이 풀어 해쳐 놓고 살림사리하는 곳이 되겠으며, 사람들이 함께 서로를 기대며 살리는 살림을 이루자는 뜻도 담아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말도 주변에 살림마을이 있기에 살아나지를 못하였다. 그런데 우리 집에 일곱, 여덟 살 꼬마 아이들조차도 요사이 입으로 유행처럼 말하는 컴퓨터의 “이-메일, 이-메일”에는 “sarrim"으로 시작하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봄은 살아나는 계절이고, 살리는 계절인가보다. 봄에는 불교에서 흔히 입에 올려서 말하는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는 어울리지 않는다. 불교의 이야기를 한마디 더하련다. 음력 삼월 삼짇날이나 팔월 보름에 행하는, 사람에게 잡힌 산 물고기나 산 짐승을 사서 살려 내보내는 방생회(放生會)가 있다. 어느 동료가 사람들 가운데서 말했다. 검은 물이 흐를 것 같은, 대전의 가운데를 가르며 흐르는 대전천(大田川)에서 여러 마리의 새끼 거북이 떼를 보았는데 그것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재미스럽게 들려주었다. 나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것은 아마 불교인들이 방생(放生)을 한 것 일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 후 얼마 지나서 테레비를 보았는데, 불교인들이 방생을 한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들을 마구 잡아먹어서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스럽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니, 다른 물고기 종류로 물가에 놓아줄 것을 방송하는 광경을 보았다. 좋은 일 하자고 한 것인데.......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했던 누구와 같이, 오늘은 누가 우리들에게 들려서 그들의 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이야기꽃을 피울 것인가? 벗은 가죽에 순이 돋고, 잎이 나고, 꽃이 피듯 노소를 잊은 청춘(靑春)의 우렁찬 소리를 듣고싶다.
공동체 이야기
불 지 피 기
우리가 삼시세때 밥을 먹음 같이, 우리 곁에서 같이 사는 오리와 개에게도 밥을 주기 위하여, 오후가 되면은 아래 학교에 내려가, 한참 크게 자라 가는 아이들이 먹고 남긴, 이것저것 뒤섞여 모아놓은 밥을 가져온다. 집으로 싣고 와 그것을 끓여주기 위하여 장작개비를 모아 불을 지핀다. 그리고 섞여진 밥을 물로 씻어낸 다음 솥에 넣고 끓인다. 솥이 작을 때에는 두 번에 나누어 끓인다. 이것을 다하면 할 일을 마쳤다는 마음으로 그것을 바람 있는 한데에서, 그렇지 않으면 안으로 들여서 식힌다. 밤새를 지나며 서늘해진 밥을 다음날 개의 아침밥으로 잘 가져다 나누어준다.
예수님께서 집에 들어가서 밥을 잡수고 계시는데, 사람들이 모여들어 밥 먹을 겨를도 없게 만들었다. 앞전에 귀신을 내어쫓는 것을 보고 어느 사람들은 예수가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 가운데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 분의 일가친척들은 예수를 붙잡으려고까지 하였다. 예루살램에서 내려온 서기관(書記官)들은 예수가 귀신의 왕 바알세불을 지폈다고 말하며, 또 귀신의 왕을 힘입어 귀신을 내어 쫓아낸다고 말하였다(마가복음3:20-30). 여기에서 바알세불을 지폈다는 말은 공동번역성서를 들추어보니, 그곳에서는 바알세불에게 사로잡혔다는 말로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예수가 더러운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비아냥거렸다. 예수는 귀신의 왕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는 말은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일축하였다. 그런 말들이 예수 앞에서 더 커가지를 못하였다. 사람이 처음에는 나무를 지펴 불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러다가 오히려 잘못 간수하여 그 불이 커지면, 사람이 걷잡을 수 없는 화마(火魔)의 불길로 휩싸가며 불을 켰던 사람을 사로잡는다. 가뭄에 메마른 들을 보면서 불조심하라는 말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린다. 활활 타면서 쏟는 불 앞에서 세상이 식을 줄 모르며 열기에 사로잡혀 있다. 불을 지피면서 그런 생각에 속이 탔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는 안보이고 봄에 심겨진 작물들이 여름같이 따가운 햇볕에 살이 찔리고 타들어 가는 것을 보니, 농사짓는 아저씨들의 속도 많이 애태울 것 같다.
요즈음들어 여유가 자칫 게으름과 구분 못 짓는, 하나가 될까 염려가 된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누워 자기보다는, 항상 혹은 어느 일에든지 깨어 있으면서 함께 하라고 얘기한 기뻐하는 일, 기도하는 일, 감사하는 일을 더해야 하겠다. 이렇게 하여야 할 것들은 언제 어디서나 해야하는, 말 그대로 일이라고 우리들은 말한다. 하루 이틀 전에 테레비 보도에서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노(一怒一老)라는 말이 다시 들려져 나온다. 토요일 오전이면 옆의 노루골에서 산등성이를 넘어 밤나무골로 내려오셔서 우리들의 마당길을 지나치며 가시는 전도사님 부부를 두세차례 맞이한 경우가 있다. 이 곳에서 산을 바라보고 산지 두어 해가 가까워 오지만 산 오르기를 마다하지 않는 나로서도 멍하니 쳐다만 보고 이제껏 왔다. 주중에는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것만은 하면서 한번 올라서야겠다. 그래서 게으름 때문에 꽉 찬 속사정으로 보내기보다는 배설의 기쁨을 만끽하며 살련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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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문창수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4월 9일에 성당리의 김성두 선생님이 트렉터 작업과 5월 6일에 신평리 충만농장의 최영득 집사님께서 고추.가지.토마토 묘목을 주셔서 밭에 심었습니다.
* 5월 10일에 대한적십자사금산군추부지구(최길애) 주관으로 새터공동체에서 추부면 내 할머니와 할아버지 분들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해 드리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 새터 공동체에서는 거처를 정하지 못하는 노인, 장애인 분들을 모시고자 합나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대전성남교회안수집사회.왕지교회.신평교회.금산제일신경정신과의원(남세희)학산교회.솔나무교회(박정훈).어귀녀.박종만.영운교회.채윤기.진수정.이원교회판암제일교회.이정애.예수마을.대덕교회.대전서노회.박정도.옥천동부교회.최경만.홍순여.최영득.김성두.통계청(임명선외4인).한삼천교회.대한적십자사금산군추부지구(최길애).김명렬.이종국.유인숙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